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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전북경제발전과 자동차 '엔진'

전북경제를 생각하는 눈들이 대형 자동차회사가 세우려는 신설 엔진공장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투자 후보지 결정시기가 연내로 임박해지면서 유치를 위한 활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심각한 경제국면을 전환시키고 자동차산업을 특화시키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업위주의 산업구조를 걱정하는 입장에서도 다른 판단을 할 겨를이 없다. 그만큼 관계기관은 담당직원들을 전진 배치하고 상공인들 또한 투자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북은 지금 세계적 자동차 엔진산업의 메카로 우뚝 올라서느냐, 아니면 침체의 악순환에서 계속 허덕이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디젤엔진공장 부지 선정 눈앞 GM대우는 출범 첫돌을 맞아 임원진들이 13일 공장이 위치한 군산을 찾았다. 기념식으로 마련된 리셉션장에는 지사와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상공인등 지역인사들이 자리를 메워 이 회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닉 나일리 사장이 '200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향후 2∼3년간 투자키로 한 10억달러 가운데 2억달러 가량은 디젤엔진 공장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지 한달만이다. 그는 디젤엔진 공장은 차량생산과의 연계성을 위해 군산 부평 창원공장 등 기존 공장 중 한곳에 세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부지선정을 앞두고 이날 장내는 분위기가 한층 고무되었다. 현 GM대우 군산공장 주변에 과거 대우자동차 당시 건립계획이 있었던 수십만평 규모의 엔진공장 예정지가 벌써 확보돼 있고, 향후 항만발전과 대중국 진출 전진기지로서 효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나일리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한해동안 시민들과 함께 운영한 결과 성공적으로 오늘을 맞게 됐다면서 군산시청 현관 차량전시 및 현지의 환영분위기 등을 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떠올렸다.시민들은 '1년전 GM과 대우가 만나 이제는 옥동자를 기다릴 때'라고 깊은 관심으로 갈망하고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밝힌 최고 50년간 조건부 부지 무상임대와 보조금 지원, 각종 세제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눈에 띌 만하다. 인천시 등이 사활을 걸다시피 유치할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혹 미흡할 지 모른다.그러나 30만 군산시민들은 대우자동차 부도이후 대우차 군산공장을 살리기 운동을 범시민적으로 벌인데다, GM대우 차량 사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지 않은가. 대우자동차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임직원들의 가슴아픈 희생과 , 군산시를 비롯한 유관기관, 시민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시민들은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아 가는 GM대우가 발전해야 군산과 전북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옥동자'기다리는 시민들의 갈망기업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처방이나 다름없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다같이 기업유치에 성공한 나라들이다. 대규모 기업은 도시의 색깔을 바꾸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산업기반이 열악한 전북으로서는 기업 유치 말고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 마땅치 않다. GM대우에게 남은 것은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의 정도이다. 시민들이 눈여겨 가늠해 보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실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전북에서 엔진공장의 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명할 뿐이다. /최동성 군산본부장

  • 오피니언
  • 최동성
  • 2003.10.16 23:02

[데스크창] 버블경제와 투기지역 지정

투기지역 후보지와 the # 아파트이달 10일 건교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 차원에서 전주시 덕진구를 비롯 전국 32개 행정구역을 무더기로 투기지역 지정 후보지에 선정했다.이같은 투기지역 지정 후보지 선정 소식에 "전주시 완산구가 덕진구로 혹시 잘못 표기된 것 아니냐”며 적잖은 도민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최근 주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완산구 효자동 'the # 아파트' 분양열기를 지켜본 뒤끝였기에 이런 의구심을 가질만도 했다.입주자 모집 경쟁률이 평균 12대 1를 웃돈 the # 아파트는 지난 1980년대 후반 분양된 전주시 인후동 안골지구 현대 아파트(경쟁률 51대 1)이후 15년만에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해 분양열기가 광풍(狂風)에 비유될 정도였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전문을 거래하는 떴다방들이 이 아파트 분양에 사실상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모델하우스 주위에 진을 치고 분양권 전매를 부추긴 떴다방들은 전주지역을 분양권전매가 제한되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우려까지 몰고 왔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투기지역 지정 후보지 선정에 완산구가 분명 포함되지 않았다.투기지역 후보지는 최근 2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30%이상 높거나 최근 1년간 가격 상승률이 최근 3년간 전국 평균 상승률을 넘어서 투기지역 지정요건에 해당될때 선정된다.이번 선정에는 평당 분양가가 5백만원대까지 치솟은 the # 아파트 분양열기는 미처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떴다방 등장 투기과열 부추겨투기지역 후보지로 선정된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긴장하게 만든다.도대체 뭐가 달라지기 때문일까.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제한은 없지만 주택과 토지거래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책정되고 최고 15%의 탄력세율이 적용돼 돼 부동산 시장에 몰아치는 후폭풍의 위력이 엄청나다.그만큼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 부동산경기를 크게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타도에 비해 경제력이 뒤떨어져 인구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전북지역의 주택상승세는 지속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에서 투기지역 지정은 아직은 빠르다는 여론이 높다.주택 및 토지거래시장의 경색과 실수요자 선의의 피해 초래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및 서민가계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우려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투기지역 지정이 집값안정및 투기과열방지를 위한다고는 하나 취약한 경제구조를 보이고 있는 전북지역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으로 부작용이 더 크리라는 지적이다.전주시가 최근 덕진구가 투기지역 후보지로 선정된 것과 관련, 재경부와 건교부에 투기지역 지정이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건의서를 제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일 것이다.주택 가격 버블 제거에 함께 나서야재경부가 투기지역 대상 선정을 위해 14일 개최한 부동산가격 안정심의위원회에서 전주시 덕진구가 제외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하지만 '××가 잦으면 ×싸기 쉽다'는 속담처럼 후보지로 자주 오른다면 투기지역 지정을 계속해서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전주지역의 투기지역 지정 후보지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금년 2월 집값 상승률이 0.86%를 기록, 투기지역 지정요건에 해당돼 후보지에 오른데 이어 두번째이다.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면 제반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투기지역 지정으로 지역주민 다수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이를위해 주택가격의 버블을 제거하는데 자치단체와 세무당국·주택공급업체 등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본다.자치단체가 땅장사 등으로 분양가상승을 부채질한다거나 떴다방같은 투기세력이 활개를 치는데도 관계당국에서 속수무책 상태라거나, 주택업체가 분양원가 산정에 적정성및 투명성없이 과도한 이윤만 추구했다는 비판및 비난이 나오질 않기를 고대해본다.

  • 오피니언
  • 홍동기
  • 2003.10.15 23:02

[데스크창] 아파트분양의 사회학

오늘날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이미지를 가장 중요한 투표결정요인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정치후보들은 정책개발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유권자를 겨냥한 이미지 조작에 혈안이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런 경우 후보는 포장지에 싸인 상품에 불과하다. 그래서 '파는 것은 이미지일뿐 후보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 등 본질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현대인은 이미지조작의 포로최근 쏟아지고 있는 아파트 분양광고들이 우리지역 사람들의 눈을 붙들어 매고 있다. 정치인이 상품화되듯 최상의 수사(修辭)들을 동원해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게중에는 거짓말도 들어있다. 몇가지만 나열해 보자. '과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생활공간', '기능과 미학의 조화', '자연과 이웃되는 푸른 커뮤니티', '천혜의 명당', '전주의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아파트', '전주주거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 '고궁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공원같은 아파트', '전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000세대의 고품격 대단지' 등등. 그러면서 한쪽 귀퉁이에는 '조감도와 평면도, 이미지 컷은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시공시 상이할 수 있다'고 면피용 단서를 달고 있다.이러한 이미지 조작은 과거 아파트가 대량 공급될 당시 '황궁' '황실' '궁전' '맨션' 등 아파트 명칭을 놓고 경쟁하던에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유토피아를 연상시키는 듯한, 최상의 화려한 수사가 나열된 이미지 광고는 '값비싼 진주목걸이를 보면 나도 진주목걸이를 해서 내 외모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것처럼' 상상된 허구의 욕구를 일으킨다. 인간은 물질을 이용하는데 순전히 유용성만을 따지지는 않는다는 광고방어이론에도 불구하고 허구의 욕구는 허위수요를 창출하게 되고 이는 소비자의 필요가 아닌 공급자에 의해 창출된 수요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전주지역이 허위욕구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이른바 '떴다방'작전세력이 엄청난 이미지광고룰 바탕으로 투기심리를 자극하면서 한바탕 뒤흔들렸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달려갔고 한사람이 10여개씩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 부류에는 전주바닥에서 이름 석자 내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사람들도 상당수 끼어있다. 본질은 뒷전이고 거품만 보고 달려간 이미지의 포로들이다. 그 폐해는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 당첨자가 결정되자 마자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실수요자는 입주기회가 더 어렵게 된다. 중도금 때문에 영세한 사람은 복수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판에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은 열댓개씩 신청하는 판이니 확률로 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돈놓고 돈먹기 식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에서 내려온 '떴다방' 작전세력들은 수천만원씩 프리미엄이 얹어진 분양권을 지역주민에게 팔아먹으니 자금의 역외유출과 지역주민의 비용부담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투기 病理 왜 방치하나인간이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주거공간이 투기장화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인 당국에 더 환멸을 느낀다. 3000년전 도망간 노예를 찾기 위해 파피루스에 적었던 게 광고의 시원인데 이젠 이미지 조작을 통해 신비체계를 만들고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단계에 까지 왔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분명 진정한 선택을 제약하는 장애현상이다. 이런 걸 내버려 둔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후보든 아파트든 포장지에 현혹되지 말고 본질을 꿰뚫는 안목이 필요하다./이경재 정치부장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3.10.09 23:02

