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꽃집을 운영한 지 4년이 되어간다. 갑자기 꽃의 다양한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직접 꽃집을 운영하고 싶어졌고, 꽃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꽃집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배우면서 나만의 목적을 설정했고, 감사하게도 작은 카페 안에서 꿈에 그리던 꽃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달이 나오는 월급을 포기하고 퇴직금을 써가며 준비했기 때문에 생계의 위협을 느꼈지만 ‘나를 믿고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라는 말을 되새기며 나름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자연스럽고 예쁜 꽃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고, 소소하고 작은 꽃을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집에 가끔 꽃을 들여놓으며 기분전환을 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꽃 한송이를 선물하며 선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한 기억에 나의 꽃이 함께 한다는 그 기쁨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컸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있었다. 일부러 나의 꽃을 선택하고 구석진 동네까지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으려고, 좋은 날 쓰이는 꽃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나는 어느새 꽃집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3년 정도 지났을 때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지역 청소년들도 만나고, 지역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것들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점점 꽃집을 비우는 시간은 늘어났다. 꽃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꽃과 관련된 나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일을 하는 청년들과 팀을 꾸려 고되지만 재미난 일들을 작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종종 생각했다. 나는 꽃의 전문가가 맞을까?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고 뒤처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괴롭기도 했다. 자체 합리화든 뭐든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정체성의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나는 꽃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꽃’이라는 수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사회에 일원으로 조금이나마 함께 참여하고, 나와 같은 청년들의 시작을 돕고 싶은 꽃집 주인. 참으로 복잡하고 길지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물론 꽃에 대한 공부와 노력은 지속하면서 말이다.
이런 정체성의 혼란이 복잡하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접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내 삶의 기회이기에 쉽게 떨쳐낼 수가 없다. 요즘은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많이 사라지고 있으니, 나의 다음 직업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시기를 보내면서 정확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고민하면서 선택한 만큼 경험치도 크다는 것과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내 주변에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싶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아마도 해마다 꽃집 주인의 정체성 혼란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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