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4 06:19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타향에서] 새만금은 행동이다

전라북도의 미래 성장동력을 꼽으라면 단연 새만금사업이다. 1991년 식량자급을 위한 농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방조제 공사 현장에서 첫 삽을 뜬 지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떤 때는 공사중단도 있었지만 도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삭발을 하고, 수많은 도민의 투쟁과 눈물로 지켜온 사업이다. 사람 나이로는 성인을 넘어섰고, 정권으로 치면 6대째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이 나를 부른다"고 외쳤던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2번, 재임중에 2번을 다녀갔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 장면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33.9km에 달하는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면적은 서울의 2/3정도에 달한다. 프랑스 파리에 비하면 4배나 크다고 한다.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Creating Tomorrow) 새만금!,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비상한다는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많고, 달려가야 할 시간도 아직 길게 남아 있다.지난 3월 16일 정부가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새만금땅을 휴먼녹색글로벌이라는 21세기형 옥토로 개발할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는 산업관광과학 등 8대 용지별 개발전략과 항만공항 등 기반시설 계획이 구체화되어 있다. 한마디로 새만금사업의 교과서인 셈이다. 용지조성과 기반시설 설치, 수질개선 등에 22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2020년까지 약 13조원이 투입되고, 그 이후에는 9조원 가량이 단계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문제는 이 종합개발계획을 차질없이 실천하는 일이다. 마침 어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주재로 전주에서 한나라당 최고지도부 회의가 열렸다. 임채빈 국무총리실장 등이 참석하여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을 설명하고, 향후 추진방침 등을 보고하였다. 집권당 지도부와 국무총리실장이 전북을 동시에 방문하여 김완주 전북지사와 언론이 보는 가운데 새만금사업을 논의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들은 새만금사업은 전북을 뛰어 넘어 국가미래를 여는 거대한 역사임을 확인하고, 사업 성공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실천의지를 보여주었다.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행동이다. 새만금개발청 설치와 안정적인 재원조달이다. 현재의 새만금사업은 국토해양부, 농식품부 등 7개 중앙부처로 일이 나뉘어져 용도별 개발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새만금사업의 종합적이고 신속한 개발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라북도는 벌써부터 새만금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전담기구인 새만금개발청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새만금사업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고, 관련 부처의 사업승인 권한을 위임받은 전담기구 설치를 검토한다고 하니 새만금개발청 설립은 어려운 일이 아닌 듯 싶다.무엇보다 22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조달하는 일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먼저 여러 부처로 분산된 국가예산을 통합관리하는 방안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또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내외 투자유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아 한다. 3월 25일 정부가 전경련과 합동으로 국내 투자설명회를 열고, 올해 안에 해외 투자유치 설명회와 상담회를 수차례 개최한다고 한다. 정부의 노력만큼이나 그 성과도 크게 달성되기를 바란다.전북의 인구가 가장 많았던 때는 1966년도이고 당시 인구는 252만명이었다. 그 후 인구는 계속 감소했고, 2009년에는 185만여명으로 바닥점을 찍었다. 그런데 작년에 1만 4천명이 증가하여 전북의 인구는 증가추세로 전환했다. 기업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인구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지역이 점점 살기 좋아지고 있다는 징표다. 새만금사업의 성공과 함께 전북의 인구가 최고점을 찍을 날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재성 (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3.24 23:02

[타향에서] 광화문 현판 글씨는 첫 단추 바로 끼우자

지난해, 복원한 지 석달이 채 안 돼 균열이 생긴 광화문 현판이 세간의 화제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각각의 의견을 냈고, 급기야는 서체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문화재 복원에 홀대받아 제대로 참여기회조차 없었던 서예계에는 무척 고무적인 일대 사건이다. 그래서 서예계에서도 다양한 주장들이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오고 있다.광화문은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상징성이 비할 바 없이 크다. 현판의 글씨는 1865년 고종 때 중건책임자 임태영이 썼다고 '경복궁영건도감의궤'에 전한다. 현판은 해당 건물의 이름표이기 때문에 멀리서 누구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楷書體로 거의 정형화 되었다. 특히 궁궐과 사찰의 현판글씨는 전각 주인의 품격과 위엄, 덕성, 기상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압축 표현한 당대를 대표하는 서예유물이다.광화문 현판의 글씨를 논하려면, 먼저 1968년 건립된 광화문의 잘못된 위치와 각도까지도 바로 잡아 목조 건물로 제대로 짓는 일이 복원이냐, 아니면 중건이냐 하는 문제가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에 합당한 글씨의 선택이 당위성을 획득하게 된다. 여기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지난 10년 동안 경복궁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광화문 복원이라는 점이다. 복원이라면 임태영의 글씨를 다시금 원본에 최대한 가깝게 글씨의 점획과 결구를 살려 거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복원되는 경복궁의 다른 전각과 일관성을 지닌다는 점에서도 타당하다. 그리고 중건이라면 한문글씨, 혹은 한글글씨의 선택으로부터 세부적으로 옛 글씨, 혹은 명필 글씨의 집자, 혹은 현대서예가의 서사가 가능하다.일의 순서가 이러함에도 광화문 현판 글씨가 화제가 되자 여러 단체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한글 관련 단체들의 무모한 견강부회(牽强附會)식 논리와 집요한 압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신들의 주장에 한 점 사견은 없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볼 일이다.한 예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 현판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혹자는 박 전 대통령이 광화문을 복원하였고, 그동안 걸려 있었으며, 경제부흥의 기초를 닦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한글글씨이기 때문에, 힘찬 필획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를 들어 역사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박 전대통령이 첫 단추를 잘못 꿴 결과 오늘날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된 것이다. 무인(武人) 출신인 박 전 대통령이 비록 서예를 연마했다고 하지만 명필은 아니다. 그렇다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서예 스승을 비롯한 덕망 있는 서예가에게 양보했어야 마땅하다.글씨의 상징성에서도 문제점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의 글씨는 그야말로 안하무인격으로 광화문이 내포한 의미와 거리가 멀다. 광화문이라는 명칭의 상징성을 글씨로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제왕의 백성에 대한 자애와 덕성이 담겨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글씨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전혀 읽을 수가 없다. 또한 장기 집권을 하다가 심복에게 저격당한 불행한 말로를 맞은 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서체 자체도 문제점이 많다. 예컨대 '광'자의 결구를 보면 종성이 제 위치를 벗어나 삐딱하고 '화'자와 '문'자도 한글서예사에 족보가 없는 결구법이다.이렇게 선입견을 배제하고 하나하나 객관적인 기준으로 면밀히 살핀다면 최상의 서체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얼마 전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청회로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걸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한 검토로 최선의 결론을 얻어 차후에 이루어지는 서예 관련 문화재 복원의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3.17 23:02