[데스크창] 자살 권하는 사회

요즘 우리 사회에 자살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온 나라가 자살공화국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4월초 충남에서 초등학교 교장이 자살을 하더니, 6월에는 서울대 시간강사가, 그리고 8월에는 현대 아산그룹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 등과 관련 목숨을 끊었다.이들 외에도 수많은 민초들이 한강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있다. 급기야는 차량에 불을 질러 가족이 동반자살(죽음)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자살하는 사례도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하루평균 38명씩이 자살, 지난해 36명(연간 1만3천55명)을 웃돌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2배 가까이 많고 암 사망자수를 추월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2001년 자살자수가 9위였으니, 자살선진국인 셈이다.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끈 것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1774년 발표되고 부터라고 한다. 권총자살을 한 남자 주인공을 본떠 유럽에서만 수백 명의 청년들이 권총자살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베르테르 신드롬'이라 불렀다. 이때부터 자살이 죄악이나 병이 아닌 인간 스스로 선택 가능한 행동양식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 자살은 그 같은 낭만적 자살과는 거리가 멀다. 자살의 배경이나 형태를 보면 사회구조적 요인과 연관이 깊다. 1921년 개벽에 '술 권하는 사회'를 쓴 소설가 현진건의 어법(語法)을 빌면 '자살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한다. 사회적 타살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그것은 자살의 도덕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가 점차 희망을 잃어간다는 증표다. 달리 말하면 '절망지수'가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말이다. 특히 요즘 급증하고 있는 신빈곤층의 가족 동반자살은 심각하기 이를데 없다. 공동체적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죽음은 사회에 대한 상실감과 분노가 방향을 바꿔, 자신과 가족에 대한 폭력으로 표현된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동반자살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7월 인천 한 아파트 14층에서 세 자녀와 함께 투신자살한 주부(34)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남편의 실직으로 시작된 생활고가 주원인이었다. '엄마, 살려줘, 죽기 싫어'하는 아이들 둘을 밀어 떨어뜨리고 자신도 세살난 아이를 껴안고 뛰어 내렸다. 도내에서도 지난 7월 완주 삼례교 제방에서 채무에 시달리던 이모씨(33)등 일가족 4명이 불탄 승용차 안에서 발견되었다. 또 3일전 전주시 고랑동 둑길에서 실직과 채무에 시달려온 우모씨(36) 일가족 5명이 차에 불을 지르고 세상을 떠났다.이들 동반자살은 하나같이 실직과 빚에 시달려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시대 신빈곤층이 얼마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현주소다.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나약함을 탓하기에 앞서, 빈부격차 등 우리사회가 소외계층을 껴안는 노력이 얼마나 허술하였는가를 돌아봐야 한다.서울 백화점에선 한병에 1천2백만원하는 로얄살루트(50년산) 20병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강남 아파트 한채 가격이 1주일 사이에 1억원씩 치솟는 나라. 반면에 3천8백원이 없어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수영장을 가지 못하고 아이가 아파, 1만원을 빌리기 위해 이집 저집을 기웃거리는 나라. 신용불량자가 3백40만명을 넘고 생보자에서 빠진 차상위 빈곤층이 3백20여만명에 이르는 나라.이처럼 양극단으로 나누어진 나라에서 빈곤층이 갈 길은 어디인가. 판단능력이 없는 자식들을 부모의 소유로 생각하며 동반자살한다고 나무랄 수 있는가.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한 자식들이 차별과 가난의 대물림이 뻔한 이 황량한 사회에 홀로 남는데 눈이 감기겠는가. 이제 더 이상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을 그들만의 잘못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 안전망 등 복지에서 눈을 떼어선 안된다. 오늘도 어디선가 죽음의 행진소리가 들린다. '자살 권하는 사회'이기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3.09.30 23:02

[데스크창] 정치르네상스는 오는가

학창시절 학교 앞 분식집은 되게 짰다. 라면 그릇당 가격도 만만치 않았고 반찬 가지수도 형편없었다. 주인의 말투는 퉁명스러웠고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도중에 인사하는 법도 없었다. 한마디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었다.한참 뒤에 인근에 분식집이 하나 더 생겼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단장됐고 주인은 상술일 망정 상냥한 말솜씨로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았다. 학생들의 입소문은 무척 빨랐고 새로 문을 연 분식집에 몰렸다. 원조 격인 학교 앞 분식집이 나중에 이런 소식을 전해듣고 서비스를 크게 향상시킨 건 물론이다.독과점 시장 소비자 들러리두 분식집의 사례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독점 또는 독과점적 지위에 있는 경우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대체로 소홀하다. 자본을 투입하거나 머리를 쓰지 않아도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체제에 있는 경우는 가격을 내리고 품질과 서비스를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상품 하나를 팔기 위해선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정치도 분식집 논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국회나 도의회가 어느 특정 정당에 지배된다면 독과점적 지위가 형성되기 때문에 소비자인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될 리 없을 것이다. 전북의 정당정치는 정당이라는 기구만 존재했지 실제로는 정당간 경쟁이라든지, 국회의원간 능력에 의한 경쟁을 찾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유권자는 선거때만 주인행세를 했을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들러리로 전락하곤 했다. 전북의 정당정치가 독과점적 시스템에서 편협되게 운영돼 온 것은 지난 역사가 웅변해 준다. 지난 88년 제13대 4.26 총선에서 DJ(김대중)의 우산 아래 평민당이 싹쓸이를 한 뒤 15년여 동안 특정정당의 독점적 지배가 지속돼 온 게 오늘날 전북 정치의 현실이다. 92년 총선에서는 14석중 황인성씨(진 무장)와 양창식씨(남원)가 민자당 후보로 당선되고 나머지 12명은 모두 민주당이었다. 96년 15대 총선에서는 강현욱씨가 신한국당으로 당선됐고 나머지 13석이 모두 국민회의 소속이었으며 16대 총선에서는 이강래씨가 무소속으로 당선됐을 뿐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총선은 4년마다 계속됐지만 국회의원은 특정정당의 독과점적 형태가 되풀이돼 정치공론의 장은 구두선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분당되면서 전북에서도 독점적 지배정당 구조가 분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역의원 10명중 절반이 넘는 6명이 통합신당으로 돌아섰고 뿌리인 민주당은 4명의 의원이 지키고 있다. 그 조직원과 지구당 사람들, 도의회 의원은 물론 내천형태를 띠는 시군의원과 그에 딸린 동지들이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앞으로도 속속 분화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독과점적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정치인과 정당이 경쟁국면을 맞게 되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는 점이다. 냉소보다는 참여와 비판의식을또 하나 부가시킨다면 지금까지는 '그렇고 그랬던' 정당의 정책과 이념이 차별성을 띠게 되고 소비자들의 정치적 견해와 선택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다양한 정치스펙트럼이 펼쳐지는 이른바 '정치르네상스'가 우리 지역에서도 활짝 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정치인과 정당이 경쟁시스템으로 가는 길은 주민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회와 국회의원을 비웃고 냉소주의에 빠지는 정치혐오증을 갖고 있지만 이제 정작 필요한 것은 참여와 비판의식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내놓는 정치인(정당)과 그렇지 못한 정치인(정당)을 선별하는 것이 정치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지름길이다.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3.09.25 23:02

