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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폐업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같은 기간 전북 폐업자 수도 최근 5년(2020∼2024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폐업자 수(법인·일반·간이·면세사업자)는 전년보다 100여 명 증가한 3만 1136명이다. 개인 사업자 중 매출 규모가 작은 간이 사업자는 1만 309명에 달했다. 이외 일반 사업자는 1만 4806명, 면세 사업자는 3592명, 법인 사업자는 2429명이다. 이중 소매업(8128명)이 가장 많고 서비스업(6302명), 음식업(5355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에 사업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영세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부터 문을 닫은 것이다. 실제로 폐업자 절반(1만 4633명·47%)이 사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고 답할 정도다. 사업존속연수를 따지지 않고 많은 사업자가 폐업을 결정했다. 문 연 지 6개월(4282명) 만에 폐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6개월 이상은 3148명, 1년 이상은 5193명, 2년 이상은 3647명, 3년 이상은 5003명, 5년 이상은 5657명, 10년 이상은 2854명, 20년 이상은 135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락현 전북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북은 자금난, 매출 부진, 고금리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금융 지원, 소상공인 온라인화 지원, 폐업 정리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소비 회복과 경기 활성화가 미비한 상태다 보니 즉각적인 회복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오늘은 손님이 많이 와야 할 텐데." 장사하는 사장님의 바람은 모두 똑같다. 돈 벌려고 뛰어든 자영업 세계는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렵고, 더 막막하고, 더 힘든 일이었다. 같은 마음으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년 차 한상현 사장님 간판부터 정이 느껴지는 전주 노포 '행복한 식탁' 사장님 한상현(72) 씨는 2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 양복집 사장님이었던 한 씨는 기성복이 많아지면서 장사를 접고 음식점을 열었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현실은 쉽지 않았다. 한 씨는 "전에는 종업원도 두고 운영했었다. 지금은 경기가 힘드니까 인건비마저 만만치 않아서 아내와 나, 70대 노부부가 몸 힘들어도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초보 사장님들에게 조언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계속 장사를 해라, 하지 마라 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가게 문을 많이 닫는 시대다. 힘들어도 계속하라고 못 하겠다. 본인이 알아서 잘 판단해야 한다. 어려운 사람의 심정은 어려운 사람이 잘 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1개월 차 임기만 사장님 매일 직접 두들겨 만든 수제가스, 완산동까스. 10년 차 배관공 임기만(54) 씨는 최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 작은 음식점을 열었다. 가게 문 연 지 한 달밖에 안 된 초보 사장이다. 임 씨가 직전에 했던 일은 배관공이었다. 문제는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와 병만 남기 시작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성실하게 살자!'는 결심으로 시작한 일마저 접고 앞치마를 매기로 한 이유다. 그는 "정년 없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돈가스 가게를 차렸다. 장사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할 수밖에 없어서 하고 있다. 직장을 잃고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뿐이다"고 이야기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전북, 소상공인 지원 '총력'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월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창업 지원부터 특례보증, 온라인 판로 확대, 폐업 정리 지원까지 총 17개 사업에 1789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는 18개 사업 2161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크게 △자금 지원(4개 사업·455억 원) △경쟁력 강화(6개 사업·19억 원) △경영여건개선(5개 사업·1681억 원) △보육성장지원(3개 사업·6억 2000만 원) 등 4개 분야다. 2월과 비교해 소상공인 회생 보듬자금 금융지원 특례 보증(224억 원→308억 원), 광역 소공인 특화지원센터 운영(6억 원→7억 원), 소상공인공제(노란우산) 가입 지원(8억 원→12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1303억 6200만 원→1587억 원) 등 일부 지원사업의 규모가 확대됐다. 이중 결혼 7년 이내 임신·난임 치료 중인 소상공인을 위한 소상공인 육아안정 금융지원 특례보증, 도내 1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고용·산재 보험료를 지원하는 1인 자영업자 사회 보험료 지원 등이 신규 사업으로 추진됐다. 김인태 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은 "소상공인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이들의 경영 안정을 돕는 것이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금융 지원과 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짜 '소상공인'이 원하는 지원은?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소상공인 경영 안정을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원사업 규모를 키워봐도 소상공인 폐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이 원하는 지원사업이 무엇일지 들어봤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재정 지원'이다. 한상현 행복한식탁 대표는 "사실 나도 그렇지만 모든 소상공인 힘들고 나라도 어렵다. 지원이 쉽지 않을 테지만 (하나를 꼽자면)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나이가 있다 보니 돈이 필요해도 대출 받기가 겁난다. 갚기도 쉽지 않은 데다 갚을 생각하니 걱정만 늘고 무서워서 아예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의 입장은 어떨까. 임기만 완산동까스 대표는 "대부분 서민은 자금 여유가 없다. 경기가 어려워져서 손님이 끊기게 되는 등 (경영이 어려워지면) 그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대출 규제 완화 등은 꼭 필요하다. 서민 장사꾼이 버틸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는 강락현 전북소상공인연합회장도 목소리를 냈다. 강 회장은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소상공인 정책 등이 적기에 실시돼야 한다. 특히 지원 사각지대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적으로는 세제 및 임대료 지원 등이 추가 또는 한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면서 "7월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에 있어서도 자금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전국민의 협조를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빨리 떠나자/야이 야이 야이 야이/바다로⋯. 생각만 해도 설레는 여름 휴가철이 왔다. '여름 노래' 하면 떠오르는 쿨(COOL)의 <해변의 연인>을 들으면서 전북의 초록초록한 여름을 느끼고 찰랑찰랑 물에 발을 담가보는 건 어떨까. 여름 피서지 정보를 정리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운영하는 '투어 전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달의 추천 여행 섹션 7월편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식히는 피서 여행지>로 선정된 관광지들이다. 