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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월드컵과 스포츠마케팅

‘세리 효과’라는게 있다. 골프선수인 박세리가 98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챔피언십 우승 이후 홍보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계산한 것이다. 박선수는 첫 우승과 US 여자오픈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4억달러의 효과를 거뒀다. 그 후 통산 13승을 달성한 박선수 덕분에 삼성은 최소 10억달러(1조3천억원)의 광고및 이미지 제고효과를 봤다. 스물네살의 처녀 스타 하나가 웬만한 대기업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반면 삼성이 박선수에게 지난해 초까지 지불한 금액은 연봉 1억원과 훈련비 1억원등 2억원이 고작이었다. 투자수익률로 치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지난달 열린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는 운영요원과 선수 임원들이 하나같이 손에 애니콜을 들고 다녔다. 삼성측이 이 대회에 1만대의 애니콜 CDMA 단말기를 제공했고, 대회요원들이 그것을 사용한 것이다.삼성전자가 무선통신부문 올림픽 파트너로 계약을 맺은 것은 97년. 삼성은 그 댓가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1억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그 결과 삼성 애니콜은 98년 시장점유율 세계 9위, 지난해는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스포츠마케팅이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이다. 미국 기업의 3분의 2가 스포츠를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고, 90년 이후 스포츠관련 산업이 매년 65%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관련 산업규모는 자동차산업의 2배, 영화산업의 7배라고 한다.이같은 스포츠마케팅에 있어 올림픽과 월드컵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최상의 무대다. 특히 월드컵은 축구라는 단일종목으로 이뤄져 집중도가 높은데다 올림픽보다 2배가량 길게 열리기 때문에 마케팅효과가 월등하다. 그러면 월드컵에서 우리가 얻게될 경제효과는 얼마일까.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생산유발효과 7조9천9백억원, 고용창출효과 24만5천여명으로 발표한 바 있다. 생산유발효과는 투자및 소비지출의 3.3배 가량이다. 전주의 경우 생산및 부가가치 유발액 9천7백26억원, 고용유발인원 1만3천7백99명으로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분석했다. 사업기간인 1998년부터 개최연도인 올해까지를 산업연관분석에 의해 계산한 것이다.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FIFA(국제축구연맹)가 가만히 놔둘리 없다. 그들의 철저한 상업주의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FIFA는 이번 한일(韓日)월드컵 후원사로 코카콜라 마스터카드 필립스 등 15개 업체를 선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이 처음으로 공식후원사가 됐다. 거액을 지급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주택은행 등 6개 업체는 국내에서의 자격만을 얻었다. 다른 기업들은 축구장 광고뿐 아니라 엠블럼 마스코트, 심지어는 ‘월드컵’이란 표기조차 쓸 수 없다. 전주도 월드컵경기장 반경 2㎞이내에는 어떤 홍보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기업들의 불만이 여간 아니다. 하지만 공식후원사에 들지 못했어도 틈새를 비집고 재미를 보는 기업도 없지 않다. 소위 매복 또는 위장(Ambush)마케팅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나이키가 서울에 대규모 축구놀이공원을 세우거나 LG전자가 일본 오사카에서 ‘LG컵 풋살(5인제 실내축구)페스타 2002’를 갖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나 SK텔레콤의 ‘붉은 악마’를 내세운 광고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요즘 전주시내에는 ‘월드컵 성공, 전주의 영광’이라는 깃발이 곳곳에 꽂혀 있다. 진짜 월드컵이 성공하려면 경제월드컵이어야 한다. 도내 기업도 스포츠마케팅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2.03.08 23:02

