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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거래 은행

박인환 논설고문

정부가 지난 2017년 제정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빈집’의 정의를 ‘행정기관이 거주 또는 사용여부를 확인한 날로 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사유재산이지만 빈집이 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면서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된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건물의 훼손과 퇴락은 한층 빠르게 진행된다. 주변 경관과 위생을 해치고, 화재나 붕괴 위험도 커진다. 쓰레기 투기나 창문을 깨는 등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적용되는 대표적 사례가 된다. 빈집들이 장기간 방치되면 인근이 슬럼화되는 등 지역 공동체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범죄온상이 되기도 한다. 빈집으로 인한 피해는 근처에 거주하는 이웃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범죄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은 이사 갈 여력이 없는 이웃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국내의 빈집은 지난 2017년 통계청 조사 결과 126만 호로 전체 주택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도내 경우도 빈집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 2018년 8만6732호로 파악됐다. 전주시의 경우 빈집은 1961호로 파악되고 있다.

빈집의 가파른 증가세는 혁신도시 같은 신도시 개발 등 시·군별 택지사업에 따른 주택 과잉공급 현상과 인구 유출 및 출산률 저하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집주인이 고령으로 사망한 뒤 자녀 등 상속인이 집을 물려받아 거주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우리 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빈집 문제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우리의 빈집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부분 지자체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아키야 (空家) 뱅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빈집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올려 매수· 매도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캐나다와 프랑스 등 일부 해외 선진국에서는 빈집 통제를 위해 빈집에 세금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시행중이다. 우리도 투기 대상으로 개발 예상지역 등지의 주택을 매입 후 장기간 집을 비워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아 참고할 만한 제도로 보인다.

전주시가 도심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빈집 정비를 위해 ‘빈집 거래은행’을 도입 운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셈이다. 전주시는 빈집을 노후화 정도와 위해성 등을 고려해 5등급으로 분류,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한편 5개년 정비계획을 수립해 빈집 환경을 바꿔나갈 방침이다. 빈집을 매입해 철거한 곳은 쉼터나 텃밭 등 공유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빠른 고령화 등 원인으로 빈집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빈집 처리는 단순한 지방의 주거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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