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지난 12일 전주에서 열린 ‘농정 틀 전환을 위한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뿌리는 농어촌에 있다”면서 “전라북도에서 시작한 동학농민혁명은 농민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고 그 정신이 의병활동과 3.1독립운동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되었다”고 역설했다. 즉 농학농민혁명 정신이 항일 의병투쟁과 독립운동으로 계승되었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세우는 초석이 되었다는 대통령의 확언이다.
때마침 정읍시에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부터 월 10만 원씩 유족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읍시의 유족 수당 지급은 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이며 동학농민혁명 발상지로서 의미가 크다.
지급 대상은 정읍시에 주민 등록이 돼 있고 1년 이상 거주한 동학운동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 자녀로 현재 90여 명 정도다.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유족 발굴작업을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왔다. 당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동학 유족 발굴에 힘써왔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통해 유족 신청이 들어오면 심의위원회에서 동학운동 참여 일시와 직업, 참여 지역과 구체적 활동 등을 심사해서 최종 확정된 유족에게 통지서를 보낸다.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전국에 1만1222명이 등재됐다. 정읍시에는 현재 고손자녀까지 포함하면 156명이 거주 중이지만 고손자녀들이 아직 어린 점을 감안해 증손자녀 93명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과 보수매체에서 유족 수당 지급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임진왜란 피해자도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좌파 운동권이 지역 정치인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비판한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 조금만 더 있으면 빙하기 시대 맘모스 기습 사건 피해자 유족 수당도 지급할 기세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역사의식의 부재가 아닐 수 없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을 기치로 반봉건·반외세를 부르짖으며 폭정에 항거한 수십만의 농민혁명군을 폄훼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학농민군이 제시한 폐정개혁과 집강소는 오늘날 민생자치,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죽음으로써 시대의 변혁을 이끈 수십만 명에 달하는 동학농민군과 그 후손들을 더는 욕되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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