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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등과 분열,정쟁과 생색내기 정치 중단을

장장 일주일, 역대 두번째로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의 중추절은 누구에게나 희망과 풍성함을 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태속에서 한가위는 더 이상 반드시 조상에 대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야만 하는 명절이 아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계기로 소중한 가족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고,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의 단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번 추석의 화두는 단연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였다. 국제적으로는 관세전쟁과 환율전쟁, 불투명한 국제정세속 경제위기가 엄습하고 있으나 극히 범위를 국한하면 지역에서는 역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아닌게아니라 후보자 등록은 내년 2월 3일부터 시작된다.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당연히 여야 각 정당은 올해 연말부터 사실상 선거운동 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전북에서는 특히 당내 경선의 향방이 관건이다. 공천의 향방이나 후보 검증 등의 절차는 이제 본격적인 로드맵을 진행하게 된다. 현 상황은 민초들의 민심과 정치권이 보는 민심이 크게 괴리돼 있다는 거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은 상생의 틀속에서 생산적인 정치를 갈구하면서 날로 쇠락하는 지역공동체의 번영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중앙과 지방, 호남과 영남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대선이 끝난지 한참됐으나 철저히 진영논리에 의해 선과 악이 갈리고 있다. 전북 지역민들은 지금 갈등과 분열, 정쟁과 생색내기 정치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서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권은 민초위에 군림하는 또하나의 지배체제로 인식하고 있다. 중앙정치는 말할것도 없도 지역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도 이젠 임계치에 이르렀다. 표를 직접 찍어주는 유권자는 하나의 요식행위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고,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가릴 것 없이 공천장을 주는 정당과 유력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진영논리에 찬성의 자유가 있을뿐 민초의 뜻을 반영하는 바른 정치인은 찾기 어렵다. 전주완주 통합, 새만금공항, 올림픽 유치와 내년도 예산확보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지역민들은 지금부터라도 지역 경제를 살리고 쇠락하는 전북 공동체 살리기에 헌신하는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게 바로 준엄한 추석 민심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09 18:08

[사설] 가을축제 봇물, 정체성 확립·주민 참여가 과제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가 아쉽게 지나갔다. 그래도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10월, 전국 곳곳에서 가을축제가 풍성하게 열린다. 전북에서도 지난 8일 막을 올린 김제 지평선축제와 임실 N치즈축제를 시작으로 군산 시간여행축제, 정읍 구절초꽃축제, 순창 장류축제, 남원 흥부제, 부안 붉은노을축제,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고창 모양성제 등 지역을 대표하는 가을축제가 줄줄이 이어진다. 어디를 가든, 발에 채이는 게 축제다. 그야말로 지역축제 홍수 시대다. 각 지자체는 ‘내 고장의 문화와 자연경관, 특산물 등을 널리 알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데 축제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축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축제의 성패는 정체성 확립과 차별화된 프로그램, 그리고 주민 참여에 달려 있다. 우선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예술적 특성을 축제에 반영해서 방문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주민참여도 관건이다. 축제의 주인은 당연히 지역주민이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지역의 잔치마당에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축제 준비는 성수기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는 유명 대중가수 모시기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행업체까지 내세워 그 경쟁을 돈질로 뚫어낸 지자체들이 마치 승전보를 전하듯 온갖 수단을 동원해 초대 가수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오는 게 방문객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부인할 수는 없지만, 수위를 한참이나 넘었다. 축제의 정체성은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축제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은 온통 초대 가수 이름과 사진으로 채워진다. 주객이 전도됐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주민들은 조명 밖에서 서성일뿐이다. 인기 연예인들을 대거 초청해 잔치판을 북적이게 만들어도 절대 전국적인, 세계적인 지역축제가 될 수 없다. 축제의 성과는 일부 연예인이나 상인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지자체가 당장의 방문객 감소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우리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깔 있는 잔치판을 다시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선보일 날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09 18:07

