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선임기자
 
   10여 년 전, 탤런트 부부의 행복한 ‘공개입양’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만 해도 ‘공개 입양’은 낯선 영역이었다. 전통적으로 ‘혈연’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입양’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절대 비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 부부가 선택한 ‘공개입양’이 주목받았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화제가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탤런트 부부의 ‘공개입양’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입양을 고민해오던 사람들은 ‘공개입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개입양’이 운동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지만 공개입양 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외국의 경우는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 친자와 입양아에 대한 차별도 없다. 지금은 우리도 인식이 바뀌어 공개입양이 늘고 있다. 더 이상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인식과 패러다임의 변화일 터다.
눈여겨볼 자료가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자 숫자다.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역사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는 나라로 꼽힌다. 2차 대전 이후 해외에 입양된 아동 50만 명 중 40%인 20만 명 정도가 우리나라 아동이다. 들여다보니 1995년 국내입양은 해외입양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후 국내입양은 꾸준히 늘어 2007년 해외입양을 넘어섰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는 나라’란 불명예는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입양아는 704명, 이중 317명이 해외입양이었다. 국내에서도 한해 387명이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나 아직도 해외로 가는 입양아들이 적지 않다. 사실 입양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와 확신이 있다 해도 힘든 여정이다. 입양가정에 경의를 갖게 되는 이유다.
입양 된지 9개월, 양모로부터 끊임없이 학대를 받아온 두 살배기 정인이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입양아 관리가 새삼 조명 받고 있다. 관리체계를 탄탄히 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동학대’보다 ‘입양’에 더 무게가 쏠려 있는 형국은 안타깝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어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대부분의 진정한 부모들에게 자칫 ‘입양’이 또 하나의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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