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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청년 실업 문제, 어떻게 풀것인가? - 김상국

현재 우리나라 실업문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큰 문제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큰 문제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율은 통계수치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몇 달 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실업율은 3.8%로 OECD국가 실업률과 비교하면 네덜란드의3.0%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실업율 9.8%나 스페인의 실업율 15.5% 그리고 얼마 전 까지 강소국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아이슬란드의 17%가 넘는 실업율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실업율은 대단히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슴에서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 얘기다. 여기에 바로 통계의 마술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직장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경제활동인구는 현재취업자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를 합한 수치이다. 그러므로 실업률을 계산할 때 비경제활동인구는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군인이나 주부 그리고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노동자 들은 통계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발표된 실업율은 실제 보다 더 좋은 수치가 된다.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구직활동을 여러번 시도하다 포기한 실망노동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망노동자들이 문제다. 청년실업은 15세에서 29세사이의 실업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청년실업은 보통 전체 실업의 두배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실업율은 약 3.8%이지만 청년 실업율은 8%를 상회한다. 그러므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이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청년 실업이 가까운 장래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성장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번 금융위기 이후 특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로 유입되는 청년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약 5~6%의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속도는 높아야 4% 보통 3%대이다. 그러므로 경제성장율 자체가 전체 신규인력을 고용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이다.둘째는 경제 성장률 1% 당 생기는 직업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통계 숫자 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는 경제 성장률 1% 당 3만개 정도의 직장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절반 정도 수준이다.셋째는 기업들의 고용기피 현상이다. 기업들은 이익을 중시 여길 수밖에 없고, 그리고 장기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경기의 상승과 하강 시기에 따라 근로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나라 현실 상 그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기존인력들에게 초과수당을 주는 한이 있드라도 신규인력 고용을 가능한 줄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신규인력의 고용은 더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청년 실업 문제를 본질적으로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한 제 몫 찾기 현상"이다.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의 연봉은 중소기업 사장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유주의 경제의 가장 기본 원칙은 "자기 몫에 해당하는 값을 찾아가는 것" 이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자기 몫 이상을 찾아가면, 다른 한쪽에서 반드시 그것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 다른 한쪽이 직장 갖기를 희망하나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젊은 근로자일 수 있고, 또는 가격 결정 능력을 갖지 못하는 중소기업일 수 있다. 당연히 대중소기업 간 급여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다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고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것이다.우리가 청년 실업문제 (일반적 실업문제도 동일함)를 이와 같이 분석한다면, 해결책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서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둘째는 언론이 중심이 되어 광범위한 사회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직장 (직업이 아님)에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크게 홍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원리에 바탕을 둔 근로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다.우리민족은 항상 위기에 강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IMF의 위기도 우리만큼 빠르게 회복한 나라가 없다. 이번 금융위기도 우리만큼 쉽게 피해 간 나라는 없다. 또한 내년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는 잠시 어려운 이 시기를 또 다시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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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9 23:02

[타향에서] 막걸리가 뜨고 있다 - 황의영

막걸리가 한일 정상회담 만찬 시 건배주로 사용되는가 하면 서울의 일류백화점 주류 판매실적에서 와인과 맥주의 판매액을 앞섰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막걸리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3/4분기까지의 막걸리 수출량은 4,380t, 수출금액으로는 356만 2천달라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물량은 24.1%, 금액은 23.2%가 각각 늘어났다. 수출국 또한 기존의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베트남, 호주 등에도 수출된다고 하니 머지않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술이 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막걸리는 우리나라의 전통 술로 '쌀과 누룩으로 빚어 그대로 막 걸러내어 만들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걸리는 대체로 쌀뜨물과 같은 흰빛을 띠고 있다. 지금처럼 규격화된 양조법으로 대량 생산되기 전에는 집집마다 나름대로의 술 빚는 방식이 있어 가문마다 지역마다 맛과 빛이 달랐다. 막걸리는 희다 해서 백주(白酒), 탁하다하여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가 먹는다하여 가주(家酒), 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마신다 하여 농주(農酒), 제사 지낼 때 쓴다 해서 제주(祭酒), 백성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 하여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해서 국주(國酒)라고도 불렸다. 지역에 따라 모주, 왕대포, 탁배기라고도 한다.막걸리는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이지만 그 기원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술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조선 단군께서 신곡이 수확되면 여러 신(神)에게 제사 지냈는데 햇곡식으로 만든 떡과 술, 소를 잡아서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역사로 볼 때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술임에 틀림이 없다. 문헌상으로는 고려 때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 라는 문구로 처음 언급 되는데, 이를 볼 때 그 당시에도 서민의 술로 애용됐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 때에 이화주(梨花酒)라고도 불렸는데 이것은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드는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요기도 되고 흥을 돋워주기에 오랬동안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고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농사철에 농부들이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허기를 달래며 일해 왔다.요즘 막걸리가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6%로 다른 종류의 술보다 현저히 낮고 쌀로 빚어서 몸에 부담이 적다 보니 양은 주전자에 담겨진 대포집 막걸리를 즐겨 마셨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여성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막걸리의 효능을 보면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효과에다 특히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식욕을 왕성하게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크다. 또한, 막걸리가 암 예방과 암세포 증식 억제, 간 손상 치료, 갱년기 장애해소 등에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막걸리에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B, 아미노산류가 풍부하고 구연산과 젖산이 있어 청량감이 있는 상큼한 맛과 갈증을 해소해 준다. 이런 효능에 홍어와 빈대떡, 파전 등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과 궁합도 잘맞다 보니 점점 인기가 높아 지고 있다.일제강점기에 주세령 때문에 우리 전통주의 맥이 끊겼고 광복 후에도 일제치하의 주세행정이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우리의 전통주가 사라졌다. 특히 막걸리는 식량부족을 이유로 만드는 재료를 밀가루 등 잡곡을 사용하게 함으로서 맛이 떨어져 애주가로부터 멀어졌다. 이제 쌀로 빚는 우리 막걸리가 전통의 맛을 되찾았으며 애주가들의 사랑도 받게 됐다. 우리입맛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 수입쌀로 빚고 있는 막걸리를 생산원가가 조금 높아지더라도 국산 쌀로 빚어 품질을 높였으면 한다. 포장용기도 고급화하여 수출도 더욱 늘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처럼 일고 있는 막걸리의 소비증가가 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도 돕게 되고, 수출증가로 인한 국가경제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애주가들도 다소 값이 높아지더라도 국산 쌀로 빚은 순수한 우리 전통의 막걸리를 지속적으로 애용해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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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2 23:02