추석 황금연휴, 안전이 최우선이다

3일 개천절을 시작으로 주말, 추석, 대체휴일, 한글날로 이어지는 역대급 황금연휴다. 가족·친지와 정을 나누기 위해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긴 연휴를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로 가족 여행을 계획한 사람도 많다.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이 기대된다. 즐겁고 편안한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해마다 명절이면 잦은 모임과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승용차를 이용한 이동이 잦은 만큼 안전벨트 착용, 졸음운전 주의 등 안전운전 수칙 준수가 필수다. 또 추석 명절 성묘를 위해 산을 찾는 경우 벌 쏘임 사고와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도 걱정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코로나19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추석 연휴 가족 모임과 이동 증가로 확산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당국의 의료 대응체계 강화와 함께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가 요구된다. 특히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서도 추석 연휴 대규모 이동으로 인한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주의를 당부했다. 명절 연휴 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해당 기관의 감염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추석을 앞두고 일찌감치 주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식품 안전과 감염병·대기오염 대응 비상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추석 연휴 기간(3일~12일)에도 식중독·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비상 근무체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군산시와 완주군을 비롯한 각 시·군에서도 연휴 기간 물가 안정과 민생지원, 교통대책, 의료서비스 등 각 분야에 걸쳐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한다고 했다. 해마다 명절이면 발표되는 의례적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가족·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정을 나누고 일상으로 무사히 복귀하기 위해 모두가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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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01 17:15

전북 체불임금 비상사태, 추석전 해소되길

2025년 추석을 앞두고 전북 지역에서 4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 9월 30일 전북특별자치도 노동권익센터가 전북지역 고용노동부 3개 지청(전주·익산·군산지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 1448개 사업장에서 438억 9200만 원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는 4064 명에 달했다. 이에 노동권익센터는 체불 임금 해결을 위한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긴급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내 지자체 중 임금 체불 상황을 보면 가장 많은 곳은 완주군으로 알루미늄 휠 생산업체인 알트론 사태로 체불된 100억 여원이 포함된 198억 원이 체불되었다. 다음으로는 전주시가 63억 2800만 원, 군산시가 65억 6000만 원, 익산시에서 46억 900만 원, 김제시 19억원, 남원시 17억원, 정읍시 9억원, 임실군 7억원 순으로의 체불 임금이 발생한 상황이다. 가장 체불 임금이 많은 업종은 274억 2000만 원의 체불 임금이 발생한 제조업이었고, 다음으로는 71억 6400만 원의 건설업이었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그 급여를 받기 위해 노동지청에 진정을 내고 진술과 증빙까지 해야 하는데 이는 노동자 개인에게 고통을 주고 가정 파괴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관련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 더욱이 올 추석은 공휴일 등과 겹치며 10여일에 달하는 긴 연휴기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긴 기간을 임금 체불로 가족과 함께 고통을 겪을 임금체불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은 전북지역민 전체의 관심과 도음이 필요하다. 따라서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전북특별자치도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먼저 고용노동부 3개 지청은 상습 체불 사업장에 대해 지청장이 직접 방문해 지도한다는 방침과 함께 체불임금 해결에 모든 권한과 역량을 발휘해주길 부탁한다. 특히, 전북도는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긴급 생계비를 지급하는 적극적 행보를 당부드린다. 아울러 지역 사업체의 임금 체불 예방을 위한 각계의 노력과 지역민의 관심과 도움을 통해 이번 추석명철이 함께 사는 전북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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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01 17:15

시행-시공사간 분쟁 소비자 피해는 없어야

아파트 시행사와 시공사간 분쟁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정작 중요한 고객들에게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경기가 좋고 분양이 잘될때는 상관이 없는데, 요즘처럼 주택시장이 극도로 위축될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간 분쟁은 늘상 있는 일이다. 군산 구암동에 있는 한 아파트 사업 현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책임 분양을 약속한 시공사가 분양 부진을 이유로 손실을 시행사에 떠넘기면서, 시행사는 부도 위기에 몰리고 결국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질은 대형 시공사와 중소 시행사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지역 주택시장에서 자칫 제2, 제3의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전북지역 시행법인 S사는 지난 2022년 국내 메이저 건설업체인 P사와 함께 군산 구암동에서 704세대 규모 공동주택 사업에 나섰다. 공사도급계약과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는 “분양과 광고, 견본주택 운영, 사후관리까지 시공사가 단독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에 S사는 이를 믿고 수천억 원대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 아파트 업계에서 분양시장이 위축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S사는 “P사가 중도금 무이자 제공, 신규 분양자 계약금 환급 등 ‘특별판촉’을 강요하면서 손실을 시행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한다. 반면 P사 측은 “관리형 토지신탁특약에 따르면 본 사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S사가 부담하도록 규정됐다”며 “공사비 미수금만 90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도 준공을 마쳤는데, 사실 할인 분양은 합의된 분양 촉진책일 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분양 촉진을 위한 궁여지책인데 핵심은 누가 부담을 질 것인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시행사와 시공사간 분쟁은 단순히 내부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분양 촉진을 위한 할인 분양을 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큰 기존 계약자들의 불만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안은 분양이 잘 안됐을 경우 막대한 손실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장치가 마련돼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 전주지역에서도 시행사와 시공사간 분쟁이 격화하면서 그 사이에 낀 분양자들이 곤란을 겪은 적이 많았다. 군산시 구암동 아파트 현장에서도 시행사와 시공사간 갈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관심있게 들여다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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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30 19:17