[데스크창] 꿈틀대는 중국과 앞서있는 일본

한국과 중국 일본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역사와 지리적 거리가 그렇고 문화가 그렇다. 또 북핵문제를 포함한 정치며, 급성장하는 경제교류도 그러하다. 특히 경제분야에선 동북아 허브(hub)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그리고 이제는 국가단위의 교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이러한 시기에 이들 나라의 지방자치단체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중국 강소성 소주(蘇州)시와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金澤)시가 그곳이다. 전주시와 이들 두 도시는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배경이 비슷해서인지 요즘들어 부쩍 접촉이 잦아지고 있다.한중일 세나라간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는 지난 95년 베이징(北京)과 서울, 토쿄(東京)간에 베세토(BESETO)협약이 맺어지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체육이나 문화교류를 넘어 공무원파견이나 학생교환 등 인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번져간다.전주시도 97년에 소주시, 2002년에 가나자와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후 세 도시간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과 이번 달에 이들 도시를 둘러보면서 우리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에 안주하지 않는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우선 중국은 94년 다녀올 때와 너무 달라 있었다. 중국대륙의 성장엔진이어서 그런지 상해(上海)와 소주 일대는 활력이 넘쳐났다. 상해 포동지구는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 대부분이 들어와 북적였고, 468m의 TV송신탑인 동방명주(東方明珠)탑에서 바라본 상해항만은 역동성 그 자체였다. 상해항은 올들어 부산항을 밀어내고 컨테이너 처리실적 세계 3위에 올랐다. 김정일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2001년 1월과 2003년 7월 상해 방문시 토로한 '천지개벽'과 '쇼크'라는 충격적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상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580만명의 소주시 또한 외자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었고 그 성과도 눈부셨다. 세계 5백대 기업중 88개가 이곳에 사무소나 공장을 갖고 있었다. 그 가운데 우리기업으로는 삼성이 유일했다. 이같은 외형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자신감이었다. 소주시에 있는 싱가포르 공단과 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서 만난 관료며 기업인들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무장해 있었고 말마디마다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이제 갓 40세인 소주시 양위택 시장은 "올들어 말레이시아 합판제조회사가 수억달러의 투자를 제의해 왔지만 환경기준치에 맞지 않아 거절했다”며 은근히 환경에도 힘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10월에 140명의 대규모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일본 토쿄와 오사카, 한국 서울과 부산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자신만만한 표정이 오랫동안 머리에 남았다.이같은 발전전략과 더불어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소주시는 2천5백년전에 형성된 도시원형을 보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호구(虎丘)탑을 비롯 대개 1천년이 넘게 보존된 유물 유적들이 숱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최첨단산업으로 질주하는 모습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가정교사로 모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체제며 환경, 노사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였다.5년 터울로 세번째 밟아본 일본은 다이나믹한 분위기가 중국만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전주를 다녀간 야마테 다모쓰 시장(76)은 "전주가 활력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50만 시민이 한몸이 되어 벌이는 햐쿠만고쿠 마쓰리(百萬石축제)는 장관이었다. 도시전체가 축제의 물결로 일렁거렸다. 문화도시란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일본경제는 이제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두번째 잃어버린 10년(second lost decade)이라는 경고도 없지 않으나 각종 경제지표들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경제규모면에서 10배 이상 격차가 나는 일본의 저력은 우리가 넘보기에 아직 먼 상대다. 욱일승천하는 중국과 저만치 앞서있는 일본을 보며 아직도 진보와 보수논쟁, 지역갈등에 갇혀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새만금사업과 방사성폐기장 처리시설 등도 자꾸만 눈에 밟혀왔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3.09.19 23:02

[데스크창] "정치인들 정신 차리시오”

명절이 끝날 즈음이면 시골에 남아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K씨는 슬그머니 서운한 감정이 하나 솟는 게 있다. 서울에 사는 아들은 교통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핑계로 고향을 일년에 한두번 찾을까 말까 한데도 부모는 그런 자식을 더 챙기고 나서니 심사가 뒤틀릴 수 밖에 없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우직하게 부모 뜻 받들며 부양하는 처지에 대해서는 당연시하고, 명절때 고깃근이나 들고 나타나는 아들에게는 "농약 안 친 것”이라며 이것 저것 손에 들려주는 모습이 여간 걸리는 게 아니다. 사람냄새 없고 농촌엔 황량함만부모 마음 다 그런 것이라고 너그러움을 피워보지만, 시골에 남아 허리가 휘도록 일하면서 부모 부양하는 자식의 소중함을 흘려버리는데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부아가 치민다. 한때 농민후계자였던 K씨는 시골도 이젠 사람냄새가 자꾸 옅어져 가는 걸 느낀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시골에 남아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더 큰 허전함을 맛보아야 한다. 마치 썰물처럼 서울로, 어디로 다 올라가고 난 뒤 끝의 마을 분위기는 황량함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적막하고 착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에도 고샅에는 자동차만 즐비했지 고향을 찾은 이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 놈의 텔레비전 때문이다. 동네에는 서까래가 무너져 내려앉은 빈집, 방마다 대못질을 해둔 채 문패만 달랑거리는 집들이 몇년째 그대로 서 있다. 주인이 모두 서울로 떠난 집들인데 그나마 문패가 붙어있는 건 사람이 살든 살지 않든 집주인 표시를 해 주자는 마을사람들의 배려에서다.자기 논 몇필지에다 남의 논을 몇필지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는 K씨는 땡볕이 쏟아져야 할 고대목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농사를 망쳤다. 농사가 잘 되면 쌀 30가마, 평년 같으면 25가마는 넉넉히 수확할 터인데 올해는 20가마 건지기도 어렵게 생겼다. 논 주인한테 필지당 임대료로 12가마를 주고 나면 뼈빠지게 고생한 댓가는 커녕 시름만 더 깊게 패일 판이다. 농협 빚은 또 어떻게 챙겨야 한단 말인가. K씨는 이경해 전 한농연회장의 자결이 오늘의 농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서 농민의 아픔과 농촌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비교우위론 따위의 해외파 박사들의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다.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는 걸 실감하는 K씨는 오늘날 우리 농촌이 왜 이렇게 폐허가 되다시피 했는지를 되씹으면 정치인들에게 화가 치민다. 선거때마다 농촌문제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을 쏟아붓더니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리고 싸움질만 해대니 누굴 믿겠는가 싶어진다. 정치인들에겐 이제 기댈 것이 없다는 생각을 굳힌지 오래다. 이경해씨를 애도하고 우리 농촌의 현실을 개탄하는 정치권의 조사가 줄을 잇지만 며칠 지나면 금새 잊어버릴 게 뻔하다. 며칠전 "정치인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년 총선때에는 혼좀 나야 할 것”이라는 술자리 친구들의 이구동성이 떠오른다. 잔류니, 신당이니 하면서 자기네들 잇속만 챙겼지 국민을 위해 정치인들이 뭘 했느냐고 한바탕 난도질을 한 터이다. '내년 총선때 혼좀 나야 할 것'K씨는 농촌사람들을 서울로 싹 쓸어가는 나라, 농촌에 황량함만 남기는 농업정책, 사람냄새가 풍기지 않는 인간성 상실의 사회, 그렇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의 작동 등등의 현상들이 싫다. 이런 일을 바로잡는 건 정치인들의 몫이지 않는가. 정치인들이 제발 정신 차리고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신명나는 정치를 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도리질 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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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3.09.16 23:02

