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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마을' 막전막후

김영곤 논설위원

제가 처음 익산 장점마을을 찾은 게 불과 석달 전이다. 지난 9월 추석을 전후해 두 차례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원우들과 함께 격려금을 전달하고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 마을과 관련된 소식은 ‘집단 암’ 마을이라는 게 고작이다. 왠지 모를 선입감 때문인지 발길이 무거웠지만 막상 마을로 들어서면서 생각보단 훨씬 정겹고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여느 동네처럼 잘 가꿔진 진입로 너머로 둥지를 튼 깔끔한 집들이 인상적이었다.

 

첫 방문 때와 달리 두 번째 우리 일행을 맞는 주민들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웃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문상 갔다 오는 길이란다. 18년 동안 이어진 죽음의 터널에서 아직도 고통과 아픔은 이들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 혹시나 나도 걸리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2016년 전북일보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문제화 됐다. 앞으로도 암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울분을 토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죽는데도 익산시는 물론 도청, 환경부, 정치인까지 나몰라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수십 차례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며 절망의 눈빛이 역력했다.

마침내 지난달 14일 환경부가 인근 비료공장 원료인 ‘원초박’ 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사태해결의 포문이 열렸다. 이후 언론에서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슈화 되고 있다. 행정기관·자치단체도 앞다퉈 각종 예방대책과 지원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마을상황이 궁금해 어제 최 위원장과 통화했다. 그는 대뜸 “환경부 등 중앙부처는 익산시에만 책임을 떠넘긴다. 관리 감독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도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아 답답하다” 며 닥터헬기로 유명한 이국종교수 얘기를 꺼낸다.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들고 현장에서 건의해도, 행정의 중간관리자 때문에 안 바뀐다” 고 응급의료체계 허점을 격정 토로한 이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그런 가운데 익산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소식을 접했다. 떠들썩한 언론보도용 사과나 대책발표 보다는 당장 절실한 문제해결에 나선 후, 제도장치 마련을 통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구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은 고기 잡는 방법보다 물고기를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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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kyg@jj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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