국정자원 화재, 도민 불편 최소화하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엿새째 도민들의 크고 작은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필수민원 처리를 위한 긴급복구가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행정전산망 장애로 행정 및 민원 서비스 현장은 어수선했다. 전북자치도 내부 전산망인 온나라 공문서 수·발신, 온메일과 온톡(메신저) 등이 먹통이 되면서 공무원들은 한때 발만 동동거려야 했다. 또 주민센터 무인민원 발급기를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서비스 중단 문구를 보고 민원실에서 대면 신청을 해야 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대전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어난 디지털 대란은 그동안 우리가 자랑해온 ‘디지털 정부’가 얼마나 초라했는가를 생생하게 실증해줬다. 만일 국정자원이나 정부 데이터센터에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국가 기능이 속수무책으로 마비될 것을 생각하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에 대비한 시설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647개 정부 전산시스템이 가동을 멈췄다. 이중 436개는 정부24, 모바일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국민 서비스이고 나머지 211개는 공무원 업무용 행정 내부망 서비스다. 96개 시스템은 화재로 직접적인 손상을 입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다행히 주민등록, 여권, 토지대장 온라인 발급 등은 긴급 복구됐다. 하지만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 청구, 119 다매체 신고 접수, 직불제 자격검증 등은 여전히 접속 불가능한 상태다. 이번 사태에서 시민들이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인터넷우체국’과 ‘우편물류’ 시스템의 장애였다. 복구는 됐지만 일년 중 가장 수요가 많은 시기여서 불편을 초래했다. 문제는 그동안 여러차례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서버 이중화 공백을 방치하고 쌍둥이 백업센터인 공주센터 개청도 13년째 미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전산망 장애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비스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안전망 혁신의 대전환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30 19:17

학교폭력 심의, 신속하고 공정하게

학교폭력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다. 당연히 교육 현장에서도 민감하게 다뤄진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교원과 전문가·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하게 된다.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폭위는 사전 조사와 당사자 진술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고,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징계 등을 결정한다.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린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관련 법률(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법정 위원회인 학폭위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폭위의 심의 지연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문정복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폭위 심의 지연은 2022학년도 8204건, 2023학년도 9530건, 2024학년도 1만1912건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전북지역의 경우에도 심의 지연은 2022학년도 104건에서 2023학년도 210건, 2024학년도 363건으로 늘었다. 특히 전주지역이 심했다.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3월 실시한 전주교육지원청 종합감사 결과 지난해 전주교육지원청서 열린 학폭위 366건 중 307건(84%)이 교육부 가이드라인인 4주를 넘겨 지연 개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 안내서’에 따르면 학폭위는 신고 접수 후 21일 이내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상황에 따라 최대 7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4주 이내에는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지침이다. 그런데 전국 학교폭력 사건 10건 중 4건은 기한 내에 학폭위 심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학폭위 심의가 지연되면 해당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를 키우고, 교육 현장의 혼란도 길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피해학생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학폭위 심의 결과가 늦어지면 피해학생 보호조치도 늦어지면서 당사자가 또다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학생과 학교의 상처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학폭 심의위원과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예방과 함께 신속하고 공정한 대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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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9 17:44

