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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재벌의 도덕성

일찌기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구(西歐) 사회에 재벌이란 없다. 근면과 성실, 꾸준한 기술개발,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통해 부(富)를 축적한 자본가가 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직조공의 아들로 태어나 열세살때 맨손으로 미국에 건너와 ‘철강왕’이 된 앤드루 카네기는 바로 그런 입지전적 자본가의 전형이다.

 

그는 가혹한 노조 탄압과 무자비한 파업 분쇄로 노동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반면 가장 인간적인 처세훈(處世訓)으로 ‘사람 관리’에 뛰어났던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래서 그는 냉혹한 자본가이면서도 미국내에 2천여개의 공공도서관을 세운 ‘불세출의 자선사업가’로 더 존경받는 인물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어떤가. 부(富)의 형성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니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과 총수의 전횡적 기업경영, 부의 세습화가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IMF 위기를 초래한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금융구조를 왜곡시킨 재벌의 책임이란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재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부채비율 감소, 상호출자 제한, 회계의 투명성, 선단식 경영제한등 체질 개선에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개혁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 기업의 지배구조, 금융구조 조정과 관련하여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후 삼성, 현대, LG등 재벌에 대한 주식매입자금 출처조사에 나선 것도 그런 전방위 압박수단의 일환으로 보인다. 당연히 재계가 반발하고 있고 정부와 재계간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그러나 엊그제 재벌 총수들이 골프장에서 회동하여 정부조치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민들이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행여 변칙적인 방법으로 여전히 부를 향유하는 귀족(?)들이 손톱밑 가시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쯤으로 비쳐진다면 문제는 복잡하다. 재벌이란 ‘거대한 규모’를 이용하여 그 소득을 개인에게 집중시킨다는 것 자체가 사회구조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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