[데스크창] 도지사 경선 들춰보기

강현욱-정세균의원으로 압축된 민주당 도지사 경선은 마치 산상 수련을 끝낸 두 검객이 외나무 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이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내공’을 다질만큼 다진 두 검객은 모두 무림(武林)에서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터. 어떤 기예와 무기가 선보일지, ‘진검승부’의 결론은 어떻게 날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선수(先手)는 정세균의원이 먼저 뽑았다.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를 작심한 그는 국민경선제라는 민주당의 정치실험이 채 기미도 보이지 않을 즈음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강현욱의원을 세차례 찾았다. 첫번째는 6.13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하기 위한 의례적인 방문이었지만 두번째는 강현욱의원의 도지사 출마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뜻이 없으니 잘해 보라던 강의원의 출마 설(說)이 계속 나돌자 낌새를 살피기 위해 찾았던 것이다. 강의원은 그때도 다른 사람이나 걱정하라며 게의치 말라고 했다. 그후에도 강의원의 출마설이 그럴듯 하게 나돌자 정의원은 세번째 강의원을 찾았다. 올해 초였다. 그리고는 출마의 뜻을 확인하게 된다.출마선언의 칼은 강현욱의원이 먼저 뽑아들었다. 네번째 만남. 이제는 강현욱의원이 정세균의원을 찾아갔다. 출마선언 이틀전인 지난 4일이었다. 출마선언을 하기에 앞서 미리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정세균의원에 대한 심적인 부담과 인간적 도리가 무겁게 짓눌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는 지난 6일 먼저 출마선언을 했다. 무림에서 상대방의 기를 꺽기 위해 흔히 쓰는 일종의 기선제압인 셈이다. 경선에 이르는 과정을 세세히 중개한 것은 정치인들에게서는 엿볼 수 없는 ‘순진한’ 구석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막 돌아가는 정치판에서도 절차와 신의를 무겁게 여기면서 ‘게임’을 벌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경선 변수들을 뜯어보면 여간 염려스러운 게 아니다. 두 진영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과 무기를 총동원할 태세이고 한가락씩 하는 이른바 ‘캠프 사람들’역시 두 의원의 인품과 도덕성을 그냥 놔두지 않을 기세다. 한때 싸움판에서 잔뼈가 굵은 ‘무림의 고수’들 역시 비선(秘線)을 자처하며 속속 몰려들고 있다. 싸움판이 클수록 지는 쪽은 타격도 큰 것은 불문가지. 고을의 최고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맥과 재력, 책략과 재사(才士)들이 동원될 것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싸움일수록 정공법보다는 비정상적인 ‘검법’이 더욱 빛을 발하는 법. 물량공세에다 치고 빠지기식 흠집내기가 판친다면 진흙탕 싸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경선은 여러 변수와 치열한 분위기,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백중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합도 겨루기 전에 이전투구로 흐를 게 뻔하다고 보는 것이다. 축제로 치러져야 할 민주당내 대선 경선도 벌써부터 물고 뜯기, 흠집내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예비선거. 애드벌룬이 창공에 날고 울긋불긋 선거복장을 한 유권자들은 경쾌한 브라스밴드 음율에 맞처 지지후보의 피킷을 들고 선거운동을 한다. 그들처럼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당내 경선을 할 수는 없는가. 강현욱의원과 정세균의원 같은 인품과 도덕성이라면 멋진 경선이 될 것도 같은 생각이 들지만 주변여건을 뜯어보면 어쩐지 살벌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2.02.26 23:02

[데스크창] 새 군산운동 펼치자

"우수 학생은 빠져나가고 , 술집 여종업원들이 대신 그 자리를 메우고 있으니...”설 명절을 전후해 군산 시민들이 삼삼오오 만나는 자리마다 자조적으로 내뱉은 소리다.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은 “군산이 정말 그런 곳이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웠다며 친지들에 영문을 물었다. 창피해서 객지서 못살겠단다.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 또한 그런 소릴 듣고 맘 편할 까닭이 있었겠는가. 한숨으로 맞장구 쳤을 뿐 별다른 변명을 내놓질 못했다.즐거워야 할 명절에 잡쳐버린 군산의 이번 설 풍경이었다.새해들어 군산 시민들의 화두는 단연 교육 문제였다. 전주,익산과 20점이나 차이나는 고입 커트라인, 관내 전체 고교 모두 합쳐도 두자리 수가 안되는 서울대 합격자, 인구 지키기 운동이라도 비웃듯 우수수 빠져나가는 우수 학생들...“이러다간 군산교육 공동화 현상까지 생기는게 아니냐”는 뜻있는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던 참이었다.설상가상이라 했던가 .침체된 군산교육의 현실에 잔뜩 의기소침해 있던 참에 개복동 참사가 터졌다.“술집 참사가 한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터지다니” 시민 모두가 망연자실한 상태다.“도대체 군산이 얼마나 돈벌이가 되는 곳이면 전국서 여종업원들이 몰려드나” 하긴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다는 핑계로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외국여성들까지 원정을 오고 있는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전세계로 타전된 군산의 유흥가 참사다. 어떤 시민들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환락의 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자포자기 심정이란다.도대체 군산시의 정체는 무엇인가. 군산시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나 .개항 1백3년을 자랑하는 항구도시요, 호남 제1의 공업도시요, 전북.충청권 중심의 교육도시로 자존심을 내세우던 군산시가 아니던가.그 화려한 영화의 도시 군산시가 지금 심각히 흔들리고 있다. 수산업의 퇴조로 불꺼진 항구가 된지 오래요, 도내 10대 기업을 싹쓸이 안았던 공업도시가 하나 둘씩 부도로 쓰러지면서 내세울 간판 기업이 없다. 게다가 내일의 향토를 이끌어 갈 동량들이 일찍부터 탈 군산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대신 타락한 문화 , 불량한 객들 만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게 오늘의 실상이다.언제까지 과거만 먹고 살건가.고대 로마, 이집트를 비롯해서 오늘날 해가 지지않는 나라 영국,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 등 수없이 많은 나라들이 명멸해 갔다. 국가도 그렇듯 도시도 영고성쇠 한다.같은 서해안 권으로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아산, 평택, 광양이 감히 군산을 추격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도내 2인자 자리도 아쉬워 전주를 늘 경쟁의 대상으로 삼았던 때가 엊그제였다 . 하지만 지금은 인근 익산시 보다 인구 면에서만도 7만이나 차이나고 있다.잠시 한눈 팔면 한없이 낙오한다. 이번 참사는 잠자는 군산 시민들에 마지막 경고다. 성경 속의 환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신의 저주를 받아 멸망했다.30만 전 시민이 온 몸으로 실천에 옮기는 새로운 시민정신, 시민운동이 시급하다.술집에 앉아서 자조적인 농담이나 발만 동동 굴릴 때가 아니다.추방해야 할 술집 타락문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털어내야 한다.지켜야 할 인재, 사탕발림으로 유혹해서라도 잡아둬야 한다.모셔와야 할 기업과 외자, 백년 손님으로 대접해 유치해야 한다. / 임경탁 (본보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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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경탁
  • 2002.02.19 23:02

