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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그레샴의 법칙

요즈음 같은 신용경제 사회에서는 결제수단으로 수표나 신용카드 그리고 전자화폐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폐가 등장하기 전에는 귀금속으로 만든 주조화폐가 주로 유통되던 시대가 있었다. 이러한 주조화폐 중에서도 금붙이로 만든 금화는 화폐이면서 그 자체가 상품으로서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금화는 다른 어떤 화폐보다 귀하고 공신력도 높았다.

 

그런데 금화가 유통되면서 사람들은 교묘하게 꾀를 내어 금 부스러기를 모으려 하였다. 가죽주머니에 금화를 가득 넣고 하루종일 시쳇말로‘흔들어 주세요’를 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아주 날카로운 칼로 금화에 양각된 부분을 도려내는 일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는 가죽주머니 안에서 닳아빠진 덜 떨어진 금화가 아니면 칼에 상처를 입은 함량미달의 금화만이 나돌아 다녔다.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 된 금화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게다가 금화는 은화나 동화에 밀려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당시 영국의 재무장관이던 그레샴은 ‘악화는 양화를 구축(驅逐)한다’라고 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그레샴의 법칙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레샴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개혁과 개선을 외쳐보지만 정작 그 결과는 개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기득권을 지키고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에게 변화는 두렵고 힘든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나쁨’을 우선적으로 여기며 작은 욕심이 큰 이익을 가로막기까지 한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하며 부르는 테크노 음악이 장안을 강타하는 것도 어쩌면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강한 욕구를 대리 충족시켜 주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것인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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