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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면 어때, 스태프면 왜 안돼?

▲ 장경덕 완주 고산고등학교 교장
대안학교 전환을 앞두고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반학교와 뭐가 다르냐고, 무슨 유형의 대안학교냐고…. 일반학교와의 차이점은 어렵지 않게 답변하지만 ‘어떤 유형의 대안학교냐’ 하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장황하거나 단호하거나 둘 중 하나다. 장황한 대답은 대안학교의 철학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나름 성의 있는(?) 답변인 반면에, 단호한 대답은 사실 무성의한 대답이다. “그런 거 없어요!”

 

대안학교 자체가 기존의 공교육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반성에서 탄생한 것인 것을…. 서열화, 몰개성, 획일적, 지나친 경쟁위주의, 게다가 현재는 없고 미래만 있는 교육(지금 참으면 나중에 행복하다는 식의). 그래서 학교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가 생기는 이 불행한 교육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 정상화시켜보자고 시도한 것이 대안학교(교육) 아닌가? 한 마디로 아이들이 ‘지금’ 행복한 학교, 학교에서의 배움이 진짜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는, ‘삶의 힘’이 되게 하는 그런 학교, 그런 교육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 무슨 ‘유형’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래서 필자는 우리 학교는 무슨 대안학교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그런 거 없어요!”라고 내뱉는 것이다.

 

고산고등학교는 새해(2018학년도)부터 공립 대안계열 특성화고(보통 공립 대안고라고 부른다)로 전환된다. 전북 최초, 전국적으로도 다섯 번째 시도이다. 홍보 부족인지 정원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신입생 모집을 해놓고 보니, 정말 톡톡 튀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새 학기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덕후’는 흔히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몰두하는 행위를 ‘덕질’이라 하고, 덕질이 직업이 된다면 ‘덕업일치’라고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 아닐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우리 학교가, 우리 어른들이 ‘덕질’을 쉽게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는 대표적인 ‘덕후’가 아닌가?

 

각종 공연이나 행사에서 주로 뒤에서 진행을 돕는 사람들을 스태프(Staff)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대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얼굴이 잘났으면 앞줄에 섰을 텐데…” 라던 코미디언의 넉살도 주인공을 선호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조연 없는 주연 없고, 스태프 없는 행사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법이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배우보다 더 갈채 받는 스태프도 있다.

 

경쟁 위주의, 서열화 교육 체제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에게 조연이나 스태프는 ‘루저’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성적’은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폭탄이 되기도 하지만 노래할 때, 운동할 때, 그림 그릴 때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각자의 안에 있는 탤런트를 찾아 그 일에 몰두하는 ‘덕후’를 학교는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일까?

 

내 친구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향과 조명을 담당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스태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덕후와 스태프들이 무시당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한 그런 학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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