[타향에서] 스마트 全北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진다. 지방자치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의미일 터이고 지방의 자치행정이 잘 되어야 국가의 민주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그런데 요즘 지방행정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경기도 성남시가 초호화 청사를 지어 전 국민의 빈축을 넘어 분노를 샀던 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최근에는 경북의 달성군, 포항시와 경남 진주시 등이 중앙정부가 지정한 청사 기준면적을 과도하게 넘었음이 적발되어 그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경기의 용인시는 쓸모없는 경전철을 완공하고도 방치해서 예산낭비는 물론 도시미관을 해치는 꼴불견으로 회자된다. 1조원 넘게 들여 지었지만 운행하면 1년에 550억원이나 적자를 내는 것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충북의 청주라든지 강원도 양양, 경북의 예천 등지는 효율성 없는 공항을 만들어 유령시설이 되고 있다. 우리 전북에서도 하마터면 김제공항을 추진하다가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공사 시작 전에 타당성검토가 잘 되어 시행착오를 막지 않았다면 앞으로 새만금지역에 국제공항을 유치해야 하는 전북의 새로운 발전그림에 먹구름이 되었을 것이다.최근에는 전대미문의 구제역 확산으로 살 처분한 350여만 마리의 소·돼지를 매몰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충대충 하는 바람에 또 다른 환경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침출수가 유출되는 매몰현장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우리 전북과 전남이 구제역을 잘 막아 청정 축산기지를 지킨 것은 국가적으로 다행스럽고 도민들로서도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바로 '스마트 전북'임이 자랑스럽다. 이것은 6·25동란 초기 경남·북이 살아남아 나라 전체를 구한 것과 비견된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앞으로 호남의 힘으로 전국에 뻗어나갈 것이다.전북이 쓰나미처럼 밀려온 구제역을 차단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 당국과 6개시, 8개군이 철통같은 방역망을 펼쳤기 때문이다. 건성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성을 쏟아 농장을 소독하고 위험요소들을 차단하고 철저하게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자체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200만 도민들의 애향적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년에 한번뿐인 설 명절에 귀향하지 않아도 고향의 부모들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심지어는 부모가 미리 자녀들에게 귀성하지 않도록 이르는 사례가 많았다고 보도되었다. 이 모두가 정말 스마트한 전북인의 진면목이다.'스마트'는 근자의 화두(話頭)이다. 스마트폰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점차 각 분야로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다. 스마트TV, 스마트자동차에서 스마트비행기, 스마트원자력 등 컴퓨터 요소가 들어가는 첨단기기들에 '똑똑하다'는 의미의 스마트(Smart)란 단어가 따라붙는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분야에까지 스마트가 인용된다.지난 연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무뢰한으로부터 피격당해 사망한 한 소녀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는 추도사 도중 슬픔이 복받쳐 단 51초간 침묵하고 말았다. 물론 무의식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짧은 침묵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때까지 오바마에게 비판을 쏟아 부었던 저명한 언론인이 오바마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며 적극 지지로 돌아섰고 많은 미국시민들이 오바마에게 박수를 보냈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이 어렵겠다는 여론이 '51초의 침묵' 이후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일순간의 기적같은 현상을 두고 '스마트 파워'란 말이 생겨났다.우리 전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 우리 고장의 지자체들이 그동안 스마트한 행정을 해온데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앞으로 새만금을 백년대계 입장에서 명품으로 만들어야하고 무주 태권도공원, 익산 식품클러스트 등 주요 현안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스마트 전북의 명성을 잘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조남조 (한국사료협회 회장·전 전북지사)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1.03.03 23:02

[타향에서] 석패율 제도와 전북

지금 여의도 정가에서는 석패율 제도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말들이 점점 많아지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석패율 도입을 천명했고, 지난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전북출신인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이 대통령에게 석패율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석패율 제도 도입을 당론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석패율 제도란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이다. 어느 국회의원 후보자가 지역구에서 낙선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길을 터주자는 제도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될 것이고, 여기에서 석패율 제도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현실적으로 보면 석패율 제도는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당선시키자는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 보면 석패율 제도를 통해 지역정서의 벽을 넘어보자는 시도이다.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면 특정 정당의 지역독식 구도가 일정 정도 깨지거나 완화되는 성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석패율 제도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 비록 지역구에서 낙선했더라도 유권자에게 1차 심판을 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더욱 더 민심을 떠받들고 지역발전에 헌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번 출마해 본 사람이 누구보다 지역실정을 더 잘 알고,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자신의 공약이행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석패율 제도가 가진 현실적 특징은 이 곳 전북에서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한 두명 더 배출하는 것이다. 그것도 무늬만 전북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했던 사람 중에서 말이다. 또 당연히 영남에서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배출된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출마해도 현재와 같은 지역구도 속에서는 전북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없고, 영남에서 민주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더욱 강조하면 석패율 제도는 전라북도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이득이다. 전북 실정을 잘 아는 국회의원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그 만큼 전북 입장을 잘 대변하고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민주당 소속 열 한명의 의원들이 국회에서 전북의 입장을 힘겹게 대변해 왔다. 국가예산을 사실상 최종적으로 정하는 국회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 전북 출신 의원이 한 명도 없었던 때도 많았다. 그 만큼 전북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면 한나라당 출신도 국회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은 해소될 것이다.여야가 석패율 제도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국민적 공감이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지역주의의 폐해를 선도적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대승적으로 보여 줄 때가 되었다.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면 보다 많은 전북 인재들이 한나라당 쪽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중앙정치권에서 전북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이제 시대는 변했고 개인과 조직은 다양한 가치들 속에서 각자의 선택을 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 시대를 지배했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시대를 종식시켜야 한다. 석패율 제도 도입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석패율은 이미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재성(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2.24 23:02

[타향에서] 대장경 천년, 계승·발전시켜야

올해는 초조대장경 판각 시작 1000돌이 되는 해이다. 초조대장경은 거란의 침입을 맞아 고려 현종 2년(1011) 판각을 시작하여 1087년에 완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목판대장경이다. 경판은 대구 부인사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되었고, 인쇄본만 현재 일본에 2500여 권, 국내에 300여 권이 전한다.현대를 국력 중심의 '하드파워'의 시대를 지나 문화의 힘을 중시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라 말한다. 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친 지식, 기술, 경험의 축적이니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인간사이다. 그리고 모든 문화와 문명은 기록을 통해 널리 전파되고 후대에 전해지며 새롭게 창조된다. 따라서 인쇄술은 모든 문화와 문명의 모태라 할 수 있다. 하물며 시간적으로는 천여 년에, 공간적으로는 당시 아시아 대륙에 걸쳐 집적된 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대장경에 있어서이랴.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총력을 기울여 조성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우리의 재조대장경(해인사 팔만대장경)만이 온전하게 전해진다. 당시 대장경은 세계 곳곳의 학문과 지식을 수집, 집약시켰기 때문에 국력의 상징이자 첨예한 선진문명의 지표이며 주도권에 대한 상징이었다. 비록 송(宋)나라가 가장 먼저 판각했지만, 고려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 지식의 보고(寶庫)로 재창조하였으니 당시 고려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가장 선진국이었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유산이다.오윤희 전 고려대장경연구소장은 우리 조상들이 일찍부터 문화의 유전자 '밈(meme)'을 지니고 있었음을 대장경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고려대장경을 만든 지적 유전자가 우리 몸 안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IT 강국이 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흔히 대장경을 호국불교의 대명사, 혹은 불교 경전의 집합체로서 불교 신자들에게만 의미있는 유산 정도로 생각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견해다. 대장경은 석가모니로부터 시작된 많은 성현들의 지혜가 한 데 모인 공동 창작물이자 기록의 집적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三藏(經律論)뿐 아니라 사전류, 목록류, 전기류, 도해류, 역사서, 여행기, 상소문, 비문, 시문, 심지어는 이교도의 성전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근대에 편찬된 일본 대정신수대장경에는 景敎의 문헌(唐나라 때 장안에 정착했던 기독교인들의 성경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대장경의 정신은 당시의 중요한 기억들까지도 정리하여 후세에 전함을 기본으로 해 왔다.이러한 대장경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천대를 받았다. 이전에 인쇄된 그 많은 대장경을 모두 일본에 주어버렸고, 더욱 기막힌 일은 일본 사절들이 애원하여 얻어간 우리의 대장경을 방방곡곡의 사찰에 소중히 모셨던 데 비해, 조선의 유학자들은 나라를 오염시키는 쓰레기 정도로 여겼음을 조선왕조실록은 생생히 전한다. 그 결과 현재까지 전하는 대부분의 초조대장경이 일본에 있고, 연구결과 또한 역수입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세계기록문화유산입네,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입네 입으로만 되뇌인다. 오늘날에도 일부 몰지각한 성직자와 종교인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대장경 조조 시작 1000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물을 지니고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던 조선시대의 폐쇄적이고 무지몽매했던 유학자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지금도 늦지 않다. 대장경을 여러 차례 조성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찾는 국가 차원의 노력과 재창조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2.17 23:02

[타향에서] 전북의 '매력 경쟁력'