자세한 내용은 투어전북 문화관광에서 볼 수 있다. △부안 격포해수욕장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격포해수욕장은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물이 맑은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채석강의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해수욕장에서 채석강으로 가면서 겹겹이 쌓인 퇴적층을 거닐다 보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절경을 한몸에 느낄 수 있다. △군산 선유도해수욕장 100여 미터 들어가도 수심이 허리까지밖에 차지 않고 높은 파도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선유도해수욕장.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해수욕장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인다. 맑다 못해 코발트빛인 앞 바다를 붉은 낙조가 물들이는 모습은 더 그림 같다. △고창 구시포해수욕장 고창군 최대의 해수욕장인 구시포해수욕장은 길고 넓은 백사장과 우거진 송림이 핵심이다. 이 넓은 백사장은 물이 빠지면 단단해져 운동장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방송한 tvN <삼시세끼>의 촬영지로도 유명해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해수욕장이다. △남원 지리산뱀사골 지리산에서 가장 계곡미가 뛰어난 골짜기 하나로 꼽히는 지리산뱀사골. 봄철에는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가을철에는 오색 단풍이 계곡을 덮고, 여름철에는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돈다.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여름이면 발 담글 데 없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다. △완주 동상운장산계곡 완주군의 최동단에 위치한 동상계곡은 소양 위봉산과 진안 운장산 사이의 대아호를 감고 돌아가는 우리나라 오지 중의 하나로 깊은 계곡이다.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휴식처답게 '한국의 블루라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빛이 에메랄드 색이다 보니 매년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안 운일암반일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몸에 느낄 수 있는 운일암 반일암은 자연경관의 끝판왕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여름 관광지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집채만 한 기암괴석이 겹겹이 자리잡고 있고 거기에 산자락에서 솟구치는 맑고 시원한 냉천수가 만들어낸 크고 작은 폭포와 소, 절경이다. △완주 고산자연휴양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고산자연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보여 주면서 가족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봄에는 꽃이,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기막힌 설경이 특징이다. 이곳은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수위의 높낮이에 따라 남녀노소 모두 놀 수 있다. △장수 방화동자연휴양림 깨끗한 계곡을 따라 기암절벽, 다양한 수목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여 주는 방화동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방화동계곡의 얼음같이 차가운 물줄기와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이 한여름 열기를 식혀 주는 피서 명소다. △진안 데미샘자연휴양림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을 품은 데미샘자연휴양림은 다른 곳과 다르게 물놀이 기구인 워터슬라이드가 있어 마치 워터파크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등산이나 숙박에 집중되기보다는 생태학습 공간, 숲 체험공간 등도 마련돼 있다.
전북은 아름다운 자연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특별한 활동 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되는 시·군이 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고서야 처음 들어보는 시·군도 있을 테지만 전북의 14개 시·군 모두 보장된 관광지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중 관광객들로 그리 북적이지 않는 진안·장수·순창군으로 떠나는 3박 4일 휴가 계획표를 구성해 봤다. 되도록 쉴 수 있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선별했다. 각 군청 기준 진안, 장수, 순창 순으로 들리면 고속도로를 이용해 1시간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서로 가까운 지역이다. 편의를 위해서 관광지별이 아닌 1∼3일 차 일정으로 정리했다. ◇1일 차-진안 운장산 자연휴양림 휴가 1일 차 답게 늦잠을 자고 천천히 출발하는 건 어떨까. 오후 일정만 소화한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서보자.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몸도 달래고 마음도 달랠 수 있는 '운장산자연휴양림'이 휴가의 첫 번째 일정이다. 휴양림 내에 있는 약 7km에 달하는 계곡은 연중 맑은 물이 흐른다. 정말 휴양 목적이라면 이만한 장소가 없을 정도다. 곳곳의 바위와 폭포, 나무 등 자연경관에 취해 하루가 갈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숙박시설·야영장도 잘 돼 있으니 몸과 마음의 휴식을 선물하고 다음 날을 준비해 보자. ◇2일 차-장수 논개수상레저∙장수누리파크 전북에도 수상 레저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장수논개수상레저다. 호남권 최대의 수상워터파크로 꼽힌다. 시원하고 다이나믹한 여름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만약 아이와 함께 여행을 왔다면 장수누리파크도 있다. 발물놀이장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구조와 원색의 블록 디자인이 아이들의 시각적 흥미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수심은 발목 높이로 제한돼 있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숲놀이터와 키즈카페인 장수어린이생활문화센터, 상상나래누리쉼터, 동물 카라반 등도 있어 가족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3일 차-순창발효테마파크∙쉴랜드 순창군으로 넘어가서 순창발효테마파크에서 순창을 대표하는 고추장을 만나보자. 발효 문화의 미래적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해 조성된 테마파크인 만큼 발효, 미생물, 효모를 주제로 한 놀이·전시·체험·교육 공간 등이 갖춰져 있다. 전 세대가 순창에 대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제 휴가 끝나기 전 그동안 쌓였던 몸의 피로를 풀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 보자. 이름부터 '쉴랜드'다. 지속가능한 건강한 삶의 영위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멀리 떠나고 싶을 때, 삶에 지쳤을 때 치유받을 수 있다. △바른 식생활 프로그램 △치유연수 프로그램 △웰니스 프로그램 등 자체 프로그램도 있다. 다 쉼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들이다. 여기서 하루를 묵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여름 휴가가 다가온 가운데 전 세대가 꼽은 올여름 휴가철 트렌드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쉬는' 것이다. 5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발표한 2025년 여름 휴가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 휴가 출발 시기는 8월 중·하순(29.6%), 7말8초(28.5%)에 가장 많이 집중될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이후 늦은 휴가를 예정하는 응답(19.1%)도 적지 않았다. 휴가 일정은 3∼4박(39.7%), 1∼2박(38.2%)이 비슷한 수준으로 많았다. 5박 이상(13.7%)이나 당일치기(4.8%) 일정은 비교적 적었다. 여름 휴가에서 기대되는 점으로는 충분한 휴식과 힐링(43.7%)이 가장 많았다. 스트레스 해소 및 재충전(23.9%), 가족·지인과의 추억 만들기(22.4%), 새로운 경험과 도전(9.8%)이 뒤를 이었다. 여름 휴가에서 시도해 보고 싶은 여행 스타일로는 로컬 맛집·카페 투어(41.3%), 프라이빗 숙소 중심 휴양(34.9%), 캠핑·글램핑(8.2%), 이색 액티비티 체험(7.1%), 워케이션(5.4%) 등 순이다. 