[타향에서] 가을과 어머니 - 김년균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고향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 되어, 이제 그곳에 가 보았자 알아보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낯설다. 다만 마을 한 귀퉁이 언덕바지에, 먼저 간 어머니께서 한많은 세상일 잊고 편안히 잠들어 계실 뿐이다.어머니가 묻힌 묘지에 가서 인사드리자 '왜 이제 왔느냐'며 한편은 꾸중을 하고, 또 한편은 반가워하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느낀다. 송구스럽고 죄송해서 나는 묘소 근처만 이리저리 서성거린다."어머니, 용서하세요. 또 오겠습니다."돌아올 땐 마음이 울적하고, 가슴 한가운데 무언가 응어리 같은 게 뭉클하게 치솟는다. 그리움이 남겨놓은 표적일 터이다.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늘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란 누구일까.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런 존재일까.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전쟁(6.25)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세상이 몹시 시끄러웠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흉년이 겹쳤으므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주림에 지쳐 있었다.그런 어느 날이었다. 이웃마을 잔칫집에 가셨던 어머니가 황급히 돌아왔다. 어려운 시절에 모처럼 잔칫집에 가셨으니, 오래 놀다와도 될 텐데, 어머니는 그렇지 않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나를 찾더니, 나들이옷도 벗지 않은 채 젖가슴을 펼쳐 보였다. 어머니의 봉긋 솟은 두 개의 젖과 함께 드러난 가슴팍, 그곳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이 달라붙어 있었다. 말만 들어도 군침이 넘어가는 떡이었다. 손에 들고 오거나 손수건에 싸 와도 될 텐데, 어머니는 떡이 식을까봐 가슴팍에 품고 왔던 것이다."식기 전에 먹어라."어머니는 가슴팍에 붙은 떡을 넘겨주며,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떡은 정말 신기하게도, 방앗간에서 막 만들어낸 것처럼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그런데 그 떡이 왜 그리 맛있었던가를 깨달은 것은, 세월이 많이 흐른 후였다.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였다. 자식이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오장육부를 다 꺼내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안 뒤부터였다.얼마나 어리석은가. 깨달음이란 언제나 삶의 뒤안에 숨어 있다가, 뒤늦게야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시인이자 국어학자인 이희승 선생은 <어머니>란 시에서 "하늘이라 하오리까/ 땅이라 하오리까/ 한낱 미물로/ 그 높이를 어이 아오리까/ 야중가리 없는 떡잎으로/ 그 넓이를 어이 헤아리오리까// 해에다 대오리까/ 달에다 비기오리까/ 가슴속에 스며드는/ 어머니의 사랑/ 볕밭보다 따뜻하오이다/ 달빛보다 서늘하오이다"라고 썼다.요즘, 양로원이 잘된다고 한다. 들리는 말로는 '노인이 지내기에 편리한 곳'이라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왠지 믿기지 않는다. 세상에 부모 자식간에 떨어져서 외롭게 살고픈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자식이 부모를 버렸거나, 부모가 자식을 버렸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 일인가.가을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天高馬肥)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생각이 무르익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들녘에 나가면 흔연히 널려 있는 오곡백과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삶도 이젠 부끄럽지 않고, 아름답고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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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05 23:02

[타향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 김성중

오래전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부자인가 하는 주제였다. 얼핏 얼마나 돈을 가져야 부자일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담당 교수는 미국에서는 돈이 동서들보다 많으면 부자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위 사랑은 장모'란 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 가족들이 모이면 장모가 이리저리 사위들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때 동서들보다 돈이 많으면 부자라는 실감이 난다는 것이다. 부와 지위에 대한 것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이고, 규모보다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필자는 얼마 전에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인천의 모 영세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찾아왔다. 필자가 감히 사장을 바꾸라 할 수도 없어서 경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젊은 여성이 전화를 받자마자 '아저씨가 뭔데요?' 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자원봉사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그 외국인근로자를 아느냐고 물었다. "'걔'를 잘알지요" 하길래 밀린 임금을 주도록 종용하자 '안주면 어쩔 건데요?' 하고 쏘아붙인다. 너무나 어안이 벙벙해서 사장님한테 보고하면 될 터인데 왜 그러느냐, 법대로 임금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아저씨나 잘 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게 아닌가.세상에 딸보다도 어린 사람한테 이런 수모를 다 당하다니, 너무나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문득 나이 먹은 내게 이럴진대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세한 업체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월급도 그다지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보다 나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걔'라고 하대하며 욕하고 부려먹고 혼내어도 된다는 것인지.사람들은 자기 우월감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때로 길에서 '내가 누군데?' 하고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진정 훌륭한 사람들은 남을 깔보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고, 남들에게 더 잘 대해주려 애를 쓰는 것을 많이 보았다. 오히려 별로 잘나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남보다 조금 우월한 위치에 있다하여 남을 괴롭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민주국가가 발전하게 된 것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참정권도 없었을 것이고, 어린이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았을 것이며,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되고 말았을 것이다.외국인근로자에게는 이름도 부르지 않고 이놈, 저놈 하면서 욕을 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는 욕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자기나라에서 뛰어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귀국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격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이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되면 한류열풍도 확산되고 우리나라의 수출도 확대되기도 할 것이다.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너무나 아쉽다./김성중(前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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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9 23:02

[타향에서] 농축산업 '생산자소득' 지표 높여야 산다 - 김상국

얼마 전 우리나라와 인도간에 FTA가 체결되었다. 또 최근에는 EU와의 FTA도 체결되었다. 멀지 않은 시기에 아세안과의 FTA도 체결될듯하고, 한중일간의 FTA 체결 논의도 심도를 더해가고 있다. 과연 FTA 폭풍의 시대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FTA 체결에 찬성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 국익에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일간의 FTA 체결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 좀 더 솔직히 표현한다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결의 이익보다는 체결의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FTA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국이 잘 만드는 상품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칠레 FTA처럼 칠레는 천연자원을 우리는 공산품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는 그러한 상호이익 관계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유이(唯二)하게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만드는 두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상품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심지어 농축산물조차도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없는 편이다. 물론 개방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더 빨리 갖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이미 다른 나라와의 FTA 만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한일간의 FTA 논의는 여기서 그치고 FTA와 우리 농촌과의 관계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국익에 일치하는 FTA는 해야 한다. 그러나 햇볕이 강하게 비칠 수록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명암이 뚜렷해지듯이 전체 국익에는 이익이 될지라도 부분별로는 음영이 있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공산품쪽은 이익이 되고 농산품쪽은 손해보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FTA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곤란하다. 문제는 우리가 농업을 보는 시각과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농축산 정책에서 중요한 하나의 지표를 주장하고 싶다.「생산자소득율」이라는 지표다. 농축산품을 소비자가 구입할 때 지급하는 돈 중에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분자는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액수이고 분모는 최종 소비자가 농축산물 구입에 지불하는 액수이다. 예를 들어 배추 한포기가 시장에서는 2500원에 팔렸는데 밭에서 생산자는 500원에 중간상에게 넘겼다면 생산자소득율은 500/2500 x 100하여 20%가 된다. 이 수치를 각 농축산품 별로 계산해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농축산물은 70% 정도 되는 것도 있고 어떤 상품은 20%도 채 안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는 바로 이 생산자소득율이 품목별로 왜 차이가 나는 것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단계별로 찾아들어 가면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것의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를 용이하게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지표는 다양한 농축산 정책의 우선순위의 결정과 시행여부 결정 그리고 무엇보다 시행한 정책 결과를 평가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즉 생산자소득율을 높이는 순서가 정책시행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고, 이 지표를 높인 정도가 정책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표 값을 별로 올리지 못하는 정책은 아무리 멋있게 보일지라도 시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97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정말로 많은 자원을 농축산 분야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과연 우리의 영농방법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UR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농축산 환경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원을 너무 낭비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는 농업의 비경제성과 전략적자원성 그리고 국방적 가치만을 주장하였지 이 엄청나게 중요한 농축산업을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농축산업은 어느 정도까지는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 농축산업은 반드시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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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2 23:02