최근에 '매력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개인도, 도시도, 국가도 매력을 경영하여 호감을 얻고 다른 사람을 압도할 수 있는 매력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21세기는 매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많은 학자들이 강조한다.미래학자 롤프 얀센(Rolf Jensen)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미래 소비자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있는 감성가치이야기 등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강조했다. 그가 방한했을 때 "김치에도 이야기를 담아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던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오래된 도시들은 문화와 예술, 음식 등을 자기만의 매력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곳이 많다. 프랑스에 갈 때마다 문화와 예술적 향취로 가득한 도시들이 참 많다는 점을 느끼곤 한다.비교적 최근에 조성되는 도시들도 매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부단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같은 모양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여 개성 강한 건물로 가득한 활력있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의 라스베이가스도 다양한 공연 등을 통해 도박 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방문하고 싶은 친근한 도시 이미지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그렇다면 전북은 어떻게 하면 글로벌 매력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을까?한국의 음식과 전통문화가 물씬 넘쳐나는 고장, 그 속에서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미래 고령화시대에 매력있는 전북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2009년 지역 건강통계에 따르면, 전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고장이다. 스트레스 인지율이 24%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였다. 또한 사망률의 예측지표로 널리 활용되는 주관적 건강상태(self-rated health)는 53.6%로 제주(53.8%)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아 전북인의 절반 이상은 건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매력 전북, 매력 전북인이 되기 위해서, 우선 모두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제일의 맛 고장인 전북에 세계적인 미식가들이 찾아올만한 대표식당을 전략적으로 키워보자. 프랑스의 수도가 파리지만, 음식의 수도는 리옹인 것처럼 대한민국 음식 수도로 도약할 만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면에서 작년 12월 전주에서 열린 OECD관광위원회에서 '한식 세계화와 음식관광 선진화 방안'을 논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전북을 고령화 시대의 건강하고 안락한 생활공간으로 재설계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단기간내에는 어렵겠지만 도시 한 가운데 광장이나 공원을 만들어 주말이면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들이 함께 어울리고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 확장기의 도시 경쟁력이 좋은 직장과 학교였다면 고령화 시대에는 건강하고 안락한 삶의 질에 따라 도시매력이 결정된다는 점에 우선 착안하고 실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또, 전북은 예로부터 예술과 문화의 고장이다. 한국관광의 으뜸명소로 선정된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하여 각 마을마다 고유의 예술과 문화적 전통을 키워보자. 전북의 초등학교는 예외없이 전통음악 과목을 두고 특성화교육을 해보자. 전북에서 매년 벌어지는 축제는 음식과 전통문화 축제로 총체적으로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가장 이상적인 매력경영은 외적 매력과 내적 매력의 통합이라고 한다. 외적 매력은 보는 순간 바로 나오고 내적 매력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차차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내적 매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오래도록 지속되는 매력은 내적 매력의 힘으로 뒷받침되는 매력이다.전주비빔밥, 한옥마을, 새만금 등 세계적인 전북의 매력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오감(五感)으로 담아내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통해 통합아이콘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함을 제안해 본다./ 김원종(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2.10 23:02

[타향에서] 타향에서

흔히들 2011년은 선거가 없는 해라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투표(投票)가 없다는 뜻이지 선거행위까지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연초부터 여러 형태의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잠룡들의 용트림이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한나라당 쪽에 박근혜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가 있고 민주당엔 손학규 당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정세균 최고위원이 포진하고 있다. 이 밖의 야권후보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당대표, 한명숙 전총리 등이 회자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유지하는 박근혜 전 대표는 연초 3일간 그의 출신 기반인 대구에 가서 각종 지역행사에 참석했고 손학규 대표는 역시 연초 3일간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기는 전북의 전주군산정읍 등지를 누비고 다녔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말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복지관련 공청회를 주최하기도 했다.전북 출신의 정동영 최고위원은 통일원장관 출신답게 정부에 방북신청을 하는 등 햇빛정책을 계승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얼마전까지 당대표를 역임한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른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등 정책홍보에 치중하고 있다.이러한 잠룡들의 기지개를 접하면서 2012년 12월 1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고자 한다.첫 번째 관심은 정권교체 여부이다. 한나라당의 정권유지냐 야권의 정권탈환이냐의 문제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현재의 상황으로만 보면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이 많이 앞서있고 또 한나라당 후보의 인기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형국이어서 정권교체가 되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여야 1대1 선거가 되면 예측불허의 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아산정책연구원 의뢰로 지난 1월 20일 '리서치&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내년 대선때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35.4%이고 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36.8%로 나타났다.두 번째 관심은 한국에서도 여성대통령이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해 1월 1일 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63) 여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 높은 룰라 대통령의 바통을 받아 대권을 승계했을 때 한국의 대선과 연결 짓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여성대통령이 안 나왔지만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했다. 독일의 메르켈 여자총리(66)는 맹렬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지금 당장 투표하면 박근혜 의원(59)의 당선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 1월 17일자로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박의원은 압도적으로 높은 45%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모두 한자리 숫자의 지지도.그러나 대선까지는 2년 가까운 기간이 남아 있어 어떤 변수, 어떤 돌출 사건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말수가 적으면서 가끔 촌철살인(寸鐵殺人) 같은 발언을 하는 박의원의 스타일로 봐서 큰 무리 없이 최종 선거에 임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나라 경선에서의 대항마가 누가 될지, 야권에서 누구로 단일화가 될지가 관심거리라 하겠다.세 번째 감상법은 각종 정책에서 나타나는 보수와 진보, 즉 우파와 좌파의 대결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이 제기하는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대학등록금 반감 정책(이른바 3+1정책)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재정 조달방식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정동영의원은 부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부유세(富裕稅)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한나라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개헌문제도 민감한 사항중의 하나이다. 개헌하려면 국회 3분의 2 동의가 있어야하고 국민투표를 거쳐야하므로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친이계(親李系)쪽에서 이슈화하는 것은 다분히 대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이러한 굵직한 정책들이 각 정당의 계파간에 또 여당과 야당간에 어떠한 쟁론으로 발전하는가에 따라 국민들간에도 상당한 이념적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이것이 대통령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조남조 회장은 익산 출신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언론인정치인행정가로 활동했다. 중앙일보 정치부장과 제 11, 12대 국회의원, 산림청장, 전라북도 지사, 한국프레스센터 이사장을 지냈다./ 조남조(한국사료협회 회장전 전북지사)

  • 오피니언
  • 기타
  • 2011.01.27 23:02

[타향에서] 김완주와 정운천

전북출신으로서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먼저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고, 매 총선 때마다 비례대표 안정권에 우선 배정한다는 당 지도부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속에서 한나라당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분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예산국회 때마다 서울로 출장온 전북도 소속 공무원들은 "한나라당에도 전북출신 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정성이 배어 있다.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전북에서 배출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기왕 말이 나온 김에 전북과 한나라당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김완주 지사가 한나라당에 어떻게 인식되어 있고, 정운천 최고위원이 전북출신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뛰고 있는지를 설명하면 좋을 듯하다.지난 해 16개 시도가 국비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총력을 기울이던 10월 중순경이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전북 방문을 앞두고 한나라당 정책위의 수석전문위원 몇 명이 모였다. 회의 시작전에 어떤 수석이 "왜 사무총장님이 전북예산에 이렇게 관심이 많으십니까"라고 물었다. "한나라당에는 전북출신 의원이 한 분도 없으니 사무총장이 챙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원사무총장의 대답이었다. 그러자 다른 수석이 "김완주 전북지사는 정말 놀라운 사람입니다. 시도지사 중에 예산확보를 위해 가장 열심히 뛰는 도지사 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사는 전북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찾아가 설득하는 뛰어난 도지사로 인식되어 있다.작년 12월 하순경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정운천 前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나타났다. 인사말을 하면서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현 상태로는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어려우니 선거법을 개정하여 반드시 전북출신 의원을 배출하자는 주장이다. 그 말 속에는 전북발전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뜻이 진하게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김완주와 정운천! 모두 전북발전을 위해 맨 몸으로 서있다. 이 분들을 생각하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어느 지방 군수의 말이 떠오른다. "군수생활 하시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없는 집 큰 아들 심정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할 일과 책임은 많은 데 가난해서 마음이 무겁다는 처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완주지사는 전북의 맏형격이고 정운천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서 전북을 대표하고 있다. 명성도 높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도민의 행복을 위해 앞뒤 가릴 시간도 없다. 전북의 미래를 개척하고 도민의 살림살이를 챙겨야 한다. 두 분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전북에서 난 쌀과 물을 먹고 성장했다. 두 분의 혈관에는 전북의 피가 흐르고 있다. 전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도 똑같이 했다. 이제부터는 전북발전과 인재양성이라는 점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소속 당이 다르다는 것이 더 이상 통용되어서는 안된다.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전북의 꿈을 앞당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정운천 최고는 김지사가 도정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중앙무대에서 적극 협력해야 하고, 김지사는 정운천의 바람대로 우리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배출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한다.새만금시대를 앞두고 전북이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두 분이 전북의 양날개가 되어 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이재성 (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1.20 23:02

