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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사건 형사보상금 선뜻 기탁 감동이다

‘99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그저 원칙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사건을 다루고 법을 적용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허점이 생긴다. 그래서 3심제를 채택해서 하급심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그럼에도 억울한 피해자는 있기 마련이다. 무고한 사람이 대법원에서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재심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지만 그 길은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다.

 

“차라리 지옥이 더 공평혀. 거기선 죄 지은 만큼만 벌을 받잖여” “아직도 법타령이여? 법으로 뭘 할 수 있는데”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한 뒤 그 누명을 벗기까지 과정을 그린 영화 ‘재심’에 나오는 이 대사는 오늘의 법 현실을 투영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 현실에서 이뤄졌고,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모델이 바로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다.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던 이 사건 청구인인 최모씨가 옥살이 대가로 받은 8억원의 형사보상금 10%를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단다. 재심사건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서다. 최씨는 지난 2000년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사건 16년만인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또다른 ‘삼례 강도 치사사건’의 청구인 3명도 형사보상금 11억원 중 5%를 공익단체에 기부했다.

 

누명으로 청춘을 전부 옥살이로 보낸 이들의 삶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그런 보상금을 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선뜻 기탁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박 변호사는 두 사건 피해자들이 내놓은 보상금을 바탕으로 ‘선한 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의 말처럼 국가도 하지 않는 일에 사건의 피해자들이 앞장섰다는 게 감동적이다.

 

공교롭게 도내에서 벌어진 두 건의 큰 범죄사건이 재심을 통해 연이어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적 보호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이 떠들썩할 때 반짝 이슈가 될 뿐 금세 잊힌다. 경제적 능력이 없고 자기 방어력이 약한 소시민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 두 사건 피해자의 선한 뜻이 ‘무고한 피해자의 기본권’을 지키는 데 씨앗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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