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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救難功德

지금은 시골에서나, 그것도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상여이다. 도시에서야 상사(喪事)도 편의주의에 밀려 장의차가 그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다. 그 상여가 나갈때 소리꾼이 메기는 향두가에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신문받는 대목이 나온다.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 좋은 곳에 집을 지어 행인공덕 하였는가…’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살아 생전에 망자(亡者)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가에 따라 저승에 가서도 화복(禍福)이 결정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구성진 가락에 맞춰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는 북망산천으로 가는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뿐 아니라 적선지가 필유경(積善之家 必有慶)이라는 우리의 도덕률을 일깨우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하는 미풍이 얼마나 살아 내려오는지는 의문이다. 따뜻한 온정이 완전히 사라진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에 시선을 돌리는 ‘마음이 여유로운’ 부자들을 찾기가 그리 쉬운 세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해마다 자선단체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모금하지만 그 액수가 갈수록 빈약해지는 것도 그런 현상의 하나이다.

 

엊그제 미국의 두 노인의 선행은 그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평생을 근검절약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임종때 2천7백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적십자사와 어린이병원에 기증했다는 부자 구두쇠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부(富)란 어떻게 모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 것이라 할 것이다.

 

어떻게 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더 지킬 것인가에 간지(奸智)를 모으는 우리나라 부자들은 ‘부자가 천당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솔로몬은 ‘부정으로 재산을 모으는 것보다 가난해도 정직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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