[데스크창] 군산항과 지역경제

군산은 항구도시다. 지난 1899년 개항했으니까 올해로 104년을 맞은 셈이다. 전국적으로는 부산 원산 인천 등에 이어 일곱 번째 문호를 개방하였다. 당시 왜 문을 열어야 했는지 말도 많았다. 그만큼 군산항은 예나 지금이나 대외관계,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이러한 군산항은 그동안 지역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었을까. 이제는 어떻게 부두를 가꾸고 밖으로 끌어나가야 하는가. 군산은 지금 항만을 통한 지역발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하여 고민에 휩싸여 있다. 항세(港勢)가 갈수록 떨어지고 침체국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구 위상 급속 추락 한국무역협회의 '군산항 수출입동향 분석'에 의하면 군산항은 국내 항구별 수출액 순위에서 해가 바뀔수록 크게 밀리고 있다. 지난 90년만 해도 8위를 차지했으나 작년에는 15위로 곤두박질 쳤다. 수입액도 이 기간에 6위에서 11위로 급속히 추락했다.도내 대중국 수출화물이 불과 10%선에서 군산항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도내 수출부문에서 3년전 43.3%를 차지했던 군산항을 지난해 38%로 내몰고 수입비중도 50%를 간신히 넘고 있는 판국이다. 그래서 무역수지는 지난해의 경우 1억8천여만달러의 적자 규모를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북 유일한 수출항구의 면모가 사정없이 구겨지고 있는 것이다.여기에다 최근 평택항의 지방해양수산청 승격과 함께 2006년에는 충남 보령신항만 공사가 착공된다는 계획이 있다. 물동량 확보를 위한 환황해권의 치열한 항만경쟁이 벌써부터 지역을 불안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그러나 요즘 군산항은 어떤가. 지난 2000년말 선정된 제6부두 일부의 운영회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시설 현대화를 주장하는 이 업체에 대해 하역인부의 생계보장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또 부두운영회사 선정과정에서의 형평성 여부등이 하역사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이번 진통은 항만발전을 앞당기고 지역경제를 돋우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함에 틀림없다.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는 하역인들의 살림을 챙기고 하역사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신규물량 확보등에 신뢰와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항운노조와 하역사들 역시 항만시설의 현대화 및 외지 기업의 진출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지방단체장과 지역경제인들이 해외와 외지를 돌며 기업을 유치하는 판에 이러한 입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불과 한달전 갈등을 벗고 안전한 항만 건설을 다짐하자고 '무분규·무재해'를 선포했었지 않은가.물론 잘못된 것은 뜯어고쳐야 하겠지만 3년전 국가기관에서 추진된 절차를 지금 와서 문제삼는 것도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윈-윈의'접점'찾아야일부 하역사들간에 벌어지는 눈앞의 일들이 거대 군산항의 발전가도에 먹칠이나 하지 않는지 고뇌할 시점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 하역사 대부분 외지회사들이다. 자칫 말없는 시민들에게 '밥그릇'을 가지고 날뛰는 외지인들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군산항이 과거 비교우위였던 전통과 역사만 가지고서는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위태로움에 처해 있다. 이대로 둘 수 없다. 그냥 놓아 두어서도 안된다. 항구의 일이 미치는 지역경제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군산 앞바다에는 배가 들어와 한다. 그것도 만석의 큰배가 항만이 시끄러울 정도로 뱃고동을 쳐대야 한다. 시민들은 항만사태를 바라보며 지역경제가 힘을 얻는 윈-윈의'접점'을 하역사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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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성
  • 2003.09.08 23:02

[데스크창] 익산컨트리클럽, 협상 타결 이후 새롭게 변신

1920년 건설회사로 출발한 효자원은 99년 서주우유를 인수, 빙과·우유·청량음료를 만드는 식품회사로 업종을 바꿨다.하지만 1년3개월만인 2000년 4월 우유를 생산하는 옥산 공장을 폐쇄했다.회사 인수후 노조가 생기면서 '80년 무노조원칙'을 지키던 경영주는 노조와 양보없는 극한 대립을 보이다 끝내 몰락하고 말았다.68년 설립된 경남 창원 공단 소재 태광특수기계도 산업기계 자동화 설비 생산업체로 연 6백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이름을 날렸으나 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자금난에 봉착, 상여금을 체불하자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결국 2000년 9월 노사 모두 공멸했다.노사 관계가 불안한 경우 수십년에 걸쳐 피땀으로 일궈낸 기업이라도 순식간에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노동부가 발표한 '노사 협력 실패 사례 보고서'를 보면 원만하고 합리적인 노사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를 더욱 생생하게 엿보게 하고 있다.최근 5년간 불안한 노사관계를 이유로 폐업하거나 파산한 10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것인데 설립한지 24.4년이 되는 회사가 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분규 발생 겨우 230.2일에 그치고 있었다.노사간의 오기다툼식 힘겨루기에서 시작된 대립이 얼마나 큰 부메랑이 되어 노사 공멸로 이어지는지를 실감케하고 있다.사업주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무시하고 사주를 불신할 경우 회사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이런 교훈속에서 익산컨트리클럽의 파업과 협상 타결 이후까지의 과정에 있어 노사 양측 자세가 회사 발전에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익산컨트리클럽 노사는 지난달 말 그동안의 앙금과 대립을 접고 무려 96개 조항에 이르는 단체 협약안을 완전 타결지었다.회원들의 골프장 입장을 저지하는 육탄공세도 마다하지 않고 수십일째 철야 천막 농성을 하던 노조에 맞서 강경 자세로 일관하던 사측 모두가 서로의 공생을 위해 극적 타협점을 대립 4개월여만에 찾아낸 것이다.익산컨트리클럽 노사는 새롭게 변했다.노조는 노조대로,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서로 상반되었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자 혼연일체가 되어 뛰고 있는 모습은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진리로 이어지고 있다."노사가 한몸이 되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노사 서로가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회사 발전을 위해 힘찬 몸부림을 치고 있는 노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면 퍽이나 다행스럽고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회사가 살아야 조합원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노사 양측이 공유하면서 골프장 곳곳 플랭카드에 내건 그들의 의지는 명문 골프장으로써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기에 충분했다.더욱이 장기간에 걸친 파업으로 영업 손실액만도 20억여원을 훨씬 넘어 경영적 어려움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84회 전국체전의 성공적 대회 개최와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골프 경기장 제공을 마다하지 않고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노사를 볼때 익산컨트리클럽은 주위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고 있음을 엿보게 하기에 충분했다.아무튼 파업시 오기다툼식 힘겨루기를 보였던 익산컨트리클럽 노사가 극한 대립의 앙금을 훌훌 털어버리고 제 2의 도약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은 힘찬 박수를 받을만하다.

  • 오피니언
  • 엄철호
  • 2003.09.05 23:02

[데스크창] 김완주 전주시장의 선택

김완주 전주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여부가 핵심이다. 그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거다. 이는 전주시 완산구가 이번 국회 선거구 획정에서 분구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하는 말이다. 여야간 협상을 지켜봐야겠지만 완산구가 인구상한선인 33만명이 넘어, 분구가 확실하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지금 분구지역에 군침을 흘리는 입지자가 한둘이 아니다.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에서 부터 이 지역 신인에 이르기까지 10명 남짓이 넘본다.그리고 만약 전주시장이 총선에 나가게 되면 그 자리를 노리는 입지자들도 우글거린다.지금 정국은 안개속이다. 여당은 신·구주류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야당은 '60대 정년론'등으로 시끄럽다. 또 개혁당이며 개혁연대 등 가깝게는 4·15총선, 멀게는 한국의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다. 이합집산의 과정을 거쳐 안개정국이 걷히면 입지자들의 윤곽은 더 확실히 드러날 판이다. 이런 가운데 김시장의 출마는 국회의원 자리 하나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 말고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지방의 정통행정관료가 어떻게 프로 정치인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강현욱 지사도 정통관료이긴 하나 중앙부처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다. 따라서 도내에서 95년(지방의회는 91년) 지방자치 출범이후 지방의 물을 먹고 자라, 중앙정치나 광역단체장으로 진출한 인물은 아직 한명도 없다.김 시장은 도내 행정관료중 유능한 인물중 하나다. 학력이며 경력 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한마디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전주시장에 재선되었고, 전국 232개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까지 맡고 있다. 그는 판단이 빠르고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참여정부 들어 핵심과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을 먼저 선점할 줄 아는 순발력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심하고 차갑다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일부 '징그럽다'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다. 어찌보면 그만큼 깨끗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면 일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만금 수질악화를 이유로 환경부 등에서 극력 반대하는 전주권 그린벨트를 풀어내는 솜씨며, 전주천 자연하천조성사업, 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좋은 예다.그런 그를 주위에서 가만 놔둘리 없다. 그의 주변에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퍼져있다. 도지사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는 거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바로 진출하기 어려우니, 이번 총선에 나가 중앙무대 경험을 쌓고, 그 뒤에 지사에 도전한다는 거다. 꽤 그럴듯해 보인다.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노(No)'라고 말한다. 측근중 하나는 우선 그의 성격을 들었다. 정치학과 출신이긴 하나, 아직도 유권자들과의 만남을 어색해 한다는 것이다. 또 '물'이 다른 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는데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댄다.이같은 얘기를 들으면서 고건 총리와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며 돌풍을 일으킨 일본 이즈모시의 전(前)시장 이와쿠니 데쓴도가 생각났다. 그동안 만나본 인물 가운데 그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고 총리와는 클린이미지가 통하고 이와쿠니와는 '지방의 반란'을 꿈꾸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고 총리에 비해서는 포용력에서, 이와쿠니에 비해서는 도전정신에서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거취가 전주시정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더 큰 꿈을 넘보는 것은 좋다. 허나 그의 캐치프레이즈대로 '전주 바꾸기'를 제대로 하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3.09.04 23:02