[데스크창] CEO 자치단체장論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지금부터 10년 전인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현 조지 W 부시의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도전했다. 그리고 승리했다.조그만 아칸소주 출신의 클린턴이 부시를 물리친 것은 의외였다. 당시 부시대통령은 걸프전의 승리로 92%의 국민지지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가 좋지 못했다. 클린턴은 그때 국민들의 경제적 욕구를 정확히 간파했다. 결국 클린턴의 경제공약은 부시의 승전보를 눌렀다. 그만큼 국민들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절실했던 것이다.바람둥이 클린턴은 재임 8년 동안 변태적 성행위 등 추문이 잇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제성적표는 A+급이었다. 그는 미국의 국부(國富)를 세계대비 22%에서 30%로 끌어 올렸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CEO 대통령론(論)이 무성하다. 경제나 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가진 리더십을 원한다는 얘기다.그것은 이번 구정 덕담에 “부자되세요”가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못지 않게 성행한 것과 무관치 않다. 사실 최고경영자를 뜻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라는 말은 얼마전까지 우리에게 낯선 용어였다. 우리 기업들은 대개 오너 중심의 가족경영 형태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CEO는 미국이나 유럽식 기업에서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이다. 요즘 거론되는 CEO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cy)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경제문제가 부각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국정에 접목시켜 나라를 유연하게 이끄는 최고지도자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여당 7용(龍)의 경우를 보자. 이인제 고문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가 되겠다’고 밝히고 정동영 고문은 ‘젊은 CEO론’을 내세운다. 김근태 고문은 ‘반부패 CEO’, 클린턴의 이미지를 닮고자 하는 유종근 지사는 ‘경제대통령, 이제는 경제다’라는 슬로건으로 CEO대통령의 원조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 경선주자들이 표방하고 있는 CEO는 아직 겉포장에 불과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CEO 도지사나 시장 군수는?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공공성을 중시하는 자치단체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자치단체장이나 CEO 모두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데는 대동소이하다. 마치 항해에 있어 선장과 같은 역할이다. CEO의 자질은 주주의 이익보호와 경영혁신, 투명경영,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제시, 도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서 주주를 주민으로 바꾸면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드러난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jobs) 창출은 시대가 요구하는 큰 흐름이다.전북은 민선이래 7년간 국가 예산이 152.8%, 기업체수가 34.5%, 외국인 투자가 1142%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수께끼는 주민소득이 바닥을 헤매고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았다. ‘CEO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있듯 ‘지사나 시장군수의 경쟁력이 곧 자치단체의 경쟁력’인 시대다. 입지자나 유권자 모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 조상진 (본사 경제부장)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2.02.18 23:02

[데스크창] 상향식 공천 전제조건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경선방식을 채택하고 나서 논란이 뜨겁다. 이 제도는 당원이나 시민의견을 들어 당내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 취지다. 과거 지구당위원장이나 중앙당, 또는 정계의 실력자가 도지사나 시장 군수후보를 낙점하던 방식에 비하면 가히 획기적인 변화다. 지구당이 선정위라는 것을 만들어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후보를 내던 방식에 비해서도 진일보한 개혁적 방식이다. 이러한 민주적 경선 틀은 지구당위원장 1인이 지배하던 의사결정 방식을 당원이나 시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결국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도내 각 지구당들이 새 경선 얼개가 제시되자 당원 또는 대의원만으로 후보를 결정할 것인지, 시민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놓고도 고민하고 있는 양상이다. 경선방식이 확정되면 예비후보간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일 개연성이 많다.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정치개혁으로 나아가는 큰 흐름의 하나이고 시민들 역시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터여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려야 할 제도임에 틀림없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성찰해야 할 조건들을 상정해 볼 수 있다.우선 당원관리의 부실을 들 수 있다. 지난 50여년간의 우리 정당사를 훑어보면 정당원들은 정치이념보다는 절차상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 입당이 많다. 당원관리도 부실하다. 2중3중으로 등록돼 있거나 마구잡이로 등록시킨 사례도 없지 않다. 당연히 당원의 자질시비가 이는 대목이다. 둘째 하향식 대의원 선정방식이다. 당연직을 제외하고는 일괄추천 형식을 밟거나 상무위에 일임하는 형식이 다반사인데 투표행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람 선정작업이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이같이 일방적, 하향식이어서는 곤란하다.셋째 투표권을 행사할 당원선정의 기준이다. 당원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에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전국에서 첫 상향식 공천을 통해 성공적으로 후보를 확정한 한나라당 서대문지구당의 선정기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원교육에 참가하고 당비와 후원금 납부실적이 있어야 하며 각종 지구당 행사에 참여한 실적 및 유공당원 등이 그 선정기준이었다.넷째 투표참여 규모. 금품의 위력이나 동원경쟁이 힘을 못쓸 정도의 숫자를 투표에 참여시켜야 한다. 3백여명까지는 줄을 세울 수 있다는 도내 어느 지구당위원장의 분석을 고려하면 투표참여 대상은 이보다 두세배 정도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시민참여의 문제. 시민들을 경선에 참여시켜 의사결정의 균형을 유지하고 민주적 시스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의 비용과 인력 등 관리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 조건들이 경선을 앞둔 지구당개편대회때 반영된다면 공정성 객관성 시비가 최소화될 것이다. 문제는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지구당위원장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 어차피 민주적 의사결정에 무게를 두고 시행한 제도라면 지구당위원장들이 열린 사고를 보여줘야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 이른바 지구당위원장의 민주화된 마인드가 지방정치 실험의 핵심이다. / 본보 정치부장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2.02.06 23:02

