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려진 군산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폭행·학대사건이 그리 단순하지 않은 모양이다. 애초 알려진 사건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설 내에서 종사자의 폭행뿐 아니라 장애인간 폭행사건이 빈번했고, 장애인간 성추행 사건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시설측이 피해자에게 되레 불이익을 주거나 모든 책임을 생활재활교사에게 돌리는 등의 부당한 행태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군산 장애인 폭행·학대사건은 시설의 폐쇄성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이 시설은 입주 장애인의 보호자들에게 보호자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호의무자 입소동의서’를 작성토록 했다. 또 장애인들이 시설 입소 후 적응을 못하거나 사고의 발생 때 전원조치 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단다. 시설의 특성상 그렇지 않아도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치 못하는 마당에 보호자의 권리·의무를 사실상 박탈한 입소동의서로 인해 장애인들의 인권이 전적으로 시설에 맡겨진 셈이다.
그러나 해당 시설은 이런 보호자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목 조름 피해를 당한 장애인이 수차례 항의하고 인권위에 민원 전화를 요구했으나 묵살하는가 하면, 시설 종사자가 폭행을 목격하고 개선하려는 시도도 시설 책임자의 외면을 샀단다. 시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밀을 누설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취업 규칙 때문에 일련의 문제가 생겼어도 외부에 알리지 못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상의 생활동작훈련에서부터 교육, 부적응 행동지도, 놀이지도 등 장애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시설의 폐쇄성, 보상체계의 미흡, 자율성 결여, 전문성 부족 등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군산의 복지시설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된 군산 시설의 경우 특히 보호자와의 관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인권유린의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사회와 분리된 장애인 보호는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많다. 장애인 시설과 지역사회와의 통합된 삶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더욱이 보호자와 교류 자체를 막는 보호자 권리포기가 가당키나 한가. 이번 기회에 장애인 시설의 폐쇄성을 타파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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