[데스크창] 목민심서의 교훈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지방관의 필독서로 꼽힌다. 지방외직(外職)을 말하는 목민관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을 가리킨다.이 목민심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외국행 비행기를 탈때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대비해 꼭 비치토록 했다는 일화가 있다. 비록 읽지는 않고 홍보효과를 노리긴 했지만 그만큼 이 책을 중요하게 여긴 셈이다. 2백년전에 지은 이 목민심서를 오늘에 비추어 보면 어떨까. 우선 그 배경부터 살펴보자.학자들은 5백년을 이어온 조선왕조가 일제에 나라를 뺏긴 원인을 세도정치와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보고 있다. 더 엄격히 말하면 정조가 타계한 1800년을 전후해 쇠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는 설이 우세하다. 정조는 효자로 이름이 알려졌으나 국정을 잘 이끌지는 못했다. 다음 순조에 이르러서는 모든 권력이 안동 김씨의 세도아래 들어갔다. 과거합격은 뇌물에 의해 좌우되고 재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국정의 두 기둥인 인사와 예산이 모두 썩어 문드러진 것이다. 조선시대 청백리와 탐관오리를 연구한 박성수교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과거시험에서 소과(小科)급제에는 3만냥, 대과(大科)급제에는 10만냥을 뇌물로 바쳐야 했다는 것이다. 돈으로 합격한 뒤에 수령이 되어 임지에 부임하려면 또 돈이 필요했다. 특히 초사(初仕)라 하여 처음 수령이 되어 임지로 떠나는 자는 1만냥이었고 관찰사의 경우는 1백만냥이나 내야했다. 이렇게 매관매직이 공공연히 행해졌으니 수령된 자는 본전을 뽑기 위해 백성들의 호주머니를 갈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방법도 요즈음과 흡사했다. 차마 수령 자신이 직접 돈을 챙길 수 없으니 합부인(閤夫人)을 시켜 뇌물을 받았다. 합부인은 정실부인이 아닌 문간부인, 즉 첩을 일렀다. 2년전 정읍에서 국모 시장의 부인이 8천만원을 받은 것이나 요즘 임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방법과 닮은 꼴이다.이러한 매관매직은 조선조말까지 계속되었다. 1896년 12월 10일자 독립신문 한글판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인다. '조선정부에서 돈이 어려워 벼슬을 파는데 군사는 이십이원을, 순검은 사십원을, 원은 팔백원부터 천원까지 받고 파는 것을 황태자 전하께서 벼슬파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막으셨다'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1821년 씌어진 목민심서는 목민관으로서 새겨야할 일들을 부임에서 해관(解官)까지12편 72조로 조목조목 적고 있다. 그 중 백미는 율기(律己)편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는 수령이 지켜야 할 6가지 계율이 적혀있다. 그 첫째가 몸가짐을 단정하라, 둘째가 마음을 깨끗이 하라, 셋째가 가정을 바로 다스려라, 넷째가 청탁을 물리쳐라, 다섯째가 사치하지 말고 절약하라, 여섯째가 즐겨 베풀어라 이다. 특히 청심조(淸心條)에서 다산은 목민관이 뇌물받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가 알겠는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밤중의 일도 아침이 되면 반드시 알려지고야 만다.(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다산은 또 한나라때 양진의 말을 들어 '뇌물를 주고 받는 것이 두사람의 비밀이 될 것 같지만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고 했다. 요즘 공직사회에서는 임실군청 노계장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인사비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군수의 사법처리도 거론된다. 돈이 많이 드는 선거제도를 들어 동정론을 펴는 사람에서 부터 부도덕성에 치를 떠는 사람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비교적 깨끗하다는 군수가 그런 정도니 다른 지역은 오죽 하겠는가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군수가 간과한게 있다. 다산의 말을 빌리자면 큰 욕심장이일수록 반드시 청렴(智者利廉)한 법을 알았어야 했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3.08.27 23:02

[데스크창] 죽음에 이르는 病

도스프에프스키는 '악령'(惡靈)이라는 작품 속에 현대인의 모델인 고독한 기사 키리로프를 등장시킨다. '인생은 불안하다. 괴롭다'는 게 키리로프의 인생관이자 현대인의 인생관이다. 절망 허무 자살 같은 병적인 정신 때문에 방황하게 되고 그 근원을 불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죽으려 하고 자살하는 사람만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실존주의의 원천으로 간주되는 키에르케고르도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것을 불안으로 보았다. 그에게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절망이며 자기상실을 의미한다. 실존의 문제가 대두된 것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전쟁의 참화라든가 빈곤의 문제 등이 사회의 이슈로 새롭게 대두된 배경을 깔고 있다. 불안 절망 등에 대한 인식은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그 배경만 다를 뿐.복합적 병리현상, 불안 요인신자유주의의 출현과 그에 따른 경쟁의 심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불안, 사회적 모순과 가치기준의 혼란, 구조조정에 따른 직장상실 및 소외, 부의 편재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빈곤의 문제에다 최근에는 경제난까지 겹친 복합적 병리현상들이 현대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배경이랄 수 있다. 최근 자살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인간성 상실 환경과 무관치 않다.그러나 키에르케고르의 지적처럼 절망은 죄악이며 자살은 무의미한 죽음이다. 칸트는 자연물과는 다른 인간의 모습, 동물과는 다른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고 보았고 여든 살의 일생을 '인간'을 탐구하면서 보냈다. 죽기 전 그는 물 탄 포도주를 한모금 마시면서 "이것이 좋다! (Es ist gut!)”는 최후의 말을 남겼다. 후학들은 이 말의 뜻을 두고 '포도주 맛이 좋다'는 의미로, '일생을 여한이 없게 살아 만족스럽다'는 의미로, '많은 일을 해 놓았으니 미래가 좋다'는 의미로 세갈래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두번째 해석에 무게를 두고 싶다. 죽음의 순간에 남긴 유명인사들의 최후의 말은 생애를 대변한다는 데서 흥미를 끄는데, 베토벤은 "친구여 박수를…. 희극은 끝났다”, 간디는 "내 나이를 완결했다”, 예수는 "이제 다 이루었다”는 말을 남겼다. 모두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의 기간을 만족스럽게 완결지은 내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최후의 말에서 우리는 자신을 아끼며 최선을 다한 인생의 존엄스런 모습을 보게 되고 숱한 역경을 극복해 낸 순간순간의 과정의 집합이 결국 인생의 완결로 이어지게 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인생은 과정의 연속이다.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신(神)을 상정했지만 꼭 신이 아니더라도 순간순간의 과정을 중히 여기고 만족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불안과 절망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괴에테도 어느 글에선가 행복을 "결과로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했다. 탐욕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지는 바닷물과 같은 것이다. 성취하면 또다른 욕심이 생겨 만족할 줄 모르게 되는 법이어서 실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리라. 과정에 만족할 줄 아는 지혜과정이 생략된 목적지상주의와 복합적 병리현상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죽음으로 내몬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육신은 한없이 편해지지만 심신은 그 반대로 한없이 고단해 진다. 방황하는 고독한 기사 키리로프의 인생관 처럼 인생은 불안하고 힘들며 괴롭울 수 있다. 그러나 이에 함몰되지 않고 자족하며 극복하려는 과정, 순간순간에서 만족을 찾는 과정, 그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칸트의 말 처럼 '좋다'라는 최후의 말을 남길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간다면 훌륭한 인생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 몇마디 적었다.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3.08.21 23:02