[타향에서] '인삼'의 면역력 증강 효과 - 황의영

신종 인플루엔자(NHNI-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초비상 상태에 놓여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더욱 확산 될 거라는 보건당국의 예측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개월된 신생아가 사망하는 등 희생자수가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신종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감염균의 전파를 막는 활동과 백신의 예방접종,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식품의 섭취 등의 수단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인삼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농협 한삼인의 경우 9월 매출액이 지난해 보다 5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인삼 제품 생산업체에서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데도 주문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한다고 한다. 인삼이 면역력을 증대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가에서 태어나 인삼농사 짓는 것을 보고 자란 필자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고 인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 오름을 억제 할 수가 없다.인삼에 대한 역사적 첫 기록은 중국 전한 원제(前漢元帝)시대(BC48~BC33) 《사유(史遊)》의 급취장<急就章>에 삼(蔘)이라고 나와 있고, 후한 헌제(後漢獻帝) 건안연대(AD 196~220)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傷寒論>에도 인삼의 처방에 관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건강을 위하여 인삼을 활용한 것이 2천년이 넘는다는 얘기다. 또한,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고려인삼이 최고의 품질로 인정을 받았으며 그 이후 중국과의 무역에서 중요한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국이나 북아메리카에서도 인삼이 자라기는 하지만 약효가 우리 인삼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기후와 토양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 고장 동부 산악지대에서 재배되는 인삼이 품질이 우수하고 유명하다. 인삼은 바로 캔 뿌리 상태를 수삼(水蔘)이라 하고 말린 것을 백삼(白蔘)이라 한다. 수증기로 쪄서 검붉게 색이 나도록 말려 가공한 것은 홍삼(紅蔘)이라 한다. 홍삼의 원료로는 주로 6년근 인삼을 쓴다. 홍삼은 1895년(고종 32)에 포삼(包蔘)법이 공포되고, 1908년에 홍삼전매법이 시행되어 정부만이 제조할 수 있었으나 1996년에 전매법이 폐지되어 일반에서도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백년이 넘게 정부가 독점적으로 생산했던 홍삼은 그 만큼 가치가 있는 소중한 식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홍삼에는 백삼과 같이 배당체(glycosides)인삼향성분(panacen)폴리아세틸렌계화합물함질소성분플라보노이드비타민(B군)미량원소효소항산화물질과 유기산 및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중추신경에 대해 진정작용과 흥분작용이 있으며 순환계에 작용하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예방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조혈작용과 혈당치를 저하시켜주고 간을 보호하며, 내분기계에 작용하여 생식효과 등에 유효하게 작용하며 항염(抗炎) 및 항종양작용과 방사선에 대한 방어효과,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또한, 홍삼의 효과 중 중요한 것은 어답토겐(adaptogen:適應素) 효과로서 주위환경으로부터 오는 각종 유해 작용인 누병(淚炳), 각종 스트레스 등에 대해 방어능력을 증가시켜 생체가 보다 쉽게 작용하도록 하는 능력이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신종 플루가 세계인을 공포로 몰고 가고 있는 이 때, 홍삼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입증으로 우리의 홍삼이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홍삼이 세계인의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면 우리 인삼농가 등이 돈을 벌게 되고 농촌경제가 윤택해지는데 기여하리라 본다.그런데 최근 일부 홍삼 제조업체에서 홍삼 제조 과정 중 법으로 허용되지 않은 타르색소를 첨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부도덕한 일이다. 하지만 대다수 유력 홍삼 제조업체에서는 법 규정을 준수하여 무관하다고 하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디, 금번 홍삼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수입농산물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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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15 23:02

[타향에서] 책을 읽읍시다 - 김년균

책은 인격형성의 초석이 된다. 책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 준다. 책은 인류가 자랑해야 할 가장 큰 지적 재산이다.책 중에 으뜸은 문학이다. 문학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어떤 수치나 계산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줌으로써 인간의 꿈과 이상을 무한궤도로 끌어올린다. 문학이 책 중의 책이란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문학은 인간의 삶을 천착함으로써, 그 자체가 미지의 경험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일은 삶의 경험을 쌓는 일이다. 가령,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의 행동과 사상을 통해 우리는 미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얻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아직은 세상에 없는 미지의 세계다. 또한 감동깊은 시 한 편을 읽게 되면, 그 시의 내용 안에 담긴 향기와 아름다움 속에 듬뿍 빠지게 됨으로써 자신도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고픈 충동에 빠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문학은 인간의 메마른 심성을 메마르지 않게 촉촉이 적셔줌으로써, 각박한 세상을 각박하지 않게 순화시킨다. 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그 어떤 책보다도 가치 있는 이상적 학문이다.요즘 우리 사회에선 '책읽기 운동'이 한창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에서도 여러 관계 기관과 중앙 신문사 등이 연대하여, 금년 내내 이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때론 살아 계신 원로문인의 작품 낭독회를 갖고, 때로는 작고한 문인의 명작을 현역 문인이 찾아 읽는 낭독회를 갖는다. 장소 역시 다양하게,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 창경궁의 춘당지, 태릉의 육군사관학교 교정 등지를 비롯하여, 남쪽 바다가 있는 통영의 청마문학관, 원주의 토지문학관, 옥천의 정지용문학관 등을 돌아다니며 개최했고, 역사적으로 백제문화권에 있는 일본의 오사카를 찾아가 '백제시 낭송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달에는 고창의 미당문학관에서 저명한 원로문인들을 모시고 청소년을 위한 문학강연회와 함께 '미당시 낭송회'를 갖기로 예정되어 있다.다행스러운 것은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다. 과연 문학에 뿌리를 둔 국민임을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시를 잘 지어야 장원급제 할 수 있지 않았던가. 시로써 인재를 뽑던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달리 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선조는 시(문학)를 익히며 현명하게 살아왔다.문제는 실천이다. 관심만으론 안된다. 실제로 책을 펼쳐 들어야 한다. 집이나 전철에서, 또는 어느 장소에서든 틈만 나면 책을 펼쳐 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독서를 해야 한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이웃의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소위 선진국 국민들은 독서를 생명처럼 여긴 지 오래다. 읽을 만한 소설이나 시집이 나오면 단숨에 수백만 권 팔리는 건 별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서점의 문학코너는 어떤가. 어쩌다 한두 권 반짝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뿐, 파리만 날리고 있지 않은가. 하긴,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만들어도 별 효과가 없는 걸 보면 더할 말이 없다.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가 바로 서야 나라도 희망이 있다. 그리고, 문화는 당연히 문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달이 가기 전에 우리는 잘못된 독서생활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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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8 23:02

