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숙
여행을 하기 전에 그 곳에 가려면 필히 인터넷 검색을 하고 가는 습관에 담양에 가면 한국 가사문학관과 소쇄원을 가는 줄 알고 검색을 했다. 읽어 볼 틈이 없어 인쇄를 해서 관광차에서 읽어 볼 양으로 준비해 가지고 갔다. 그런데 음식기행이라서 인지 기순도 된장 명인의 집을 찾아가서 전통 장류 견학을 했다.
나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베란다에서 된장과 간장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까지 담아 어느 정도 기본은 알고 있으나 항상 음식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고 흥미가 있다.
간장을 담으려면 물과 공기와 소금 그리고 햇볕이 가장 중요한데 이곳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도 그런대로 아파트 베란다 환경에 별 거부 반응 없이 맛을 지켜 주었다. 그런데 이곳의 공기는 숨쉬기가 편하고 단 맛을 느낄 정도이니 얼마나 맛이 있을까.
다른 것은 별로 차이가 없으나 진장이라고 하는 간장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진장은 메주를 거르지 않고 5년을 숙성시켜서 용수를 박고 간장을 뜬다고 한다. 맛이 짜지 않고 단맛이 나서 한 번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으나 아파트에서는 불가능 할 것 같기도 하다.
담양에는 관광 명소가 많다. 가마골과 담양호, 추월산, 금성산성,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죽녹원, 창평슬로시티, 명옥헌원림, 식영정, 한국가사문학관, 한벽당, 소쇄원이 담양의 대표적 명소다.
기순도 명인의 집에서 나와 16세기 초에 형성된 고씨들의 집성촌인 창평 삼지천 마을의 돌담길을 거닐어 보았다. 3600m에 이른 돌담길을 걷고 있노라니 처녀시절 살았던 친정집이 떠오른다.
우리 집은 집터가 300여 평 되어서 뒷길을 잇달아 두른 돌담에 나뭇가지를 얹어 고정시키고 여름이면 호박넝쿨을 올려 돌담에 생기를 돌게 하였던 우리 어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이 골목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실 것 같은 착각이 인다.
그리고 그 골목길을 휘파람을 불며 나의 정신세계를 혼란시켰던 어떤 건장하고 늠름한 청년도 생각이 난다. 그 때 그 청년하고 40년 가까이 한 집에 살고 있다.
마을 앞엔 추수를 끝낸 들녘에 소먹이 뭉치가 하얀 비닐로 싸여 공룡 알처럼 너부러져 있고 세 곳에서 물길이 모인다는 뜻의 삼지 내 마을은 풍족한 곡창지대임을 한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100여 년 되어간다는 고택들을 둘러보니 넉넉한 크기의 곳간이 있었고 그 곳간에 가득한 쌀로 엿과 한과를 만들어 그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는 듯하다. 에스라인의 돌담길을 느릿한 발걸음으로 걷다 보니 마음마저 한가로운 정서에 젖어 들게 한다.
음식 맛 기행이란 타이틀답게 이 고장에서 유명한 떡갈비로 점심을 즐겼다.
메뉴는 떡갈비와 죽순무침이 나온다. 부안 사는 회원이 가져온 뽕주와 기순도 명인의 집에서 준 대나무잎 술이 곁들여 나온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죽림원으로 향했다. 음이온 발생으로 풍부한 산소를 방출해서 심신 안정 효과가 있고 뇌에서는 알파파의 활동을 증가시켜 스트레스해소와 신체 정신적인 이완운동 심신의 안정 효과가 있다는 죽녹원에 들어서니 사극에서 봄직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호젓한 대나무 숲을 친구와 나란히 걸어보는 즐거움과 진흙으로 곱게 다져진 길이 땅에서 나오는 기를 흠뻑 취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몸도 마음도 즐겁기만 하다.
옛 것의 소중함을 알고 길이 보존한 보기 드문 슬로시티 마을에서 옛 정취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 선조들의 살아 쉼 쉬는 고택에서 평온한 마음이 함께 한다.
* 수필가 서계숙씨는 '순수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민들레의 비행'이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