상대적으로 20대는 로컬 중심의 식도락 여행을, 30∼40대는 독립된 공간에서의 휴양을 선호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및 정책과제 조사를 봐도 휴가 활동을 묻는 질문에 전국 직장인 절반(49.3%)은 휴식·자연 풍경 감상을 꼽았다. 이어 맛집 탐방(21.0%), 관광(20.2%) 등 순으로 집계됐다. 액티비티(8.3%)보다는 먹고 쉬는 콘텐츠가 강세를 보였다. 휴가비는 1인당 지난해(48만 9000원)보다 9.4% 증가한 평균 53만 5000원을 사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직장인은 지출 계획이 77만 6000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전남은 39만 3000원에 그쳤다. 전북은 60만 원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지출을 늘릴 항목 1위는 식비(74.8%), 2위 숙소비(58.1%), 3위 교통비(31.0%)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름 휴가는 먹고 쉬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올여름 휴가는 관광 위주의 이동보다 저활동 고휴식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류인평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경제가 안 좋다 보니 기존의 휴가 트렌드인 활동적이고 돈 쓰는 것보다는 저활동 고휴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추세다"며 "이제는 돈을 끌어모으는 관광 상품보다 정말 농어촌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상품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흔히 웰니스 관광이라고 부른다. 전북에도 관련 상품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더 개발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차려지고 화려한 것보다 정말 그 지역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로컬적인 부분이 두드러져야 한다.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 지역민만 아는 특별한 장소, 맛집 위주로 홍보하는 것도 좋다"고 제언했다.
"흉물, 흉물이죠. 무너질까 봐 걱정도 돼요." 지난 18일 찾은 완주군 삼례읍 후상마을의 한 폐건물. 지하 1층, 지상 8층에 달하는 높은 건물은 주택가 사이에 우뚝 선 모습이었다. 건물 외벽은 관리가 안 된 탓에 색을 잃어버린데다 햇볕까지 바래 황폐화한 상태였다. 창틀은 뜯겨 나가고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오랜 시간 빈 공간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집집마다 꽃이 피어 있는 조용한 동네에 버려진 건물은 따뜻한 주변 분위기와 유독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당 건물은 30여 년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고시원이었다. 마을 주민 등 여러 증언에 따르면 당시 새 건물인데다 임대료가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주민들 역시 마을의 유일한 고층 건물을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잘 운영되는 줄 알았다. 문제는 건물주가 개인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공사를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냉장고를 시작으로 씽크대, 창틀, 문짝까지 값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모조리 뜯어갔다. 건물이 폐허가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폐허가 된 고시원은 해가 지날수록 마을의 시한폭탄이 됐다. 건물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안 외부인들이 건물에 불법 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년이 빈 건물에 무단 침입해 술을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다. 폐가 체험·영화 촬영 등을 이유로 건물에 침입한 외부인이 밤늦게 소음을 일으키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때부터 주민들은 안전이 우려됐다. 이영자(72) 후상마을 이장은 "건물 지하에 수도가 터졌는지 물이 잔뜩 고여 있다.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고 폐건물이다 보니 거기서 술 먹고 노는 애들이 빠져 죽으면 진짜 아무도 모르게 생겼다"면서 "시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거기서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지난 2023년 완주군과 건물주를 찾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당시 건물주는 건물과 건물주에 잡혀 있는 채무가 1억 90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채무를 대신 갚으면 건물의 소유권을 넘기겠다고 주장했지만 금액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가져 온다고 한들 철거 비용이 문제였다. 고층부터 차례대로 철거해야 하는데 주변 주택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철거도 쉽지 않고 비용도 상당했다. 결국 완주군·마을은 철거를 포기했다. 임시방편으로 폐건물 입구에 불법 출입을 막기 위한 파란색 슬레이트 판을 덧댔다. 불법 침입이 적발되는 경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도 함께 붙였다. 슬레이트 판을 붙인 후 외부인의 출입은 끊겼지만 폐건물로 인한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건물이 노후화하며 외벽에 붙은 나무판자, 장식물 등이 떨어졌다. 폐건물 바로 옆에 붙은 이 이장의 집에는 나무판자가 떨어져 장독대가 깨질 정도였다. 바로 뒷집은 가스통이 지붕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이장은 "건물이 하도 오래돼서 판자 같은 게 계속 떨어졌다. 의용소방대가 출동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나무판자, 장식물은 조치를 취하는 등 외벽을 한 차례 정리했다"며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1. 정읍시 북면 한교리 1572 외 5필지, 공동주택(4만 6694.4㎡), 2000년 2월 착공, 2003년 9월 중단, 공정률 54%. #2.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 538-2, 공동주택(6060.3㎡), 2001년 11월 착공, 2003년 1월 중단, 공정률 1%. 전북에서 부도나 자금 부족 등으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 총 15개소로 파악됐다. 공사 중단 건축물은 건축법에 따라 착공신고 후 건축 또는 대수선 중인 건축물이나 주택법에 따라 공사 착수 후 건축 또는 대수선 중인 건축물을 말한다. 실태조사를 통해 공사를 중단한 총 기간이 2년 이상으로 확인된 경우에 해당된다. 21일 전북도청 홈페이지에 고시된 전북특별자치도 공사 중단 건축물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전북 공사 중단 건축물은 총 8개 시군 15개소(군산 1, 김제 1, 남원 3, 무주 1, 부안 2, 정읍 2, 완주 4, 장수 1)다. 이중 공정률이 1%밖에 되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70%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용도별로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이 5개소로 가장 많고 숙박시설이 4개소, 판매시설 2개소, 단독주택·제2종근생시설·관광농원·단독주택·공업시설(공장) 각 1개소가 뒤를 이었다. 이중 10년 이상 된 건축물은 3개소, 20년 이상은 8개소, 30년 이상은 2개소다. 10년 이하 된 건축물 2개소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 부도,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으며 일부는 분쟁도 있었다. 정비 방법은 크게 △공공주도 △공공지원 △안전조치명령 △직권철거 등 4개로 분류된다. 비교적 활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공공주도·지원으로, 활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안전조치 명령, 직권 철거로 결정된다. 공공주도는 2개소, 공공지원은 4개소, 안전조치 명령은 9개소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2023년 처음 공사 중단 건축물 정비 계획(2023∼2025년·3개년)을 수립하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정비 계획을 통해 전북 도시 안전성과 미관 등을 증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도 관계자는 "정비 계획상 '공공주도'는 건축물을 활용해서 공사 재개할 사례다. 남원, 무주 등 2개소가 있다. 공정률이 높고 상태가 양호한 경우 보조, 융자 등을 지원해 자력 재개를 돕는 공공지원은 남원, 완주, 부안 등 4개소다. 