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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과 정수장학회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에서 난 거부감을 느낀다. ‘정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각각 중간과 끝 글자를 따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이름이 붙은 모든 장학회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정수장학회’의 개명 전 이름은 ‘5·16 장학회’이다. 쿠데타 세력이 굳이 장학재단을 운영해야만 했던 정치적 이유와 목적은 알지 못한다. 문제는 ‘5·16 장학회’가 이 때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점이다.

 

‘부일장학회’는 부산지역 거부 김지태가 58년에 설립했다. 그는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몇 년 동안 동양척식회사에 다녔으며, 직장생활 중에는 반일운동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49년에 부산일보를 인수한 뒤 59년에는 부산문화방송(AM), 61년에는 KBS 서울 TV방송국을 개국했다.

 

5·16 이후 그의 삶이 바뀌었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가 군법재판에서 부정축재 혐의로 7년을 선고받았다. 수사를 지시한 사람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다. 다급해진 그는 부산일보와 부산문화방송, 한국문화방송, 부일장학회, 그리고 장학사업을 위해 마련해 둔 부산시내 땅 10만평 등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풀려났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과거사진상규명발전위(2007)와 서울중앙지법(2012)은 이 때의 재산헌납을 ‘강제적인 기부’로 판단했다.

 

오늘날로 따지면 1조원이 훨씬 넘는다는 김지태의 재산은 국고가 아닌 개인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고, 오늘날에도 장학회의 이름으로 사유재산처럼 운영되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사람 중에는 김기춘 등 적지 않은 측근 비호세력도 탄생했다(장학금 받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편이 됐다는 뜻은 아니니 절대로 오해없기 바란다).

 

그런데 김승환 교육감이 최근에 정수장학회에 장학생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논란을 빚는 모양이다. 지난해 삼성이 운영하는 드림클래스를 거부했던 그이기에 그를 싫어하는 측에서는 ‘또 거부냐’고 공격하는 듯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이번 결정을 타박하고 싶지 않다. 자금의 출처나 운영진의 도의성, 수혜의 폭 등에서 삼성의 경우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새로운 변화의 문턱에 와있다. 기초가 부실하면 좋은 건물을 짓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면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수장학회의 폐지와 국고귀속 운동이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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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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