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여수관광, 위기를 예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연히 본 기사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관광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푸른 바다와 오동도, 이순신, 엑스포, 심지어 KTX노선까지 이렇게 수많은 교통 관광인프라가 있는 여수도 관광객이 감소추세라고 한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요인들은 다양하겠지만, 계절마다 진행하는 축제들도 한 몫 하고 있다. 봄이 성큼 찾아 온 요즘 본격적으로 예열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여행자들에게 내가 사는 지역을 만나게 해줄 준비가 되어있을까?
서른 이후 떠난 어느 여행에서 지리산을 벗 삼아 살아온 한 여행자가 내게 이런 말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지리산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산다. 지리산을 팔아먹는 사람, 지리산을 짝사랑하는 사람, 지리산과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지리산’은 수십 년 동안 많은 지자체들의 경계에 걸친 채 과거나 현재에도 여전히 가장 큰 관광 인프라가 되어주고 있다.
계속해서 내가 사는 곳을 기준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진안은 ‘마이산’이 모든 관광의 구심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광객의 유입도 줄어들고 지자체마다 치열한 관광객유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 마다 SNS에 산발적으로 축제를 나열하고, 영화 같은 홍보를 찾아 떠나왔지만 결국 속빈강정처럼 후회를 안기는 모습을 자주 본다. 홍보예산은 급증하지만 새로운 경쟁력은 글쎄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무엇이 경쟁력을 길러 줄 수 있을까? 나는 사람이 그 몫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새로운 여행의 패러다임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마이산만이 아닌 진안을 대표 할 공간과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 가위박물관에는 가위만 있을 뿐 이다. 케이블카는 머무는 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인근 여행지로 더 빨리 여행객을 유출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수년 전 지자체마다 명산에 구름다리를 놓고 몰려들었던 수많은 등산객들, 하지만 그 인기는 몇 해 가지 못했다. 구름다리 하나를 만나러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왔었지만 그들이 머물 공간도 이야기도 부족했던 탓이다. 진안에는 모래재라는 옛 길이 하나있다. 채 500m 도 안되는 메타세콰이어길에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길 만으로 끝나서 는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의 시작과 끝에 사람이 살고 향기 나는 공간들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한옥마을에 즐비한 멋스럽고 고즈넉한 식당은 아니지만, 농부와 쉐프의 이야기를 먹고 즐기는 것이다. 그 한 끼의 식사를 찾아 떠나게 하는 힘을 가지자는 것이다. 오직, 마이산을 오기위해 진안을 오는 시대는 미안하지만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누구의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누구의 파스타 한 접시를 먹기 위해, 농부의 고구마를 사기 위해, 어느 카페를 찾아 그렇게 멋진 사람을 먹고 마시기 위한 여행, 누군가의 공간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마이산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마이산이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며, 마이산이 여전히 우리 곁에 그대로 머문다는 것은 가장 큰 관광자원이고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이 가진 힘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울 이야기들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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