추석 앞둔 지방선거운동 과열·혼탁 안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후보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고,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문자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이미 권리당원 모집 경쟁이 한바탕 훑고 지나갔으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 사무실 확보와 출판기념회도 심심치않게 열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귀향 등 민심이 출렁이는 추석을 앞두고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조기 과열로 인해 자칫 선거가 혼탁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전국단위 선거인만큼 승패에 따른 정치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2024년 총선과 올해 대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함으로써 국정 운영에 탄력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권은 민주당 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어서 선거가 조기 과열되는 등 불법선거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마감한 민주당 권리당원 신규모집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35만장, 광주·전남도 30만장이 접수돼 권리당원 확보경쟁이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 당원 가입원서 65만 장은 지난해 당대표 보궐선거 기준 호남권 권리당원 수가 36만5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호남 전체 권리당원 수의 2배에 이른다. 이들 신규 접수자 가운데 중복 가입이나 허위 기재자를 걸러내면 실제 권리당원 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원 확보 경쟁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조직표 확보에 나선 결과다. 이같은 흐름 속에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등의 선거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도지사의 경우 재선을 노리는 김관영 지사와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안호영 의원이 서로 각종 업적 홍보에 나섰고 체급을 올려 도전 의사를 밝힌 정헌율 익산시장도 곳곳에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것은 교육감 선거다. 서거석 교육감이 지난 6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중도 하차하면서 일찌감치 불이 당겨졌다. 교수와 교사 출신 등 7명이 나서 전주시내 요지에 사무실을 확보하고 플래카드, 여론조사에 대비한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 각종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전주시장을 비롯한 14개 시장군수 선거도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열은 자칫 불법 선거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추석 명절에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9 17:42

[사설] 이젠 ‘완주‧전주통합 주민투표’ 미룰 이유 없다

완주-전주 통합 관련 주민투표 여부는 윤호중 행안부장관이 키를 쥐고 진행하게 됐다. 윤호중 행안부장관과 김관영 전북도지사, 국회 안호영 이성윤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이른바 6자 간담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윤 장관에게 일임키로 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완주-전주 통합 찬반 갈등이 지역분열로 이어지고 있고 장기화될 경우 고착화될 수 있어 이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참석자 모두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그동안 지역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미적지근하게 대웅해 왔지만 이젠 최종 결정 주체로 공인된 것이다. 완주-전주 통합 절차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완주군민의 의사를 주민투표로 확인하자는 것과, 사전 주민여론조사를 먼저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주민투표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완주전주 통합’ 대 ‘통합 대신 특별자치단체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우선 완주-전주 통합 대신 특별자치단체를 구성하자는 주장은 이 시점에서 고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나온 게 언제인데 이제와서 완주-전주에 익산을 포함시켜야 한다느니, 특별자치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통합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밖에 안된다. 키를 쥔 행안부는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완주-전주 통합 관련 갈등을 줄이고 최적 의견을 끌어낼 방법이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주민 갈등을 해소할 공정하고 객관적인 장치는 주민투표다. 주민의사가 오염되지 않고 제대로 반영되는 장치는 주민투표 방법뿐이다. 통합 찬반 의사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묻도록 관련법에도 규정돼 있다. 지금 통합 찬반 단체와 구성원들은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온 행안부의 안일함 때문에 분노가 극에 이르고 있다. 갈등과 분열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셈이다. 늦출수록 이재명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행안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른 시일 안에 최종 결정 방안을 발표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8 18:12

[사설] 전통한지 명맥 잇기, 체계적·실질적 지원을

천년을 견디는 종이 한지는 보존성과 친환경성, 전통성 등에서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공식 신청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등재 여부는 내년 말 최종 결정된다. 전통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장인의 손기술과 공동체 협업으로 제작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등재와 함께 전통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계승과 산업 활성화 노력이 요구된다. 전통한지의 본고장은 당연히 전주다. 전통문화유산의 명맥을 잇기 위한 기술 전수 노력이 요구된다. 후계자 양성과 교육 인프라 구축, 산업 기반 강화 등이 핵심이다. ‘한지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전주시·완주군 등 지자체에서 전통한지 계승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주천년한지관에서는 전통한지 후계자 양성, 한지 예술활동, 원료 수급 등 전통한지 문화 확산과 보전·계승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와 프로그램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전통한지 제조 현장인 완주 대승한지마을에서는 제조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를 찾지 못해 홀로 남은 장인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한지가 내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얼마 남지 않은 장인들이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 기술을 배워 전통문화를 계승하겠다는 사람도 없다. 지자체가 전통한지 보존·계승 사업을 번지르하게 홍보하는 중에도 생산현장에서는 체험자가 아닌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대로라면 천년 전통문화유산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 전통문화의 명맥을 안정적으로 이을 수 있는 실질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후계자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과 산업 기반 강화, 행정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성과를 내 수 있다. 전주천년한지관 등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시설의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도 전통문화 전승에 맞춰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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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8 18:12