나머지 9개소는 여건상 재개가 어려워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안내문 부착 등 안전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용 가능한 공사 중단 건축물은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실상 공사 중단 건축물의 경우 소유권이 1명이 아니라 대부분 소유권이 바뀌었거나 여러 명인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해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공사 중단 건축물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전북, 경기 등 일부 지자체에서 흉물이 된 건축물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전북은 현재 공공주도 2개소, 공공지원 4개소, 안전조치명령 9개소로 분류해 정비 계획을 세웠다. 이중 완료된 사례는 공공주도로 진행한 남원 구 비사벌콘도 부지(남원시 어현동 37-84 외 1필지·관리번호 전북3), 1곳이다. 이곳은 1995년 12월 건축 허가를 받고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갔다. 당초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구성된 숙박시설로 계획됐지만 자금이 부족한 탓에 1998년 1월 지하 1층에서 공사를 멈췄다. 그렇게 남원관광단지 내에서 장기간 방치됐다. 남원시는 지난해 2월 구 비사벌 콘도 부지에 달빛정원 조성 공사를 착공했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공모를 통해 복합문화공간 '달빛정원'을 조성했다. 지난 4월 30일 복합문화공간 달빛정원과 미디어아트 전시관 피오리움을 정식 개장했다. 주변 관광지인 춘향테마파크, 광한루원 등과 연계해 현재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시 관계자는 "구 비사벌 콘도는 공사를 시작하고 2년 만에 IMF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지하 1층 골조만 공사한 상태에서 장기 방치돼 있었다"며 "이후 이랜드에서 콘도를 다시 지으려고 했지만 여건이 안 돼서 진행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남원시가 구매했고 사업 공모에도 선정되면서 사업비를 투자해 달빛정원을 조성했다. 남원관광단지 내에 있기도 하고 주변에 켄싱턴리조트, 관광지 등이 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도는 지난 2018년 8월 전국 최초로 공사 중단 방치 건축물 정비 계획을 수립해 확정 공고했다. 이후 도시 미관을 해치고 붕괴나 낙하물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건축물 정비에 두 팔을 걷었다. 대표적으로 1998년 10월 공사가 중단된 안양역 앞 번화가의 공사 중단 건축물 '원스퀘어'가 있다. 24년 만인 2022년 10월 철거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철거를 마무리하고 공영 주차장을 만들었다. 토지주와 수 차례 논의 끝에 해당 부지를 공영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협약을 체결해 조성했다. 용인시 처인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2016년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으나 건축 관계자 변경 신고 등을 거쳐 공사가 재개됐다. 2023년 7월에 준공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건축주에게 공사 재개나 철거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자력 정비가 완료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당신의 맛’과 영화 ‘승부’ 속 전주 사투리가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등장인물의 말투가 전북보다는 전남 사투리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2일부터 방영 중인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맛’에는 전주 출신으로 설정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식품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작은 식당을 인수ᐧ합병하는 재벌 2세 한범우(강하늘 분)와 전주에서 ‘정제’라는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셰프 모연주(고민시 분)의 로맨스를 다룬다. 전주 토박이로 설정된 모연주는 극 중 사투리를 사용한다. 모연주 역할을 맡은 고민시는 제작발표회에서 “사투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서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며 준비했다”며 요리와 함께 사투리 준비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사투리의 어색함을 지적했다. 방송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스레드'에는 “당신의 맛 드라마 보는데 전주 그런 사투리 안 쓴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억양도 불편. 과한 사투리도 불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전주가 나와서 좋긴 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전주 사투리라기보다 전남 쪽 말투 같다”는 댓글도 달렸다. X(엑스·구 트위터)에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드라마 배경이 전주라는데 타 지역 사투리를 쓴다. 내용은 재밌는데 전주 사람이라서 그런지 집중이 안 된다”며 “우린 ‘~랑께’, ‘~잉’, ‘~해부렀제’ 같은 말은 쓰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승부’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승부’는 전주 출신인 이창호 국수와 그의 스승인 조훈현 국수의 대결을 담은 영화다. 영화 초반 이창호 국수의 어린 시절을 맡은 김강훈의 말투가 전북 사투리보단 광주ᐧ전남 사투리에 가까워 몰입이 깨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승익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충청도 방언(사투리)을 생각할 때 흔히 ‘~했슈’를 떠올리듯, 전라도 방언도 사회적 통념처럼 인식된 억양과 어미가 있다”며 “미디어가 전북을 배경으로 해도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전남이나 광주 사투리를 차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언은 해당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수단”이라며 “미디어가 그 지역의 정서나 문화를 더 현장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방언을 사용하기로 선택했다면 당연히 고증이 잘 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싹 속았수다, 정년이, 우리들의 블루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 습관이 담긴 사투리를 소재로 한 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정작 사투리는 '표준어'에 치여 '사(死)투리'가 되고 있다. 모두 같은 한국어지만 국가가 '표준'을 정하면서 표준어에 치여 사투리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국 곳곳에서 사투리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보존회를 꾸리는가 하면 사투리 관련 학자가 모여 연구하고 사투리대회 개최, 조례 제정 등 다양한 노력이 눈에 띈다. 이중 사투리살리기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단체는 강릉말(사투리)보존회다. 1993년 '강원일보' 주최로 열린 제1회 강릉사투리 대회 수상자들이 이듬해인 1994년에 꾸린 모임이다. 2007년 3월 강릉사투리보존회가 사단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공식 기구로 활동하게 됐다. 현재 사투리 자료 수집, 사투리 경연대회 등을 통해 강릉 사투리를 보존·계승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단양말(사투리)보존회가 있다. 충북 단양군이 올해 초 지역의 고유한 언어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창립했다. 앞으로 잊혀가는 사투리를 발굴하고 기록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관련 서적을 발행하는 등 체계적인 보존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누구나 단양 사투리에 대해 공유·소통할 수 있도록 단양군청 누리집에 관련 게시판을 개설하기도 했다. 