[타향에서] 진정한 문명인

지난 연말 오랜만에 온가족이 고향 나들이를 함께 했다. 큰 아이가 대학이 확정되자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하여 가족이 함께 움직인 지 오래된 차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평소 지방을 다녀올 때엔 KTX를 이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무궁화호를 탔다. 조금은 느긋하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마음을 느긋이 가질 때 삶의 구석구석이 보다 잘 보이는 법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가족간에 오붓한 대화를 나눈 것 또한 오랜만에 덤으로 맛본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은 느림에서 나온다. 그리고 약간의 불편함은 우리를 성찰로 이끌어 준다. 약간의 불편함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다.지난해 초 행사 참석 차 뉴욕 가는 길에는 처음으로 가족을 대동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새 출발을 격려하며 보다 큰 꿈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80층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맨해튼 시가지를 통해 인간 성취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다. 맨해튼을 다녀 온 지 10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번에는 최첨단 문명의 반대편에 있는 지평선의 고장 김제를 찾은 것이다.맨해튼과 농촌 모두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화려하고 바쁜 도시의 일상이 농촌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타자와의 비교 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로 얻는 신기루인 부와 명예와 권력을 향해 돌진한다. 삶의 본질인 감사와 사랑, 정직, 상생을 딴 세상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드넓은 평야를 보면서 십수년 전에 읽었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의 인디언 추장들의 문명인들을 향한 준엄한 꾸짖음을 들었다. '풀들도 인간처럼 가족을 이루고 살고 추장도 갖고 있다. 따라서 약초를 캐러 가는 사람은 약초의 추장에게 존경심을 표해야 하고, 꼭 필요한 만큼의 풀만 채취하여 좋은 목적에만 사용할 것임을 밝혀야 한다.' 이러한 통찰은 정직한 대지와의 교감을 통해 얻은 것이리라. 이를 통해 인디언들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와 진리를 아는 최고의 문명인이요, 문명인을 자처하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진리를 모르는 야만인임을 깨닫는다.최근 구제역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어찌 소 뿐이겠는가만, 오래 전 한우를 기르던 친구의 말이 차가운 눈발로 가슴을 때린다. '소는 도축장으로 싣고 가는 트럭에 오를 때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차마 볼 수 없어 자리를 피한다.'는. 숱한 생명체가 무참히 살처분 되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그러고도 진정 문명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인사파동, 함바게이트, 이미 불어 닥친 환경이변, 머잖아 닥쳐올 식량난, 식수난 등등 산적한 문제들의 발생 연원을 깊이 살펴보면, 인디언보다 못한 미개인들이 그동안 가짜 문명인 행세를 했기 때문이 아니던가.대지는 정직하다. 대지를 경작하며 정직함을 배운 농민들 역시 정직하다. 지난번 고향 나들이에서 다시금 확인한 또 하나의 수확이다. '우리는 진리의 책을 가져본 일이 없고 누가 어떤 진리를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책에 적어놓고 찬양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우리에게는 삶이 곧 진리이고, 진리가 곧 삶이다. 그런 삶을 사는 자에게는 진리의 책이 아무 필요 없다.'는 인디언 추장의 메아리가 맨해튼, 고향 풍광과 겹친다.*외길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은 김제 출신으로 전북대 국문학과와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를 졸업했다. 시인이자 서예가이며 사경전문가로 노동부 전통사경기능전승자로 선정(2010-5호) 되었다. 사경(寫經)은 불교(종교) 경전의 내용을 금은묵 등으로 옮겨 쓰는 행위, 또는 그 작품을 말하는 것으로 유서깊은 수행법이기도 하다. 김회장은 미국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초대전과 시연회 등을 통해 한국 전통사경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1.13 23:02

[타향에서] 서애 유성룡과 신묘년의 새해 계획

타향에서 나랏일을 보면서 어렵거나 힘든 장애물을 만났을 때, 포기하거나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마다 서애 유성룡을 생각하며 자세를 가다듬곤 한다. 송복 교수의 '위대한 만남'을 읽으면서 유성룡이 의사결정을 할 때 보여준 추상같은 리더십과 실용적인 문제해결 역량이 가슴속에 한없는 떨림으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서애 유성룡은 임진왜란 동안 전시수상(영의정)으로서 당시 동아시아 최강이었던 왜군의 침략에 맞서 명나라와 왜가 4년간에 걸쳐 물밑 강화협상으로 시도했던 조선분할 획책을 막아내고 조선을 온전히 보전하는데 성공하였다. 송복 교수는 유성룡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온전히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왕의 행차가 왜군에게 쫓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명나라로 망명하자는 선조에게 유성룡은 '임금께서 우리 땅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떠나신다면, 그 때부터 조선은 우리 소유가 아닙니다(大駕離東土一步 卽朝鮮非我有也)'라며 서릿발같이 임금의 행차를 막아선다.명분에 치중한 성리학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조선에서 서애 유성룡이 보여준 실용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은 탁월함 그 자체였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의 궁핍함은 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었다. 선조 27년(1594) 1월 사헌부 보고에 따르면, 심지어 사람의 고기를 먹는 일조차 있었던 모양이다.대부분의 관료들은 이를 전란에 따른 불가피한 일로 여기고 있었던 데 반해, 도체찰사 유성룡은 백성들을 위한 실용적인 대책으로 '중강개시(中江開市)'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중강개시'는 압록강 중강진에 국제 무역시장을 개설하여 면포 등 조선의 생산물과 명나라의 곡물을 교환토록 한 것이다. '중강개시'는 오늘날 한미 FTA와 같은 시장개방 정책이었는데, 조선은 사(私)무역을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금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패했을 경우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진정성과 관료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준 유성룡의 실용적인 혜안은 오백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새겨볼 대목이다.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임금의 행차를 함경도가 아니라 평안도로 이끌었던 혜안을 지닌 유성룡이라면 2011년을 어떻게 정의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중요한 새로운 10년을 여는 변곡점(tipping point)으로 정의하지 않았을까?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은 우리가 보아왔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고 더 풍요롭고 부강한 나라를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모든 준비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이끌어왔던 젊은 세대 덕분에 커다란 신형 엔진을 장착한 스포츠카처럼 씽씽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아동인구보다 많아지는 '인구의 대역전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많은 국가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달려야 할 길도 점점 험하고 가파라질 전망이다. 건국 이래 가장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젊은 엔진이 꺼져가는 2020년 이후를 내다보며, 신묘년을 맞아 서애 유성룡과도 같은 기개와 실용정신으로 향후 10년을 맞이하는 각오를 다져본다.* 김원종 국장은 남원 출신으로 전주 영생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공직에서는 보건복지부 전략조정팀장과 자활지원단장사회서비스 정책관노인정책관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보건산업정책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1.01.06 23:02

[타향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며칠 전에 금년 한 해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덮어버리려는 듯 무척 많은 눈이 내렸다. 함박눈을 보면서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살았던 전주 완산칠봉이 생각났다. 요즈음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이 춥지 않지만, 예전에는 겨울 날씨가 너무 추웠고 눈도 많이 왔다. 눈이 오면 완산칠봉에 올라가서 대나무 스키를 신나게 타고,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타곤 했다.완산칠봉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전주 시내를 모두 볼 수 있었고, 울창한 편백나무 숲과 약수터는 시민들에게 휴식과 운동을 같이 제공해 주는 보금자리였다. 어린 시절의 완산칠봉은 이렇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아늑한 공간이었다.금년 한 해는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던 것 같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온 국민이 환호하였고, 남아공 월드컵에서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하였지만, 원정경기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거두어 커다란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그렇지만, 북한 잠수정의 천안함 공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들이 희생되고,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원과 민간인들이 다시 희생되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전개되었고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위협에 대해 그동안 느슨해졌던 우리의 안보의식과 대응자세를 다시금 가다듬게 된 도발이었다.중소기업 분야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었다.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통령께서 공정사회라는 원칙을 제시한 이후, 정부에서는 기업, 학계, 연구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9월 29일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을 발표하였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구두발주 후 취소, 기술탈취 등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행위의 시정,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략적 동반성장 확산,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점검 시스템 구축 등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이러한 대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이번 달에 민간동반 성장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내년 상반기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품목을 선정하여 고시하고, 동반성장 지수 발표 및 1조원의 기금 운영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어 우리 경제가 선진화되고 기속적인 성장동력이 창출되기를 기대해 본다.내년은 토끼의 해인 신묘년이다. 토끼하면 산토끼 노래에서 나오는 '깡충깡충'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멀리 뛰고 빠르고 발전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내년에는 우리 나라의 모든 분야가 토끼처럼 도약하고 비약하는 한 해가 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돕고 같이 성장하고,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등 어려운 서민경제가 안정되고, 세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중소기업이 더욱 많이 나오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는 새만금 종합 개발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어 전라북도가 신산업의 메카로 그리고 명품 국제 업무단지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최수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0.12.30 23:02

