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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를 강요하지 마세요

김지윤 청춘부보상 홍보담당
김지윤 청춘부보상 홍보담당

얼마 전 강원도로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내일로 여행은 기차를 이용하여 전국 곳곳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무궁화호, 새마을호를 포함한 ITX-청춘 등 KTX와 관광전용열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노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었다.

내일로 티켓은 지정석이 없어 빈자리에 앉더라도 누군가 그 자리를 예매했다면 얼른 일어나 비켜줘야 하고, 카페칸에는 사람이 가득해 앉을 수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험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긴 강원도의 낭만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내일로 특성상 기차 외에도 버스나 택시를 많이 이용하게 된다. 묵호에서 저녁 식사 후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경상도 출신이셨던 택시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기사님께서 “대학생들이 문제가 많다.”며 현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일침을 날리셨다. 기사님은 방학만 되면 놀러 다닐 생각을 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청춘들을 안타까워하셨다.

우리에게 더 힘들어져서 위기를 느껴야한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반값 등록금을 하고 싶으면 한 달만 데모하면 된다고 하셨다. 정치인들이 서로 해주고 싶어 하지만 명분이 없어서 못해주고 있는 거란다. 한 번 해보면 그 다음엔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난리일 것이라며 이 나라는 대학생들이 이끌고 나가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에 들려주신 본인의 대학시절 데모 이야기를 듣는 중 친구가 “요즘은 그러다가 잡히면 취업 못하잖아요.”라며 입을 뗐다. 그러나 기사님은 “사람은 다 쓸모가 있다.”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그 기사님의 말씀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나를 포함한 현시대의 대학생들은 정말 권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밥상을 차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문득 그 시절의 ‘데모’와 ‘반값 등록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이 대학생이셨던 시절의 ‘데모’는 불합리한 정부에 대한 시위였다면, ‘반값 등록금’시위는 더 많은 혜택을 바라는 시위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혜택이 필요 없어서 ‘데모’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이화여대 학생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도 불합리한 공권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줄 안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무관심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어른들이 청년들을 값어치 있다고 여기지 않고 그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작년부터 내일로 여행 중 코레일 앱이 실행되지 않아 큰 불편함을 겪었다. App Store에 들어가 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용후기가 정말 많았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부분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었다. 그러나 역마다 여행자센터에서는 서로의 QR코드를 찍게 하고,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추가하게 하는 등 이익을 챙기는 데에만 급급했다. 이렇게 ‘데모’를 겪어 왔다는 어른들이 대학생들의 이런 사소한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주기는커녕 대학생들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만 하는데 어떤 값어치를 느끼고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그 시절의 대학은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대학생들의 시위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시대가 변했다. 그 시절의 대학생들이 변화시킨 대한민국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 힘들었던 시절 본인들의 대학생활을 우리가 반복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꼰대’같은 말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떤 열정도 느끼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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