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 매몰로 도내 유일의 항만인 군산항의 신음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특성상 군산항은 쌓여가는 토사로 원활한 항만기능유지에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통증이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준설은 정부의 의무지만 미미한 준설예산으로는 준설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현상이 반복된 데 따른 것이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2차례 항로준설 사업을 통해 2000여억원이 투자됐다. 또한 매년 100∼200억원의 유지준설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군산항의 수심은 개선되지 않았다. 매년 준설치 못한 토사는 항만내 쌓여갔다.
그 결과 군산항은 현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계획 수심을 만족하는 부두가 없다.
선박 밑바닥이 해저에 닿는 바텀타치(bottom touch)와 접안 선박이 미끌어지는 슬라이딩(sliding)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자동차 선사는 선박의 안전을 이유로 군산항 기항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선박은 다른 항만에서 일부 물동량을 하역한 후 수심에 맞게 흘수를 조정해 군산항에 입항한다. 군산항의 물동량이 다른 항만으로 이탈되고 있다.
국제여객부두와 컨테이너부두는 선박의 운항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의 확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해도(海圖)상 표기된 항내 수심의 대외 공신력은 의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도내 업체들은 항만 수출물동량의 80%와 수입물동량의 40%를 광양항 등 국내 타 항만에서 처리하고 있다. 특히 군산의 항만 수출 물동량조차 35%만 군산항에서 소화될 뿐이다.
전국에서 부산, 인천, 목포에 이어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의 경쟁력은 12위로 갈수록 떨어졌다.
1979년 1부두 완공이후 군산항은 오늘날 31개 선석을 갖춰 외견상 중견 항만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국 물동량의 1.36%를 처리하고 입출항 선박도 전국의 2.2%에 불과한 초라한 항만으로 전락했다.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쌓이는 토사로 하상이 높아지고 수심은 계속 낮아짐으로써 항만기능을 상실하지 않을 까 우려된다.
낮은 수심에 따른 항만인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준설 요청이 항만 전반에 걸쳐 빗발친다.
하지만 군산 해수청은 준설예산이 부족, 쏟아지는 준설 요청을 감당치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 군산항의 준설을 정부에 의존치 않고 전북도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에는 31개의 무역항이 있다. 무역항을 가진 전국 각 자치단체는 항만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혈안이 돼 있다.
준설 수요에 즉각 대처하는 상시 준설체제의 구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이를 구축해야 새만금 신항이 개항됐을 때 비로소 도내에 2개 항만을 갖는 효과를 거양, 지역경제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전북도가 주도적으로 (가칭) 전북준설공사 설립 등 상시 준설 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해양수산부와 즉각 협의에 나서야 한다.
쇠락하는 군산항의 준설을 '국가사무'라며 방관만 해선 안된다.
전북도는 군산항의 상시 준설을 요구하는 도내 기업인과 항만인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안봉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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