[타향에서] 추석을 맞으며 - 김성중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은 갖가지 생각에 잠긴다. 어떤 이들은 성묘하는 장면을 생각하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동산에 둥그렇게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떠올리고, 어떤 이들은 일가친척들이 모여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고 노는 모습을 생각한다. 타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고향에 가야하나 한숨이 먼저 나올 정도로 귀성전쟁이 떠오르기도 한다.올해는 추석연휴도 짧아 귀성길이 더욱 큰 걱정이다. 필자도 해마다 귀성대열에 끼어 전주에 내려간다. 때로는 10시간여 운전을 하여 가느라 기름이 떨어져 시동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했었고, 간신히 당도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차들이 가득차 진입을 막는 바람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느라 조바심을 치기도 했었다. 고속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다가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차가 오지 않았대서 서너시간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귀성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차가 최고인데 기차표를 끊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고위공무원들은 기차표를 쉽게 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던데, 그건 태고적 이야기인 것 같고 철도청에 부탁하였다가는 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포기한지 오래. 인터넷이 발전하고부터는 혹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 코레일 사이트에 수십번 들어가 확인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좌석을 확보하게 되면 정말 얼마나 행복하던지.해마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천만명이 넘는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운 고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은 곧 부모님이 계신 곳. 깊게 주름진 얼굴을 보기만 하여도 얼굴이 환해지고, 여윈 손을 붙잡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게 인지상정. 세상에 그 어느 광경이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길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하지만 설레이고 기쁜 마음보다는 참담하고 쓰라린 심정으로 추석을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어머님을 여의여서 그 기뻐하시던 밝은 모습을 다시 뵐 수 없고, 정겨운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내 생명의 원천이 부서지고, 내 삶을 지탱해온 기둥이 무너진 것 같았다. 힘들고 기진맥진할 때마다 고향에 가서 어머님 손을 붙잡기만 해도 새로운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었는데 돌아가시고선 어머니 생각만 해도 피울음이 배어나더니 시간이 가니 이제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잿더미가 되고 만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앞에서는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인가.올해는 전주에 가야할지 무척이나 망설여졌었다. 아직도 내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재작년 가족묘지에서 어머니와 같이 찍었던 사진이 있지만 이미 어머니는 다시 뵐 수 없는 곳으로 떠나시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추석에 성묘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묘소에 가면 어머님 흔적이나마 찾을 수 있을 것 같기에 성묘를 마치고 봉분에 기대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어머님의 따뜻한 웃음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부모님은 살아계시든, 세상을 떠나셨든 구원의 고향이다./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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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1 23:02

[타향에서] 녹색성장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 김상국

요즘 녹색성장산업 이라는 말이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녹색(Green)이라는 단어는 모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이해하기 쉬운 녹색성장이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오늘의 그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산업에서 녹색성장이라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오늘의 건설기술 개발'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정부의 표현을 빌린다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친환경 건설기술의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성장전략은 자연착취적인 성장전략이었다. 우리가 잘 살기위해서는 더 많은 생산을 하여야 하고,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연훼손은 불가피한 것이며 이러한 훼손은 고민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이러한 사고와 노력 덕에 과거의 가난과 부족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세상을 우리는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점 이러한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배우게 되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 자연이 인간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이 무한하다고 착각하였고, 자연의 자기복원력을 너무 맹신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것을 생각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첫째는 우리가 잘 아는 자연적 요인 때문이다. 사막화, 황사현상의 증가, 해수면의 상승 등과 같은 자연재해의 증가다.두 번째는 경제적 요인이다. 가장 간단한 예로 탄소세를 들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반드시 탄산가스(CO2)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2억톤의 탄산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기후협약에 따르면 우리는 10%의 탄산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만 한다. 즉 우리가 감축해야 할 탄산가스의 양은 2천만톤이고, 만약 우리가 그 양을 감축하지 못하면 톤당 100유로(130달러) 정도를 탄소세로 지불하여야 한다. 2천만톤에 130달러를 곱하면 26억 달러가 된다. 26억 달러라면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 값의 약 절반이고, 100억 불 년간 경상수지 흑자의 26%나 된다. 기가 막힌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우리는 친환경기술을 개발하여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녹색성장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이유이다.셋째로 그린테크놀로지가 갖는 의미는 그린테크놀로지야 말로 미래 최대의 황금알이며 고용의 창출처라는 점이다. 그린산업은 우리에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기술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환경이 중시되는 미래에 이러한 기술의 선점은 확실한 부(富) 창출의 기회가 되고 새로운 직장의 창출 기회가 된다. 사실 서구에서 탄소세 또는 그린 기술을 강조하는 데는 이러한 은밀한 측면이 강하게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기업들이 필요한 높은 전자기술과 화학기술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건설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이다. 즉 녹색성장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충분한 기술적 배경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네번째로 녹색성장산업이 갖는 의미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자연은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우리 지구는 30억년 동안의 긴 진화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현대의 우리는 이 아름다운 지구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아름답게 살 수 있어야한다. 당연히 자연에 대한 우리의 무지(無知)가 자연을 파괴하게 해서는 안된다.최근 세계 도처에서 '탄소제로도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제로도시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0)인 도시를 말한다. 현재 건설 중인 대형 프로젝트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Masdar) 프로젝트와 캐나다의 도크사이드 그린(Dockside Green) 프로젝트 그리고 중국의 동탄(東灘) 프로젝트 등이다.우리 전라북도는 새만금을 가지고 있다. 넓은 땅이다. 아직은 비어있는 땅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땅이다. 거기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식의 굴뚝형 공장도 건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린테크놀로지 공장 또는 그린시티를 짓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그린시티는 정부입장에서도 매력적인 프로젝트 일 수 있다. 우리 전라북도가 먼저 제안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김상국(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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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24 23:02

[타향에서] 客地에서 - 김년균

중국의 돈황(敦煌)에 다녀왔다. 서역 남도(南道)로 가는 실크로드의 관문인 '양관(陽關)'이 있고, 서기 3세기부터 14세기까지 승려를 비롯하여 조각가, 화가, 도공, 석공들이 만들었다는 1천여 개에 이르는 굴과 불상과 벽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보관되었던 '막고굴(莫高窟)'이 있고, 서진시대(西晉時代, 265-317) 귀족들의 진기한 무덤이 있고, 모래들이 날아다니며 운다는 '명사산(鳴沙山)'이 있고,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고비사막'이 있는 그곳. 북경에서 비행기로 4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이다.한국문인협회가 '우리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해마다 벌이는 '해외문학 심포지엄'과 모국어로 해외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우수 문인을 뽑아 격려하는 '해외한국문학상'의 시상식 등을 갖기 위해, 많은 문인들과 함께 중국으로 해외나들이를 한 것이다.돈황은 소문처럼 좋은 곳만은 아니었다. 며칠간 구경거리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눌러앉아 살기엔 불편한 곳이었다. 그럴 것이, 1년에 강우량이 39밀리밖에 안되어 물이 금보다 귀하고,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여 여름에도 감기 들기 십상이었다. 바람만 불면 모래들이 몰려서 날아다녀, 안경과 마스크를 써야 했다.물론,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과 마을과 도시가 있다. 길가에 나무와 꽃을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고, 논밭을 일구어 목화, 옥수수, 무, 배추 등 농작물을 기른다. 관광객을 맞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어쨌든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도 있어, 겉으론 우리들의 생활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살기 좋다고 하겠는가. 땅이 각박하고, 기후가 변화무쌍하고, 교통이 불편한데,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곳에서 살자고 각오한 사람이 아니고는 감당하기 어렵다.그런데도, 그곳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돈 많고 유명한 객지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원주민들도 있겠지만, 객지의 사람들이 도시를 주도한다고 한다.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어느 한 곳에만 머물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고, 새로운 것을 갖고 싶어한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자리를 바꿔가며 술을 마셔야 속이 후련하다. 한해에 이사를 두세번 다니는 사람도 있다. 어째서일까. 천성적으로 타고난 방랑벽 때문일까. 가슴 가득한 야망과 성취욕 때문일까.객지에 살며 많은 것을 배운다. 객지란 본디 '타향'을 말하고, 타향살이는 외롭고 서럽다고 하지만, 그건 기우일 따름이다. 세상에 어디, 객지에서 살지 않은 사람 있는가. 속담에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어느 한 곳에만 머물지 말고, 밖에 나가 꿈과 이상을 펼치라는 뜻일 터이다. 생각이 없는 새나 짐승도 알에서 깨어나면 둥지를 떠나, 더 큰 세상을 향해 날아가지 않던가.물론 객지 생활은 외롭고 힘들다. '토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박경리 선생은 '객지'라는 시에서 "원주는 추운 곳이다/겨울이 아닌 때도/춥다/ 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었다//원고지 이만장 십일만원/안다는 사람한테 사고/다음날 문방구에서/원고지 이만장/육만원에 샀을 때/진정 나는 추워서 떨었다/(...)"고 했다. 원주는 선생의 객지이고, 이 시는 객지에서의 작가 생활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선생은 그곳에서 '토지'라는 불후의 명작을 썼다.객지는 모험과 희망이 담긴 곳이다. 객지생활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끈기와 어떤 절망에서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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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17 23:02