제주는 교육 과정을 통해 제주어 교육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익히고 사용할 수 있는 제주어 노래·마음 카드 제작 등 제주어 보존에 힘쓰고 있다. 2007년에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제주어 주간을 만드는 등 일상에 제주어가 스며들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지난 2019년 사투리 어휘를 집대성한 전라북도 방언 사전을 펴냈다. 당시 이병도 전북도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벤또', '구루마' 같은 일본말을 방언으로 실었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보완해 재발간하는 사례가 있었다. 2021년에 제정한 '전라북도 국어 진흥 조례'에도 지역어 보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전북도 사투리 보존을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지자체만큼 도민이 체감할 만한 활동·사업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사투리 보존과 관련된 활동·사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영우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전북도 다른 지자체를 벤치마킹해서 사투리를 보존하고 널리 이어갈 수 있도록, 후세대에도 이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을 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지역 자체가 사라지고 방언(사투리) 쓰는 분들도 없다. 이걸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제 생각은 데이터화(자료화)해서 보존하는 것은 가능하다. 데이터가 있어야 옛날 것도 확인하고 연구가 이루어져야 전북의 방언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사라져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현재 제주도는 방언을 적극 교육하고 후대에도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참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전라도 사투리는 구수한 말맛과 정겨운 억양이 특징이다. 전라도 전역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전남과 전북은 말투와 억양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북 사투리가 광주ᐧ전남에 비해 어조가 평이해 표준어와 더 비슷하게 들린다고 말한다. 지난 2019년 펴낸 전라북도 방언사전은 “전북 방언은 성조가 없고 억세거나 거센 발음이 적어 음성적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타 지역 사람은 물론 전북도민조차도 표준어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고 있다. 장승익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전북 방언의 경우 지리적으로 충청도와 경기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광주ᐧ전남보다 표준어에 가까운 억양을 구사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남 사투리에 비해 전북 사투리가 조금 더 약한 억양을 가지고 있어 문장을 구사할 때 광주ᐧ전남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하니까’라는 말은 광주ᐧ전남 방언으로 ‘~한께’ 또는 ‘~항께’로 표현되는 반면, 전북에서는 ‘~한게’, ‘~항게’로 발음된다. 같은 뜻이지만 어미의 된소리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 또 광주·전남에서는 문장 끝에 ‘~잉’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전북은 ‘~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장 교수는 “전북 방언은 전남에 비해 말끝을 조금 더 부드럽게 늘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안에서도 말투는 조금씩 다르다. 장 교수는 “전북 방언은 크게 서북부와 동남부로 나뉘는데, 서북부는 충청도 방언의 영향을 받고 동남부는 경상도 방언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체를 통해 전북 사투리를 접할 때 어색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같은 전북이라도 어느 충청도와 경상도 중 어떤 지역의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방언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같은 전북이라도 지역별로 말투 차이가 있어 매체 속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정위탁,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 부모가 돼 주세요." 올해로 20년째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 위탁 부모로 활동 중인 김진호(70·가명) 씨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가정위탁'을 꼽았다. 해 보지 않았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게 김 씨의 말이다. 한 아이를 위탁한다는 것은 단순한 돌봄의 역할이 아니라 한 사람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다 보니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용기 만으로는 할 수 없는, 용기와 사랑이 다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을 김 씨는 20여 년 동안 하고 있다. 20년 전이지만 김 씨는 지금도 아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잊지 못한다. 김 씨 부부는 젊었을 때부터 아이를 좋아했다. 그때 아내의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 아이는 그 어린이집 원생이었다. 김 씨는 "어떤 사명감을 느껴서 한 것은 아니다. 40세 된 홀애비가 직업도 없고, 매일 술에 절어서 오토바이로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데 너무 위험해 보였다"면서 "위탁해서 데리고 온 건 아니고 친부와 이야기를 통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한 2개월쯤 지났을때 친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치른 뒤 친부 가족들이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짐도 다 정리했지만 일주일 뒤 키울 사람이 없다며 다시 아이를 데리고 왔다. 당시 막막하긴 했지만 이미 약 2개월을 같이 지냈던 터라 정이 들어 키워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위탁부모가 됐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와 지내는 모든 과정이 기쁨이고 보람이었다는 김 씨. 지천명(50세)의 나이에 막내가 생긴 김 씨 부부는 모든 게 새로웠다. 바로 위 형과 나이 차이만 23년으로 이미 아이를 키운 지 23년이 된 터라 모든 게 다 새롭게 느껴졌다. 그는 "우리가 아이를 키웠던 경험이 너무나 까마득해서 다 잊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막내(위탁아동)가 걸음마를 했을 때, 엄마·아빠라는 말을 처음 했을 때, 유치원·학교에 들어갈 때,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웠다"고 했다. 늦게 본 막내지만 김 씨 부부 삶의 윤활유가 됐다. 인터뷰 내내 아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다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항상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위탁아동은 뭐든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보니 통장·여권·휴대전화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수술 동의서 쓰는 것도 위탁부모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김 씨는 "사실상 위탁부모에게 부모의 책임과 의무만 주어졌지, 권한은 아무것도 주어진 게 없다"며 "일부 지역은 위탁아동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의 부정 사용을 확인한다는 목적 하에 6개월마다 지출 내역을 정산하도록 한다. 이게 생각보다 큰 부담이다"고 토로했다. 정산이 귀찮고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식구 4명이 같이 외식을 해서 6만 원을 쓴다면 1만 5000원에 대한 비용만 청구하는 방식이다. 한식구가 함께 밥을 먹어도, 함께 돈을 써도 따로 계산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마다 위탁부모나 위탁아동이나 괜한 미안함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급비 증빙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일부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위탁가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안 좋은 인식이 남아 있다. 그는 "가정위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문제인 듯하다. 아직도 일부 사람은 '그거 하면 얼마나 줘요?', '돈 많이 받아요?', '그것 때문에 양육해요?'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 기분이 상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크다. 그는 "현재 정부의 방침이 시설보다는 가정에서의 위탁, 양육으로 바뀌고 있다. 많은 가정이, 젊은 가정이 함께 해 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면서 "지금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가정의 어려움으로 위탁부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심과 사랑이 아이들에게 내일을 꿈꾸게 하고 행복을 만들어 준다. 우리 사회에는 빛이 될 일이다. 아이는 낳은 정도 크지만 기른 정도 그에 못지 않다"고 강조했다.
