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 생명을 가진 법적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지위의 완결은 어디까지나 출생신고다. 출생신고와 함께 아이는 이름과 고유의 번호를 부여받는다. 만6살이 되면 최초의 의무로 부과된 학교를 다녀야하고, 18세가 되면 국민역에 편성된다. 신성한 병역의무와 함께 근로의 의무가 지워진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에 일정한 방정식과 같은 사회적 틀을 만들어 놓고 대입시킨다. 그건 교육이나 사회화, 제도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억압과 순치라는 지배의 질서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나이의 논리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구사회는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이 상징하는 여성과 어린이를 우선으로 여기는 사회다. 어떤 위기상황이 다가오면 그들은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를 먼저 안전지대로 피신시킨다. 그것을 그들은 기사도 정신으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유교사회는 모든 일에 어른이 우선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난번 IMF 초기에 어린이와 여성은가장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어려울수록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함이 선진사회의 조건이다. 힘이 들수록 가진자가 없는자를 생각해줘야 함이 마땅하다. 그것은 힘있는자와 가진자가 가져야 할 베풂의 정신이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 정신이다.
무와 채소를 밭에서 캐오던 여인이나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한 꾸러미 들고 오던 어부들은 가난한 이웃집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수확중에 얼마를 떼어 울타리에 몰래 걸쳐놓고 갔던 것이다.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새들이 쉬어 가며 먹을 수 있게 감을 모두 따지 않는 우리의 따스함이 그것이다.
대형할인점이 진출하려하자 지역상인들이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할인점이건 지역 상인이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한다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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