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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폭행도 正當行爲면…

우리 수사기관은 폭력행위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쌍벌주의(雙罰主義)를 적용한다. 폭력을 사용하게 된 원인이나 동기야 어쨌든 그 결과를 더 중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힘이 센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다가도 이를 방어하기 위해 맞대응했다하면 결과는 상호폭행이나 폭력행위로 나란히 처벌받게 마련이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지만 이럴때 ‘목소리 크고 힘센 놈’이 제일이라는 불만이 나올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정의로운 시민정신이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수사기관의 기계적인 법적용 관행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가 당하는 일도 아닌데 공연히 다른 사람들 싸움을 말리다가 폭력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고 담배 피우는 10대를 훈계하다가 대들면 몸싸움까지 해야하는 난처한 일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이 상해진단서를 떼어 고소하러 들면 영락없이 형사입건돼 폭력전과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법감정이다.

 

전주지법 박철원판사가 교통사고 시비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폭력을 휘두른 50대 피고인과 술을 마시다가 언쟁끝에 상대방의 손가락을 이빨로 물어 기소된 60대 장애인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해 화제다. 재판부는 사건정황으로 보아 이들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사소한 시비끝에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폭행사건도 법정까지 끌고 가는 우리의 사법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러나 이 판결이 나온후 사람들이 ‘사소한 폭력은 정당행위’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재판부도 ‘일방적 폭력에 맞선 소극적 대응’을 사회통념으로 보았지 모든 사소한 폭력을 정당행위로 규정된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제 이 판결이 참다참다 못해 주먹질 한 번 한것까지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수사기관의 관행에 쐐기를 박고 ‘맞아서 돈 벌겠다(?)’는 얌체족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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