[데스크창] 보다 실질적인 출산ㆍ육아정책을

얼마전 도내 대학생들이 모인 차세대 리더십 캠프에서 결혼 후 두명 이상 자녀를 가질 사람을 조사한 적이 있다. 50명 가운데 세명이 손을 들었다. 이들 세명의 답도 자녀 '두명 정도'가 고작이었다.출산 문제는 이처럼 심각하다.지난해 우리 나라의 15∼49세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은 1.17명으로 유럽의 이름난 저출산 국가들을 경신하는 기록을 세웠다. 출산율 감소 대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을 비롯한 의원 34명이 출산안정법안을 발의했다. 셋째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 비용 일부나 전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등 상당히 구체화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출산 장려, 아동 수당 지급, 출산 비용 조세 감면 등 법안 세부 항목을 보면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못지 않게 실질적 혜택을 명시했다고 말한다.그러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한 여성 네티즌은 이 법안에 대한 후평으로 "하나 키우기도 버거운데 셋째 아기에 양육비라. 네번째 아기 출산하면 자동차 주고, 다섯번째 아기 출산하면 집 주고..... 열번째 아기 낳으면 대통령 시켜줄려나? 차라리 공공 육아시설 확충해서 서민이 큰 부담없이 아기를 키울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고 비아냥거렸다.이는 이 법안의 내용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출산력이 낮아지고 있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리고 있다고 보기에 매우 회의적이기 때문이다.인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혼한 부부가 낳는 자녀의 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 이는 현재의 낮은 출산력이 결혼을 한 부부가 자녀를 적게 낳는 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출산력 수준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핵심 원인의 하나는 예전 같으면 진즉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았을 청년층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하고, 출산도 하지 않는 것이다. 가족사회학자들은 결혼한 여성들이 마음놓고 애를 낳기 이전에 아예 결혼을 안하거나 못하는 청년층이 늘어나 출산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은 상황은 불안정한 고용과 경제 불황과도 직결된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시장에 진출하기 어렵고 직장이 크게 불안정해진 처지에 놓인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선 육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아이 한명 키우려면 월 83만원이 든다. 출산안정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정부가 이렇게 엄청난 양육비를 다 대줄 수는 없을 것이다. 돈 몇 푼 지원받자고 영리한 싱글즈들이 희생 정신을 발휘해 우리사회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아줄 것 같지는 않다. 자녀 양육에 쏟는 시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70대 여성의 경우는 6명의 자녀를 위해 약 40년을 소비한 반면, 50대 여성은 4명의 자녀를 위해 36년을, 그리고 30∼40대는 2명의 자녀를 위해 28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가임기의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은 결혼과 직장 경력 그리고 출산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생애 주기상 과부하에 걸리게 마련이다. 임신·출산과 동시에 직장에서 퇴출당하는 여성인력의 현실, 결혼 및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엄청난 결혼 비용과 주거 비용 등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된다. 서구에서는 이들을 위해 공보육 개념을 도입하고, 가족친화적 정책을 마련해서 아버지의 양육권 확대 등을 시도함으로써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 우선 이데올로기가 가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한, 저비용 고효율의 사교육비 부담이 계속되는 한, 여성의 출산 파업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출산 전반에 우호적인 사회환경과 건강한 양육 및 교육을 담보하는 사회시스템 구축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출산 장려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출산 파업 경향을 정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 오피니언
  • 허명숙
  • 2003.08.20 23:02

[데스크창] 사고 부르는 '자동차 전용도로'

도로의 생명은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한다. 도로의 건설이나 운용 계획을 세울 때 지켜야 할 세계적인 추세다. 그만큼 도로의 설계단계부터 안전을 생각하여 곡선구간을 최대한 줄이고, 기존도로도 안전기준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고 대부분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불이행과 함께 바로 도로구조의 취약성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부실도로 방치는 인간의 존귀한 생명을 챙기지 않는 살인방조행위와 다를바 없다.전 구간 요철 반복 심각 전주와 군산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는 익산국토관리청이 사업비 5천16억원을 들여 노폭 4차선(일부 구간은 6차선)으로 건설한 국가적 대역사이다. 지난해 5월 전주월드컵 경기 개막에 앞서 착공 11년만에 연장 45.5㎞의 구간이 희망의 대동맥으로서 시원스럽게 뚫렸던 것이다. 이 도로가 최근들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주변 경사면이 무너져 내리고 곳곳에서 침하되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로 전 구간이 요철과 지반 침하가 수십미터마다 반복될 만큼 심각하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겨울이면 얼어붙는 결빙구간으로 집단민원을 살 만하다. 일부 깎아지른 절개지 경사면은 대형교통사고의 불안감을 주고 있다. 불과 완공 1년여만에 최고급 수준으로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국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다. 군장산업기지 방면을 오가는 화물트럭들이 늘어나면서 전주방향 상행선 대야 교차로 부근과 하행선 백구 분기점 일대등은 아예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출렁거림이 일어난다. 노면상태가 차량 핸들이 흔들릴 정도로 엉망이다. 특히 군산 옥산진입로 인근의 경우 언덕길에다'S자형'도로구조를 이루고 절개지마저 급경사를 이루어 자동차 전용도로를 무색케 하고 있다. 기형적인 구조이다. 곡선구간 때문에 대형트럭들의 전복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다. 올 장마에 많은 토사가 흘러내리고 장기간 교통통제에 따른 불편과 추가 붕괴 우려가 남아 있다. 전 구간이 부실공사가 간단치 않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도로 설계가 확정되기 전 설계자문위원회나 설계심의 위원회에서도 얼마나 꼼꼼히 따져보았는지 의문이 앞선다. 시공사 및 감독기관에 대한 명확한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한다.진행중인 수사에서 책임자를 확실히 가려내야 한다는 게 운전자들의 주장이다. 미봉책의 도로개선은 한계가 있다. 일정기간 도로 전 구간을 통제해서라도 하루빨리 근본처방을 내야 한다. 좌고우면(左雇右眄)하는 사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사라지고,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깨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민간 참여와 감시 필수 건설교통부는 해마다 수천억원을 들여 도로구간을 뜯어 고치고 있다. 애당초 도로를 만들었다가 사고가 많이 난 뒤에야 비로소 도로구조를 개선하는, 낭비적인 '사후약방문'식 도로행정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얼마만큼 인간의 목숨을 제물처럼 바쳐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의 경우 도로의 사전 설계, 실시설계, 개통까지 도로관리청과 독립된 민간전문가들이 감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이같은 도로안전진단제도는 유럽과 미국 호주 싱가포르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도로설계부터 완공 뒤 보수과정까지 안전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간 참여와 감시가 필수적이다.

  • 오피니언
  • 최동성
  • 2003.08.02 23:02

[데스크창] '17년 님비'의 빅딜을 보는 눈

지난 87년 3월 미국 뉴욕 근교의 아이슬립이라는 곳에서는 쓰레기처리방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쓰레기 3천여톤을 바지선에 싣고 받아줄 곳을 찾아 무작정 항해에 나섰다. 미국 남부 6개주를 전전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다시 중남미의 멕시코와 바하마까지 장장 6개월 동안 6천마일을 돌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돌아오게 됐는데 이때 '님비'(Not in my backyard)라는 말이 처음 생겼다.원자력발전소나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 광역쓰레기처리장, 분뇨처리시설, 치매병원, 교도소 등과 같이 국가 단위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이른바 공공성 결핍 또는 자기중심적 증상이 님비증후군이다. 혐오시설 반대급부 파격적이어야내 뒷마당 뿐 아니라 자기가 사는 지역권 내에는 각종 환경오염시설들을 절대 짓지 못한다는 '바나나'(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현상도 공공정신의 약화를 드러내는 신드롬인데 어느 나라 어느 자치단체에서나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열병을 앓기 마련이다.지금 위도의 방폐장 유치 문제로 부안지역이 열병을 앓고 있다. 바나나신드롬의 하나로 3주일째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혼란으로 볼 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이다. 메가톤급 혐오시설이 들어서는데 박수치며 환영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일대 전환이 없는한 원전의존은 절대적이며 그 폐기물은 어디가 되든 반드시 설치해야 할 시설이다. 석유자원은 앞으로 40년, 석탄은 150년 정도가 이용한계이고 우라늄이 현재로서는 경제성과 대량공급이라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 한 원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이런 상황에서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대해 주민들의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반대급부가 당연히 뒤따라야 하고 그건 생색내기가 아닌 파격적, 획기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해당 지역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 이를테면 직접보상은 물론이고 세금감면, 일자리제공, 각종 지역개발사업 등이 파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님비'를 뛰어넘고 '바나나'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90% 이상이 방폐장 유치 찬성의사를 보인 위도주민들이 정부의 현금보상 배제 방침에 동요하면서 실망스런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 돈으로 해결하려는 좋지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게 정부의 직접보상 불가방침이다.정부의 이런 안일하고도 무성의한 태도를 보면서 만약 내집 뒷마당이라면 나는 방폐장유치를 반납할 것이다. 방폐장이 들어서면 '풀 한포기 안난다'고 믿는 마당에 형평성을 따지고 선례가 좋지 않다는 따위의 사고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17년동안 돌고 돈 끝에 이제 막 정착하려는 판에 장관들의 현실인식이 이런 정도라면 차라리 부안군도 다른 액션을 취하는 게 나을 것 같다.정부 눈치 보는 꼴 우스워님비와 바나나심드롬을 극복하기 위해선 직접보상은 당연한 것이고 산자부장관 말마따나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영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자신의 뒷마당에 혐오시설을 앉치겠는가.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방폐장 사업을 놓고 열린 자세로 호소한 적도 없었고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보인 적도 없었다. 그런 마당에 이제는 유치신청이 이뤄지자 원칙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역이 싫어하는 초대형 혐오시설을 유치하는 마당에 주민과 자치단체가 정부 눈치나 보고 지역개발사업에 목을 매단대서야 꼴이 우습지 않은가.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3.07.31 23:02