[타향에서] 좋은 손금(手相)을 만들려면

한 해가 저문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낀다. 이 시기엔 우리 삶이 어떻게 될까, 새해엔 어떤 '운'이 찾아올까에도 관심이 쏠리게 된다. 『토정비결』을 끄집어내고, 신문 잡지의 '내년의 운수' 기사에 눈길이 간다.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작은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약간의 관심을 쏟을 뿐이다. 필자도 그런 류의 미래예언에 관심이 없다. 인생이 미리 결정돼 있다면, 인간의 노력은 필요가 없어진다. 점쟁이에게서 황제가 될 관상을 가졌다는 말을 들은 한 농부가 농사를 팽개치고, 아내를 황후로 큰 아들을 황태자로 부르며 "짐(朕)이 어찌 그런 일을" 하다가 굶어죽었다는 옛 얘기도 있다. 인생은 개척하는데 의의가 있다.손금과 관련한 에피소드, 1970년 1월 일본 도쿄(東京)의 화려한 도심 긴자(銀座)에서의 일이다. 일요일 오후, 왕복 4차선의 긴자 거리는 차없는 날이어서 사람들 천국이었다. 최고급 백화점 등 건물도 볼만했지만, 못사는 나라 국민인 내게는 가족 단위로 거리를 걷거나 길 옆 파라솔 밑에 평화롭게 앉아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당시는 우리가 북한보다 못살던 시절.신기한 모습도 보았다. 점쟁이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있는데, 부인들이 줄 지어 기다리는 등 손님이 제법 많았다. 우리가 미신으로 타기하는 점쟁이들이 선진국 일본에서 성업중인 모습은 이상하게 보였다. 조금 걸으니 깃발에 손금을 그려놓은 수상(手相) 전문가가 있었다. 막 지나치려다 걸어놓은 깃발에 눈이 가는 순간,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졌다. 깃발에 그려진 손금이 내 손금과 꼭 같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봐달라고 하니, 깜짝 놀란다. 깃발 봤느냐면서, 누구 손금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일본을 4백년 이상 지배한 에도바쿠후(江戶幕府)의 창건자 도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손금이란다. 일본에선 그의 손금을 최고로 치는데, 같은 손금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며 희한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손금이라니, 내 손에 천하가 쥐어진 것 같아 우쭐하는 기분도 들었다.이튿날 귀국 비행기를 탔다. 하네다(羽田)비행장 이륙 직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크게 흔들렸다. 승객 모두는 크게 놀랐고,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지나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이르렀을 때 기장의 방송이 나왔다. 두 개의 제트 엔진 중 한 개가 이륙 직후 폭발했는데, 엔진 한 개로도 정상비행이 가능하고, 서울이 가까운 곳이라 계속 비행하겠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것. 그로부터 1시간 40분, 비행기 바퀴가 김포공항 활주로에 닿는 순간까지 200여 승객은 모두 죽음을 옆자리에 태운 기분이었다.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박수를 쳤다.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같은 손금은 비명횡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설마 내가 여기서 죽으랴 하는 생각도 했고, 비행기가 제대로 착륙해서 모두 살게 된다면 그것은 내 손금 덕분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와중에도 사업 핑계로 고향에 계신 어머님 모시는 게 소홀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살아난다면 어머님께 효도를 다 하리라 맹세했다. 그 후 어머님을 성심으로 모셨다.내가 손금 덕에 오늘을 이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손금이 인생을 결정하지 않는다. 손금의 음덕이 있다 해도, 본인의 노력이 있어야 그 덕이 발휘된다. 또 손금은 내가 그리는 게 아니다. 태어나면서 이미 그려져 있는 손금, 그 손금이 좋다면 그것은 조상들의 음덕 탓이 아닐까? 후손들이 좋은 손금을 가지고 태어나게 하고 싶으면, 지금 음덕을 쌓아야 한다. 연말,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을 아끼지 않는 자세가 바로 그런 자세가 아닐까?/ 송현섭 (재경 전라북도민회 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0.12.23 23:02

[타향에서] 고향 나들이

고향 가는 길은 늘 설렌다. 비록 이제는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며 깜짝 반가워하시던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일가 친척들이며 옛 친구들이 있어 반갑다. 고속버스가 오리정 길목으로 슬며시 머리를 틀 때부터 소년처럼 가슴이 설레는 것이다. 고향에만 오면 세월을 건너뛰어 예나 이제나 어린 아이가 되어 버리는 것처름 느껴지곤 한다.지난 11월 초에도 고향 나들이를 했다. 남원시청의 초청강연 때문이었다. 시청 강당에서의 행사가 끝나고 저녁에는 옛 친구들과의 식사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시청에는 중학생 시절 아주 가까이 지내던 두 친구가 재직하고 있어서 그 친구들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모든 면에서 나보다 성숙하고 의젓하던 친구들이었다. 건방을 떨고 다니던 문학소년이었던 나를 두 친구는 잘 챙겨주었는데 오랜만에 시청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옛날 심성들로 미루어 보건대 공무원으로도 성실할 게 분명한 친구들이었다. 밤에 만난 옛 친구들은 제각기 하는 일들이 달랐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것 만은 분명했다. 든든하게 고향을 지키고 있는 그들이 새삼 미덥고 고마웠다.친구들과 헤어져 여장을 춘향가(家)라는 새로 들어선 듯 보이는 숙소에서 풀었다. 한실로 꾸민 방들이 그렇게 정갈할 수가 없었다. 간혹 일본을 여행하다가 전통 료칸(여관)에 묵곤 하던 생각이 났다. 사실 고향은 좋아도 내려가면 잠자리가 여간 문제가 아니었다. 연세 드신 누님댁에 연락을 드리면 부산을 떨게 해드리는 것 같아 적절히 묵을 곳을 찾아도 환경이 마땅한 곳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보료 깔린 숙소에서 어디선가 은은히 들려오는 국악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다음날 옛집을 혼자 둘러보았다. 대문 너머로 보니 마당엔 잡초만 우거져있다. 어머니가 밤낮으로 가꾸시던 그 채마밭은 돌보는 이 없어 폐허처럼 바뀌어 버리고 장독대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당장이라도 어머니께서 "거 뉘?" 하시고 문으로 다가오실 것만 같다. 내가 빌려온 문학책을 밤새워 읽어대던 길가로 난 골방도 옛모습 그대로였지만 이제는 퇴락해 손만대도 파삭 내려앉을 것 만 같다.가끔 다니러 올 때면 인사를 드리던 골목안 노인들도 이제는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시고 안계셔서 적막하기 그지없다. 그 중에는 나만 보면 불러세우시고 근심섞인 목소리로 아직도 고시가 안됐느냐고 물으시던 분이 계셨다. 제가 하는 일은 그런 일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드린다 해도 이해 못하실 어른이셨다.옛날 내가 멱감고 물놀이 하던 요천변으로 나갔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백사장이 있어 천렵을 하던 곳이었다. 쌀이 귀하던 시절, 집에서 쌀을 한 움큼씩 가져와 하얀 쌀밥을 지어 갓 잡은 피라미 매운탕에 먹으면 정신이 핑 돌만큼 맛있었다.천변을 따라 길게 걸으면 내가 좋아했던 여고생 누나가 살던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 집에는 풍금이 있었고 간혹 담 너머로 그 누나가 치는 풍금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교복을 단정히 입고 우리집 골목으로 오가는 누나를 보기위해 일부러 물가에서 서성대곤 했었다.옛 생각에 잠기며 골목을 걷고나니 해가 설핏하다. 돌아보면 거기 변함없이 내 유년시절이 있는 곳. 가난했지만 저녁밥상머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식구들과 함께 화기애애하던 그 곳. 철 모르고 들로 산으로 뛰어놀며 꿈을 꾸던 그 곳. 언제라도 한 나절 버스에 몸을 싣고 가면 만날 수 있는 그 고향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 오피니언
  • 기타
  • 2010.12.09 23:02

