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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한 심경들의 낯섦, 김환생 시집 '낙일' 출간

김환생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낙일(落日>(월간순수문학)을 펴냈다.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순수서정시를 쓰는 김 시인은 창조적 관점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시편으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시를 통해 인간의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시인만의 철학이기도 하다. “못 이룬/사랑이다//죽어서도 못 지울/님의 눈이다”(‘낙일’ 전문) “이 세상/슬픈 짐을/훌훌 벗어버리면/생전 무거운 육신/얼마나 가벼우리//때가 이르면/이승도/그의 업도 모두 거두고/힘든 영혼 또한/가까이 부르시련만//오늘도 아니 부르신다/내게 맡겨주실 일이/아직 남아 있는가 보다.”(‘령’전문) 허무와 무상을 극복한 초연한 심경을 표현한 김 시인의 시들은 정직하고 강직해 시인만의 뚜렷한 철학이 묻어난다. 시인이 쓴 ‘낙일’은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죽음과 절망을 극복하고 동백꽃으로 윤회하는 승화하는 모습을 목도하게 한다. 동백꽃은 어둡고 음침한 죽음의 계곡에서 붉은 생명으로 부활하는 이미지로, 신성한 붉은 생명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해 완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소재호 시인은 발문을 통해 “시를 쓸수록 내가 쓴 시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꼭 이렇게 쓰고 싶었음을 스스로 확인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며 “그러니 이 얼마나 뻔뻔한 시인인가. 그렇지만 그런 뻔뻔함이 없다면 어떻게 한 줄의 글이라도 쓸 수 있겠는가 싶다”고 서술한다. 1997년 월간순수문학으로 등단한 김환생 시인은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장, 전주기전중학교장, 전주기전여자고등학교장, 석정문학관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국제PEN전북지역위원회, 교원문학회, 미래문학, 월간순수문학, 계간별빛문학 등의 회원이다.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는 <만경강>과 <노송>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2.25 15:37

문화계 단비, 2024 천인갈채상 시상식 성황리 개최

(사)천년전주사랑모임(이사장 김병진)은 지난 23일 더뮤지션에서 ‘2024 천인갈채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천인갈채상’은 전북 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25세 이상 45세 이하 예술인을 격려하기 위한 상으로 시민들이 상금을 모으고 직접 투표해 수상자를 정한다. 이날 시상식에는 천인갈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순하 대북연주가(44)와 장우석 한국화가(43)를 비롯해 서거석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각각 수여됐다. 이순하 대북연주가는 “천인갈채상이라는 멋진 아이디어를 통해 지역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연주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우석 한국화가는 “예술가로 살며 매일을 되묻는다. 잘하고 있는 건지 그 하나로 오늘도 이 길을 걸어간다”며 “묵묵히 걷다 본 많은 분들이 뽑아주신 값진 상을 받게 되었다. 예술가 모든 분들의 오늘이 저와 같았을 것입니다. 그런 모든 오늘을 함께 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김병진 이사장은 “수상한 두 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큰 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해 나가시길 빈다”며 “모금이 쉽지 않았지만 좋은 취지의 천인갈채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2.25 15:30

여산 이영자 시인,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펴내

“사십 세 이후로/ 인상은 자신이 만들어 간다기에/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내./ 더 온화하고 후덕하길 소망하며,/ 인간사 살다 보면 내 뜻대로만 되던가,/ 거울에 비친 얼굴이 마음에 안 차/ 상냥한 표정을 지어보려 애쓰지만,/ 내면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야/ 사랑이 샘물처럼 흘러넘쳐서/ 편안한 아름다움이 생기리니,/ 고운 인물이 되려면/ 밝고 맑은 마음으로 자주 웃으며,/ 덕담을 잘해야 하리,”(시 ‘거울을 보며’ 전문) 수필가이자 시인인 이영자 작가가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아트매니저)을 펴냈다. 책은 6부로 구성돼 약 90편의 시를 품고 있다. 정휘립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이여산 시인이 구축한 시적 영역은 천진난만한 시간의 고운 색채가 수더분하다”며 “그가 장착한 시적 의장(意匠)은 지난날의 회억에 몰입하는 깊이만큼, 현재의 인간적 자아를 조성하고 확립하는 쪽으로 초점의 조리개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인의 작품 세계는 차분한 그리움의 일관적인 주제를 지닌다”며 “그는 신경병적인 감성 체계의 교란이나 속류적인 사회 현상의 모순을 향한 울분 등을 뒤로 물리치면서, 나름의 곡한 이생 자세를 견지해 본인만의 고유한 인생관으로 나름의 개성을 확보하고자 노력을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이 시인은 전북 익산시 여산면 출생으로 군산사범학교를 졸업해, 초등교사로 43년간 봉직 후 정년 퇴임했다. 그는 2000년 <지구문학>과 2019년 <대한문학>으로 각각 수필과 시 부문에 등단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아름다운 인연>, <하얀 꽃그늘 아래 누워서>, <향수>, <마음 밭 잡초를 뽑으며>,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등이 있다. 현재 그는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여류문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25 15:13

시적 감수성 극대화…복효근 디카시집 '사랑 혹은 거짓말'

