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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의심, 단서까지 제시하며 신고했더니 "피해 본 거 없잖아" 황당 경찰

취업 미끼 체크카드 요구 제보에 미온적 대응 / 파출소 직원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 출동 안해"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생을 겨냥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보이스피싱 의심 범죄 신고를 받은 경찰이 범행 단서를 콕 짚어준 신고를 도외시하고 ‘피해가 없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황당한 대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원광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강모 씨(24)는 지난 26일 오후 5시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한 귀금속 수송 업체가 경호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보냈다.

 

이 회사는 강 씨에게 합격했다고 연락을 하면서 회사 보안상 체크카드를 이용해 출입증을 만들어야 하니 몇 가지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다. 강 씨는 방학 기간 일자리를 구했다는 기쁜 마음에 급여를 이체받을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사 담당자는 “27일 오후 2시까지 퀵 배달 직원을 보낼테니 체크카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껴 인터넷과 지인 등에게 알아본 강 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112상황실의 지령을 받은 군산의 한 파출소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어야했다.

 

강 씨는 “퀵 서비스 직원을 만나 어디로 체크카드가 배달되는지를 추적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확인해 추후 발생 가능한 사건도 예방할 수 있을 테니, 제가 직접 도와주겠다”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그래서 피해받은 내용이 있느냐”고 여러 번 반문했다.

 

심지어 “피해 사실이 있으면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다. 그냥 퀵 서비스 직원을 만나지 말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피해 사실이 있어야만 출동하는 식의 답변을 했는데, 이는 추후 예견 가능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며 “보이스 피싱 범죄로 사용되는 사무실이 군산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경찰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하니, 체크카드를 요청한 업체의 구직 글은 삭제됐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파출소의 담당 직원은 “피해가 없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동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파출소·지구대 등의 선제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이 밝힌 ‘최근 4년간 보이스피싱·대출 사기 범죄 건수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2건 76명, 2014년 234건 329명, 2015년 624건 690명, 올해 11월 말 기준 659건 691명 등으로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파출소·지구대는 다양한 민원 업무를 처리해 모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 파출소와 지구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주지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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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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