[타향에서] 추석이 다가 옵니다 - 황의영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고향으로 달려가는 차들이 전국의 고속도로와 주요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 것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기간이 짧아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이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고향을 찾는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 또한, 지체되는 차속에서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도착하여 정든 고향산천을 둘러보고 부모님과 다정한 이웃에 인사를 드리고 담소를 나눈다. 항상 부족함을 감싸주셨던 어머님 품속 같이 따뜻하고 정다운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고향은 그렇게 넉넉한 곳이다.추석은 중추절(仲秋節), 가배(嘉俳), 가위,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이사금 9년(서기 32년)에 부녀자들이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베를 짜는 시합을 하고 시상잔치를 벌였는데 이를 가배라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참으로 오래 동안 우리민족의 정서가 어린 고유한 명절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다.추석은 풍성했다. 봄부터 땀 흘려 농사지어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햇과일과 함께 조상님들께 풍성한 수확을 이룰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리는 차례를 지냈다.또한, 신도주(新稻酒)라 하여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렸다. 넉넉하게 장만한 음식을 일가친척 이웃과 나누면서 정(情)을 키웠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은 햅쌀로 빚는다. 송편속으로는 콩팥깨밤대추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했다. 열 나흗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앉아 그 동안에 못 다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예쁘게 빚었다.요즘의 추석은 우리 어릴 때의 추석만큼 풍성하지 않은 것 같다. 이웃끼리 나누는 정도 예전만 못하다. 경제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지만 오히려 그 만큼 내 고향 농촌은 활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골목골목 그득하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할아버지 집을 찾은 몇몇 어린이가 대신한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내 고향, 어른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졌다. 고향을 떠난 이가 살던 집은 폐허가 되어 헐려 나가고 동네모습은 이 빠진 얼레빗의 모양이 되고 말았다. 문전옥답 장구배미에서 생산한 쌀은 남아돌아 천덕꾸러기가 됐고 수입농산물에 밀려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할지를 모르고 허둥대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그 때 그 활력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떠나온 그 곳에서 묵묵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없을까? 내 고장의 쌀, 채소, 과일과 축산물을 애용하는 작은 애향 활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작년과 재작년 추석에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전주톨게이트에서 도지사님 등 기관장님들과 도의원님들을 모시고 농업인들과 함께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견본품을 나누어 주며 우리쌀을 애용하자고 호소하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에게 고향을 생각게 하고 기름진 땅과 맑은 청정자연에서 햇빛 가득 머금고 자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게 함으로써 가족의 건강을 지킴은 물론 고향에 활력도 찾게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부질없는 나만의 꿈이었을까./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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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10 23:02

[타향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삶 - 김성중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400여명에게 밥을 퍼드리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사)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는 기쁜 일이 있는 이들이 몇십만원의 부식값을 내어 외국인근로자들에게 한끼니라도 고기반찬을 마련하여 주고, 온 가족이 함께 밥을 퍼주는 '자축 밥퍼봉사'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두달전에 큰딸을 결혼시켰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가뜩이나 키가 큰 사위는 1시간반 동안을 꾸부리고 밥과 반찬을 퍼주느라 허리가 아팠을터인데도 싱글벙글하였고, 딸아이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좋아했다. 남을 도우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돕는 사람이 더욱 기쁘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부끄러운 일이지만 필자는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봉사를 거의 해보지 못하였다. 기껏해야 봉사단체에 조금씩 기부를 하거나, 명절때 고아원이나 양로원등을 찾아가 금일봉을 전달하는 정도였다. 많은 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갖가지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직에는 봉사활동이 별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필자가 지난해부터 외국인근로자 돕는 일을 하겠다고 했더니 많은 후배들이 체면떨어진다며 하지 말라고 만류를 하기도 했었다.그러나 공직을 떠난 후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상담뿐 아니라 무료 병원, 무료 급식소, 쉼터, 이주민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는 (사) 지구촌 사랑나눔에서 일하면서 살펴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형태로 자원봉사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개업을 하고 있는 의사들이 주말에는 십여명씩 찾아와 무료 진료를 해주는가 하면, 약사들은 약품을 싸가지고 와서 무료투약을 하기도 했다. 외국인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글교육 7개 과정과 컴퓨터 교육 5개 과정은 전원 자원봉사자들로만 구성되어 운영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봉사자중에 공직에 있는 분들은 찾아볼 수가 없고, 나이든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며, 40대보다 30대, 20대가 더 많다는 것이다.참으로 놀라운 것은 젊은 사람들일수록 기부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다. 필자가 월드비젼이라는 단체에 가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물었더니 기업의 지원은 적고 거의 100만명이나 되는 개인 후원자들이 매월 기부를 하고 있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는 젊을수록 참여자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6.25 전쟁때 생겨난 이 조직이 이제는 오히려 외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국내의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을 돕고 이북 동포들을 돕는 단체로 성장하게 되었다.돈도 적고 바쁘게 살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남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새삼 우리 민족의 앞날에 큰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맡겨놓으면 될 일인가. 이제는 나이든 사람들도, 가진 자들도, 공직자들도 일상생활에서 남과 나누는 삶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이다. 콩 한조각도 나눠먹는 집안은 흥성하고, 부자 3대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정녕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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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03 23:02

[타향에서] 금융위기 이후와 서민경제 - 김상국

사람들이란 참 묘하다. 얼마 전 까지 금융위기라면서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위기가 조금 잔잔해 지니까, 이제는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풀어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한다. 어찌 보면 걱정 많은 것이 사람인가 보다. 우선 그들의 말을 들어 보자.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경기가 오는 9~10월을 전환점으로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겠지만, 위기가 끝나면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폴 쿠루그만 교수나 요시마사 일본 경제재정상은 오히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융위기 이후가 인플레이션이 될지 디플레이션이 될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금융위기는 투자은행들이 파생상품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시중에 너무 많은 돈(유동성)을 제공한 것이 문제인데,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당장 문제는 해결하였지만 미래에는 더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당히 타당성이 높은 주장이다. 그러나 미래의 예측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첫 번째로 우선 각국 정부가 이번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쓴 돈의 규모를 살펴보자. 미국을 예로 들면 오바마 대통령이 위기 해결을 위해 투입한 돈은 약 7,890억 달러다. 정말 대단한 금액이다. 그러나 미국 파생상품의 규모가 200조 달러라는 것을 알면 0.8조 달러의 오바마 예산이 얼마나 작은 규모인가를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작은 규모의 돈으로도 미국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다른 것이 아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단순히 파생상품의 붕괴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붕괴'였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부가 금융시스템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은행들은 무리한 금융상품들을 만들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사람들은 불안하여 금융투자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금을 회수하였다. 그래서 문제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모든 치부가 들어나고, 정부가 그것을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임으로서 사람들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투자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전체 규모에 비해 턱 없이 작은 돈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다. 마치 물이 안 나오는 펌프에 약간의 물을 집어넣고 펌프질을 함으로서 지속적으로 물이 나오게 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또한 암이라고 불안해서 병원을 가지 않았던 사람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함으로써 회복이 빨라지게 된 것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도 우리 서민들은 기업의 회생과는 무관하게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첫째는 돈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위기의 원인이 자금을 너무 많이 풀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그것은 주로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미래에는 인플레이션 보다는 디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다음으로 어려운 점은 실업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자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 경쟁력 있는 기업과 경쟁력 없는 기업 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다. 줄어든 소비시장을 대상으로 많은 기업들이 더 큰 경쟁을 함으로써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실업율은 당분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보통 사람은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축은 미덕이다. 지나친 저축도 문제지만 높은 소비율은 더 큰 문제이다. 버는만큼 써야하고, 벌지 못하면 쓰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직장의 눈높이를 낮춰야한다. '청년실업이 문제다'라고 하면서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근로자를 수입하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미래에 원하는 직장을 대부분의 사람이 갖는 호시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직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셋째는 경쟁력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사갈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래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밝다. IMF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분간 쉽지 않은 시절을 현명하게 보내야할 것이다./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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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27 23:02