디카시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복효근 시인이 두 번째 디카시집 <사랑 혹은 거짓말>(도서출판 작가)을 출간했다. 디카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에 창작 원리가 창안되면서 하나의 예술적 표현 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디지털카메라에 시가 조합되어 생긴 신조어다. 복효근 시인은 시적 모티브를 품고 있는 장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이미지에 5행 이내의 짧은 언어를 융합시켜 시적 감수성을 극대화했다. 총 60편의 디카시가 수록된 디카시집은 사진에서 촉발된 상상으로 압축된 서사를 형상화해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장미꽃잎을 먹은 자벌레는 꽃잎 같은 날개가 돋아 나방이 되었지/책갈피에 눌린 마른 꽃잎 편지에 붙여 보낸 날들이 있었어/그 나방이는 어디로 날아갔을까”(‘꽃잎을 탓하다’ 전문) “슬픔에 겨워 누군가를 피 흘리게 하고 싶을 때 꽃은 뾰족하다/폭발음이 나지 않게/그 모든 것을 눈물로 바꿀 때 꽃은 꽃이 된다/꽃인 네가 그러하듯이”(‘꽃의 감정’전문) 디카시 창작 1세대인 시인 복효근은 이번 시집에서는 전보다 더 유려한 비유와 압축된 서사로 깊은 울림을 준다. 실제 영화 명량의 영화감독 김한민 감독은 책 서평에서“복효근 시인의 디카시를 읽으면 눈이 참 맑아졌다”며 “시인이 순간 포착한 디카시는 환상적이면서도 아이러니컬하고 극적인 시나리오를 연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지와 언술 사이에 참으로 매혹적인 메타포가 출렁인다”며 “시인과 함께 ‘아름다운 죄 하나 짓고 싶은’ 섬진강의 푸른밤을 거닐어보고 싶어진다”고 평했다. 1991년 등단 이후 10여 권의 시집을 펴낸 복효근 시인은 신석정문학상, 박재삼 문학상, 한국작가상, 디카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동안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마늘 촛불>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2.25 14:41

[2024 전북문화계 결산]④문학·출판- "비교적 평이하게 지나간 지역 문학계, 아쉬움도 많아"