[사설]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 정치권이 나서라

전북도민이 수년째 요구하고, 또 기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정상 가동의 길이 여전히 요원하다. 지난 2022년, 가동 중단 5년만에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여지껏 선박 블록 제작 등 부분 가동에 그치고 있다. 근무인력도 크게 줄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현대중공업이 지난 24일 올해 마지막 TF 회의를 열고 조선소 정상화 대책을 논의했지만, 신조(新造) 물량 확보와 특수목적선단지 조성 등 근본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빠른 시일 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기업측의 원론적 답변만 다시 들어야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가 ‘군산조선소의 미래 비전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현대 측에 강하게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수백억원의 지자체 지원금에다 지역주민의 성원과 간절한 요구까지 함께 쏟아부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 확대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세계적인 조선업 호황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잇단 호재도 있었다. 그런데도 현대중공업은 꿈쩍하지 않았다. 최근 LNG선 블록과 LPG선 탱크 제작으로 생산라인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완전 재가동과는 거리가 멀다. 울산조선소의 조업물량을 우선적으로 채우겠다는 전략도 그 이유다. 빠듯한 살림에서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 지자체의 간절한 요구를 현대중공업은 매번 외면했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본질적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따져볼 일이다. 가뜩이나 돈 없는 지자체가 혈세 수백억 원을 잘나가는 대기업에 지원하면서 거듭 애원했다. 그만큼 절박해서다. 이렇게 지자체가 기업을 설득하고 압박하기도 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언제까지 이럴텐가.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안 된다. 전북이, 전북도민의 자존심이 더 허물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 정치권에서 나서 담판을 지어야 할 때다. 지난 2017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당시 공약으로 내걸면서까지 조선소 재가동에 몰두한 것처럼 정치권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당시 지자체와 정치권,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간절하게 요구했던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분명 지금과 같은 부분가동이 아니었다. 최근 굵직한 현안 해결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질타를 받고 있는 지역정치권이 군산조선소 정상화로 도민들에게 그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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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5 17:52

[사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추석 명절 되기를

며칠 있으면 가장 긴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가장 풍성한 명절이기에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다. 추석은 지난 202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오는 10월 3일부터 1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올해 추석 연휴는 직장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시간이다. 긴 연휴 덕분에 소비 패턴이 명절 준비와 여행 준비 등으로 양분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커넥트웨이브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는 24일 "지난 1주간(9월 15-21일) 명절과 여행 관련 수요 증가로 전체 온라인 거래액이 전주(9월 8-14일) 대비 6.4% 늘어났다"고 밝혔다. 두말할것도 없이 명절 요리와 건강 선물 수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가하면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 여행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대략 인 두 명 중 한 명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28∼29일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 연휴 계획 등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7.4%(중복응답)가 '여행을 떠난다'고 답했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답변은 64.8%로 작년보다 16.4%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처럼 외형상 모두가 떠들썩한 추석을 준비하고 있으나 또다른 한편에서는 마음이 더 서러운 이들도 많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이웃이 넉넉하고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하는 이유다. 풍요로워야 할 추석이 바로 내 주변 어떤 사람에게는 평소보다 훨씬 더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 십시일반 작은 정성을 모아 이웃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것은 바로 나의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일례로 지난 여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이웃들의 심정을 한번 생각할 때다. 주택이나 상가 등의 침수 피해를 본 이재민들은 바로 소중한 우리의 친척이고 친구다. 홀로사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 요양원 수용자 등 한번쯤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차고 넘친다. 계엄과 탄핵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는 더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고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는 가중됐다. 이럴때일수록 저소득 가정이나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작은 마음이라도 함께 나누려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할 때다. 지역사회 나눔 활동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게 제대로 된 사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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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5 17:52

[사설] 변죽만 울린 전주 황방산터널, 착공은 언제?