[데스크창] 까막까치도 집이 있는데

익산에 사는 A씨는 2월말께 전주로 집을 옮기기로 했다. 직장이 전주에 있는데다 아이들도 곧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이왕이면 전주로 학교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해서 였다.주위에서도 “유학이나 서울 강남으로 보내지 못할망정, 학교는 전주로 보내는게 낫다”고 권고하며 거들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못해도 ‘일천지교(一遷之敎)’라도 할 요량으로 이사결심을 더욱 굳혔다.하지만 A씨는 전주시내 몇몇 아파트단지를 둘러보곤 이내 ‘전주시민’되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시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전세는 아예 나오지 않는데다 쓸만한 아파트는 값도 껑충 뛰어 있었다. 공단이 있는 팔복동이나 군산 익산으로 출근하기 좋은 서신동 E-마트 부근, 서곡, 신흥주택지인 아중지역은 더욱 심했다. 이들 지역은 32평형 전세가 7천-8천만원, 매매는 8천5백만-1억원을 홋가했다. 또 24평형은 전세가 4천-5천만원, 매매는 5천5백-7천만원선이었다. 1년 전에 비해 전세가 1천-2천만원 가량 오른데다 지난해 가을부터 구경조차 힘들다는게 부동산중개사들의 설명이었다. 가뭄에 콩나듯 나온다 해도 집주인들은 기본 보증금에 월세를 원했다.생활정보지를 갖다 놓고 이리저리 뒤적여봐도 매 한가지였다. 한두군데 나와있는 곳에 전화를 걸면 ‘진작 나갔다’는 대답만 공허하게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불기 시작한 전세대란, 아파트값 폭등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도시까지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어깨는 더욱 좁아져 가고 있다.그러면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첫째 원인은 공급물량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몇년간 신규아파트를 짓지 않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주택건설협회 전북지회에 따르면 97년까지 매년 2만6천호 안팎을 짓던 건설업체들이 IMF 직격탄을 맞은후 98년 7천8백호, 99년 1만1천호, 2000년 9천8백호를 짓는데 그쳤다. 최근 4년간 IMF 이전에 비해 주택공급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98년 7천6백호이던 미분양 아파트도 지난해 1천5백호로 급격히 감소했다. 둘째는 초저금리의 행진이다. 몇년전 20-30%까지 치솟던 은행 대출금리가 지난해는 6%까지 떨어졌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전세의 월세전환 이율이 연간 24%(월 2부)였으나 이제는 12%(월 1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은행에 맡겨도 연간 이자율이 4-5%밖에 안되니 월세로 돌리거나 차라리 파는게 낫게 되었다. 여기에 주식시장의 침체도 한몫 거들었다.세째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이다. 정부가 경기를 띄우기 위해 건설경기를 부추겼고 특히 분양가 자율화, 재건축요건 완화, 양도소득세 완화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뒤늦게 부활시키긴 했으나 소형평형 의무비율제 폐지는 서민들의 주택난을 더욱 심화시켰다. 청약자격 완화와 분양권 전매허용은 투기꾼들에게 멍석을 깔아줬고 소위 떴다방들이 가세토록 했다. 물론 정부로서는 GDP의 15%(지방은 GRDP의 20%)를 차지하는 건설을 부양시킴으로써 다른 부분으로의 파급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긴 하나 지난달 투기 세무조사 등 대책도 내놓았다.집(住)은 먹거리(食)와 함께 인간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우리 속담에 ‘까막까치도 제집이 있다’고 했다. 또 가장 큰 설움은 배고픔이요, 다음이 집없는 설움이라고 했다. 집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을 유통시키는 자와 같다. 정부도 서민주택 문제를 공공성을 높이는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 본보 경제부장

  • 오피니언
  • 조상진
  • 2002.02.05 23:02

[데스크창] 비뚤어진 술 문화가 '원흉'