[타향에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취약분야 자생력 강화

지금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중소기업 분야의 예산안을 보게 되면, 금년의 8조 8천억원 보다 4.7%, 4천억원이 늘어난 9조 2천억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고향에서 열심히 사업을 하고 계신 기업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개략적으로 중소기업 정책방향과 내년도 중소기업 예산안에 대하여 소개를 드린다.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벤처기업, 이노비즈 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하여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독일, 일본 등에 비하여 취약한 산업의 허리를 보강하여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 확대, 내수시장의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자생력이 미흡한 계층과 분야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여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내년도 중소기업 분야의 예산안은 미래 성장동력 확충,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활성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하여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규모가 처음으로 6천억원을 넘어섰고 금년보다 12.7%가 증액된 6,300억원을 반영하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게 된다. 기술개발 지원예산은 녹색신성장 산업, 창업초기기업, 제조기반기술, 대학연구기관과의 R&D 협력 등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된다.둘째,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창업, 인력구조 고도화 및 벤처투자 분야에 3,000억원이 편성되었다. 지역에서 성공창업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창업보육센터 건립 지원에 330억원, 기술창업 활성화에 790억원, 신기술 창업 인프라 구축에 350억원, 산학협력 기술기능인력 양성에 310억원이 지원된다. 특히, 창업선도대학에 대해서는 대학당 40억원까지 지원하여 청년들의 창업활동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도록 한다.셋째,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3조 2천억원을 융자하여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융자자금은 창업기업, 기술개발기업, 전략산업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분이 되고, 연대입보 면제도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 준다. 무역촉진단 파견, 해외규격 인증 획득 등에도 700억원을 지원하여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한다.넷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 및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자생력 강화를 위하여, 대중소기업간 협력사업, 나들가게 육성, 전통시장 현대화, 중소 물류센터 건립 등에 3,500억원을 지원하여 서민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이러한 중소기업 지원예산을 전라북도의 중소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이 유기적인 협조를 통하여 중소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내년에는 매출이 두 배, 네 배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도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항상 이야기 하는 '따블, 따따블'이라는 구호가 전라북도에서도 메아리 치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기타
  • 2010.12.02 23:02

[타향에서] 경험이 말 시키는 '황혼잔소리'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된다. 좋은 일도 있고, 궂은 일도 있다. 좋은 일이야 기뻐하고 즐기면 되지만, 궂은 일은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남긴다.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잘못한 행위에 대한 후회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한다. 좌절과 후회가 길어지면 인생 자체가 엇나갈 수도 있다.나이가 들면서 이런 경험이 늘어난다. 후배나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경험이 그들에게 말을 시키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말은 그의 인생이 농축된 표현이다. 성공했다고 인정받건, 실패자로 보이건 간에 크고 작은 경험이 한마디 한마디에 녹아 있다. 문제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얘기만 하는데도, 그 말이 잔소리로 들린다는 점이다.나도 많은 경험을 했다. 작은 성취에 우쭐한 적도 있었고, 맘 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잠 못이룬 밤도 많았다.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나의 경험이 특히 후배들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비슷한 또래들을 만나면 「부인 잘 모시라」는 말을 자주 한다. 부인을 황후처럼 모시면 내가 황제 대접을 받는다. 특히 늙어서 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인생이 쓸쓸하고 괴로워진다. 건강도 못 챙긴다. 오래 살려면 부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후배들에게는 「친구 사이에 돈 거래 하지 말라」는 얘기를 강조 한다. 친구 잃고 돈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친구가 어려울 때 도와주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가 없이 도와주는 것은 칭찬 받을 일이다. 도와주는 것과 거래는 다르다. 이 말에도 물론 몇 번의 경험이 실려 있다.516 후 군사정부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했다. 일정 금액만 신권으로 바꿔주고 나머지는 모두 은행에 예치토록 했다. 마침 찾아온 친구에게 한도가 넘는 돈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이라고 했더니, 아는 사람이 은행에 있어 모두 바꿔줄 수 있다는 거다. 가진 돈을 모두 맡겼다. 그런데 감감 무소식. 주소도 몰랐다. 물어물어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친구를 한달만에 겨우 찾았다. 그 돈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며 벌어서 갚겠단다. 기가 막혔다. 당시 나도 집 한 채 없는 상황. 빨리 갚겠다니 더 할 말도 없었다. 그런데 또 무소식. 다시 찾아가니 이사 가고 없었다.성공한 젊은 사업가 시절이던 70년대, 사업을 하는 한 친구가 급전이 필요하다며 잠시 빌려달란다. 당시로서는 거금을 빌려줬다. 한달 쯤 뒤 소식이 없던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국에 있는데, 내일 부도가 난다는 것. 미안하다며 내 돈은 꼭 갚겠다고 말했다. 황당했다. 그래도 친구니까 성공해서 갚으라고 했다. 몇 번 편지는 왔지만, 결국은 무소식. 나중에 들어보니 계획적 도피였다. 어쨌건 그 돈으로 인해 나도 부도위기에 몰렸다. 잘 나가던 사업가가 부도 내고 교도소 갈 형편까지 됐다. 다행히 그 위기를 극복했다.마음이 평온할 수 없었다. 그들이 미웠고, 자다가도 그 생각이 나면 벌떡 일어났다. 그래봐야 내 몸과 마음만 상한다는 걸 알았다. 어느 순간 돈받기를 포기하고, 그들을 용서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성인군자여서가 아니다. 단념할 것은 빨리 단념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문제는 돈이 관련되니 친구가 곁을 떠난다는 점이었다. 친구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잃는 게 안타까웠다. 베풀 수 있는 한 베푸는 게 인생의 도리다. 도와주려면 그냥 베풀어야지, 친구 간에 돈거래는 안된다는 철리를 깨우쳤다.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그렇게 얘기한다. 얼마나 가슴 깊이 새겨듣는지는 모르겠다. 필요한 얘기니까 한다. 살아가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괜한 잔소리가 아니다.