전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추진된 황방산터널 개설 사업이 변죽만 울린 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황방산터널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이미 10여년 전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도시 녹지공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막대한 사업 예산 등의 문제로 추진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논란만 거듭됐다. 그러던 중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해 초부터 사업을 역점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전주시는 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혁신도시 정여립로(기지로)에서 서곡지구 천잠로(세내로) 구간에 총 길이 1.85㎞(터널 0.8㎞), 폭 25m의 왕복 4차선 도로를 내겠다고 했다. 이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는 등 행정절차에 돌입하면서 10여년 논란을 뒤로하고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였다.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새로 조성된 혁신도시·법조타운과 서부신시가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지방도 716호선과 서부우회도로 2곳뿐이어서 출퇴근길 상습적인 정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시민들에게 발표했는데 정작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으니 착공 시기조차 알 수 없다. 관련 기관에 의뢰한 경제성 분석(BC·비용 대비 편익) 결과가 기준치(1.0)를 크게 밑돌면서 당초 계획했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출구는 황방산터널이 포함된 ‘전주 효자∼완주 이서 도로 확장사업’을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에 반영해 국비지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모아 이뤄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 법률이 다음달 말부터 시행된다. 전북 교통혁신의 기회다.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광법 개정으로 전북권 광역교통망 구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주 황방산터널 개설 사업이 첫 시험대가 됐다. 황방산터널은 전북혁신도시 활성화와 전주 서부권 균형발전을 견인할 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은 교통 인프라 개선 사업이 변죽만 울린 채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주시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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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2

[사설] ATM기기 급감, 지방 금융소외 대책필요

지방의 ‘금융소외’가 해를 지날 수록 심각하다. 지역별 은행 점포 페점과 함께 현금 출금 등 기본업무를 담당하는 ATM(현금인출기) 또한 급감해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1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81%는 점포 방문으로만 금융거래를 했다. 그런데 은행의 경제성 논리로 ATM기기 및 은행 점포가 계속해서 줄어 지방에 거주하는 노령층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도내에서 운영 중인 은행 점포 개수는 177개로 5년 전 194곳에 대비해 17곳(8.8%) 가량이 감소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자체별 ATM 설치도 급감하고 있다. 즉, 2025년 7월 말 전북지역에 설치된 ATM 숫자는 679개로 5년 전인 2020년 881개에 대비해 202개(-23%)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전주 400개에서 308개(-23%), 익산 146개에서 100개(-31.5%), 군산 146개에서 111개(-24%) 등 주요 도시의 감소폭이 컸다. 특히 고창(7개), 순창(7개), 진안(7개), 임실(5개), 장수(3개) 등 한 지자체의 ATM 기기 숫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곳도 다수 조사됐다. 은행별로는 각 지역마다 있던 전북은행 ATM 기기의 감소가 가장 커 5년 사이 319개에서 233개로 86개(-26.9%)가 줄었다. 또 면단위에도 있었던 농협 ATM도 224개에서 180개로 44개(-19.6%)가 감소했고 대부분 은행들도 ATM 기기를 줄였다. 이같이 은행지점 축소에 이어 ATM마저 빠르게 사라지면서 금융 소외문제가 지역과 계층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특히 현금사용 비중이 여전히 높은 고령층과 농촌주민들은 생활의 큰 불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은행점포와 ATM기기가 줄었을 때 수요자들의 불편함을 고려한 대응방안이 없이 이 같은 축소 추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각 은행들이 업무 효율화와 함께 금융소외를 막는 합리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공동으로 연합해 각 지역별로 ATM이나 점포를 최소한 유지해 운영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대책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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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2

전북 농어촌유학 메카로 키우자

고령화와 급격한 인구감소로 시름을 앓던 전북 농촌지역에 모처럼 활기찬 소식 하나가 있다. 농촌유학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잘만하면 향후 도시와 농촌의 교육협력 성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북 농촌유학생은 257명에 달하고 있다. 2022년 27명에서, 23년엔 85명으로 늘어나더니 24년엔 165명, 그리고 올해엔 257명에 이르렀다. 3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94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82명, 광주 18명, 전남 14명, 충남, 인천, 부산이 각각 8명 등이다. 학생 정착과 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주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진안 조림초는 아토피 학생 맞춤형 건강 지원과 숲 체험을 제공하면서 초창기부터 인기몰이를 했다. 정읍 이평초는 탄소중립 실천학교와 AI 교육을 운영하며 김제 성덕초는 ‘같이 그린(Green) 미래’ 프로젝트로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곳은 바로 순창 지역이다. 올해 농어촌유학 전학 지역을 보면 순창이 91명으로 가장 많고, 진안 59명, 임실 53명, 완주 17명, 정읍 10명, 익산 8명, 군산 5명, 김제 5명, 남원 4명, 부안 3명, 무주 2명 등이다. 농촌유학은 단순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전학하는 형태를 넘어 인구 유입은 물론, 갈수록 쇠퇴하는 농촌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족체류형, 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 등 다양한 거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거라는 선입견은 오래전 얘기다. 단순 전학에서 벗어나 삶의 전환과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적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학생에게는 자연 속 성장 기회를,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2일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진안 정천면 조림초등학교를 방문해 농촌유학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향후 상생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에서 제안됐던 △농촌유학 후 원적 학교 복귀 보장 △서울시교육청 교육프로그램과의 듀얼 멤버십 유지 △6개월 한도인 재정지원의 전폭 확대 등은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전북이 전국적인 메카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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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3 18:28