이번 개복동 유흥가 화재를 놓고 역시 야단들이다.또 다시 무려 12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아니 2년전 같은 곳에서 빚어진 참사와 차이가 있다면 희생자 수가 3배나 돼 확대재생산 됐다고나 할까. 그래서 성난 목소리가 더 크다는 점이다. 취재를 이유로 순식간 달라붙은 언론, 범인을 철저히 색출하겠다며 법석을 떠는 경찰, 원활한 사고처리를 위해 신속히 상황실을 설치한 행정, 사후 재발방지 대책을 부르짖는 관련단체, 유족들의 통곡...그리고 며칠 지나면 다시 잠잠해질 스토리가 다 읽지 않아도 뻔히 내다뵌다. 이런 저런 행태가 스테레오 타입이다. 돌고 도는게 역사라고 하듯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걸 비단 이번 화재 참사 말고도 숱하게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나는 단언한다.그렇다면 유흥가 참사 정말 막을 수 없는 필연 재앙인가.지금같은 사회 의식구조라면 분명 그렇다. 불문가지다. 제 아무리 사법정의의 화신 포청천이 나와도 그렇고 청렴 행정가의 대명사 태국의 잠롱시장이 한국에서 시정을 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술과 여자와 돈을 유독 좋아하는 우리 사회의 만연된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한 근절책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유흥가의 지상목표는 오직 돈이다. 업주들에게서 자존심이나 명예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세상 단맛 쓴맛 다 보고서 이곳까지 온 그들이다. 몇 년 장사하면 떼돈을 버는 곳이 바로 이 업종이다. 이번 사건의 주범 이성일이만 봐도 그렇다. 30대 후반 나이에 수십억대의 재산가요 , 하루 수입이 평균 4백만원이었다. 그래서 모든 악과 결탁해서라도 한탕 벌어야겠다는 그들의 절박한(?) 심리는 법과 행정 보다 항상 한 수 앞서기 마련이다.당국이 설령 뒤늦게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이미 타임래그 현상으로 뒷북치기에 그친다. 게다가 끊임없는 그들의 로비와 유혹의 손길은 사탄의 사과 보다 더 지독하다. 공무원들이 이를 뿌리치는데는 고통 그 이상이다.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유흥가에 악순환되는 불법행위와 참사를 막는데는 돈줄을 차단하면 된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비뚤어진 술 문화가 존재하는 한 치유는 불가능하다. 한국 남성들의 술 사랑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양주에다 폭탄주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마셔대는 술 소비량도 그렇지만 술자리 또한 요란하다. 2차, 3차로 이어지면서 니나노 판이 펼쳐져야 만 직성이 풀리는게 한국 술꾼들의 작태다. 그 자리서는 소위 작부, 깜밥, 매미들이라 불리우는 접대부들이 함께 하면서 해괴망칙한 일들이 신명나게 한판씩 벌어진다.평소 인색하던 술꾼들도 이 자리만 오면 술값에다 팁까지 흥청망청 패스포드에서 쉽게 뭉칫돈을 내주는게 우리의 술자리 풍토다. 가무와 풍류를 즐기는 민족치고는 수준 이하다. 온갖 저질과 타락이 꽃피고 열매를 맺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의 가요주점이요, 룸싸롱이요, 홍등가가 아니던가. 구린 곳에 구더기가 꾀듯 타락한 돈에 타락한 군상들이 몰린다는데 어떤 수단으로 제재하랴. 비뚤어진 술문화를 만들고 계속해 오는 한 제2, 제3 참사는 예견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참사를 놓고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본보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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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경탁
  • 2002.02.02 23:02

[데스크창] 기업유치 하려면

얼마전 도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대기업의 CEO급 인사를 만날 기회를 가졌다. 각각 대구와 고창 출신으로 도내에서 3년과 7년째 현직을 맡아 내실있는 경영을 하는 분들이다. 이들은 “전북에서 기업하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우회적으로 ‘전북인의 프로정신 결핍과 소극성’을 꼽았다. A씨는 10여년 전 독일근무 당시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당시 20대 후반의 독일 여직원을 채용했다. 출근 첫날부터 열심히 일만하던 그녀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면담신청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자신은 분명히 회사와 풀타임 근무로 계약을 했는데 ‘왜 파트타임 분량의 일밖에 시키지 않느냐’는 항의였다. 그러면서 풀타임 근무에 맞는 일감을 달라고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프로다운 정신인가. 우리 같으면 편한 일을 선호하고 남은 시간에 개인 일을 볼텐데 말이다. A씨는 이와 함께 울산과 전주공장 직원들의 근무 자세를 비교했다. 울산에서는 직원들이 특근과 잔업을 서로 하려고 하는 반면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외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느껴지더라고 덧붙였다. 또 전북도나 전주시 등 자치단체들도 돈을 쓰는 문화행사에 비해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문화에 대한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협찬 등에 시달리는 기업인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지난해 100% 외국기업이 된 공장을 맡고 있는 B씨는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차이를 4가지로 요약해서 들려줬다. 첫째 투명·예측경영, 둘째 수익 중시, 세째 재무건전성 강화, 네째 성과위주 인센티브제 정착이 그것이었다. 종전에는 공급위주의 경영을 하다보니 생산량의 30-70%가 재고로 쌓였다. 그에 비해 지금은 철저히 주문생산, 그것도 우수고객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최고의사결정 주체도 오너에서 주주 중심으로 바뀌고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실리추구가 무서울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글로벌 경영시대에 향토기업이니, 혈연 학연 등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말해 준다. 또한 조금만 튀어도 헐뜯고 끌어 내리려는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인구 2백만명선이 무너지자 노심초사했다. 편법으로 인구늘리기에 나서 가까스로 땜질을 해 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얼마나 허망한가는 통계가 바로 알려준다. 전북통계사무소의 지난 ‘10월중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실업자 1만1천2백여명이 서울 등 타지로 빠져 나갔다. 도내에서는 취업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었다. 또 구직자 10명중 7명이 탈(脫)전북을 계획하고 있다는 발표는 더욱 충격적이다. 전북도는 지난해부터 도내에 시설투자규모가 10억원이 넘을 경우 최고 2억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3백50개 기업유치 목표에 3백80개를 유치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뿌리내릴 기업은 몇개나 되며 사후관리(care)는 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을 유치하려면 도로 항만 공항 등 SOC가 완비돼 물류비가 절감되고 우수인력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는 교육여건이 조성되는게 먼저일 것이다. 또 지역균형특별법 국회통과와 수도권만을 키우는 공업배치법 개정안도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CEO들의 지적처럼 도민들의 프로정신과 공세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 조상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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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2.01.31 23:02