2024 전북 문학계는 비교적 커다란 사건 사고 없이 비교적 평이한 한 해를 보낸 만큼, 적지 않은 아쉬움도 남겼다. 올해 상반기에는 앞으로 3년간 전북 문학계를 이끌 전북문인협회의 회장 선거로 문인들의 뜨거운 논의가 이뤄졌다. 이후에는 지역 곳곳에 분포한 도내 문학관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이슈로 전북 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과 함께 지역 문학인들도 크고 작은 문학상 수상 선정되기도 해 지역 문학의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해 성과를 냈다는 소식에 비해 지역 문학계를 대표할 만한 혹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로운 수장 맞이한 전북문인협회 202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북 문학계는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이하 전북문인협회) 선거로 뜨거웠다. 제33대 전북문인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로 지난해 12월 조미애 표현문학회 회장과 백봉기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이 최종 등록해, 선거는 2파전으로 치러졌다. 특히 이번 전북문인협회 회장 선거는 과거 직선제 투표와 달리 대의원제로 진행돼,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과정 속 크고 작은 잡음도 함께했다. 실제 이번 회장 선거를 앞두고 해외여행에 나선 남원문인협회장의 실수로 대의원 추천 기간을 넘겨 소중한 투표권을 잃게 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올해 1월에 치러진 선거에서 백봉기 신임회장이 74표 중 49표를 얻어 66% 득표율로 당선돼 3년간의 임기를 채우게 됐으며, 백 회장은 임기내 ‘전북문학관 건립과 공간 활용 극대화’, ‘건지산 문학의숲 조성’, ‘문학 메세나운동 전개’ 등의 공약을 실천할 것이라 밝혔다. △문학인들의 사랑방 ‘문학관’의 제 역할은 글쎄 지난해부터 많은 문인의 관심을 받은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이 이달 초 착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과거 전북문학관의 위치에 들어설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은 지난 2020년부터 신축 계획을 추진했으며, 총사업비 157억 원이 투입돼 부지면적 6225㎡, 연면적 2958㎡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많은 도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곳이다. 하지만 행정적 이유와 관련한 여러 문제로 당초 지난해 5월에 착공해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많은 문인의 볼멘소리를 사기도 했었다. 또 올해 초 위탁 운영자가 바뀐 최명희 문학관 역시 인력 충원이 수개월째 되지 않고, 지난해 90건 넘게 행사가 진행된 것과 비교해 최근까지 공모 당시 계획했던 사업을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부실 운영을 지적받기도 했다. △지역 문인들이 일궈낸 크고 작은 성과 전북문인협회는 제35회 전북문학상 수상자로 이소애 시인, 양영아 수필가, 이정숙 수필가, 김기찬 시인, 표순복 시인 등 5명의 작가를 선정해 시상했다. 6월 바다의 날을 기념하고 해양문학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기 위한 제18회 바다문학상 대상에는 박홍재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최기우 작가의 의 희곡집 <이름을 부르는 시간>(평민사·2023)이 2024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됐다. 문학나눔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국내 문학 창작 여건 조성과 출판시장 활성화 견인을 위해 선정해 오고 있는 것으로, 올해 발표된 책 총 373권 중 희곡은 3권밖에 포함되지 않아 지역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비영리 공익법인 아이코리아가 주최하는 '한국안데르센상 작품공모‘에서 창작동화 부문 최우수상에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25 14:3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의 서랍에 넣어놓은 저녁이 궁금합니다. 꼬마전구 같은 요정들 몇이 모여 달그락달그락 저녁을 먹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서랍을 열 수 없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열어 봅니다. 말들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눈빛으로 하는 말이 흘러옵니다. 거기 그렇게 있어 주기만 해도 고맙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묻고 또 묻습니다. “봄빛과/ 번지는 어둠/ 틈으로/ 반쯤 죽은 넋/ 얼비쳐/ 나는 입술을 다문다/ ……/ 기다려봐야지/ 틈이 닫히면 입술을 열어야지/ 혀가 녹으면/ 입술을 열어야지”(‘새벽에 들은 노래’ 중). 넋은 산 사람 안에 있어요. 마음의 머릴 빗어주고 몸의 신발끈을 묶어주죠. 우리가 죽어도 살아 있는 초험적인 것이라 하죠. “반쯤 죽은 넋”은 무엇일까요. 슬픔 마르기 전에 비탄에 젖거나, 희망이 잘려나가 살고픈 뿌리를 잃는 것이겠죠. 죽어 이승으로 가지 못하고 거대한 학살터를 떠돌고 있는 것이겠죠.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요.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요.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요.”(소설 ‘소년이 온다’ 중) 혀는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금실인 언어”를 내죠. 먹고 노래를 불러요. 내밀어 장난을 치거나, 키스를 합니다. 폭력 속에 아름다움을 굴리기도 해요. 이렇게 혀를 쓰고 쓰다 보면 녹아 없어지겠죠. 이제 입술을 열면 침묵의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거기 햇볕 가득한 곳에서 침묵이 시간을 낳아 기르고 있을 겁니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파란 돌’ 중). “눈동자처럼 고요”한 파란 돌은 영혼이겠죠. 그걸 주우려면 “다시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요. 작가의 말처럼 “질문의 마지막 겹에 사랑”을 놓아야겠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요.” “죽은 자는 눈이고 산 자는 사람이라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라는 게 제 시에 있어요. 죽은 자는 눈으로 이 세상에 오죠. 산 자는 눈이 좋아 우두커니 서 있어요.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이죠.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어느 늦은 저녁 나는’ 전문). 낮인지 밤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어스름입니다. 번져가는 그 먹물 속에 서있는 걸 좋아합니다. 죽어가는 낮을 태어나는 밤이 놓아주지 않아서죠. 밥과 김은 무슨 이야기를 하며 사별할까요. 지나가버린 혼은 우주 어느 의자에 앉아 있을까요. 밥을 먹는 나에게서 김이 나가는 걸 느끼는 존재가 있겠지요. 그래도 밥을 먹고,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소리를 내는 순간”(소설 ‘내 여자의 열매’ 중)을 껴안겠습니다.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2.25 14:18

[2024 전북문화계 결산] ➂축제-화려한 성과 뒤 조직 운영 그림자 커

올해 치른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와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 모두 화려한 성과는 거뒀지만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조직 운영의 그림자가 컸다. 전주독서대전과 한지축제, 전주비빔밥축제 등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된 전주형 통합축제는 정체성 없는 백화점식 축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북예술인들의 축제인 전라예술제 역시 짧은 준비 기간으로 지역 문화‧예술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프로그램 안정화된 영화·소리축제…지역 밀착과 조직 운영 물음표 극장을 찾지 않는 시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국민 10명 중 9명이 구독하는 시대에서 전주국제영화제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분투했다.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특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고민했고, 답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돋보였다. 올해 영화제는 한국영화 1513편, 국제경쟁 81개국 747편의 작품이 출품되며 역대 최다 출품 기록을 경신하는 쾌거를 이뤘다. 총 6개 극장 22개관에서 43개국 232편의 작품을 590회 상영했고, 매진 회차는 590회 중 381회로 상영 회차의 64.6%가 매진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거장 차이밍량 감독이 23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미야케 쇼, 허진호, 김한민 감독을 비롯해 변우석, 유지태, 데라켐밸 배우까지 2400여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제를 찾아 관객들과 소통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23년 만에 축제 개최시기를 가을에서 여름으로 옮기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공연예술축제로 변화를 추구해온 소리축제가 전통예술 기반의 공연물은 극장에서, 대충 진화적인 공연은 야외무대에서 펼침으로써 예술성과 축제성을 두루 갖춘 여름축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전북에 뿌리를 둔 농악과 판소리를 소재로 한 개·폐막 공연을 비롯해 판소리와 창극, 음악극, 전통풍물굿까지 닷새간 80개 프로그램에 106회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는 축제 기간을 열흘에서 닷새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이 84.2%로 지난해보다 14%P 올라 예술성과 흥행성을 두루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두 축제 모두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개최하는 축제인 만큼 지역과의 밀착과 조직 운영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리축제는 23년 만에 축제 개최시기를 변경했지만,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서둘러 개최시기를 변경해 잡음이 일었다. 영화제 역시 행사를 두 달여 앞두고 촉발된 내부 분열로 파행을 겪어야 했다. 영화제는 홍보팀장 없이 치러졌고, 홍보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불편은 고스란히 관객들의 몫이 돼버렸다. △지역축제, 신선한 기획력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 필요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북지역 가장 큰 예술축제인 전라예술제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분과별 프로그램을 나열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새로운 시도나 기획력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평가다.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전주형 통합축제 ‘전주페스타’는 투입된 예산에 비해 축제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살리지 못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전주가 '맛과 멋'의 고장으로 불리는 만큼, 지역축제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2.23 15:56