  • 오피니언
  • 기타
  • 2010.11.25 23:02

[타향에서] 시험의 추억

평생을 선생으로 사는 친구가 지금도 예비고사장에서 문제를 풀지 못해 쩔쩔매는 꿈을 꾼다며, 가슴 아픈 시험의 추억을 털어놓곤 한다. 벌써 수십 년이 흐른 학창시절의 추억이 아직도 잠결에 재생되는 걸 보면 그때 수능 시험의 압박이 정말 강했던 것 같다. 그때만이 아닐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험생이 받는 압박감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71만여 명의 태도와 실력은 모두 다르지만, 수능에 10대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전투적 자세는 공통적이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큰 산을 넘어야 할 고비를 맞은 수험생들이 수능에 대처하는 방식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생리 주기를 피하기 위해 시험 전 한 달 동안 피임약을 복용하며 호르몬을 조정하기도 하고, 우황청심환을 먹고 시험장에서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도시락에 체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아예 밥 대신 초코바로 열량을 보충하라고 권하며, 시험장 분위기에 긴장해 기절한 감독관도 있다. 학부모의 마음은 더하다.중학생이 집에 불을 질러 가족들을 몰살케 한 얼마 전 사건은 충격적이다. 경찰은 부자간의 불화가 원인이라고 했다. 아들이 법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40대 아버지는 춤과 노래에 흥미를 보이는 아들이 실망스러워 골프채로 배를 찌르고 혼을 내며 막다른 길로 몰아붙였고, 철부지 아들은 차라리 아버지 없는 세상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판검사가 되라며 공부를 강요하던 아버지가 아들을 몰아붙인 결과는, 가족들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끔찍한 불행의 얼굴로 되돌아 왔다. 자식보다 더 자식의 진로에 관여하는 부모, 수험생보다 더 애쓰는 학부모가 부지기수다. 그 간절한 소원은 자녀 사랑의 발로일 것이 분명하지만, 모든 수험생이 만점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험생 중 이번 수능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 못해 아쉬워하는 학생이 98%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고득점에 해당하는 상위 1~2 %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소리 없이 좌절하며, 나쁜 시험의 추억을 남길지도 모른다.닉 부이치치(Nick Vujicic) 씨가 지난 달 서울의 한 대학에 왔다.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통해 최근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닉 부이치치는 테트라-아멜리아 신드롬(Tetra-Amelia Syndrom)이라는 희귀병으로 발가락 2개가 달린 작은 발 하나만을 가진 채 1982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나는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고, 발가락 2개가 있을 뿐이지만, 대학에도 갔고, 지금까지 38개국에서 1,500번의 강연을 했으며, 두개 단체의 회장이다. 지금까지 35만 명과 포옹했고, 골프, 수영, 서핑을 즐기며,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아 기쁘다"며 유쾌하게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일부러 단상에서 넘어졌다. 짚을 손이 없는 부이치치는 성경책에 머리를 박고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 줘 청중을 숙연하게 만들며 큰 감동을 남겼다. 발가락으로 키보드 음악을 신나게 연주하고, 어린 시절 절망에 빠져 자살을 기도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 시간 내내 청중을 압도한 그가 뜨거운 가슴으로 전한 메시지는 "Never Give Up"이다. 팔다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었다던 부이치치가 청중에게, 살아오는 동안 기적을 체험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기적이 되어 주라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소수의 성공자와 다수의 실패자를 만들어내는 수능시험을 사회적 독약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수험생에게 점수를 묻기보다 위로와 칭찬을 먼저 건네며 그들의 청소년기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일이다. 런던타임즈가 뽑은 행복한 인생 1순위는 바닷가에서 지금 막 모래성을 완성한 어린이다. 아기를 목욕시킨 후 눈동자를 바라보는 어머니, 작품을 완성하고 손을 터는 예술가, 죽어가는 생명을 수술로 살려낸 의사도 뽑혔다.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수능이라는 자신과의 경주를 멋지게 치르고 돌아온 자녀를 가슴에 안은 아버지가 행복한 인생 1순위가 아닐까. 그 행복감을 공유하며, 성적에 절망하는 아픈 추억이 아닌, 사랑에 둘러싸인 달콤쌉싸름한 시험의 추억을 남길 일이다./ 허미숙(전 CBS TV 본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0.11.18 23:02

[타향에서] 생활 속의 스승들

공자님 말씀 중에 참 맞다 싶은 것이 많지만 그중에 유독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말씀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닌게 아니라 살다보면 뜻밖의 장소와 낯선 시간 속에서 마음의 사표로 삼음직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몇 년 전부터 주말이면 퇴촌에 자주 가는데 거기서도 나는 마음의 스승들을 만나게 되었다. 언젠가 식사자리에서 그런 고백을 했더니 본인들은 정색을 하며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나는 마음속에 이미 퇴촌의 벗들을 스승의 반열에 두고 있다. 내가 퇴촌의 스승들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전남 곡성을 고향으로 둔 한 사십대의 젊은이들인데 세 사람 모두 고건축과 고미술 쪽에 종사하고 있고 서울 근교의 새로운 고미술 거리로 형성되고 있는 도마 삼거리에서 퇴촌까지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다.원래 곡성은 아주 작은 고을인데 유난히 고미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누누누구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사람들이 그 지역 출신이다. 이 퇴촌 삼인방은 그러나 말쑥한 고미술상들이 아니라 벗어부치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점이 이채롭다.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다. 이를 테면 한옥 짓는 일 또한 이론으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기에도 능한 것이다. 직접 뛰어들어 나무를 다듬고 땅을 파며 석축을 놓는 일을 하는 것이다.이 퇴촌 삼인방은 얼마 전 눈썰미와 손이 좋은 목수팀과 함께 '함양당(含陽堂)'이라는 날아 갈듯한 한옥 한 채를 지어냈다. 한 채의 조선집이 지어지는 동안 곁에서 홀로 감동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이를테면 일이 모두 끝난 뒷자리를 아무리 어두워도 셋 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남아 뒷정리를 한다든지, 한 사람이 몸살이라도 날라치면 다른 두 사람이 흠집 없이 그 사람 몫을 해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누가 보던말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본인들의 집을 짓는대도 그보다 더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집이 지어지고 나서도 수시로 와서 둘러보고 가곤 한다. 이 세 사람 중에는 이론에 더 밝은 쪽이 있고 실기에 더 강한 쪽이 있어서 서로 짝을 잘 맞추어 나간다는 것도 특징이다. 실기 중에는 목공일이나 보일러에서부터 벽돌쌓기며 기와 잇기에 이르기까지 두루 만능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가지에 정통해서 일가를 이룬 사람도 있다.그런데 이들의 특징은 이러한 자신들의 장기나 실력을 별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내가 보기엔 대단한 실력인데도 불구하고 한사코 감추려 드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의자며 침상 같은 것을 짜달라는 주문이 들어와도 꼭 받을 것만 받고 그만이다. 실력에 비해 너무 싸다 싶어도 더 받는 법이 없다. 아침부터 밤이 으슥하도록 일을 하고 집에 들어가 자고 나와서는 다시 일하기를 계속한다.나는 서재에 이 퇴촌의 벗들이 만들어 준 의자를 쓰고 있다. 앉고 일어설 때마다 마음새를 가다듬게 된다. 이토록 견고하게, 이토록 정성을 다해 만들어준 의자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이나 축내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언제 봐도 이 퇴촌의 세 친구는 늘 온화한 모습이다. 살다보면 간혹 서로 간에 의견충돌 같은 것도 있을 법 하건만 절대 그런 일이 없다. 늘 화기애애하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나는 퇴촌으로 가서 한나절 내내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온다. 톱밥이 날아오르는 나무를 켜고 못질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내 스스로가 정화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셔츠가 땀에 흠뻑 젖도록 일하고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의 신성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때로는 그들의 삶 자체가 등짝에 내리는 죽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이지 스승은 도처에 있다. 주말쯤에는 다시 퇴촌의 스승들을 만나러 갈 생각이다./ 김병종 (화가서울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10.11.11 23:02

[타향에서] 옥정호의 아름다운 경관

나무들이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갖 맵시를 자랑하는 가을이 오면 중학교 때 낚시를 했고 작년 가을에 아내와 함께 여행을 했던 옥정호의 아름다운 경치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전라북도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유명한 호수이지만, 사진작가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내가 어렸을 때에는 운암댐이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옥정호라는 지명으로 불리우는 아름다운 호수가 임실과 정읍을 가로지르고 있다. 전주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옥정호는 새벽에 일출과 함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경관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전국의 유명한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라고 한다. 하천 길이 212㎞, 유역 면적 768㎢, 저수량은 4억 3천만 톤이나 되는 매우 큰 호수로서 김제평야 등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다목적댐이다. 예전에는 붕어가 많이 잡히는 낚시터로 유명하였으나, 현재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낚시는 할 수가 없다.중학교 3학년 때 친구 2명과 주말에 1박 2일로 밤낚시를 했던 적이 있다.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고 야광찌와 떡밥을 매단 낚시 줄을 멀리 던지고 고기가 물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정을 나누었다. 한 친구는 어린 나이였지만, 언제 배웠는지 거의 어부 수준으로 붕어를 잘 잡았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작년 가을 어느 월요일에 휴가를 내서 아내와 함께 정읍 산내 한우마을에서 둘이 오붓하게 맛있는 한우를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먹고 옥정호를 들른 적이 있다. 국사봉 전망대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본 옥정호의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특히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붕어섬은 1999년 미국 유학시절 여름방학 때 구경하였던 캐나다 서부에 있는 밴프재스퍼 국립공원의 멀린 호수에 있는 스피릿 아일랜드라고 하는 자그마한 섬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섬은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꿈의 촬영장소로 손꼽는 곳이다. 주변에 만년설이 쌓여 있는 웅장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호수물의 색깔은 비취빛으로 물속까지 투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사슴, 산양, 곰 등 야생동물들이 도로가를 여유있게 거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시사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고 있으며, 관광수입만으로도 주민들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캘거리를 제외하고는 인근에 산업시설이 거의 없다.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 경향을 보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기록사진을 찍기 보다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편히 쉬고 사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선진국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서 아름다운 옥정호, 단풍이 절경인 내장산과 강천산, 건강회복에 좋은 편백나무 숲이 울창한 축령산, 그리고 소고기라는 먹거리가 있는 산내마을을 엮어서 2박 3일, 3박 4일 또는 1주일 정도의 다양한 웰빙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주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의 완공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충함과 아울러, 관광 종사자들과 주민들이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국내와 아시아뿐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글로벌 관광전북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는 가을이다./ 최수규(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0.11.04 23:02