[데스크창] 호남불가론, 지독한 도그마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불거진 ‘호남불가론’ ‘호남출신 한계론’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호남지역 후보들에게 악령처럼 따라붙는 이론 아닌 이론이다. 지난해 말 한화갑 상임고문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서자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 호남불가론인데 정동영 상임고문이 지난 16일 제주도에서 대선 경선참여를 선언하자 또다시 호남한계론이 들먹여졌다. 경선참여를 선언한 민주당의 호남출신 인사는 한화갑 정동영 상임고문과 유종근지사 세 사람이다. 한나라당의 김덕룡의원이 3월쯤 당내 경선레이스에 가세한다면 네명이 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대열에 나선 호남이나 전북 정치인 숫자로는 최다이다.호남불가론이나 호남한계론이 풍기는 뉴앙스나 그 배경을 놓고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을뿐더러 배알이 뒤틀린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태생적 열성인자로 치부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잘 살지 못하고 잘 뭉치지 못한다는 등의 속설도 연상되기 때문이다.최근엔 한술 더 떠 “현 정권은 호남향우회 정권”이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야당의 간부라는 사람이 해댄 말이다. 자제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부추긴 치졸한 언행을 우리는 보고 있다. 지역감정은 어느 나라나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감정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특정지역의 정치인이나 특정지역을 비하함으로써 상대적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불순한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인데 지독한 도그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취되는 게 대중이다. 호남불가론이 그 일환이고 야당의 막말성 호남정권 비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감정은 이성과 대칭되는 말이다. 때문에 흥분과 충동의 덩어리일 수도 있다. 지역이란 말 뒤에 붙는 ‘감정’이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면 반드시 비이성적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체제와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지역감정이라는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대통령도 이 지역감정이라는 괴물에 의해 선택돼 왔고 따지고 보면 선출직 대부분이 지역감정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영남에서 출마했다면 도의원선거에서도 떨어졌을 것이고 김영삼 전대통령이 호남에서 출마했을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모두 비이성적 현상이다.정치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르기까지 앞으로 1년간 그 ‘잘난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 지역감정 발언들을 쏟아낼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21세기 정치판의 새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도 지역감정에 기댄 비이성적 언행이 판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처방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얕잡아 본다거나 상대적 반사이익 같은 것을 얻을 생각을 아예 못하도록 호남인들이 힘을 길러야 한다. ‘나라의 군량이 모두 호남의 창고에서 나오니 만약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國家軍儲皆皐湖南, 若無湖南是無國家)는 이충무공 전서에 나오는 글처럼 과거 호남은 풍요롭고 강력했다. 그런데 오늘날 호남은 걸고 넘어지는 대상이 돼 버렸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왜 ‘호남불가론’ 따위의 하대발언이 나오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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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2.01.22 23:02

[데스크창] 官職은 棺인가

'어떤 사람이 물었다. 어찌하여 관직(官職)에 오르면 관(棺)이 보이고 재물을 얻으면 꿈속에 똥이 보이는 것이오?은호라는 사람이 대답했다. 관직은 원래 부패하기 때문에 꿈속에서 관을 보게 되는 것이고 재물은 하찮은 것이기 때문에 꿈속에서 더러운 똥이 보이는 것이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명예를 중시하게 됐다.'약 1천5백년전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고전인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다.최근 국내가 각종 게이트사건으로 떠들썩하다보니 부패척결의 목소리가 높다.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회 핵심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해지면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들이 구속되거나 공직을 떠나고 있다.검찰총수까지도 동생의 이용호게이트 연루에 대한 도덕적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고 청와대의 일부 전직직원까지 비리와 관계된 혐의를 받고 있는등 상당수의 공직자들의 윤리와 도덕성이 국민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중국고전의 이야기대로 그야말로 하찮은 재물에 눈이 멀고 명예를 중요시하지 않는,즉 윤리나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관직(官職)은 관(棺)인 것이다.공직자들의 이같은 부도덕성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투영돼 이들의 윤리의식도 심히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반부패국민연대가 최근 서울시내 10개 중·고교생 1천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윤리의식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조사대상자 가운데 28.4%가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 33%가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 할 것, 22.7%가 친인척부패에 묵인할 것, 16%는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을 벌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사실은 과히 충격적이다.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중고교생들의 이같은 윤리의식저변에 이기주의나 황금만능주의가 병처럼 널리 퍼져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당연 국가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수사검찰청의 조기설치와 부패방지위의 개청을 서두르는등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겠는가.그러나 모든 부패의 근저에는 물질과 황금만능주의에 편승하고 있는 도덕적해이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부패방지위나 특별수사검찰청의 기구를 만든다고 부패가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금감원, 감사원, 검찰, 경찰, 법원 등 그동안 각종 부패방지기구가 많이 설치돼 있는데도 부패가 만연돼 있는 것은 부패는 기구나 조직에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의 윤리와 도덕상실에 그 원인이 있다는데 모든 이들이 동감을 할 것이다.공직자들이 재물을 하찮은 것으로 보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윤리의식만 확립된다면 부패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이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고 그렇치 않은 사람은 벌을 받으며 공직자들이 양심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정의의 확립을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구축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그렇지 않고 기구만 신설한다면 그것은 한갖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때다./ 본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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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2.01.19 23:02

[데스크창] 인정과 휴머니즘 회복부터..