[데스크창] 전북도민의 '독립운동'

행정법원의 새만금 간척사업의 공사중단 결정을 두고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여론은 돌풍으로 몰아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히 충격적이다.시민·사회단체는 사업의 지속추진을 위해 법적 대응은 물론 관련 장관 퇴진에다 현 정권의 퇴진운동도 불사한다고 천명할 정도로 격노한 상태다. 가까스로 신청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신청을 철회하고 전국체전도 반납한다는 움직임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지역민들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파격적이다. 사실상 국책사업에 대한 지방독립운동이 선언된 것과 다를바 없다.탄식과 분노의 씨앗군산시 옥도면 새만금 방조제 현장은 중기계 소리가 한때 멈추고, 새만금의 관문이 예정된 야미도와 신시도에서는 느닷없는 법원의 결정에 '더 이상 못참겠다'면서 탄식과 분노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주민들은 국력이 총집결되는 국책사업이 이토록 오랜기간 갈팡질팡하면서 흔들릴 수 있는가에 의문을 달고 있다. 국가에서 일단 결정한 사업이라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진행되는게 정상이라고 보아온 '순진한' 이들 주민들의 시각인지도 모르겠다.분명한 것은 새만금 간척사업은 행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계획을 만들어 내고 국회가 10여년동안 예산을 배정해온 사업이 아닌가. 완공직전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지는 사태가 안타깝다. 안개속의 형국이 국민 신뢰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조5천여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계속되어온 국책사업을 완공직전에 사업시행인가 효력정지를 신청한 것이 시기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 없지 않다. 앞으로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어떻게 대통령이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사법부에서 제동을 걸었을까 하고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정부 부처간의 혼란스런 대응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신구상을 조속히 마련해 사업중단 기간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내에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여 도민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전북에서는 이미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유치를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 17년간 표류해온 국가적 난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혐오시설이라고 해서 극심한 거부감에 부딪쳤던 국책사업이었다. 그만큼 부안군의 결단은 신선하다. 갈수록 피폐해지고 인재도, 자금도 떠나는 지방에서 오죽하면 국가와 지역의 발전이라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라도 끌어안겠다는 이 지역 주민들의 처절한 입장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국책사업의 공익성 중요이번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다수 여론의 향방에 따라 이들 환경단체의 친환경적 지적이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욱 침묵하게 되는 '침묵의 나선'이 되어서도 결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전북도민의 염원이 담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중단은 전북을 내동댕이치는 꼴이다. '외딴 지역'의 외로운 투쟁의 길이 그동안 누적되어온 한맺힌 절규인지도 모른다.적어도 합당한 절차를 거쳐 추진하기로 결정된 국책사업의 공익성은 환경보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 오피니언
  • 최동성
  • 2003.07.21 23:02

[데스크창]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1960년대 참여시의 전형으로 꼽혔던 시인으로 김수영이 있다. '시여 침을 뱉어라'등 강한 이미지를 남긴 그는 선구자적 목소리로, 살아있는 지성중 하나였다. 그의 시 가운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소시민의 무력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하는 이 시를 요즘 되새기게 된다. 나 자신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왜 이렇게 작은 일에만 매달리고 뒷북만 치는지 안타깝기 때문이다.'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저 왕궁의 음탕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요즘 나라안팎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자탄이 절로 나온다.애써 큰 일을 잘 치러내고도 뒤늦게 긁어대 흠집을 내고, 결과적으로 잘 했던 성과마저 까먹고 마는 일이 많다. 또 그 흠집과 상처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온통 시끌벅적하다. 여기에 정치 소인배들이나 지역이기주의가 그 틈을 파고 들어 기생한다.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동계올림픽 유치실패에 대한 공방이며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여야의 특검법 처리문제 등이 대표적 사안이 아닌가 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유치문제만 해도 그렇다. 실패로 끝나긴 했으나 예상외로 선전(善戰)했다는게 국내외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정부나 삼성의 노력이었건, 프리젠테이션이 안겨준 감동이었건 IOC위원들에게 코리아를 각인시켜 준 것만해도 대단한 성과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됐지, 실패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라는 사람이 한 사람을 융단폭격함으로써 실패책임을 면하고,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는 얄팍한 속내가 얄미울 정도다. 물론 부위원장에 나선 김운용 IOC위원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도덕적 책임은 면할 수 없을 듯하다. 실제로 국내개최지 결정 당시 KOC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김운용 위원은 전북과 강원을 두고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설(說?)이 파다했다. 당시 유종근 전북지사가 그의 손에 놀아났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진선 강원지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씨의 강요로 2010년 대회유치권은 강원에, 2014년 대회유치권은 전북에 부여키로 한 동의서를 써줬다”고 한 발언 또한 궁색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변명과 괴논리를 늘어 놓을지 궁금하다.김운용 위원 문제건, 동의서 문제건, 떠들수록 국내외에 망신만 떨 뿐이다. 무주가 됐든 평창이 됐든 2014년 유치에 도움이 될리 없다.특검법 처리도 그렇다. 1차 특검으로 대북송금의 성격이나 전모가 밝혀졌으면 됐지, 제3의 특검은 뭔가. 3년전에 있었던 민족내부의 문제를 까발려서 어쩔셈인가. 일부에서는 '북한에 지원은 하되 투명하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투명하게 할수 있었을까. 당시 야당과 일부 언론이 남아도는 쌀을 지원하는데도 '퍼주기''뒷거래'라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판에 그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현금지원은 안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핵개발이나 무기구입에 쓰였다는 직접적 증거 또한 찾기 힘들다. 남북이산가족이 만나고 철로가 뚫리고,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리는 것을 그러한 비용으로 봐줄 수는 없는가. 나아가 노벨 평화상까지 돈주고 산 상이라고 폄하해서 될 일이었던가. 김수영의 시는 이렇게 맺는다.'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3.07.17 23:02

