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논설고문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대부분 전역후 몇년 아니 평생 자신의 군번(軍番)을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2~3년여의 복무기간 동안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로 주야장천 외운 번호라서 잊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번의 자릿수는 장교, 부사관, 사병 등 신분 및 각 군(軍)에 따라 달라진다.
군번과 함께 본인 뜻과 관계없이 국가로 부터 부여받는 고유번호가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제도는 1962년 주민등록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됐다. 당시 증명은 시·도민증 형태였다. 1968년 북한 특수요원들의 청와대 인근 침투사건 이후 반공대책의 일환으로 주민등록법을 개정하면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개인별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됐다. 주민번호는 처음에는 단순한 12자리였다.
그뒤 1975년부터 주민등록번호는 13자리로 바뀌었다. 앞 부분의 6자리는 생년월일을 나타내고, 뒷부분 7자리의 첫 번째 숫자는 성별을 나타낸다. 1과 3은 남자, 2와 4는 여자를 의미한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까지의 4자리는 출생 등록지의 고유번호로 ‘지방자치단체 고유번호 2 자리와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의 고유번호 2자리’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2자리는 당일 주민자치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한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와 검증번호가 쓰여진다.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을 식별하는 유일한 번호다. 주민번호만 알면 나이와 성별은 물론 출생지 등 개인정보 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한번 발급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된다.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의 ‘만능 키’로써 기능하다 보니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이를 악용한 사고가 빈발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2014년 금융기관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주민등록번호 유출사고가 일어나면서 크게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를 내면서 ‘주민번호중 8~9번째 숫자가 48~66사이 해당되는 분은 채용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해 공분을 산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48~66은 전북과 전남 출신임을 나타내는 번호로 특정지역에 대한 배제 수단으로 주민번호가 악용된 사례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행정안전부가 내년 10월부터 새로운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적용한다고 지난주 공식 발표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중 생년월일과 성별 번호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6자리는 무작위로 번호를 부여한다는 방식이다. 45년만의 주민등록번호 개편이 부작용등의 시행착오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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