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본거지로 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전국 6개 권역에 지역연구소를 두고 있다. 문화유산을 연구·발굴·보존·복원하는, 문화유산과 관련한 종합연구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문화재 보존과 활용 등 대학이나 일반 기관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사업을 국가차원에서 책임지고 수행해왔다. 그러나 전북에 지금껏 지역연구소가 설치되지 않아 상대적 소외를 받았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익산 관련 문화재 연구와 발굴·보존을 주로 담당한 곳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였다. 미륵사지 사리장엄을 비롯해 왕궁리 오층석탑 등 백제의 왕궁터가 있는 익산의 백제유물 2만여점이 부여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존되고 있다.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해당 지역을 떠나 타지에 보존되고 있다는 게 지역의 자존심을 떠나 고유한 문화유산을 욕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전북에 국립 문화재연구소 설치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백제권역의 세계문화유산등재 이후 제석사지·익산토성·익산쌍릉·금마 도토성·미륵산성·입점리고분군 등 백제권역 세계문화유산에 추가 등재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연구소 설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간 문화권을 중심으로 지역연구소를 고려(경기도 강화)와 신라(경북 경주), 백제(충남 부여), 가야(경남 창원), 중원문화권(충북 충주)에 뒀으며, 이후 2007년 전남 나주에 영산강유역권의 학술·발굴을 위해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를 설치했다. 백제 역사를 담은 익산 외에 후백제 도읍지 전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와 발굴이 소외됐던 것도 이런 어정쩡한 권역 문화권별 연구소 설치가 한 몫 했다고 본다. 새정부의 100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들어간 가야문화권 사업만 하더라도 전북은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다. 장수 등 가야유적·유물이 대거 발굴되고 있으나 가야전문 연구기관인 창원연구소에서 그리 관심을 갖지 않고 있고, 부여연구소 또한 백제 중심의 연구소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전북지역에 국립문화재연구소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직 달리 진척된 게 없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전북지역 문화유산들이 더 이상 홀대받지 않고 체계적인 연구와 발굴, 보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북에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하루빨리 설치돼야 한다. 문화유산조차 어느 지역에 놓였느냐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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