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전당이 시끄럽다. 소리전당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중앙공연문화재단의 내부갈등이 표출되면서부터다.
더이상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다는 일부 직원들이 이사장의 도덕성 시비와 전횡을 문제삼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양승룡 이사장은 제기된 문제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의 공방은 시간이 흐를 수록 적나라해지고 치열해져 어느 주장이 옳은가에 대한 진실의 규명조차 쉽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사장의 도덕성을 둘러싸고 불거진 행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도덕성을 거론하는 자리에 ‘불륜’이 빠질 수 없고, 사실이라커니 아니라커니 온갖 의혹과 변명이 난무한다. 개인 사생활이 들춰지고 상대방에 대한 인격모독의 갖가지 험담이 공개되는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취재의 경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자괴심까지 갖게 된다.
그럼에도 담당기자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소리문화의 전당이 갖고 있는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일은 전북도의 미지근한 입장이다. 도의 담당부서는 단체 내부의 일이므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단다.
시시콜콜 내부 인사에까지 끼어드는 것은 민간위탁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단다. 백번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이 단순히 내부 인사 차원에서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지금 당장 어떤 대책을 낼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 어느 문제보다 더 큰 관심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사장의 개인회사나 다를 것 없는 재단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혐의가 짙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전북도는 더욱 자유로울수 없게 된다.
지난해 소리전당 위탁을 위해 양 이사장이 급조한 중앙공연문화재단은 비록 재단 형식을 띠고 있지만 법인체가 아닌 임의단체다.
대부분의 권한을 이사장 개인이 갖고 있는데다 법적 구속이 없기 때문에 개인회사나 다를바 없다. 재단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정화하는 기능이 그만큼 미약하다는 이야기다.
혹시 지난해 전북도가 위탁과정 초기에 들끓었던 시시비비를 묵살한 채 잘 꿰지 못한 첫 단추의 뒤틀림이 1년만에 내홍으로 드러난 것은 아닌가 점검해 볼 일이다.
소리전당 운영에 문제가 없는 한 간섭하지 않겠다는 도의 도덕적인(?) 입장과 태도가 고름터지고 흉터가 남은 후에야 사후약방문 격으로 수습, 숱하게 질타를 받아왔던 뒷북 문화행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구태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임용묵(본사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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