이어서 개인전 '시침핀'…서학동사진미술관 29일까지

미술가 이어서의 두번째 개인전이 29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시침핀’을 테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황동으로 제작된 시침핀과 삼베, 추포 등의 섬유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일상 속 바느질에서 우연히 시침핀의 역할과 존재감을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시침핀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옷감을 마주대고 바느질을 해본 사람들은 시침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밖에 없다. 이에 작가는 시침핀에 존재감을 부여해주고 예(禮)를 갖추어 작품화했다. 주인공이 완성되기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에서 시침핀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무심하게 누구에게나 선뜻 내 줄 수 있는 시침핀들, 그것들의 이야기”라며 “길고 긴 시간 동안 내가 지나친 그 수많은 나의 인생의 시침핀들은 어딘가로 흘려버리고 다시 시작점으로 주섬주섬 지겨운 손길을 옮기고 있는 걸까”라고 회상한다. 국민대 예술대학 입체미술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작가는 지난 2022년 ‘내가 세운 나뭇가지 하나’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가졌다. 한편, 서학동사진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30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3주간 휴관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2.22 16:36

전주 서고산성, 전북자치도 문화유산 지정

전주 황방산(서고산) 일대를 중심으로 전주 서부권의 방어 기능을 담당했던 전주 서고산성이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20일 전주 서고산성을 전북자치도 문화유산(기념물)으로 지정 고시했다. 서고산성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 처음으로 기록됐고, 지난 1970년대부터 2017년까지 3차례의 지표조사를 통해 개략적인 현황이 파악됐다. 전북자치도와 전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의 시굴·발굴조사를 통해 삼국시대에 처음으로 축조된 토축 성벽과 통일신라시대에 개축된 석축 성벽 그리고 삼국시대~후백제 건물지 등을 확인했다. 삼국시대 토축 성벽의 경우 산사면을 L자형 또는 계단식으로 굴착한 뒤 점토와 석재, 모래 등을 섞어 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에는 백제의 토축 성벽을 일부 절토한 뒤 석축으로 개축한 흔적이 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서고산성은 이러한 시굴·발굴조사를 통해 성곽의 축조 방법과 변천 과정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며 시대성을 담은 대표 산성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시는 서고산성이 전북자치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유적 훼손 방지, 경관 보존을 위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 고시 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다.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면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발굴조사, 산성 정비·복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은영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서고산성은 발굴조사를 통해 역사적 가치가 증명된 전주의 중요 유산"이라며 "향후 전주 서고산성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발굴조사와 정비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4.12.22 16:29

[2024 전북문화계 결산-②전시·공연] 도민과 마주한 문화행사 늘었지만 퀄리티는 '글쎄'

전북 무대예술과 전시 분야는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성과를 보였다. 올해 문화계 예산이 대폭 삭감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더욱 어렵게 한 해를 시작했지만, 음악 장르별·내용별로 사회적 메시지 등을 전달하는 새로운 시도들은 더욱 다채로웠다. 특히 올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원년의 해를 맞이해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공연과 전시도 끊임없이 선보이며, 예술활동을 통한 참신한 시도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도민들과 마주할 수 있는 문화 행사의 양은 늘어났지만, 그에 비해 공연과 전시의 질은 떨어졌다는 평가를 남겼다. △다양한 시도 선보인 공연계 움직임 비해 대작 없어 ‘아쉽’ 올해 초 새롭게 수장이 바뀐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은 정통 창극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안고 야심 차게 창극단 정기공연 ‘춘향’을 준비해 공연을 올렸다. 공연은 국악원의 관현악단, 무용단이 함께한 작품으로, 지난 1986년 문을 열어 올해 38주년을 맞은 국악원과 함께 성장해 온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연륜과 공력을 마주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극의 전개가 지루했다는 평과 함께 정통 창극의 면모가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국립민속국악원은 기획 공연 '고택, 고백 Go Back', '달리는 국악무대', 상설 공연 '광한루원 음악회' 등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악 환경을 조성하고 저변을 확대했다. 또 해외 및 국내 유관기관과의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며,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치유 체험프로그램과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국악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K-문화관광 거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된 ‘전주’의 본도시 지정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전주문화재단의 움직임 역시 눈에 띄었다. 실제 이들은 ‘세계거리축제<전주예술난장>’, 전통혼례 재현식, ‘K-뮤지컬 마당창극’ 등 문화관광을 견인할 굵직한 사업을 추진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의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문화 플랫폼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로 지천명을 맞이한 국악 최고 명인·명창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블라인드 심사를 폐지하고, 기존 남성 참가자만 출전할 수 있었던 ‘활쏘기부’ 부문에 여성들의 출사표도 받아들이는 등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더욱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와 도민들의 문화쉼터 역할 ‘톡톡’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올 한 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특별한 사업을 기획해 도민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문화 복지 실현에 힘썼다. 실제 이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에바 알머슨 특별전:에바 알머슨 Andando(안단도)’ 기획과 더불어 사비나미술관 기획으로 진행된 ‘Snap, Share, Save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람이야’ 전시’ 등을 다양하게 올렸다. 도민들의 문화쉼터로 빠질 수 없는 전북도립미술관 역시 올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지역 미술계의 많은 관심을 모은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의 막이 올랐기 때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추진하는 이건희컬렉션 지역순회전의 열 번째 전시로 한국 근현대 시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2.22 14:20