[타향에서]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우리의 생명줄 '쌀' - 황의영

"보릿고개", "초근목피", "장리쌀", "부황" 등은 1960년대 이전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당시 우리 경제는 먹기 위한 몸부림들이 대부분이었다. 늙으신 부모님께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 올리는 것이, 사랑하는 자식에게 배불리 쌀밥 한 그릇 먹이는 것이 자식들의 효도요 부모들의 희망이었다. 한마디로 쌀이 우리의 "삶" 그 자체였었다.그런데 최근 웃지 못 할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중한 쌀이 곳간에 가득 쌓여있어 농민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있으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창고에 쌀이 그득하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衣), 식(食), 주(住)중에 으뜸인 먹을거리가 풍족하니 말이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년에 풍년이 들어 쌀이 더 생산이 됐었다. 통상적으로 쌀값은 수확기가 지나면서 서서히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한 달만 지나면 이른 햅쌀이 나올 단경기인데도 지금 쌀값은 작년에 수매한 가격 아래로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팔리지 않아 지금 농협의 창고 안에는 쌀이 가득 쌓여있다. 공기나 물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만 평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듯 쌀이 너무 많다 보니 소중함을 느끼기는커녕 푸대접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것이다.쌀이 이렇게 남아도는 데는 풍년에 따른 공급량 증가가 주원인이다. 여기에 UR(우르과이라운드)협상 이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MMA(최소시장접근) 물량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2008년 연간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이 75.8kg으로 2001년 대비 13.1kg 감소했고, 대북지원도 끊기는 등 소비량도 줄었다. (그렇다보니 쌀값은 떨어지고 농협은 많은 재고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판매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특단의 대책 없이 이런 상태가 매년 계속 된다면 쌀 재고 부담으로 점점 더 깊은 어려움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6천년 동안 우리 민족을 지탱해준 소중한 먹을거리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필자는 우선적으로 전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쌀 소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쌀에 대한 적정한 가격이 보장되는 시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여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쌀 소비는 국민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실 쌀은 '영양의 보고'이고 '다이어트식품'이며 성인병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쌀눈에 있는 가바(GABA) 성분이 혈액의 중성지방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억제하며 간 기능을 좋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뇌에 산소공급을 늘리고 신경 안정 및 집중력을 높여줘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다고 한다. 우리 모두 아침밥 먹기부터 떡은 물론 쌀빵, 쌀라면, 떡볶이, 쌀음료까지도 즐겨 먹고 마시는 쌀 소비운동에 동참해 개인건강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최근 정부는 농협중앙회로 하여금 10만 톤의 쌀을 매입, 시장격리토록 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번 조치가 쌀 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쌀 소비 진작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적극 검토한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내가 어릴 때 어쩌다 수채구멍에 몇 알의 밥알이라도 보일 때에는 할아버지께서 여지없이 야단치시며 "쌀은 생명줄이다. 귀하게 알아라"고 하시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그렇다 쌀은 우리에게는 생명줄이다. 할아버지가 귀하게 여기셨던 쌀이 앞으로도 반드시 귀하게 대접받는 시절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나만의 기대일까?/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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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20 23:02

[타향에서] 나와 남, 그리고 우리 - 김성중

며칠전 행정안전부에서 올해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을 조사하였더니, 5월1일 기준으로 110만 6884명으로서 주민등록인구의 2.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가 57만5657명, 결혼이민자는 그 다음으로 많은 12만 5673명에 이르며, 주민등록인구대비 외국인 주민이 많은 곳은 영등포지역이 11%, 금천이 9.1%, 구로가 8.2%이며 지방에서도 전남 영암이 8.4%, 포천이 6.4%, 김포가 5.7%, 음성이 5.9%라 하였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이 110만명을 돌파한 사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 사실을 두고 통탄하는 사람도 보았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느냐고. 그러면서 이주민들이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분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싫다고 하는데 그들이 억지로 들어온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급격하게 나타난 저출산 고령화 경향과 탈농촌화 추세와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가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여자들이 농촌지역에 사는 총각들에게는 결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각한 실업 사태에 처하였으면서도 사람들은 이른바 '기름밥'은 먹지 않겠다는 생각이 공고하여 중소기업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에서 기인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다. 만약 이들이 다 떠나고 나면 농촌지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겠으며 우리 산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이 들어와서 수천년 내려온 단일민족의 전통을 깨뜨렸다고 개탄할 일이 아니다. 한민족은 한반도에 살고, 외국인들은 제 나라에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 민족이 외국에 나가 사는 숫자는 훨씬 많다. 외교부에서 발표한 2009년 재외동포현황을 보면, 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은 682만명이라고 한다. 미국에 사는 한국민은 210만명에 이른다. 이제는 오히려 우리 민족들이 비좁은 한반도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세계로 우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마찬가지로 외국인들도 우리 나라에 와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주는 만큼 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을 대우한 만큼 한국인도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대우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나'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로 생각하고 참으로 헌신적으로 대접하는 반면, 아무런 연고가 없으면 '남'으로 보고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고 오히려 적대감마저 갖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에 대해서는 빚을 내어서라도 도와주려 하지만 이웃을 위한 기부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외국출생자들을 '남'으로 보아 외면하거나 차별하고 핍박하는 대신 따뜻하게 맞아들여서 '고마운 이웃'으로 받아들일 때에 '더 큰 우리'가 만들어지고, 우리 민족이 지구촌의 선진주민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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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13 23:02