매년 아동보호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자립하는 청년들을 위해 지자체와 기업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가운데 대부분 보호 종료 후 5년이 지나면 대부분 지원이 끊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다가 만 18세가 돼 독립하는 청년을 뜻한다. 본인이 원할 경우 자립 준비 기간은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정부와 지자체는 매달 50만 원의 자립수당과 최대 2000만 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한다. 또 심리상담, 자립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된다. 전북에서도 관련 지원 정책이 시행 중이다. 전주시는 2023년부터 ‘자립준비청년 사회적가족 이음 멘토링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회에 진출한 성인과 보호종료아동이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사회적 지지 체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전북은행도 자립준비청년을 돌봄 공백 아동의 멘토로 선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들은 아동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책임감을 기르고 사회와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멘토로 참여한 청년에게는 1인당 500만 원의 시드머니가 제공된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 대부분이 자립 지원 기간이 종료되면 중단된다는 점이다. 현재 지원 대상은 만 24세 이하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기본 보호 종료 시점인 만 18세로부터 약 5년이 지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군 복무나 대학 진학 등으로 인해 취업 시기가 늦어질 경우 사회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이 끊길 위험이 크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자립준비청년이 공공기관 취업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나이 제한을 34세까지 확대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국민연금공단과 협업해 채용 시 가점 연령 범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멘토링 사업 등 자립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5월 22일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시설 대신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가정위탁의 날이다. 가정위탁보호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22년이 지난 현재 전북 보호대상아동 중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정식 도입된 가정위탁은 부모의 질병·가출·학대·질병·기타 사정으로 친부모(원가정)가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일정 기간 위탁가정이 아동을 보호·양육하는 제도다. 추후 원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위탁아동은 원칙적으로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다. 아동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만 24세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친부모의 법적 권리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입양과 구분된다. 도입 초기에는 보호 대상 아동이 보육원이나 아동쉼터 등 시설에 입소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북 지역의 보호 대상 아동 중 시설 입소 비율은 79.03%에 달했다. 이후 2020년에는 72.12%, 2021년에는 80.76%를 기록했다. 2022년부터 과반에 가까운 아동이 입양ᐧ가정위탁 등 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의 비율은 46.01%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45.16%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반 가정에서 보호하는 ‘일반위탁가정’ 아동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전북가정위탁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북 지역 위탁가정 아동 수는 654명이다. 이중 97명이 일반위탁가정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48명에 불과했던 일반위탁가정 아동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일반위탁가정은 혈연관계가 아닌 가정이 보호를 맡는 방식으로 전체 비중은 작지만 뚜렷한 증가세가 눈에 띈다. 반면 친인척이 보호하는 ‘친인척위탁가정’과 조부모가 보호하는 ‘대리양육가정’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가정위탁센터 관계자는 “많은 아동이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가족 중심의 보호와 교육을 경험하고 있다”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시행, 오는 7월부터 시작될 ‘입양 전 위탁’ 제도를 통해 위탁부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생아와 영아를 양육할 위탁가정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많은 시민이 가정위탁에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통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는 아동을 사랑으로 양육해 줄 위탁부모를 모집합니다. 문의는 063-288-7770.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궁금한 게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육아 부모의 의견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조언을 얻고 싶어도 대표적인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인 '맘카페'는 가입 자격이 여성으로 제한돼 있어 남성인 아빠는 가입이 어렵다. 하지만 이제 아빠도 걱정 없다. 맘카페 아빠 버전(?)인 '100인의 아빠단(아빠단)'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인구보건복지협회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아빠단은 아빠 육아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확산하고 함께하는 육아 실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작된 대한민국 대표 아빠 육아 모임이다. 전북에도 아빠단이 있다. 보건복지부·전북특별자치도·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저출생 대응 인식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전북에서 거주하는 3세∼9세 자녀를 양육 중인 아빠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아빠단은 매주 놀이·일상·건강·교육·관계 등 분야별 주간육아과제(미션)을 수행하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 아빠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소통하고 있다. 