[사설] 일명 ‘초코파이 사건’, 재판까지 갈 일인가

일명 ‘초코파이 사건’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신임 신대경 전주지검장이 “상식선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 지검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초코파이 사건이 계속 언론과 인터넷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사건 이면에 있는 사정들에 대해 더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 낯이 뜨겁다. 새벽 근무 중 초코파이를 꺼내 먹었다고 재판까지 갈 일인지, 그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법원은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은 1년 8개월 전으로 올라간다. 2024년 1월 18일 오전 4시 6분께,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출고센터 내 물류회사 사무실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A씨(41)는 협력업체인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었다. 40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와 650원 상당의 카스타드 1개로 총금액은 1050원어치다. 물류회사 소장이 CC TV를 보고 A씨를 절도 혐의로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조사 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이를 약식기소했다. 이어 1심 법원은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유죄가 확정되면 직장을 잃을 수 있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물류회사의 태도다. 검찰에 따르면 물류회사는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면서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A씨가 2022년부터 노조활동에 참여했고 성과금 차별철폐와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것에 대한 본보기성”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건 1050원어치의 먹을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는 것은 누가봐도 치사한 짓이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망신을 떨고 말았다. 둘째 검찰과 법원의 태도다. 검찰은 기소유예처분을 내리지 않아 사건을 키웠다. 법원은 사무실 구조와 증인의 증언을 듣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은 형식적 절차는 정당할지 몰라도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는 너무 어긋난 결론이다. 다행히 2심 재판부는 기록을 검토한 뒤 “각박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며 여지를 두었다. 또 검찰도 “구형 단계에서 법원이 의견을 구할 때 할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국민 정서를 황폐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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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3 18:27

[사설] 청년정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다

전북자치도가 20일 청년의 날을 맞아 ‘2025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주시가 주최한 전주미래도시포럼이 ‘청년미래랩 인구위기 시대의 다양성과 공존-청년이 머무는 글로벌 도시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해마다 청년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전북과 전주시로서는 시기 적절하고 중요한 화두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포럼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토론이 아니라 떠나는 청년을 붙잡아 둘 구체적인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북 청년인구(18~39세)는 해마다 평균 8000여 명씩 순유출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8606명, 2022년 9069명, 2023년 7741명에 이어 지난해 8478명으로 유출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청년층 이탈과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전주시를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은 소멸위험 지역으로, 익산을 포함한 6곳은 소멸위험진입, 진안군 등 7곳은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청년인구 유출 문제 해결과 지역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전북자치도는 올해 안에 청년 일자리 9000개 창출, 행복주택 600호 공급, 기업 맞춤형 전문인력 1200명 양성, 전북형 청년수당 3000명 지급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청년 일자리의 경우 청년 직무인턴 확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창업중심대학 사업화 지원, 청년농업인 지원 등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이같은 정책은 전북도의 전북청년허브센터, 전주시의 인구청년정책국을 중심으로 시행하는데 성과로 존재감을 보였으면 한다.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교육, 주거, 금융,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요소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자리는 기업 유치가 지름길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인센티브를 줘도 수도권 아래로 내려오는 기업은 드물다. 청년창업도 마찬가지다. 청년창업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비수도권의 경우 카페, 음식점 등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다. 결국 일자리 절벽을 돌파할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전방위적으로 기업유치에 나서는 한편 지자체와 대학, 도내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다. 청년이 떠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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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2 18:47