[안성덕 시인의 '풍경']이웃

어느 동 무슨 아파트가 부의 가늠자가 되었습니다. 가구당 보유자산의 75%가 넘는다는 아파트가 눈가는 데마다 우뚝합니다. 주거 형태별 비율도 50%를 훨씬 넘는다는데, 언제부터인지 이웃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은 지루함을 견디게 하고 공간을 넓게 보이려는 이유라지만, 엉거주춤 이웃 간의 어색한 시선을 잠시 맡아주기도 합니다. 큼큼거리며 보이지도 않는 하늘 올려보지 말고, 풀리지도 않은 신발 끈 내려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게요, 아침이면 담 너머로 안부를 묻고 저녁이면 울 너머로 음식을 나누던 이웃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침 8시 엘리베이터 안이었지요. 삐삐 삐삐, 중량 초과로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12층, 엄마와 3학년쯤 아이가 비집고 들어 온 뒤였습니다. 난감한 두 사람 한발 물러났다가 다시 들어오는데 또다시 경고음입니다. 윗집 아랫집 간밤 늦은 퇴근에 아직 천근만근인 눈꺼풀 때문인 듯싶습니다. 아니 꼬박꼬박 아침밥 챙겨 먹는 내 탓인가 생각하는데, 말없이 15층 할아버지가 내렸습니다. 17층 아가씨와 14층 젊은 아빠는 벽으로 바짝 물러섰고요. 빈틈없던 가운데에 자리가 생기고, 엄마와 아이가 들어섰지요. “고맙습니다”, 고마운 이웃이 내리고 고마워하는 이웃을 싣고 엘리베이터는 나비처럼 사뿐 내려앉았지요.

  • 문화일반
  • 기고
  • 2024.12.21 08:00

제41회 전북연극상·2024 엘림연극상·우진청년연극상 수상자 선정

제41회 전북연극상 대상에 공연예술창작소 극단 데미샘의 편성후 씨, 2024년도 엘림연극상에 창작극회 엄미리 씨, 우진청년연극상에 창작극회 류가연 씨가 이름을 올렸다. 전북연극상은 매년 향토 연극 발전에 이바지한 연극인을 위해, 엘림연극상은 지난 2018년 엘림건설 엔지니어링 후원으로 제정됐다. 각각 상패와 상금 100만 원을 수여한다. 전북연극상을 받은 편성후 씨는 지난 1994년 연기활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0여 년 동안 선도적인 연극인으로 전북연극의 위상과 부흥을 견인하며, 수많은 공연의 배우로서 또는 공연조력자로서 다재다능한 기량으로 전북연극발전을 위해 이바지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북연기자상은 홍영근(극단 작은소리와 동작)·이재현(공연예술창작소 극단 데미셈)·최욱로(전주시립극단)·김소연(창작극회) 씨, 신인연기상은 최애란(완주연극협회) 씨에게 돌아갔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5인에게는 지난 6월 제27회 박동화연극상의 대상을 받은 이도현 수상자가 후원한 시상금 100만 원(각 20만 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엘림연극상을 받은 엄미리 씨는 창작극회 단원으로 연극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올해 극단 작은 소동 2024년도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이웃집 쌀롱’, ‘할머니의 레시피’, ‘무와의 꿈’과 극단 무대지기 ‘959-7번지’ 작품에서 배우로 참여해 작품을 빛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지난해 신설된 만 4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우진청년연극상’은 류가연 씨(창작극회)가 받았으며, 상패와 상금 100만 원이 전달된다. 한편 제41회 전북연극상, 2024년도 엘림연극상, 우진청년연극상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후 3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2.19 18:30

한 상에 담긴 전주 집밥 ‘전주음식 한 상차림’ 전시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전주의 풍부한 식재료와 손맛을 담아낸 ‘전주음식 한 상차림’ 전시를 오는 22일까지 진행한다. 전당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음식 문화 우수성을 홍보하고 관광 상품화를 시키고자 ‘집밥’을 주제로 자료 조사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밥상 12종을 개발했다. 전당 3층 한식자료실에서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사계절의 특징을 담아낸 봄(일상반상), 여름(늘상반상), 가을(노을반상), 겨울(온기반상)과 함께 △전주 10미를 활용한 전주 비건 밥상 △간장양념으로 맛을 낸 전주비빔밥 △연의 향기를 담은 연향 밥상 △주안상과 다과상 등 전주의 맛을 담은 상차림을 선보인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따뜻한 차와 다과를 제공돼 전주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한식문화팀(063-281-1582)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와 관련 전당은 19일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음식 한상 차림으로 개발된 상차림 12종을 소개하는 보고회를 진행했다. 김도영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이번 전시는 전주 지역의 집밥 문화 가치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주 밥상이 우수한 전주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매개체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4.12.19 18:29

