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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오페라단

우리나라에서 오페라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37년 서울 부민관 무대에 올려진 ‘나비부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공연이 일본인에 의해 주도된 탓에 1948년 국제오페라사 주최 ‘라 트라비아타’를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으로 기록하고 있다. 국내 첫 창작 오페라는 현제명 작곡의 ‘춘향전’이다. 1962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됐고, 민간단체로는 1968년 창단된 ‘김자경 오페라단’이 현재까지 활동하는 가장 오래된 단체다. 국내 오페라계는 80년대 말 이탈리아 유학파들이 대거귀국하면서 양적·질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국내 오페라 역사를 더듬어 본 것은 전북을 대표하는 호남오페라단이 자칫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 때문이다. 호남오페라단은 그리 쉽게 사라지게 놓아둘 수 없는 지역의 예술자원이다. 1986년 창단됐으니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서울의 김자경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단에 이어 3번째로 오래됐으며,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다. 그간 대극장 공연인 그랜드 오페라 45회와 소극장 오페라 130회 공연을 이어왔다. 공연 횟수뿐 아니라 창작 오페라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춘향가, 흥부가, 녹두장군, 루갈다, 서동과 선화공주 등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가장 한국적인 오페라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호남오페라단이 해체 위기에 놓인 것은 순전히 재정적 이유 때문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오페라단을 창단한 조장남 단장이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이 사실 경이롭기까지 하다. 전북도와 지역 독지가들을 찾아다니며 손을 벌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오페라무대를 고려할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페라 한 편 제작에 최소 3억원 이상 소요되는 현실에서 호남오페라단은 지난해 전북도로부터 지원받는 게 고작 2300만원이란다. 뒤늦게 시작한 타지역 오페라단의 경우 민간과 자치단체에서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는 상황과 대비된다.

 

호남오페라단의 위기는 오페라단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페라를 통해 지역의 음악이 숨을 쉬었다. 오페라가 갖는 종합예술의 특성상 지역 예술인들이 오페라 무대와 협업을 통해 소통했다. 조장남 단장과 50명 단원들이 열악한 여건에서도 30년 넘게 쌓아올린 오페라단을 이제 도민들이 나서 지켜줘야 한다. 조 단장이 희망하는 관립 단체로의 전환이나 재단법인 전환에 전북도와 전주시가 응답해야 할 때다. 지역 문화예술의 역량을 오롯이 담은 오페라단을 지키지 못한다면 예향도 헛말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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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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