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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가상화폐 열차에 탑승하는 이유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금전 문제 해결 안되니 투기·도박 탈출구 생각

▲ 김신철 독립서점 북스포즈 공동대표

카페에 커플이 앉아있다. 여자는 이야기를 하고, 남자는 스마트폰을 보며 듣는다. “그래서 오늘 무슨 영화 볼까? 신과 함께 아니면 1987?” 스마트폰만 주시하던 남자는 처음 입을 연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게 있는데 그런 걸 왜 봐?” 참고로 남자가 보던 것은 가상화폐 시세였고, 그 날은 크리스마스였다.

 

우리는 가상화폐가 과학, 경제, 정치를 넘어 두 연인의 사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 북스포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 역시 가상화폐 관련 도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란! 나는 나름 감동을 하며 화폐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찾으시는 책은요? “비트코인으로 10억 벌기요.” 아. 없어요.

 

새로운 기술은 멋지다. 하지만 돈 버는 것은 환상적이다. 가상화폐를 8만 원어치 샀다가 280억 자산가가 된 청년의 이야기에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한 편의 신화가 되어버린 가상화폐는 투자할 여력도 없는 청년들에게도 손짓을 날린다. “이봐 흙수저, 서민을 탈출할 마지막 기회야. 내 몸 하나 눕힐 집은 있어야지?”

 

열차는 출발한다. 청년들은 지금의 상황을 떠나고 싶다. 돈이 없다면 빚을 내서라도 이 열차에 탑승한다. 오르락내리락 끊어질 듯 말듯한 인생의 기찻길이 펼쳐진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가상화폐는 투기다.” 공감한다. 그런데 여기에 꼭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노동의 가치를 알아라.” 땡! 그것은 가상화폐 성공신화보다도 허황된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그들은 열심히 일한 만큼 경제가 쑥쑥 성장하는 시대를 겪어보았지만, 지금의 청년들에게 그런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청년들에게 노동은 자아실현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지 오래다. 청춘의 클라이맥스는 취업 발표이고, 이후로는 계속 하강한다는 것이 노동과 청년이 서로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 아닌가.

 

그래도 괜찮다.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직업을 가졌다해서 모든 금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취업을 하면 묵혀놓은 인생의 다음 숙제가 쏟아진다. 명절이 오면 쏟아지는 질문들 “결혼해야지, 집은 언제 살 거야.” 월급으로는 답도 안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바람들이 모여 가상화폐시장을 비대하게 성장시켰다.

 

가상화폐에 대한 문제는 어떤 식으로 진정될 것이라 믿는다. 규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업계의 전문가들이 속속 등장한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가상화폐 열풍이 진압된 후에 남을 청년들이지 않을까? 초단위로 큰돈이 오르내리는 경험을 한 청년들에게 일상은 지지부진하고 비생산적인 일로 치부될 것이다. 결국 다른 투기나 도박으로 탈출구를 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쪽도 기형적이라는 생각에 답답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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