[2024 전북문화계 결산] ① 문화계 사건- 후보 자격 시비로 몸살 앓고, 보복성 예산 삭감으로 시끌

2024년 전북 문화‧예술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년을 보냈다. 희망을 품고 시작했지만 사건‧사고가 잇따랐고 많은 과제를 남겼다. 본보는 5차례에 걸쳐 올 한 해 도내 문화계를 정리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첫 번째로 1년간 도내 문화‧예술계의 굵직한 사건을 짚어봤다. 올해 문화계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상반기 움직임이 주춤했다. 하반기에는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로 도내 예술인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북도의회 간 갈등이 보복성 예산 삭감으로 번지면서 예술인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자격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 전북연합회(전북예총) 회장 선거는 자진 사퇴라는 불명예와 보궐선거에 돌입해야 했다. 혼란 속에서도 문화‧예술인과 관련 민간단체들은 공연‧전시‧출간 등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시끄러웠던 전북예총=새해 벽두부터 전북예총 회장 선거가 시작돼 전북 문화 지형도가 재편된 한 해였다. 그러나 전북예총 회장을 비롯한 예총 산하 협회 선거로 인한 잡음이 계속됐다. 올해 초 제25대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최무연 후보가 회장으로 선출된 이석규 회장에게 회장 후보 자격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해 문화예술계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결국 전북예총 회장 선거가 무효라며 낙선 후보가 낸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회장 직무 집행이 정지됐다. 자격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석규 회장은 회장 선출 5개월 만에 자진사퇴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소송을 제기한 최무연 후보가 신임 회장으로 뽑혔다. △상처로 얼룩진 전북문화관광재단=올해 문화 관련 사업 예산이 반토막 나면서 지역 문화계는 한기가 돌았다. 애초 예산에서 굵직한 문화 사업들이 줄줄이 삭감됐고 지원금은 최대 30%가량 줄어들면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북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에서 2025년도 전북문화관광재단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예산 심의에 앞서 전북도의회 박용근 의원은 긴급 현안 질의와 행정사무 감사에서 재단의 인사 문제를 지적했다.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아 해임된 재단의 팀장급 직원이 복직 후 본부장으로 승진한 점을 집요하게 문제 삼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화예술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를 두고 재단과 의원들 간의 특정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재단 직원들은 도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항의했고, 지역 문화예술인 70여 명은 재단 예산이 도의회 상임위에서 대폭 삭감된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의회는 심사 과정에서 삭감한 문화예술 분야 예산 86억 원을 모두 복원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상처만 남겼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2.19 18:29

호남오페라단이 준비한 송년음악회, ‘푸치니가 사랑한 여인들’

주세페 베르디와 더불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 음악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음악회가 열린다. 호남오페라단 송년음악회 ‘푸치니가 사랑한 여인들’을 오는 2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개최한다. 매년 연말마다 송년음악회를 개최해 왔던 호남오페라단이 이번 공연으로 조명할 인물은 올해로 서거 100주기를 맞은 ‘자코모 푸치니’다.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활발히 활동한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다. 그의 작품은 감정적인 깊이와 뛰어난 멜로디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대 오페라의 기초를 다지기도 했다.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작 중에서도 많이 애창되는 아리아와 중창을 중심으로 구성될 이날 공연에는 지난달 정기공연으로 열렸던 ‘오텔로’에 출연해 열연을 보여준 초청 가수와 호남오페라단원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먼저 파리 예술가들의 사랑과 고난을 다룬 이야기로, 감정적인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 라 보엠 (La Bohème)으로 공연의 막을 연다. 이어 중국의 전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사랑, 고난, 희망을 주제로 해 깊은 감동을 전하는 작품 투란도트(Turandot) 속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아베르의 소설 <마농>을 바탕으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와 일본의 처녀와 미국 군인의 사랑을 그린 작품 ‘나비부인 (Madama Butterfly)’, 정치적 배경과 사랑 이야기가 얽힌 비극적인 오페라 ‘토스카 (Tosca)’ 등 드라마틱한 요소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결합돼,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다수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호남오페라단은 지역을 기반으로 39년 동안 활동해 오며 매년 12월 말에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과 음악 애호가들을 위해 송년 음악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며 “밤하늘을 영롱하게 수놓으며, 울려 퍼질 푸치니의 아름다운 영혼의 멜로디와 사랑이 관람객들의 가슴에 새겨져 삶의 동력으로 솟아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8세 이상 어린이부터 관람이 가능한 이번 공연은 전석 유료(2만 원)이며,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전화(063-288-6807)와 카카오톡 채널 ‘호남오페라단’에 문의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2.19 16:23

