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22:19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움직이는 건축물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컨테이너 빌딩 <플래툰 쿤스트할레 (platoon kunsthalle)> 가 등장한 것은 2009년이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은 주차장 부지.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 한복판에 28개의 군수용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건축물이 들어선 것도 그렇거니와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비주류 복합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놀라움은 컸다.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 는 비주류 문화운동을 주도해온 독일의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 이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한 공간이었다.

사실 1950년대 물류 수송을 위한 용기로 만들어진 컨테이너가 건축물의 소재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초기에는 물류용이나 군수용 컨테이너를 재활용하는 정도였으나 그 특성을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건축물의 소재가 됐다. 컨테이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성. 창의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옮기고 해체하고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특성은 건축가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컨테이너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건축가가 있다.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 를 설계한 건축가 백지원이다. 전주의 근교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움직이는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다. 건축을 전공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던 때 이동 가능한 최고의 구조물 컨테이너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도 ‘움직이는 건축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움직이는 건축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건축의 생태적 환경을 위해서인데, 리사이클링만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이 되는 건축의 가치를 주목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젊은 건축가 50인> 에 선정되었을때 그는 “세상에 남지 않을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며 “옮겨 다닐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 인류의 꿈과 희망을 해결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인스턴트 건축가’라는 놀림이 있을 정도로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가 되돌려준 답이 있다. “나는 권력 집단을 위해서 일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대중들을 위해 일하는 건축가이고 싶다.”

컨테이너 빌딩을 주도했던 <플래툰> 역시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의 특성을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래툰> 은 2014년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 의 운영권을 다른 주체에게 넘기고 철수 했지만 당초에는 서울의 쿤스트할레를 몇 년 후 다른 나라로 옮겨갈 계획이었다. 서울의 컨테이너 빌딩이 다른 나라로 이동해 변신하는 새로운 경험이 실현되진 않았지만 ‘움직이는 건축물’의 실현은 이미 일상에 들어와있다. 삶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