맘카페처럼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육아 꿀팁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맘카페가 아닌 대드카페다. 문득 전북에서 활동하는 아빠단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빠단의 활동이 어떤지, 아빠들 간의 네트워크는 어떤지, 아빠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빠단 소속 아빠 2명을 만나봤다. "저도 아빠는 처음이라⋯." 장정현(45) 씨는 7살 아들, 3살 딸 쌍둥이를 키우는 삼남매 아빠다. 장 씨는 모임도 잘 나가지 않는 집-회사만 아는 사람이었다. 비교적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았던 장 씨는 맘카페처럼 아빠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2022년 와이프가 100인의 아빠단을 신청해 놓은 덕에 아빠단을 알게 됐다. "활동한 첫해는 몰랐어요. 2023년은 신청 시기를 놓쳐 못했고 지난해에 또 했는데 알겠더라고요. 진짜 대단한 아빠들이 많다는 걸요. 저도 가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평범한 아빠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많이 반성하고 배웠어요." 장 씨는 아빠단을 통해 좋은 자극을 받았다. 첫째 이어 둘째 때도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들과 잘 놀아 주는 등 가정적인 아빠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아빠들을 보니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본인이 느낀 만큼 주변 사람에게도 아빠단의 활동을 강력 추천하는 장 씨다. 이제는 아빠들만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까지 들어가서 다른 아빠들과 네트워크를 이어가고 있다. 장 씨는 "처음에는 아빠들이 무엇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해 보면 생각보다 별 거 없고 어렵지도 않다. 아이가 세 명이라 힘도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그에 비해 수십 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첫째 때 사정이 있어서 혼자 육아휴직을 쓰고 아들을 케어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밥 먹이고, 재우고, 청소하고, 밥 하고, 밥 먹이고, 재우고. 몸은 안 힘들어도 마음이 힘들고 외로웠다. 텔레비전 속 엄마들이 왜 우울증 걸리는지 알 것 같았다"면서 "만약 아내가 가정주부라고 할지라도 아빠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같이 육아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해 보니까 알겠더라"고 조언했다.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최명호(43) 씨는 7살 딸과 함께 세상을 즐기며 성장하고 있다. 최 씨는 아빠단으로 활동 중이던 아내의 직장 동료를 통해 아빠단을 알게 됐다. 당시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 망설임없이 참여했다. "아빠단 중에서 다둥이 아버님, 아프리카로 출장을 가면서까지 미션을 올리시는 아빠들이 계세요. 이렇게 각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들을 보면서 많은 귀감이 됐어요. 가정 내 좋은 아빠들의 모습을 본받게 되는 것 같아요." 장 씨와 비슷하게 아이와 열심히 소통하는 아빠들에게서 좋은 자극을 받은 최 씨다. 특히 아빠단 미션 중 아이와 노는 미션, 아내와 함께 육아하는 미션 등을 통해 육아에 대한 힘듦과 보람 등을 공감하고 아내와 격려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가정 내 좋은 아빠들의 모습을 본받게 된 것이다. 최 씨는 "아이를 처음 품에 안은 순간부터 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저에게 '아빠'라는 단순한 호칭이 아닌 삶의 방향을 바꾼 가장 큰 축복이자 정말 천국이 펼쳐졌다. 그래도 저도 왕초보에서 이제 막 초보가 된 아빠다"고 했다. 이어 "아빠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건 아이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을 두려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함께 하려고 노력하셨으면 좋겠다. 주변 육아하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이들 엄마 없이 1박 하는 게 두렵다고 한다. 힘들지만 분명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남원에 있는 소규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 4명이 2년째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아 기부한 사연이 전해졌다. 뛰어놀고 공부하기도 바쁜 때지만 기부 첫 해는 음료를, 이듬해는 음식을 판매하면서까지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오전 9시께 찾은 남원 이백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 작은 교실에 덩그러니 책상 4개가 놓여 있다. 기부의 주인공 김민우·김예준·정의빈·진찬민(가나다 순) 학생의 책상이다. 인터뷰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아, 저는 못 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해요?", "할 말 없는데"라며 부끄럼을 탔지만 그것도 잠시 수다쟁이마냥 답변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 첫 기부를 했어요?" 진찬민 군은 "2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다. 4학년 때 '사제 동행' 프로그램 하면서 담임 선생님이 음료를 팔아서 기부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때는 선생님이 요청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물품을 구입하고 호불호 없는 자몽·청포도 에이드를 만들어서 팔았다"고 설명했다. 정의빈 군은 "그때 '양심 기부통'을 만들었다. 음료 가격을 정하지 않고 학교 선배, 후배들이 저희가 만든 음료를 먹고 자유롭게 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10만 원 정도 모아서 물품을 마련해 독거노인·취약계층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4명은 2학년 때부터 5년째 같은 반이다. 단짝 친구처럼 잘 지내다 보니 기부를 하자고 했을 때도 의견 충돌 없이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모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직접 만든 음료·음식을 팔아 기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학생들의 기부는 5학년이 돼서도 이어졌다. 4학년 때는 자의 반 타의 반, 선생님의 제안으로 기부를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예준 군은 "5학년 때는 매달 분식·잔치 등 콘셉트를 정해서 음식을 팔았다. 학교에서 음식을 판 돈으로 쌀, 휴지, 라면, 물티슈를 사서 기부했다. 5학년 올라오면서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바로 기부를 못 했다. 그래서 조금 늦게, 지난 2월에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 학생들끼리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기부해야 할지 몰라 이백면장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한 학생들이다. 당시 면장에게 물품으로 기부하고 싶은데 기부가 가능한지, 독거노인·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싶은데 추천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기부하면서 느낀 감정은 대부분 '뿌듯함'이었다. 진찬민 군은 "친구들이랑 같이 기부를 하니까 더 친해질 수 있고 마음도 따뜻해졌다", 정의빈 군은 "직접 음료·음식을 만들어서 팔다 보니 힘들었지만 기부하니까 뿌듯했다", 김예준 군은 "요리하는 걸 좋아서 재미도 있고 기부 하니까 기분도 좋았다", 김민우 군은 "너무 뿌듯하고 친구들이랑 음료·음식을 만들어서 행복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만 허락해 준다면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게 된 만큼 공부를 놓을 수 없어 고민이 크다고 한다. 진찬민 군은 "또 기부 계획은 있지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5학년 때 보니까 달마다 요리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수업 진도가 느리다. 그래서 더 힘들지만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전했다.