한동안 겨울 난동(暖冬)이 있었으나 계절은 엄연히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혹한의 절기에 있다. 이런 때 의지할 곳 없는 노인과 어린이,소년소녀가장들이 체감하는 결핍의 고통과 소외의 아픔이란 과연 어느 정도이겠는가.자기 배를 채우려는 각종 부패·비리사건과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횡행하고 있는 인면수심의 사건들은 한편 이와 관계 없는듯 사회의 냉각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만든다.그늘 속에 가려진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일찌기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많은 돈을 남기고 가는 것은 치욕적인 삶’이란 신조로 살았다. 그는 황열병퇴치단체 등에 많은 기금을 지원했다. CNN창립자 테드 터너 또한 유엔에 10년간 10억 달러씩 기부약속을 지키는등 자선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도 소수인종 장학사업에 10억달러,공공보건분야 3억2천만달러,에이즈백신 개발에 5천만달러등 막대한 자선금을 냈다고 한다.물론 남을 돕는 일을 이같이 돈으로만 잴 일은 아니다.우리 주변에는 살기힘든 환경에서도 아끼고 안쓴 돈을 자신들 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쾌척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며칠 전 군산에서는 환경미화원 60명이 매달 1천원에서 5천원까지 형편대로 모은 1백60만원을 시청에 기탁하였다.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추위와 싸우며 땀흘리는 이들 미화원들은 지난 92년부터 아예 ‘이웃 사랑회’를 구성해 올해로 11년째 고아원과 양로원,결손가정에게 꾸준히 이웃돕기를 실천해 오고 있다.그리고 전주에 살고 있는 한 40대 택시기사는 지금까지 7년동안 헌혈증 1천5백여장과 성금 1천3백여만원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모자라 조만간 재미동포에게 신장을 기증하러 미국으로 떠난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30년전인 고교 2학년 팔을 처음 내민뒤 지금까지 1백여차례나 헌혈 침대에 누었다는 것이다.이같은 인정의 불씨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시작한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창구에서도 불을 지피고 있다.경기침체로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이웃에 다가서는 손길을 볼 때마다 우리사회는 삶의 희망이 넘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IMF 경제난의 체험은 처절했지만, 지난 97년말 우리가 모았던 이웃돕기 성금은 오히려 예년보다 많았던 사실처럼 우리는 힘든 때일수록 서로 나누었지 않는가.이제 언론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등은 이달말까지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을 펼친다. 이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성금이 모아져 보통 연간 모금액의 70∼80%가 걷힌다는 관계자 설명이다. 겨울철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반짝’에 그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성금액 또한 미국의 경우 시민 한 사람당 자선금액이 연평균 6백41달러인데 비해 우리는 그 1%수준에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불우이웃돕기가 그때 그때 행사화하고 있을 뿐인 셈이다. 대부분의 이웃돕기 캠페인이 자칫 반짝 이벤트 정도로 여겨질 수 있어 벌써부터 경계가 되고 있다.어려움에 빠진 이웃돕기는 한가한 선행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근원적인 얼개이다. 우리 스스로를 건져낼 힘은 사랑밖에 없다. 나눔의 미덕이 연중 상시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생각이 나는 시점에 있다.올 새해는 인정과 휴머니즘의 회복에서부터 출발해 보면 어떨까. / 제 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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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성
  • 2002.01.18 23:02