"메리 크리스마스"… 임실산타축제 21일부터 닷새간 열린다

임실군의 대표 겨울 축제이자,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2024 임실산타축제’가 오는 21일부터 5일간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펼쳐진다. 군은 지난해 3일간 열린 산타축제가 전국에서 11만여 명이 방문함에 따라 이번에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5일간으로 늘렸다. 주요 체험거리는 이벤트 광장에 길이 50m의 대형 눈썰매장을 설치해 어린이와 가족, 연인들이 눈썰매를 타며 짜릿한 스릴을 맛보도록 제공한다. 또 어린이를 겨냥한 치즈 컬링과 챌린지 에어바운스, 가족 케이크 만들기 등 이벤트와 빙어 잡기 체험 특별 콘텐츠도 선보인다. 치즈캐슬 앞에는 10미터의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를 중심으로 눈사람과 사슴 조형물 등 겨울 테마의 포토존과 포인세티아 장식 등도 마련됐다. 먹거리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30%를 확대,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이 맛있는 음식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음식부스에서는 시래기국과 다슬기 수제비 등의 한식 메뉴와 어린이가 좋아하는 치즈돈까스와 짜장면, 떡볶이 코너 등도 마련됐다. 아울러 지난해 인기를 끈 치즈붕어빵과 치즈팥죽, 장작닭구이와 꼬치요리 등도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임실N치즈 등 각종 유제품을 20% 저렴하게 판매하고 원활한 교통흐름과 주차관리 등 관광객들의 교통편의 제공에도 만전을 기했다. 방문객 편의를 위해 전주-임실 간 셔틀버스도 운영, 전주종합경기장-전주시청-한옥마을-임실치즈테마파크를 오전 9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순회 운행한다. 심민 군수는 “이번 겨울에도 방문객들에 특별한 겨울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으로 준비했다”며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거리가 풍성한 산타축제에서 멋진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정우
  • 2024.12.19 14: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윤흥길 '완장'

‘완장’을 얻어 차고 설쳐 대는 이들은 언제나 있다. 소설 「완장」의 종술도 완장을 차게 해준다는 말에 번쩍 귀가 뜨였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자유당·유신 등을 거치며 위세를 떨쳤던 완장의 힘과 권력을 듣고 봐왔으며, 어려서부터 객지를 떠돌며 쌈질로 잔뼈가 굵은 자기 삶에서 완장의 위력을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감시원 완장 차고 물 가상이로 왔다리갔다리 허면서’ 막강한 권력자처럼 권위를 내세우던 동네 건달 종술. 술집 종업원 부월은 완장을 ‘하빠리 권력’이라며 핀잔하지만, 종술은 눈을 부라리며 “너는 몰라. 차고 댕겨 본 적도 없으니께, 요, 완장에는…”하며 왼쪽 어깨 쪽으로 완장을 바싹 추어올린다. 독재 정권의 검열을 피하기 어려운 1982년 3월부터 1년 동안 『현대문학』에 연재된 「완장」은 전라도 사투리와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풍자를 잘 살려낸 윤흥길의 장편이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완장’이라는 상징적 소재로 풀어내며 우리 사회에 내재한 권력욕을 첨예하게 드러냈다. 「완장」은 익산시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던 시절, 김제시 두악산 아래 백산면 하정리 백산저수지를 배경으로 한다. 종술이 완장 찬 팔을 휘저으며 갈지자걸음으로 순찰하던 ‘판금저수지’다. 작가는 백산저수지 근처에서 과수원을 하던 친구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후 작품을 떠올렸고, 저수지 이름을 판금저수지로 바꿨다. 또한, 종술의 욕망을 희화화하기 위해 1966년 호남야산개발 때 축조한 이 저수지를 실제보다 훨씬 큰 규모로 묘사한다. “독재, 전쟁 위협, 빈부 갈등 등 한민족이 겪는 불행과 비극은 모두 6·25 전쟁과 직결돼 있어요. 독재 정권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을 권력 유지 핑계로 사용했어요. 자유는 유보됐죠. 더 이상 분단을 빌미로 국민을 억압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윤흥길·본보 2018년 1월 6일 자) 얼마 전, 우리는 잘못된 권력의 포악과 폐해로 점철된 시대의 불완전한 징후를 봤고, 완장의 역사가 반복되는 현실에 개탄했다. 망설임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완장을 차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누구인지, 그 권력을 휘두르도록 외면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찾아내 눈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그 결과 지난 14일 국회에서 국민을 저버린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대한민국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시민의 올곧음이 끌어낸 성과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 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질이 완장이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전주시립극단 연극 <완장> 중 부월의 대사)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장과 ‘완장질’이 흔전만전한 ‘완장의 나라’.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문장과 표현을 다듬어 나온 『완장』(현대문학·2024)을 펼쳐 그 정체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완장의 악몽은 쉽게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2.18 17:11

