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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행정이 ‘암(癌) 마을’을 만들었다

김세희 정치부 기자
김세희 정치부 기자

‘사후청심환(死後淸心丸)’. 일을 그르친 뒤, 아무리 뉘우쳐봐야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그랬다. 18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지만, 마을 인근에 있는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과 주민들 암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밝힐 단서는 이미 있었다.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장점마을 주민들은 단서가 될 만한 민원을 수없이 제기했다. 당시 집집마다 암 환자가 발생했던 사실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정부와 자치단체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특히 1차 지도감독기관인 익산시는 관련 조치에 소홀했다. 2001년 당시 제기된 악취 민원에는 “배출허용 기준 이하로 적합하다”는 답변만 했으며, 2009년 비료공장 아래 소류지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을 때도 일상적인 수질검사로 끝냈다. 비료공장의 유해물질 배출여부에 대한 조사는 뒷전이었다. 심지어 2015년에는 비료공장이 유기질 비료를 불법생산하고 있다는 폐기물 실적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

언론보도가 집중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뒤늦게 지도점검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주민 99명 가운데 22명이 암에 걸렸고, 이중 14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조사결과도 주민들이 당초부터 문제를 제기한데로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1급 발암물질(연초박)이 원인이라고 나왔다.

마을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부터 정부와 자치단체가 제대로 된 조사를 실시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불상사는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주민들의 중론이다.

거센 비판을 의식한 듯 환경부와 전북도 익산시는 공식 사과에 나섰다. “송구하다”며 잔뜩 몸을 낮췄으며, 암에 걸린 주민들의 피해보상과 마을 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참으로 때늦은 대응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법언이 있다. 환경부와 전북도, 익산시는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지금이라도 장점마을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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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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