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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미드필더'를 위한 변명

 게임운영을 잘하는 축구팀에서 공격수는 화려함, 수비수는 노련함이 돋보이는데 그런 이면에는 공수를 연결하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미더필더들은 다른 포지션보다 더 부지런히 뛰어야 하고 시야도 넓어야 한다. 그런 반면 스포트라이트나 공(功)은 대개 공격수에게 돌아가곤 한다. 어디 축구조직만 그럴까.

행정조직의 경우는 실무자들이 미드필더 역할을 한다. 사무관(5급)이나 주사(6급)들을 축구조직의 미드필더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 조직의 위아래 연결과 업무 기안의 중심이 되는 이른바 허리역할을 하는 층이다.

'인적 네트웍' 맨 입으로 하나 

지방분권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인적 네트워킹이 새 과제로 등장했다. 전북도가 대학과 연구소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행정에 수혈하기 위한 고리연결 작업을 실무진들에게 주문하고 나섰고 과거처럼 중앙에서 받아먹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지역에서 뭔가 독특하고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내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계(斯界)의 전문가들한테 머리와 정보, 노하우를 빌릴 수 밖에 없다. 포럼이나 세미나 같은 딱딱하고 폼 잡는 곳에서는 다양성과 창의성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 때문에 '가맥'이나 가벼운 식사 자리 같은 서민적 냄새가 풍기는 기회가 제격일 터이다. 

만나야 하는 층이나 횟수도 한두번으로는 언감생심.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머리 빌리고 정보 얻어내는데 맨 입으로 될 리 없다. 

그러나 호주머니 돈으로 충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윗사람이야 업무추진비 같은 장치가 있기 때문에 한결 자유롭지만 '행정의 미드필더'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분권 시대를 앞두고 그들이 겪는 속앓이가 가볍지 않다.  

리더십은 어디가고

담당(계장)인 A씨는 가끔 조직의 리더들이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거 전리품처럼 논공행상을 당연시 하는 단체장, 논리도 철학도 없이 행정행위를 하는 일부 간부들을 보면 느끼하다. 

업무의 일관성이나 연속성도 없이 수시로 자기부정을 하고 버팀목 역할을 커녕 공은 자신한테, 골치거리는 밑으로 내려보내는 뻔뻔함을 보면 뭘 배울까 하는 공허함마저 치솟는다. 업무도, 인사도, 공사도 모두 선거를 겨냥하고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가 기준이 되고 있다. 

눈치 안보고 소신껏 일하면 발탁하겠다는 말 따위는 이젠 듣고 싶지 않다. 옛날 선배들에게는 서로 감싸주고 끌어주는 인간적 정리(情理)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휘둘림 속에 자기 보신심리만 가득찬 조직이 돼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허황된 프로젝트의 노예까지 

어느 군청의 실무자인 B씨는 심기가 편치 못하다. 강현욱지사의 방문 일정이 잡히면서 느닷없이 신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라는 군수의 오더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사에 건의해서 사업비를 따내야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주민에게 보랏빛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제스처도 섞여 있을 것이다. 마치 진통도 없이 얘기를 낳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하도 허황되고 한건주의 욕심 때문에 아랫사람만 죽어난다고 흰눈을 들이댄다. 

이런 행태를 보면 외형적 틀만 바뀌었을 뿐 민선시대나 관선시대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C씨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의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의 과제인 지방분권도 요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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