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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재심무죄, 뼈 깎는 개혁 계기 돼야

당신의 아들이었다면, 동생이었다면, 조카였다면…. 그래도 당신은 그럴 수 있었을까?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장기간 억울한 옥살이한 뒤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아온 젊은이들이 법원의 판결로 어둠의 터널을 벗어났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이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도 재심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도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두 사건은 그 시기와 사건처리 과정 등이 많이 비슷하다. 나라슈퍼 사건은 99년 2월에 발생했고, 약촌오거리 사건은 1년 늦은 2000년 8월에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10대들에게 올가미가 씌워졌고, 이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방어하기 힘들거나 제대로 돌봐줄 가족이 별로 없는 사회적 소외계층이었다.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 진범으로 지목된 용의자가 나타나 자백까지 했지만 어쩐 일인지 흐지부지 됐다. 어렵게 재심이 청구됐고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재판정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대한 전주지법의 판결에서 당시 장찬 부장판사는 “설령 자백했더라도 피고인들이 정신지체 등 자기방어력이 취약한 약자들이라는 점을 살펴 자백의 경위와 자백 내용의 합리성 등 자백진술의 가치를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약촌오거리 사건에 대한 17일 광주고법의 판결은 피고인과 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사과보다는 선배 재판부를 감싸는 듯한 모양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재심청구인의 변호사가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피고인에게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고 오히려 ‘10년 전 이뤄진 재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금언이 있다. 뒤늦게라도 진실이 바로잡혀서 다행이지만, 그 오랜 세월동안 어둠의 터널 속에서 억울한 삶을 살아온 젊은이들의 청춘은 누가 어떻게 보상한단 말인가? 내 가족이라도 그럴 수 있었을까? 잘못된 재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 백 개라도 변명이 있을 수 없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없이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도 없다. 이번 사건은 검경과 사법부가 스스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강도 높은 자기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지금 검경과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곱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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