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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아이들의 자존감을 부탁해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자존감이란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는 자존감이 아이의 행동과 말, 판단, 감정, 능력 등을 담당하는 정신 건강의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자존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진실처럼 굳어진 전북지역 아이들의 학력이 낮다는 말과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받을 상처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우리 지역 아이들의 학력이 꼴찌라고 까지 하는데, 어린 시절 전북의 학생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지역의 선배로서 정말 그런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들이 ‘전국 꼴찌’일까요? 수능성적이 전국의 아이들 가운데 전북 지역 아이들의 학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객관적 지표라 생각하여 살펴보았고, 그동안 들어온 이야기들과는 달리 전북 아이들의 학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018년 수능시험 결과발표에 따르면 전북은 지역별 재정자립도 및 사회문화 여건이 유사한 8개 도권역을 비교한 결과에서 1~2등급 등급비율에서 국어는 3위, 수학가 4위, 수학나 2위, 영어도 2위에 올랐습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기초학력미달 범주라고 볼 수 있는 하위 12%, 즉 수능 8, 9등급의 학생 수가 8개 도 권역 중 가장 적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국·영·수 3개 영역 모두 최상위 12% 즉 1, 2등급 학생의 수가 8개 도 권역 중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 결과는 지역의 경제적 수준이 학생들의 학력 수준과 비례한다는 오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2019년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1.6%로 평균(36.9%)에 한참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재정자립도야말로 전국 꼴찌 수준인 상황에서 꾸준히 중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전북의 학생들에게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전북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낮다는, 심지어는 ‘꼴찌’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 것입니까?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그 분들의 주장이 우리가 살고 잇는 전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전북의 젊은 유권자로서, 그리고 교육시민운동가로서 도민들께 제안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목적으로 전북 아이들에게 부당한 꼴찌 프레임을 씌우는 이들에게 현혹되지 마십시오. 그리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다가올 총선에 출마를 고려하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제발 눈앞의 승리를 위해 전북의 미래를 내팽개치는 일,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일 만은 하지 마십시오.

또 학력의 순위가 좀 낮으면 어떻습니까? 전북 교육은 지난 몇 년 간, 적어도 현장에서 보기에는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행복감과 자아 효능감을 높이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작 그에 부합하지 않는 구시대적 평가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우리 전북의 아이들은 잘 하고 있습니다. 어른들만 잘 하면 됩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힘을 가진 세계 속의 인재로 길러내는 방법은 근거 없는 비난과 질책이 아닌, 지역 선배인 우리 어른들의 한결같은 사랑과 격려입니다. /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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