[사설] 군산조선소 신조와 특수목적선 단지 필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다시 문을 연지 3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부분 가동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22년 군산조선소는 5년 만에 재가동을 시작했으나 겨우 선박 블록을 제작해 울산조선소로 보내는 부분 가동에 그치고 있다. 결국 군산조선소를 살리려면 특수목적선 생산이나, 선박 정비보수 기지화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소위 K-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활하면서 날개를 펴고 있으나 전북에 국한하면 조선업은 계륵같은 존재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된 이후 5년 만인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을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하청 블록 조립공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2022년 10월부터 고용지원, 인력 양성 지원을 비롯한 해상운송 물류비 등 5개 사업에 국비 43억 원, 지방비 385억 원을 지원했으나 아직도 희망 고문만 계속되는 실정이다. 결국 조선업 본연의 경쟁력인 신조 분야 이외에는 해법이 없다. 신조는 단순 정비와 달리 숙련 인력 및 협력사 고용 확대, 기술 경쟁력 강화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만일 전북도와 군산시가 군산항 7부두에 추진 중인 특수목적선 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는다면 ‘투트랙 전략’은 확실한 해법이 될 수 있다. MRO를 보완 수단으로 삼되, 본격적인 지역경제 회생의 동력은 신조에서 찾는 것이다. MRO 시장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되 결국 신조 물량 확보와 특수선 단지 조성이 병행돼야만 미래가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군산조선소 가동을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가동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발맞춰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전진기지나 국내 선박 신조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요즘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단순 작업인 컨테이너선 블록 위주로 생산했으나 올해들어 고부가가치 LNG선 블록과 LPG선 탱크 등으로 생산을 다변화하고 있는 군산항. 하지만 갈 길은 결국 신조와 특수목적선 단지라고 할 수 있다. 어렵게 다시 문을 연 군산조선소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가길 거듭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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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2 18:47

[사설] ‘전주권 광역교통망’ 시동, 국가계획 반영부터

교통 오지 전북이 교통혁신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모아 이뤄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이 법률은 부칙에 따라 오는 10월 23일부터 시행된다. 지역사회의 오랜 숙원인 ‘전주권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법률적 토대를 마침내 마련했다. 전북 교통혁신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교통 오지 전북의 교통혁신은 이제부터다. 다음달 관련 법률이 시행된다고 해서 곧바로 전북 교통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가계획 반영과 예산 확보, 사업 시행 등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월이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어렵게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전주권 광역교통망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최근 ‘전주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안’을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계획안에는 전주를 중심으로 완주·김제·익산·군산을 잇는 광역도로와 광역철도 등 15개 핵심 사업이 포함됐다. 이 같은 사업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토교통부가 내년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인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년)’에 담겨야 한다. 또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사업 추진 논리와 근거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어쨌든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광법은 전북 교통혁신의 신호탄이다. 전북권 지자체와 정치권이 다시 한번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한 후속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에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법률 개정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정치권이 다시 한번 역량을 총결집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대규모 국비 지원을 이끌어낼 전주권 광역교통망의 밑그림을 국가계획에 반영시키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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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1 18:49

[사설] ‘고준위 방폐장 시행령’ 강행 말고 보완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시행령을 놓고 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이 크다. 공론화 절차가 생략됐고 주민 참여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범위’ 와 ‘재정지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산자부가 마련한 시행령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설치’ ‘2060년까지 처분장 운영’ ‘주변지역 범위는 발전소 반경 5km’ 등을 규정한 것 등이 주요 골격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달해 고민이다. 산자부가 서둘러 시행령을 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령에 담긴 ‘공론과정 생략’ ‘주변지역 범위’ ‘재정지원 형평성’ 등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공론 절차다. 원자력발전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핵연료는 대부분 열과 방사능의 준위가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때문에 주민이나 자치단체로서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고 주민 공청회 같은 공론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 이 절차가 생략됐다면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 하나는 보상과 지원의 근거가 될 원전 발전소 주변지역 범위다. 시행령이 규정한 ‘원전 반경 5km’는 주변지역 범위로선 너무 좁다. 5km 밖 주민들도 위험을 체감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반경 30km로 확대해 놓고도 주민 지원 범위를 5km로 좁혀 규정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 30km로 확대해야 옳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에 대한 재정지원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역자원시설세 일부가 배분됐지만, 부안·고창·삼척·양산·유성 등 5개 자치단체는 여전히 제외돼 있다. 원전 소재지와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지원 받지 못한다면 박탈감이 심화되고 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시설은 안전성을 위협하는 혐오시설이다. 심리적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에 파격적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 공론절차가 생략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시행령이 강행돼선 안된다. 산자부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보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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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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