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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만찬과 외교

강희제(康熙帝 1661~1722)는 중국 청나라의 네 번째 황제다. 재위기간 61년. 역대 중국 황제 가운데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던 그는 세 번의 난을 모두 진압해 전 국토를 통일하였으며 내정은 물론, 외교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두어 청나라 전성기를 열었다. 탐관오리를 없애고 조세를 경감하거나 장정세를 폐지해 세제를 바로 잡는 등 백성들의 살림에 힘을 기울였던 그는 성군으로 불리었다. 그가 기틀을 다진 청나라의 전성기가 아들 옹정제, 손자 건륭제까지 이어졌으니 훌륭한 임금으로 꼽힐 만하다.

 

돋보이는 정책은 또 있었다. 이민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만주족과 한족의 융합을 위해 펼친 정책이다. 한족의 유교 사상을 통치철학으로 장려해 국가를 통치했던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특히 문화를 통해 한족과의 융합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았다. 한족이 대부분이던 중국 땅에 나라를 세운 만주족으로서는 한족을 무작정 견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으니 나라를 통치하는 황제로서는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강희제는 연회와 같은 만찬장을 통해서도 한족과의 화합을 끌어내는 지략을 폈다. 오늘날에 이르러 중국 황실의 대표적인 궁중 요리가 된 ‘만한전석(滿漢全席)’ 역시 그가 만들어낸 것이다.

 

강희제는 예순 살을 맞은 해에 특별한 연회를 열었다. 중국 각 지역에서 예순다섯 살이 넘는 노인들을 황궁으로 초대한 것이다. 그 숫자는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만주족과 한족의 노인 수천 명이 한자리에서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만주족이 즐기는 연회인 ‘만석’과, 한족이 즐기는 연회인 ‘한석’이 한자리에서 펼쳐진 셈이다. 상에 오른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는 108가지. 온갖 산해진미로 차려진 만한전석은 하루에 두 번, 사흘 동안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강희제의 바람대로 만한전석이 한족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얼마나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연회가 외교적으로 훌륭한 통로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길, 만찬 요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청와대 만찬요리상에 올려진 ‘독도새우’가 연일 화제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독도새우’를 둘러싸고 불쾌감을 표시하며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독도새우’는 오히려 국제사회에까지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그들 스스로 ‘다케시마 새우’가 아닌 ‘독도새우’로 명명해 ‘독도’라는 이름을 굳힌 셈이 됐으니 굳이 이야기 하자면 적잖은 외교적 성공이다.

 

중국은 청의 융성기를 통치했던 건륭제의 전용 공간인 건복궁에서 ‘만한전석’ 만찬으로 트럼프를 맞았다. 그 또한 외교적 의미가 담겨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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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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