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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의료대란의 값진 교훈

의료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의료대란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는 덜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지만, 의료보험 재정파탄 문제가 불거지고 국민의 의료보험료 및 의료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 근래에 와서는 갑자기 그 중요성이 커진 것처럼 보인다.정말 의약분업의 실시가 이 사태의 주범이고 과도한 수가인상이 공범일까?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았다거나 의사들이 파업을 벌이지 않았다면, 우리의 의료 시스템이 지금도 아무런 문제없이 건재했을까?의료 문제가 전사회적 골칫거리가 되는 일은 1990년대 들어서 매우 많은 선진국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났다. 인구의 노령화, 첨단 의학의 발달, 만성 질환의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국가 전체의 의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의료 부문을 포함하여 복지 부문 전체의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나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지출을 줄이면서도혜택을 줄이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애썼다.의료가 사실상 시장에 맡겨져 있는 대표적인 나라 미국에서는 클린턴 대통령 재임시 사회주의적 성향의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고, 우리 나라처럼 국가가 의료보험을 관리하던 여러 나라들은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사회보험을 민간기업으로 이양했다. 복지혜택의 전면적 축소가 진행된 나라도 있고, 복지제도의 내부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혁을 진행한 나라도 있다.의료보험 재정적자는 수많은 나라들이 이미 겪은 일이며, 또한 우리 나라의 재정적자도 수년 전부터 충분히 예견되어 오던 일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999년에 이미 2001년에는 2조원 이상, 2004년에는 3조5천억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의약분업이 아니라는 것이다.의약분업이 의료개혁의 일환이며 선진적인 제도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의료개혁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그것 말고도 매우 많은데, 현 정부가 무리해서라도 의약분업을 강행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의약분업을 통해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재정적자를 부추기는 예기치 못한 악결과를 낳았을 뿐이다.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의약분업을 통한 의료제도의 개혁이 픗?로 귀결되어 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목표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설정된 목표를 실현할 정책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목표를 설정하기만 했을 뿐,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실무는 모두 관료들에 손에 맡겨졌다. 정책을 세밀하게 기획하고, 부작용에 대비하고, 지지자를 격려하고, 저항집단을 설득 혹은 무력화시키고, 예기치 않은 결과가 생겼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는 사람은 정치인과 관료 중 어느 쪽에도 존재하지 않았다.현실을 무시한 몇몇 이론가의 논리를 철석같이 믿고 밀어붙였으나, 일이 이론대로 되지 않자 허둥대기만 했다.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구멍을 막으면 다른 곳에 더 큰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막기 위해 달려가는 사이에 또 다른 곳에 균열이 생기는 꼴이 된 것이다.현 정권은 잇단 개혁실패로 점차 허물어져가고 있다. 개혁을 구상하는 머리는 있었으되 그 구상을 현실화시킬 손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현 정권만의 한계라기보다는 나라 전체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단견으로 새로운 땜질처방을 낸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실패의 원인과 현재의 상황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2막에 접어든 의료대란의 교훈을 현 정부는 다른 부문에 적용되는개혁정치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왕준 (청년의사신문 발행인, 인천사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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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4.11 23:02

[새벽메아리] 이런 생산자들을 아시나요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에는 정농회의 젊은 농사꾼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부안 변산은 땅의 생명을 지키는 유기농업 생산자들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답사길이 된다는 내용이다.요즘은 농토에서 지렁이나 무당벌레나 달팽이 등의 벌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부안 정농회 농부들의 땅에는 각종 벌레들이 바글바글 바쁘게, 주인과 더불어 농사일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요즘엔 보기 힘든, 살아있는 공생공존의 땅임을 실감할 수 있다. 땅을 살리기 위해서 그들이 농사짓는 방법은 농약도 뿌리지 않고 화학비료도 쓰지 않는 유기농업이다.그들은 그 흔한 제초제도 뿌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손으로 일일이 뽑아주며 풀과 씨름을 한다. 제초제 한 줌만 뿌리면 좀더 쉽고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들은 어리석은 일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일까?제초제의 성분 중 다이옥신은 1㎍(100만분의 1g)으로 사람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독성분으로 각종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를 낳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 물질은 사람 몸으로 들어가면 지방에 축적되어 죽을 때까지 빠져나가지 않으며, 엄마젖을 통해서 아기에게 물려줄 때에만 빠져나갈 수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역시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독소로 그 위험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뿐만 아니라 이 물질들은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들이다. 이들은 비에 씻겨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고, 강과 바다로 흘러가고, 먹이사슬로 연결이 된다. 식물에 뿌려진 약성분은 그것을 먹고 자란 동물들 속에 축적되어 우리가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 먹을거리 전체를 오염시킨다. 결국 인류의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인간이 농약과 비료를 만들어 농사를 하기 시작한 이유는 보다 더 많이 생산하여 인간만이 더 잘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요즘 공포에 떨게 하는 광우병도 초식동물에게 먹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빨리 키우기 위해서 동물성사료를 먹인 결과물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인간의 욕심을 채우려다 생긴 병이다.이 생산자들이 엄청난 노동력을 감수하면서 유기농업을 하는 이유는 바로 자연 속에서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지키고 함께 존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속적인 욕망과 물질을 꿈꾸지 않고, 생명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런 삶의 결과가 가난이라면 그것도 달고 행복하게 생각하며 살고자 한다.이제 유기농사는 그들에게 단순한 생활의 방편이 아니라 삶을 나누고 살리는 생활의 철학이 되었다. 요즘 그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땅속의 미생물마저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무경운(땅을 뒤집거나 부수지 않고 그 상태로 놔둠), 무비닐로 하는 농사를 시도하고 있다.세상 한 구석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조용하면서도 옹골차게 실천하는 이런 생산자들이 있는 부안은 진주와도 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덕자 (전주 한울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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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4.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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