[데스크창] 실리·명분없는 싸움 다시는 없어야

2달여에걸친 익산컨트리클럽 노사분규가 1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그동안 한치의 양보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만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노골적인 감정 대립으로까지 번져 돌아올수없는 강을 건너가는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를 자아냈던 익산컨트리클럽 노사가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낸 것이다.노사가 서로 상대측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양보와 이해를 보이면서 찾은 막판 해결책은 결론적으로말해 노사 양측 모두에게 실리적 목적을 챙길수 있게 한 윈윈게임이었다고 평가할수 있다.특히나 기나긴 노사 갈등으로 본의아니게 많은 선의의 피해를 입었던 회원들에게 늦은감이 있지만 뒤늦게나마 노사 분규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갑게 받아들여질것이고 하루빨리 정상 라운딩이 재개되기를 애태워왔던 또다른 많은 골퍼들에게 역시 퍽이나 반가운 갈증 해소의 단비를 내려주었을것이다.익산컨트리클럽은 지난 5월1일 경기보조원 1백30여명이 전동카트 운행 재개를 요구하는 라운딩 거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6월3일 일반직 조합원 26명이 단체협약 체결및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익산컨트리클럽 노사분규 악몽은 절정에 달아오르기 시작, 급기야 조합원들이 골프 이용객들의 라운딩 저지로까지 확산되면서 익산컨트리클럽은 한치앞도 내다볼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서로의 첨예한 입장 차이만을 거듭 확인하면서 접점없는 평행선 철로만을 내달리던 노사 양측은 사생결단을 내리겠다는 각오와 의지만을 재차 확인한채 일전을 불사할 의지만을 다지고 있었다.이를 보다못한 회원들이 결국 회원대책위원회를 재구성하여 회원 권익 보호를 앞세운 노사 중재협상에 나서면서 그동안 등만돌려 앉아있던 노사에게서 대화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이것도 한낱 기대에 머물고 말았다.노사간에 깊게 파헤쳐진 감정의 골에 서로의 깊은 불신까지 겹쳐있다보니 당초 기대했던 노사 협상 타결은 말그대로 희망사항이었다.그러던 노사간의 깊은 암흑속 터널 대립에 지난 11일부터 한가닥 희망의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노사가 대화와 타협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양보의 미덕을 보이는 결단을 내렸다.회사는 회사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하고 관철시킬려고 목청높였던 현안 문제를 스스로 점차 거둬들이면서 서로가 상생의 길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노사 모두에게 이득이 없는 끝없는 대립과 갈등은 결국 모두에게 치유할수 없는 상처만을 안길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것 같다.자고나면 이어지는 최근의 국가적 파업 사태를 지켜보는 우리들에게 익산컨트리클럽 노사의 이같은 인식 변화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파업 투쟁 기간 동안 노사가 보여준 깊은 감정의 골을 훌훌 털어버리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노사 양측은 분명 패배자도 아니고 투쟁자도 아닌 모두의 승리자 그 자체 였다고 생각된다.협상이 타결되면 노사 양측 모두가 서로 많은것을 양보한것 아니냐는 서운함과 허전함이 남는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뭔가 더 나올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감이 든다는 얘기인데 일단의 협상이 마무리된 이상 노사 양측은 모든것을 다시한번 훌훌 털어내고 서로의 발전에 전력하길 기대한다.골프장 개장 이후 첫 파업이라는 악몽의 시련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을것으로 보는 노사 양측은 앞으로는 극단적인 방법에 앞서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노사 관계가 정립되길 바란다.실리도 잃고 명분도 잃을수 있는 어렵고 힘든 좌충수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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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철호
  • 2003.07.14 23:02

[데스크창] 동계오륜, 배반의 역사를 보면서

신문의 영화광고를 쳐다볼 때마다 화가 치미는데 그건 전북지역의 극장이름이 돋보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코딱지만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예컨대 부천 같은 신흥지역까지도 지명과 극장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는데 전북지역의 그것들은 대단한 공을 들이지 않고는 글자를 알아보기 조차 어렵다. 아무리 상업성 때문이랄 망정 크기와 배치에서 '천대'하는 것은 우리지역이 공급자의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쩌다 우리지역은 영화광고에서까지 홀대받아야 하는가 하는 한탄스런 생각도 하게 된다. 강원지사 '익은 밥 먹고 선소리'우리는 인사와 예산, 각종 정책 등에서 신물이 나도록 홀대와 푸대접을 경험해 온데 이어 광고의 카피에서 마저 쪼그라진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지역을 바라보는 중앙이나 다른 지역의 의식의 세계는 영화광고의 카피보다 더 작은, 그래서 안중에도 없는 미미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나라를 흔들고 있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실패한 영웅'들의 입놀림을 보노라면 더욱 그렇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2010년 평창유치가 실패하면 2014년 동계올림픽은 무주가 유치신청에서 우선권을 갖는다는 동의서를 자필로 쓰고 그 내용을 KOC에 제출했다. 2002년 5월의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2014년에도 평창유치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익은 밥 먹고 선소리 한다'는 속담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을 핀잔주는 말인데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이창동 문화부장관은 평창유치에는 실패했지만 2014년 유치 예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술 더 뜨고 있다. '세사람만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속담도 있고 보면 이창동장관까지 가세한 게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우리지역이 영향력이 막강한 강한 전북이라면 과연 신의를 깔아뭉개면서 전북이란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낼 수 있을까. 김진선 지사의 약속파기 의사는 마치 "군주는 신의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신의를 무시하고 계략으로 사람을 혼란하게 하는 군주가 큰 일을 해 왔다”는 마키아벨리의 사고를 연상시킨다. 여우의 교활함과 사자의 용맹 처럼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는 위선과 과장, 허위와 기만의 산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반도덕적 행위라도 결과에 따라서 정당화된다”고 적고 있다. 김지사는 적어도 이런 정치적 사고를 실천하려는 것인가. 동계올림픽은 그냥 굴러오나김지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2010년 평창올림픽유치 특위 진상조사 참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진실과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김지사는 마찬가지 논리로 이제 동의서에 사인한 사실을 강원도민에게 알리고 문광부나 KOC에게도 이런 사실관계가 있었다는 걸 규명해 주어야 한다.'단독개최에서 공동개최-주개최지 양보- 2014년 유치 신청의 우선권-평창재추진' 과정을 보면서 전북인들은 무얼 느껴야 할까.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식의 긴가민가에서 이제는 아예 통째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인가. 전북입장에서 동계올림픽은 배반의 역사이자 오늘날 전북의 위상, 구체적으로는 쪼그라든 도세를 확인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무주군이 벌떼처럼 일어나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정치권이나 다른 자치단체, 지방의회 어디에서도 성낸 모습을 볼 수 없다. 전북은 언제까지나 영화광고의 카피 처럼 돋보기를 써야 찾아볼 수 있는 미미한 존재로 남아있을 것인가./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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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3.07.11 23:02

[데스크창] 양성평등 확산되는 여성주간을

7월 첫번째 주(1∼7일)는 정부가 정한 여성주간이다.여성주간은 여성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지난 96년 7월1일 시행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정해졌다.행사 일회성 전락 우려여성부가 내건 제 8회 여성주간 슬로건은 '양성평등, 새로운 문화가 열린다!'.전북지역에서도 이 여성주간을 맞아 여성단체와 자치단체별로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여성주간은 여성들이 이 세상을 다스리겠다거나 여성들만 위해 달라는 행사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똑같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물론 과거에 비하면 곳곳에서 여성들의 활약도 눈부시고 발언권도 강해졌다. 직업의 경계도 허물어져 여성들이 의지와 실력이 있으면 도전하지 못할 영역이 없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올해는 특히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까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여성주간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그러나 여성주간이 자칫 여성들만의 행사로 인식되는 듯한 분위기를 떨칠 수 없다. 심지어는 여성주간에 곳곳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마치 여성을 위한 여성의 행사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미래의 기둥인 도내 여대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주간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왜냐면 그동안 전북도를 비롯해서 각 시군이 여성주간 중 한 날을 정해 한정된 장소에서 기념식을 갖고 여성관련 업무에 공이 많은 사람이나 단체에 시상하고, 특강 한번 하는 것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념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인데다 그 얼굴이 그 얼굴로 대상 또한 한정적이다.이처럼 거의 형식에 가까운 기념식을 각 시군마다 별도 예산을 들여 개최하는데 따른 문제점이 매년 지적돼 왔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전시회 또는 문화행사를 하는 것으로 그 영역을 넓힌 기관도 눈에 띄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여성주간을 계기로 펼쳐지는 각종 행사가 행사를 위한 일회성 소모성으로 전락해 아까운 예산만 축내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여성주간은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여는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축제 기간 그리고 양성평등의 인식이 확산되는 주간이 되어야 한다. 그간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던 여성의 잠재된 힘을 충분히 발휘해서 남녀공동체로 함께 힘을 모아 사회발전을 이끌어가는 사회주간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그리고 여성노인 등 소외된 계층, 다양한 계층을 수용해서 여성의 힘 모으기에 주력하는 주간이 돼야 한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도 끌어들여야 한다. 패러다임 변화 필요다행히 여성농민을 대상으로는 전북여성농민회연합이 주관해서 한마당 잔치를 오늘 정읍 천변에서 열고, 전북여성장애인연대는 어제부터 내일까지 여성장애인 작품 전시회를 도립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므로써 여성주간에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전북여성노동자회도 7일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아직 평등치 못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주간만이라도 여성의 잠재적 역량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끌어내기 위해 할 일이 많다. 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변화가 필요하다. 해마다 맞는 여성주간이 진정한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주간이 되길 바란다. /허명숙(본사 특집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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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명숙
  • 2003.07.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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