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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무궁화

꽃의 계절, 봄이 완연한 빛으로 산야를 물들이고 있다. 시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 가슴마다 춘정(春情)이 무르익어 갈 것이다. 봄꽃 만발한 동산으로 선뜻 꽃 구경을 가지는 못해도 길을 오가며 느끼는 봄의 정취는 빛의 변화에서도 확연하다. 회색 빛의 겨울에서 연분홍빛 봄으로 넘어가는 변화는 다른 어떤 계절의 바뀜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봄꽃과 물 오른 나뭇가지에 걸친 꽃들이 눈을 황홀하게 하는 출근길에서 노래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벚꽃은 봄꽃 가운데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기분좋게 휘저어 놓는 꽃이다. 한꺼번에 우르르 활짝 피어나 왕성한 자연의 활력을 몸짓으로 전해준다. 순수하고 청초한 뭉게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은 벚꽃 무더기에 묻히면 우리의 마음은 아늑한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바람이 불 때 좌르르 꽃이파리가 무수히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를 걸으면 그저 속세를 떠난 듯 저절로 빈 마음이 된다. 역시, 연분홍빛의 꽃잎이 눈내리듯 날리는 것이 벚꽃의 백미다.

 

어느 시인은 벚꽃의 낙화를 이렇게 읊었다. ‘지금 나는 산 그늘 내린 강변에 서 있다/ 산벚꽃이 바람에 눈처럼 내린다/ 몇십년을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저 앞산/ 나 태어났을 때 저 산이 저렇게 있었고/ 지금도 저 산이 저기 있으며/ 나 죽은 후에도 저 산은 저렇게 있으리라/ 한 번도 내게 무슨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나에게 세상을 가르쳐 준 산/ 저 산/ 지금 나는 그 산 아래 서서/ 하얗게 날려오는 산벚꽃 그 꽃이파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시를 읊고 눈을 감으면 선(禪)의 경지를 넘나드는 듯하다.

 

추운 겨우내내 시렸던 사람들의 가슴과 총선으로 얼룩진 마음의 상처를 한시라도 빨리 어루만지고 씻어야 할 듯하다. 화사한 벚꽃 시절에 당선된 나라꽃 무궁화 하나하나는 이제 기나긴 여름철을 향해 스스로가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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