[타향에서] 역사는 흐른다 - 김년균

광복절이 다가온다. 해마다 이맘때면 일제 강점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 모습을 지니고서도 짐승보다 못되게 굴던 일본인들. 훔치고, 빼앗고, 짓밟고, 죽이고, 온갖 못된 짓을 일삼던 그들의 만행에 진저리를 친다. 그들은 그만큼 잔인한 민족이었을까.그러나 이상하게도 일본인을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그렇지 않게 느껴져서 마음이 헷갈린다. 겉과 속이 달라서일까. 그들은 여전한데 내 마음만 흔들린 것일까.얼마전 일본의 오사카에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일본 속의 백제문화를 살펴보자는 것이었는데, 관심있는 문인 수십명이 동참했다. 옛부터 백제인이 모여 살던 '구다라스(百濟洲)'여서인지, 백제의 유적지가 널려 있는 곳이다. 백제문화가 얼마나 찬란했던가를 짐작케 한다.맨먼저 찾아간 곳은, 백제 무령왕이 일본 왕실의 친동생 오호도 왕자(계체왕)에게 보낸 '인물화상경'(국보)이 보관되어 있는 와카야마현의 '스다하치만신사'였다. 그곳의 강당에서 백제의 문화를 찬양하는 '백제시 낭송회'를 가졌다. 일본땅에서 이런 행사를 갖는 일도 처음이다.다음으로 오쓰신궁을 찾았을 때는 사토 히사다나 궁사(宮使)가 반갑게 맞아주며, '우리들의 방문을 신에게 알리는' 신궁의식까지 치러주었다. 그리고 접대실로 초대하여 차를 대접해주었다. 궁사는 '백제가 나당 연합군과 싸울 때 이 지방에서 27만명의 지원병을 보냈고, 백제가 멸망할 땐 피난민들을 일본이 받아주었다'면서 '백제사람들은 잘생기고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당신도 백제의 피를 받았느냐'고 일행이 묻자 궁사는 빙긋이 웃기만 했다. 은연중 인정한 셈이다.그 다음으로 다카시노신사에 들렀을 땐, 건물의 위용에 압도되었다. 백제인들이 세웠다는 이 거대한 건물 안에 들어앉은 목조의 불상은 너무도 웅장하고 장엄하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부처의 주위를 한바퀴 돌고나서 한쪽 구석의 가게에 이르자, 지붕을 덮는 기왓장을 팔고 있었다. 한 장을 사서 거기에 '百濟萬歲'라고 썼다. 이 기왓장은 이제 신사의 지붕에 올려져 하늘과 마주보리라. 백제만세. 하늘도 박수치며 기뻐하리라.똑같은 일본인이면서도, 백제를 '구다라(큰나라)'라고 칭송하는 지식인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한국인을 비하하며 역사의 사실조차 숨기려는 옹졸한 사람이 있고, 한발 더 나아가 우리땅(독도)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극우세력이 있다. 일본사회의 복잡한 의식세계를 엿보게 한다.일본은 지금 세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과거엔 백제 때문에 일어선 나라이다. 백제의 왕인(王仁) 선생이 '천자문'과 '논어' 등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그들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백제인들이 그 땅에서 문화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일본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일본의 왕족도 백제인이라고 한다. 일본의 아키히토 천왕이 '내 몸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 것은 매우 정직하다.역사는 흐른다. 모두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남겨놓고 흐른다. 역사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고, 되돌아보고, 배우고, 깨닫는 것이다.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아름다운 세계가 열린다.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광복절이 일본인에게는 자성의 기회가 되기 바란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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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06 23:02

[타향에서] FTA와 우리의 농촌 문제 - 김상국

얼마 전 우리나라와 EU간 FTA가 체결되었다. 그런데 과거 우루과이라운드와 한미 FTA 때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이 놀라웠다. 비정규직 문제, 미디어법, 북한의 로켓트 발사 등 굵직한 문제에 덮혀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와는 너무 달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한중 또는 한아세안 FTA와 연관하여 우리는 UR과 FTA가 우리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UR을 설명하도록 하자. 우루과이라운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쌀의 문제 또는 농수산물의 문제만이 아니다. 쌀과 농수산물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실 UR은 우리생활 모든 분야에 철저하게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중요한 협상이다. 우리나라와 아세아권을 휘몰아 쳤던 IMF 경제위기도 상당부분은 바로 UR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UR을 아주 짧게 본질만 설명한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가 돈을 주고 사고파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관세 7%를 제외하고는,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모든 제약을 없애 달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그 나라가 세계 최고의 국가인 미국이든 아프리카에 있는 콩고이든 관계없이, 그것이 쌀이든 자동차든 상관없이, 관세 7%만 내면 자유스럽게 아무나라에서 어떻게 사업하든 관계하지 말라는 협정인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은 콩고에 판매할 상품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콩고가 미국이나 일본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리는 흔히 FTA와 UR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UR과 FTA는 모두 자유무역을 확대하자는 것이고, 다만 FTA는 UR 보다 더 넓게 자유무역을 허용하자는 것일 뿐이다. 즉 7%의 관세까지도 없애거나 UR에서 제외됐던 품목도 개방하자는 내용이다. 언뜻 생각하면 FTA는 우리경제에 나쁜 영향만을 미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한일 FTA와 농촌의 경우에는 한중 FTA의 농산품 규정을 제외하고는 우리경제에 오히려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FTA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느냐인 것이다. UR과 FTA를 더 간단히 줄여 설명하면 "국내시장이나 국제 시장을 불문하고 관세 7%와 운반비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나라가 세계 어느나라에서 장사를 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가지, 우리 상품이 경쟁력이 있냐는 것이다. 농산품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촌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였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경쟁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버틸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리와는 다른 품목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넓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의 직접경쟁인 것이다. 가장 간단한 것은 오렌지 값을 생각해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오렌지를 생산하면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 그러나 경제의 묘미는 한미, 한칠레 FTA가 체결되었지만 우리의 감귤농사나 우리의 포도농사가 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도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오히려 더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 농촌을 살리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농산품의 가격을 바로 높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농촌의 수입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은 있다. 우선 최종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서 직접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가를 살펴보자. 도시에서 삼천원에 팔리는 배추가 생산지에서는 상차비도 안 나오는 것이 문제이고, 힘들여 키운 유기농산품이 판로가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농산물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한 농업은 영원한 부밍비지니스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농산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팔릴 수밖에 없는 농산품(農産品)이 아닌 농상품(農商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각종 연구소 그리고 농민 모두의 노력이 바로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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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30 23:02

[타향에서] 농협 상호금융! 내 고향 농촌발전에 불씨가 되라! - 황의영

고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내 의식속의 시간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도 60년대 중반쯤 상급학교에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 왔기 때문일 것이다.그 당시 우리 농촌은 매우 어려웠다. 몇 되의 쌀과 보리를 시장에 내야 삽과 괭이 등의 농기구를 구할 수 있었으며, 계란꾸러미라도 들고 가야 고무신이나 학습장을 얻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얼마 안 되는 학교 등록금조차 기한 내에 납부하는 학생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한, 농촌지역에는 제도권 금융 기관이 없다 보니, 농민들은 급히 돈이 필요하면 월 5부 이상의 고리 사채를 얻어야 했다. 하지만 고리 사채는 이를 갚기 위한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가난의 굴레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말 그대로 식구라도 줄이기 위해 많은 농촌의 아들딸들이 남의집살이를 가야했고, 공장의 근로자로 떠나야 할 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한 장면 같지만 실제 사실이었다.이런 현실을 타개하여 후손들에게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그 당시 전 국가적으로 근대화 사업과 새마을운동이 대대적으로 추진되었다. 전국 각지에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중화학 공업을 강력 하게 추진했으며, 자조,자립,협동의 새마을운동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던 것이다.이 시기에 농협은 그런 국가적 시책에 부응하여 1969년 7월 20일 전국의 150개 지역 농협에서 여수신의 신용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 당시 농촌에 만연하고 있던 고리사채를 해소하고 농업인 스스로 자금의 잉여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상호금융이 시작된 것이다.초창기 상호금융은 근면성실 내핍정신에 기반을 둔 새마을부녀회의 절미(節米)운동 등을 통하여 저축 증대 운동을 추진 했다. 마땅한 저축재원이 없었던 그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끼니때마다 한 두 숟가락의 쌀을 좀도리 쌀통에 모으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마을회관에 쌀통을 가져와 한데 모아 팔아 농협에 저축했던 것이다.이렇게 시작한 농협의 상호금융 예수금이 40주년을 맞이한 현재 170조원을 넘었다. 국내 은행들과 비교해도 당당할 만큼 성장했다. 특히, 농촌지역의 고리사채 해소, 영농자금 지원 등 각종 정책자금 지원창구역할, 서민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등을 병행하며 이룩한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경제 발전론자들이 생산성이 낮아 경쟁력이 없으며 마치 경제발전에 미운 오리 새끼쯤으로 여겼던 농업분야의 발전에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것이다그러나, 여전히 도시민들과 비교하면 농업인들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도시에 사는 사람과 비교하면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농업이 갖는 한계나 특수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혹 우리의 관심과 사랑, 지혜 그리고 노력이 부족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구에게나 정서적 이유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 확보측면에서도농업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특히, 농협의 상호금융을 총괄하는 필자에게는 더욱 무거운 의미로 다가온다. 고향을 생각하며, 농협이 농업 생산의 종자 돈이 되고 내 고향 농촌을 회생시키는 불씨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시 가다듬어 본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우리의 정다운 이웃, 농업인들이 함박웃음을 웃는 그 날을 기대하며./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황의영 본부장은 전북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재학중이다. 농협 본부 종합기획부 과장, 교육개혁단 단장, 안성교육원 원장, 제32대 본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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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23:02