1990년대 조훈현과 이창호가 치렀던 사제 대결을 배경으로 한 바둑 영화 <승부>가 이번 주말 누적 관객 수 200만 명 돌파를 앞둔 가운데 '바둑의 메카' 전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전북은 한국 바둑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남철(2006년 작고)과 세계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인 이창호(50) 국수의 고향이다. 부안 출신인 조남철 국수는 지난 1945년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하고 한국 현대 바둑의 초석을 닦았다. 전주에서 태어난 이창호 국수는 천재 바둑 소년으로 시작해 바둑계를 이끄는 거장이 됐다. 이원득 전북바둑협회장은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바둑의 발원지, 처음 뿌리는 전북이다. 유일한 대국수 칭호를 받은 조남철, 살아 있는 전설인 이창호까지 모두 전북 출신이다. 바둑은 호남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원조는 전북이다"면서 "뛰어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분야에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한국 바둑을 만든 조남철을 시작으로 전북 바둑의 역사도 시작됐다. 전북은 바둑팀을 창단하고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바둑 종목에서 종합 우승, 바둑 대회를 여는 등 계속해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도내 14개 시·군 중 일부 지자체는 전북 바둑을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바둑팀을 꾸렸다. 전주시는 프로바둑팀 '한옥마을 전주'를 창단했다. 이창호 9단을 명예 감독으로, 양건 9단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완주군도 '수소도시 완주'를 만들었다. 감독은 남원 출신 정수현 9단이, 주장은 이창호 9단이 맡았다. 지난해 10월 제105회 전국체전 바둑 종목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 17개 시·도 선수단이 열전을 벌여 전북은 여자일반부(단체전)에서 금메달, 혼성 페어부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종합 점수 9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49개 종목 중 전북도가 종합 우승을 차지한 건 바둑뿐이다. 전북 바둑의 역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북바둑협회는 2036 하계 올림픽 개최지가 전주로 결정되면 바둑을 시범 종목으로 추진, 바둑의 메카를 넘어 전북을 '바둑종주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원득 회장은 "전북을 대표하는 스포츠는 바둑이다. 전북은 바둑에 있어 위상이 높은 편이지만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 전남 신안은 이세돌 기념관, 영암은 조훈현 기념관, 순천은 바둑중고등학교 있다. 전북은 그런 게 없다"면서 "조남철 부안, 이창호 전주에서 이름을 따와 '조부이전 세계대회(가칭)'를 추진하는 등 지금 위상을 높여 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 한편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사제지간인 조훈현(72)·이창호(50) 국수의 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가 흥행으로 주목받는 이 국수의 생가인 전주 '이시계점'이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다. 전주 중앙동 전주웨딩거리에 위치한 이시계점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최택(박보검 역)네 금은방인 봉황당의 모티브로도 알려져 있다. 전주시는 이창호 국수의 생가 ‘이시계점’을 정비해 관광 명소화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이시계점 앞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이 국수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교체하는 등 새로 단장할 예정이다. 인근 한옥마을·경기전 등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와 연계해 전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바둑의 전설 이창호의 생가는 이제 단순한 역사적 장소를 넘어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 활성화를 이끌 중요한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러한 정비 작업을 통해 이시계점이 단순한 개인의 생가가 아닌 전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관광지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논쟁거리가 된 '이창호 기념관' 건립은 어려울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이창호 기념관 건립 관련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0년 전주시와 한국기원, 이창호사랑회 등은 기념관 건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계획은 이시계점을 비롯해 풍남동 일대에 총 10억 원을 들여 기념관을 건립하고 이 국수 사진·상패, 주요 일화 등을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끝내 무산됐다. 이 국수는 1986년 프로바둑에 입단한 뒤 16세의 나이로 세계바둑대회를 제패하며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1990년에는 스승 조훈현 국수를 꺾고 국내 바둑 정상에 올랐다. 지금까지 국내외 통상 142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프로 바둑팀인 '한옥마을 전주팀'의 명예 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영화 <승부>가 입소문을 타며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바둑의 본고장'을 만들기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영암군과 경기 의정부시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1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훈현 국수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은 대표적인 바둑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영암군은 지난 2017년 조훈현 기념관을 개관했다. 조 국수가 사용하던 프로 기사 신분증, 국내외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와 상장 등이 전시돼 있어 바둑 애호가들의 방문을 이끌고 있다. 2023년에는 프로 바둑팀 ‘마한의 심장 영암’을 창단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024-2025 KB 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지난해 우승 팀을 3대2로 제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엔 국립 바둑연수원 유치에도 나서며 관련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조훈현 국수배 어린이 바둑왕전도 개최해 바둑팀, 바둑 인프라에 바둑대회까지 고르게 갖춰 바둑 중심지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영암군 스포츠마케팅팀 관계자는 “영암은 오래전부터 조훈현 기념관을 운영하고 주말마다 조훈현 어린이 바둑교실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바둑 콘텐츠를 강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2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바둑대회를 열어 ‘영암’하면 ‘바둑’이라는 이미지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의정부시도 바둑 문화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바둑전용경기장 건립에 착공했다. 한국기원이 의정부로 이전을 결정하며 함께 추진된 바둑전용경기장에는 한국기원 사무실은 물론 대국장・관람실・교육장・전시실・대국 중계를 위한 미디어실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 최근 한국기원·신한대학교와 '바둑 문화 발전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이를 통해 신한대 바둑학과 신설을 지원하고 바둑 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한국기원 이전과 바둑전용경기장 건립을 계기로 의정부가 ‘바둑의 도시’로 떠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2026년 9월 바둑전용경기장이 완공되면 바둑대회도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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