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전북대병원 간담췌외과 수술실. 3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이 건강을 잃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웠다. 간경화에 이어 간암으로 악화한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는 길은 딱 한 가지, 간 이식밖에는 없기에 기꺼이 기증을 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북에서 뇌사자의 간 이식은 있었으나 생체 이식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전북지역 제1호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맡았던 당시 집도의는 조백환 현 진안군의료원장과 유희철 현 전북대병원장이었다. 그리고 간 이식을 한 아들은 정강선 현 전북체육회장이었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전북에서도 침묵의 장기인 간에 발생한 경화나 암을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 이식 수술이 보편화돼 있다. 집도의였던 조백환 교수는 지금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안군의료원에서 제2의 꿈을 펼치면서 농촌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면서 삶의 전 궤적을 통해 가장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의 역량과 헌신적인 태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의사 선배인 위상양 원장이 농촌지역 의료원장을 적극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임실의료원장과 장수의료원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위 원장은 의사로서는 박봉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면서도 오랫동안 농촌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헌신해온 참 의료인이다. 시골의 의료공백 사태는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경남 산청보건의료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한명을 채용하는데 연봉 3억6천만원을 제시하고도 적격자가 없어 4차례만에 겨우 찾았다고 한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연봉 4억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단 한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전북은 대표적인 의료공백 사태로 신음하는 지역이다. 산청이나 속초보다 더하면 더했지 상황이 나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군산의료원은 1명이던 안과 전공의가 그만 둔 이후 15개월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며칠전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석상에 선 조준필 군산의료원 원장 후보자의 경우 전북과의 연고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차고 넘치는 경력을 지녔다고 한다. 연세의료원 외과와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경기도의료원장 및 대한응급의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지역사회의 의료공백을 방치할 때가 아니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의사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서남대 폐교당시 고육지책으로 나온 대안이 남원공공의대 설립인데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역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반드시 착점해야 할때 놓치고 가면 훗날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남원공공의대 문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북공공의대 문제 해결을 위해 말로아닌 행동이 결행돼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