[타향에서] 인생의 세 고비

사람이 살아가는데 세 번의 고비가 있다고 한다.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 말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꼭 안 믿는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 같다. 삶이 예측가능한 게 아니고, 내 삶을 지배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믿는 것도, 미신이라고 매도하지도 않는다.살아가다보면 누구에게나 고비는 있다. 어느 정도까지의 위기가 고비인지, 그것이 옛말에서 말하는 그 고비인지, 또 인생에 유의미한 고비가 꼭 세 번이어야 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내게도 세 번 정도의 고비 혹은 위기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내 경우 고비는 생명의 위기였다. 모두 물과 관련이 있다. 칭찬받을 일이기도 했다. 물에 빠진 생명을 구해줬으니까. 하지만 내 수영실력이 동네 개천의 개헤엄 수준이란 걸 생각하면, 용기는 가상했지만 생명의 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첫 번째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고향 칠보에서의 일. 물살 센 동진강을 사이에 둔 송산마을과 시기마을은 얼기설기 엮은 나무다리로 연결돼 있었다. 내가 다리 옆 둑에 있는데, 나무다리 위로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굴렁쇠가 다리의 나무 사이에 걸리는 것 같더니 아이가 물 속으로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뛰어들어가 아이를 끄집어냈다. 50m 정도 떠내려온 아이는 물은 좀 먹었지만 괜찮은 것 같았다. 괜찮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가라 하니 일어나서 갔다. 나도 경황이 없어서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 후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 계속 수소문했지만,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두 번째는 대학생 시절의 여름. 한강으로 놀러갔다. 당시 서울시민의 휴식처는 남산과 한강인도교 부근의 백사장뿐이었다. 친구와 보트에 올랐다. 부근에서 여자 두 명이 보트를 타고 있었는데, 그 배가 한 쪽으로 기울더니 한 명이 물에 빠졌다. 물에 뛰어들어 구해냈다. 내가 구해준 젊은 여성은 생명의 은인에게 술 한잔 대접하겠다며, 종로3가의 술집에 있으니 그리 오라고 했다. 나도 생명을 구했다는 자부심으로 매우 흐뭇했지만, 갈 수는 없었다. 당시 종3이 뭐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세 번째는 역시 대학시절, 안양에 사는 친구를 찾아 버스를 탔다. 안양 부근에서 버스가 둑길에서 냇물로 굴렀다. 세 번 정도 구른 것 같다. 버스 안으로 물이 반쯤 차올랐다. 30여명 승객이 모두 부상을 입었다. 나는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말짱했다. 기적으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상황. 다친 승객들을 한 사람씩 업고 물 밖으로 옮겼다.며칠 전 신기한 경험을 했다. 캐나다 교포라는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와 친척 되는 어머니가 만나보라고 말씀하셔서 전화했노라고 했다. 약속을 하고 커피숍에서 기다리는데, 순간적으로 '이 사람이 혹시 물에서 구해준 그 아이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든 생각,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그 사람에게 "어렸을 때 다리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동생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앞뒤를 맞춰보니 내가 구해준 그 아이가 맞았다. 지금 서울에서 잘 살고 있단다.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다리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것까지만 생각나고, 그 뒤의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 때 상황을 설명해주니, 생명의 은인을 이제야 뵙게 됐다며 감격했다. 며칠 뒤 가족을 데리고 인사를 왔다. 만나고 싶어하던 사람을 57년 지난 뒤에 만난 것. 기적같은 만남이 매우 기뻤다.(나이는 61세. 이름은 한종석. 정말 반가워 부둥켜 안고 꿈만 같았다.)살아오면서 좌절도 있었고, 여러 고비를 겪기도 했다. 죽음과 관련된 고비도 겪었다. 이젠 죽을 고비는 다 넘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소한 '물'과 관련돼 잘못 되는 일은 없겠지 생각하며 웃음 짓기도 한다. 이 나이가 되면 잔병도 없어진다니,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과욕인가?/송현섭(재경 전라북도민회 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0.10.28 23:02

[타향에서] 그들 속의 목계

몇 해 전 고향에 있는 지인의 집무실에서 '목계(木鷄)'를 처음 봤다. 글자 그대로 나무로 만든 닭이다. 미동도 없이 늠름한 자세로 서 있는 그 수탉은 금방이라도 홰를 치며 숨을 쉴 듯 생생해 한참을 살펴본 기억이 난다. 짧은 기간에 규모의 기업을 일궈낸 그 젊은 경영자는 집무실에서 나무닭을 보며, 스스로의 혈기와 교만함을 경계했을 것이다. 장자(莊子) 달생편에 이 목계 이야기가 나온다.주나라 임금 선왕은 닭싸움을 좋아했던 것 같다. 쓸 만한 투계 한 마리가 생기자 기성자라는 당대 제일의 조련사에게 최고의 싸움닭으로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열흘이 지나 어떠냐고 묻자, 기성자는 고개를 저었다. "교만해서,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마구 덤비려고 합니다." 열흘 후 다시 물었다. "교만한 건 버렸지만 상대방의 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싸우려고 반응합니다." 열흘 후 왕이 또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에 살기가 남아 있습니다." 열흘이 더 지난 다음에야 기성자가 대답했다.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반응이 없습니다.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목계'같습니다. 이제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니다. 덕이 충만해서 그 모습만 봐도 싸우지 않고 도망갈 것입니다." 싸움닭인 투계가 싸우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창업자가 아들에게 목계의 故事를 예로 들며 '경청'과 '몰입'이라는 경영철학을 물려줬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투계 조련사의 의견을 귀 기우려 듣고 네 번의 기회를 준 임금의 경청 리더십과, 여기에 호응해 목계라는 최고의 명작을 만들어낸 장인의 자발적인 몰입을 통하면, 기업은 최고의 성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사내 인트라넷 화면에 두뇌게임 '아나그램'을 띄워놓고 'L I S T E N' - 경청과, 이 단어를 재배열한 새로운 단어 만들기의 정답 'S I L E N T' - 침묵을 강조하며, 경쟁심을 초월하라고 말하고 있다.고향집을 지키며 희수(喜壽)를 넘기신 둘째 형님이 요즘, 갑자기 아주 사소한 것에 마음의 평정이 흔들린다며 자기검열을 하신다. 어제도 텃밭을 다듬다가 채소에 약을 쳐야겠네, 혼잣말을 했더니 형부가 '거름을 줘야지, 알지도 못하고...' 한 것뿐인데, 그 말이 섭섭해 마슴에 잔물결이 지나간다고 웃으신다. 스무 살에 대청마루 넓은 댁 며느리로 시집간 형님은 시부모님과 외조모님을 함께 모시는 맏며느리로 살면서, 손아래 다섯 시동생과 당신의 여섯 자녀를 키워내며 57년을 현장 지휘관으로 사셨다. 내 기억으로는 그 얼굴에서 미소가 떠난 적이 없지만, 격변기를 사시며 대소가에 번다한 일이 많았던 생애를 짐작해보면, 고비마다 그 풍랑을 어떻게 그리 고요히 견뎠을까 싶어 물었더니, 마음속 깊은 곳에 싸움닭 한 마리가 살았단다. 그 많은 내전을 치르고도 이렇게 상처 없이 승자가 된 형님을 보면, 아마도 그가 평생 가슴에 키워온 것은 투계가 아니라 장자의 목계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뛰어난 투계는 많지만 목계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쌈닭은 한쪽이 죽을 때까지 쪼고 뜯지만 결국 이긴 닭도 오래 살지는 못한다. 사리사욕을 위해 온갖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세상에서,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만이 무적의 강자이며, 무념무심이 최대의 무기라니, 칠순의 형님처럼 마음속에 목계 한 마리 키워낸 어른들의 지혜가 빛나는 가을이다./ 허미숙(전 CBS TV 본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10.10.21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