정겨운 시어로 가득… 호병탁 시인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

“내가 쓴 글 다시 보니 절로 나오는 말/ 아직 멀었다/ 찬물 세수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쓰자/ 쓸 것 아직 수두룩하다/ 거울 속 쭈굴탱이 얼굴 하는말/ 벌써 다 왔다”(시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나의 생’ 전문) 호병탁 시인이 시집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문예원)을 펴냈다. 시집은 ‘1부 생(生)’, ‘2부 정(情)’, ‘3부 인(人)’, ‘4부 곳(所)’ 등 총 4부로 구성돼 시골의 풍광과 민초들의 모습을 구수한 표현력으로 그린 75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오일장에 팔려 나온 짐승 새끼부터 소쿠리에 담긴 생선 몇 토막, 정겹고 걸쭉한 사투리로 흥정하는 시골 장터의 모습, 막걸리 몇 잔으로 떠들썩해진 민초의 모습까지 시골 장터에서 한 번쯤 마주해본 추억을 소재로 채워낸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전한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호병탁 시인의 시는 삭을 대로 삭아 아주 호아져버린 나주 영산포 오자 자배기 속 지푸라기에 싸인 흑산도 홍어 맛이다”라며 “이 시인의 도저한 근저에는 때론 어둡고 우중충하고 때론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아득한 절망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으로 그의 시 속에는 남도 바닷가의 곰삭아 호아질 대로 호아진 갯땅 홍어 맛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깊고 으늑한 맛이 느껴진다”고 시인의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호병탁 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한국외국어대 중어과를 졸업해, 원광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문예가족 회장, 종합문예지 <표현> 주간,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 혼불문학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칠산주막>, 평론집<나비의 궤적>, <일어서는 돌>, <양파에서 고구마ᄁᆞ지-21세기 한국 시문학을 보는 융합적 통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18 17:11

정성수 시인, 어린이의 맑은 마음 담아낸 동시집 2권 출간

원로 시인 정성수 씨가 동시집<손톱달>과 <콧구멍 파는 재미>(화암 출판사)를 동시 출간했다. 정 시인은 “동시를 쓸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그것은 동시를 쓰는 동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으로 살면서 한순간이나마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동심이야말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기본이다”라고 발간 소감을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아 제작된 <손톱달>은 총 4부로 구성돼 100편의 동시를 담고 있는 동시집이다. 국내 최초 동시 전편을 시인과 어린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디지로그 포엠 오디오북으로 제작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책 내부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시와 영상, 음악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츠인 것이다. 함께 발간된 <콧구멍 파는 재미>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보조금의 지원을 받았으며, 지난 2009년 교인문학상 동시 부문에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이준관 시인은 표사에서 “이번 시집에는 많이 읽고 많이 느끼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며 “생명 존중과 자연사랑, 동심의 세계가 오롯하다. 특히 인간 친화적이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질박한 순수가 들풀처럼 번진다. 동시를 읽으면 가슴이 떨리는 것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상적 삶의 진실에서 나온 동시는 상처와 희망에 깊게 뿌리를 내린 삶의 신비에 닿아 있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서울신문으로 문단에 나온 후 9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세종문화상, 소월 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전주에서 ‘건지산 아래 작은 방’을 운영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18 15:46

전주 시민들이 소개하는 지역 독립서점 '작은 책방 순례'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서점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독립서점에서는 서점 주인의 취향이 구비하는 도서의 기준이 돼 예술, 문화, 정치 등 특정 주제나 취향에 맞추어 큐레이션 된 책들을 판매하고, 독립 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을 주로 다룬다. 책의 도시라 불리는 전주 역시 서점 주인의 개성으로 꾸며진 작고 정겨운 독립서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호남문고가 장마리 소설가와 협업해 ‘2024년 호남문고 상주작가 기획’으로 <작은 책방 순례>(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호남문고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해 이번 발간 소식에 더 깊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작은 책방 순례>는 올해 호남문고의 상주작가인 장마리 소설가를 중심으로 모인 책을 사랑하는 13명의 시민이 모여, 지역 내 작은 책방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에는 ‘잘 익은 언어들’을 비롯해 ‘서점 카프카’, ‘책방 똑똑’, ‘물결서사’, ‘책방 토닥토닥’, ‘살림 책방’, ‘에이커북 스토어’, ‘책보 책방’, ‘고래의 꿈’ 등 총 9개의 서점이 실려 독자들의 호기심과 방문욕구를 자극한다. 글쓴이로는 김경희, 김미진, 김보라, 박선화, 박요순, 송수미, 오윤지, 은실, 이정현, 전은정, 조진아, 하루, 한승훈이 참여했다. 나이도 생각도 모두 다른 개인으로 꾸려진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책방에 방문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소개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 곳곳의 골목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는 작은 독립 서점과 사랑에 빠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게 됐다. 이번 기획물 제작의 중심인물인 장 소설가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올해 호남문고 상주작가 기획과 관련한 주제를 고민하다 호남문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다”며 “호남문고는 지역 거점 서점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이번 책 제작에 상생의 윤리, 자본의 논리를 앞세우고 싶진 않았다. 그저 호남문고를 찾는 시민들과 내 지역의 작은 책방을 순례하고 그 느낌을 적어 문집으로 엮어내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번 책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와 생각을 글로 쓰고 싶어 한다, 저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저자가 되는 시대”라며 “글 읽기와 글쓰기의 실현이 어렵지 않은 지금, 그 출발점이 호남문고라서 좋았다. 열세 명의 예비 작가와 노미오 호남문고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18 15:44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