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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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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유럽이 난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오래전부터다. 초기에는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지 않았지만, 유고슬라비아 등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이 늘어나면서 유럽을 향한 난민 대열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쯤부터는 난민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른바 대규모 난민 이동 사태가 이어진 것인데, 그 중심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고국을 떠나는 시리아 난민들이 있었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201012월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예멘 시리아 등 아랍 전 지역으로 번진 민주화 운동)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전이다. 한때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이들 국가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되기도 했던 시리아 내전의 피해는 참혹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20217월 기준 사망자는 60만 명에 가깝고, 1,200만 명이 생존을 위해 시리아를 떠났단다. 내전이 있기 전인 2010년 시리아 인구가 2,100만여 명이었으니 절반 이상이 난민이 되어 세계를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해야 하는 난민들의 이야기. 자본주의와 국가폭력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온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시선을 이들 난민들의 삶에 투영시켰다. 최근 개봉한 <나의 올드 오크(원제 The Old Oak)>. 76회 칸영화제가 주목한 로치 감독의 은퇴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석탄 채굴로 한때 번성했으나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쇠락한 영국 북동부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다. 공공시설은 하나둘 문을 닫고 먹고살기조차 빠듯해진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 찾아온 시리아 난민들.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분노하며 낯선 난민들을 경계하고 힐난한다. 사실 가진 것 없는 주민들과 거대한 적의와 마주해야 하는난민들이 처한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갈등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 영화는 노동자 계급과 빈민들의 삶을 주목한 < 나 다니엘 블레이크><미안해 리키>에 이어지는 로치 감독의 영국 북동부 3부작중 마지막 영화다. 영화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 분명하지만, 전작들이 사회적 이슈를 환기시키는 영화였다면 <나의 올드 오크>가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와 저항, 그리고 연대의 힘으로 만나는 희망이다.

로치 감독의 마지막 선물을 기다렸던 관객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먼 이야기 같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의 울림이 크다.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석 매진에 이어 본격적인 개봉 이후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높다. 영화를 더 널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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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감독 ##나의 올드 오크 ##시리아 내전 ##시리아 난민
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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