[타향에서] 문학을 알면 후회하지 않는다 - 김년균

고향을 떠나온 지 40년이 넘는다. 이쯤이면 변할 법도 한데, 고향에 대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고향의 산천은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다'(조지훈)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가난밖에 모르던 시절, 쪽박처럼 해진 몸뚱이로 철없이 천방지축 놀아대던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겨울의 눈내리는 밤이면, 마을 어른들이 조그만 내 집을 찾아와 밤참을 들며 새벽까지 <춘향전> <흥부전> <장화홍련전> 등을 노랫가락에 맞춰 구성지게 읽어주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이 씨앗이 되었던지 나는 문학의 길로 들어섰고, 평생을 글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문학은 인간의 삶을 천착하는 예술이다. 문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 문학작품 속에 담긴 아름다움과 향기로움, 문학작품 속의 기이한 사건과 행동, 문학작품 속에 흐르는 정신과 사유는, 어느 누구도 겪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작가가 창조한 픽션인 까닭이다. 그러한 세계를 경험하면 상상력이 발달하고 창의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문학의 가치요 힘이다.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는 쓰여진 지 3천년이 지났지만, 오늘도 그 작품이 우리들의 책장에 꽂혀있다. 왜 그럴까. 작가는 죽어도 작품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깨어있는 나라는, 그 나라의 문호들이 살던 집, 작품 배경지, 작가의 육필이나 유품 등을 귀한 보물로 여기고, 그 보물들을 영구히 보존한다. 그러면 세계의 이방인들이 구경하려고 몰려든다. 나라의 위상도 높이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실제로 문호의 유품 하나가 온국민을 먹여살리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것을 깨달았던지, 유명작가의 문학관을 짓거나 명작의 소재를 본뜬 테마마을을 만드는 일들에 요즘 붐이 일고 있다. 기대가 부풀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한다. 통계를 보면 1년에 책을 한권도 안 읽는 국민이 대다수라고 하는데, 그게 잘될까 생각하니 웬지 불안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현명하므로, 잘될 거라고 믿고싶다. 한국문인협회가 벌이는 '책, 함께 읽기' 캠페인도 그를 위한 문학운동의 일환이다.공자는 아들에게 '시(문학)를 모르면 앞이 막힌 것과 같다'고 했다. 이광수는 평론에서 '문학은 오락이 아닌 종교'라고 했고, 파스퇴르는 편지에서 '문학은 과학의 위를 날은다'고 했다. 영국인들은 세익스피어 하나를 놓고서도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문학은 그만큼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다.고향을 떠나온 지 40년이 넘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푸념이냐고 꾸짖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고향을 가졌던 사람에게는 지을 수 없는 흔적이 남아 있어 피를 따라 그것이 되살아나온다'(池明觀)고 했다. 몸에서 피가 멈추지 않는한 마음에서 떠날 수 없는 곳이 고향이기도 하다. 시골의 초가집 호롱불아래서 어른들이 읽어주던 소설이야기에 감동을 받던 아이, 그 아이가 가슴에 꿈을 품고 서울에 올라와 평생 문학과 함께 살면서 깨달은 생각을 한마디 전하고 싶다. "문학을 알면 후회하지 않는다."/김년균(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년균 시인은 전북 김제 출생으로, 1972년 「현대문학」(수필)과 「풀과 별」(시)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하루」「그리운 사람」 등 11권, 수필집으로 「날으는 것이 나는 두렵다」 등 2권이 있다. 한국현대시인상, 예총예술문화대상, 윤병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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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6 23:02

[타향에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 - 김성중

처음으로 '타향에서' 칼럼을 쓰게 되면서 타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타향'이란 말은 어쩐지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익숙한 고향 산천을 떠나, 따뜻하게 정을주고받던 고향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고적하게 살아가는 '타향살이'란 얼마나 서럽고 고통스러운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가 사는 것만도 그러할진대, 고국마저 떠나 타국을 떠도는 신세란 더할 나위 없이 외롭고 불쌍하고 쓰라릴 것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고향에 사는 분들도 타향살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딴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아니라, 낯설고 물선 머나먼 딴 나라에서 온 사람들 바로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주부들이다.필자는 지난해 노사정위원장으로 재임하다가 사의를 표명한 뒤, 무엇을 하고 살까 고민했었다. 학교를 마치자 바로 공직을 시작한 후 어언 32년 세월이 흘렀고, 장관급 위원장까지 하면서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무엇인가 갚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구로동에 있는 한국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에 나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였다.막상 맞닥뜨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불법 체류자라면서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가 하면, 임금 50만원을 2년째나 주지 않는 사업주도 있었고, 여권을 압류하고 합숙소에서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을 주면서 반노예처럼 부리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폭행, 사기, 강도, 강간 심지어 어떤 사람은 조선족 처녀와 결혼하고 난방도 안 되는 골방에 가둬두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수시로 구타하는 경우도 있었다. 차마 지면으로 옮기기 힘든 여러 경우를 상담하면서 너무나 부끄러웠다.우리가 어떻게 해서 오늘의 부를 이룩하였는가 목숨을 걸고 월남에 가서 노동을 하고, 독일에 가서 광부로 간호사로 고생하고, 열사의 중동에서 돈을 벌어 그를 재원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았는가. 그게 불과 얼마 전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쌍한 외국인들을 종처럼 부려도 된다는 것인가. 가난한 죄로 이역만리를 날아와 낯선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들이고 한 평생을 살아가려는 여인네들을 학대해도 된다는 말인가. 얼굴색이 검다고,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라고 천대해도 되는가. 앞으로 십여 년 후면 다문화가정에서 낳은 아이들이 휴전선에 가서 나라를 지켜야 할텐데.어차피 이제는 단일민족을 내세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구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세상. 우리 모두 또한 인생이란 낯선 곳을 여행하다 가는 나그네 아니던가.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여겨주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는 열린 마음이 간절히 필요한 때 같다./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김성중씨는 전북대를 졸업, 미 cornell대학교 경제학석사, 원광대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고용정책실장, 기획관리실장등을 거쳐 노동부 차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고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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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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