[데스크창] 스스로 비판 대상이 되지 말자

올해는 도내에서 두가지의 큰 행사가 치러진다.하나는 전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경기이고 또 하나는 4대 지방선거가 그것이다.세계 수억명이 TV를 통해 시청하는 월드컵경기는 전북을 알리고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오는 6월 3경기가 펼쳐지는 전주월드컵 경기의 경우 수만명의 내외국인이 전북을 방문해 지출하는 돈만 수백억원에 이르고 고용유발효과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최근 모 경제기관의 분석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역경제에 엄청난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경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도전체로 확산되지 못한채 전주시에 국한돼 있고 있고 그나마 세계인을 맞는 시민들의 공중질서의식은 성숙돼 있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향후 4년간 전북도와 일선 시군을 이끌어 갈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택하는 지방선거는 더욱 중요하다.이들을 잘 선택하느냐 여부에 따라 일선 시군은 물론 전북도의 미래가 좌우되기 때문이다.그동안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물론 지방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비난을 받고 있고 이들의 부도덕성은 지역발전을 후퇴시키고 우리사회에 불신감을 안겨주는등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특히 도내 대다수의 자치단체장들은 전북도라는 큰 틀보다는 자신들의 지역에만 얽매인 채 이웃 자치단체에는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전북도전체가 화합을 통해 지역발전의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그렇다보니 전북도의 경제는 항상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 낙후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전북도는 상당수의 도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지역이 돼 버렸다.도민들 의식에는 패배주의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생존경쟁을 위해 상호 신뢰하기보다는 불신풍조마저 팽배해지고 있어 ‘인심좋은 전북’은 이미 옛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그러나 이 모든 현상은 우리 선택의 결과다.이제는 우리 모두 달라져야 한다.전주월드컵경기가 전도적인 행사라는 인식하에 모든 도민이 모두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을 합함으로써 전북발전의 기틀을 다져 나가야 한다.방관자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내가 월드컵을 치르는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공공질서의식을 확립하고 남을 배려하는데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경기가 치러질 경우 세계인의 눈에 비친 전주와 전북도의 이미지는 좋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불이익과 비난은 우리의 몫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또한 과거 낡은 지방정치가 존립의 근거로 삼았던 학연,혈연,지연등 각종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올바른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올해도 여전히 연고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지역발전은 여전히 요원할 것이다.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우리 스스로에 있다.이같은 인식을 갖지 못한다면 월드컵경기가 잘못 치러졌다고 해서,잘못 선택한 지방정치인들이 부패행각을 벌여 지역발전이 후퇴됐다고 해도 우리는 어느 누구도 비난이나 비판도 할 자격이 없다.지방자치시대에 진정한 주인은 주민인 만큼 비난과 비판의 대상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더 이상 우리 스스로 비판받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02.01.15 23:02

[데스크창] 게이트파문 逆감상법

지난 1년 지겹게 달구던 게이트가 새해를 맞아서도 문을 닫을줄 모른다. 이른바 이용호, 진승현, 윤태식, 정현준의 자랑스런(?) 4대 게이트. 최고 권력기관인 국정원에서, 관련부서인 정통부에서, 이제는 청와대 안방까지 파고들고 있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썩는 냄새가 이제는 정권의 핵심부서까지 번져 과연 어디서 끝을 맺을지 모르겠다.지금 국민들은 답답하다 못해 불안하다. "이렇게까지 관료와 정권실세들의 부패가 심하단 말인가?" "역대 정권은 그렇지 않았었는데" 정권 창출의 주역 우리 호남인들로서는 더욱 참담한 입장이다. "어떻게,얼마만에 잡은 정권인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자괴와 함께 땅이 꺼지도록 한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하필 무대의 악역 배우들까지 주로 이쪽 출신이어 저쪽에 대해 유구무언이다.석고대죄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응분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긍정의 대목에서도 생각해 보자.사실 이정도 비리라면 여느 정권 때도 비일비재했던 일들이 아니던가. 우리는 그동안 역대 정권이 끝난 뒤마다 TV에 터져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곤 했다. 대통령을 등에 없고 호가호위하던 권력의 핵심부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쇠고랑 차는 모습들이다. 역대 정권마다 비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실로 가관이다.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자마자 신군부에서는 잡아들인 권력형 부정부패자들을 보면 소시민들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큰 돈이다.박정권 시절 2인자요, 당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가진 김종필, 이후락 등 부정축재자들. 그들은 당시 발표에만 따르더라도 수천억씩 온갖 축재로 얼룩져 있었다.친구 노태우에게 권력을 넘겨주고도 뺨을 맞은 전두환 정권의 비리도 천문학 적이었다. 수천억원의 돈을 기업가들로부터 챙겨 숨겨놓은 전대통령 본인은 물론 그의 형 기환, 동생 경환, 참모진들 모두 말할 것이 없었다. 노대통령과 그의 실세 측근들의 부정부패는 한 술 더 떴다. 시중에 떠돌았던 1조 현금설과 CD 보유 당사자가 바로 오리발 내밀었던 노대통령 아니었던가. 그의 분신 박철언을 비롯해서 수족들의 비리와 부정 치부가 후임 김영삼 정권에 의해 낱낱히 드러나 망신을 톡톡히 떨었던 그 정권이었다.김영삼 정권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겣렝?절대 안받겠다?는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이권 마다 아들 현철씨의 개입이 드러났고 홍인길, 장학로 등 청와대의 핵심 멤버들의 손 큰 행위는 여느 정권 못지 않았다.고작 기천만원 정도의 수뢰, 조카 취직 부탁 등 국민의 정부에서 빚어진 이러한 일련의 부정부패 규모는 조족지혈이다. 다만 세월이 흘러 과거의 큰 도둑은 잊혀지고 눈앞의 좀 도둑만 크게 보이는 격이다.이번 게이트의 파문의 또 하나 특징은 당대 정권서 자발적인 고해성사의 자세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 정권들의 비리는 하나같이 다음 정권에 의해 파헤쳐졌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최고 책임자의 비리 옹호 자세와 읍참마속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매 정권 초만 되면 前 정권 실세들의 비리가 낱낱히 드러나고 다음은 감옥행이 일련의 순서였다. 또 여기에는 정치 보복이라는 수사도 따랐다. 바로 현대 한국 정치의 특징적인 悲史였다. 이런 정치적 악순환과 폐단을 김대중 대통령은 누구 보다 통찰하고 있지 않은가. 얼마전 김대통령은 ?비리 보다 더 무서운건 은폐?라며 비장한 자세를 일갈했다. 실세든 누구든 비리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당대에 처벌한다?는 김대통령의 자세는 가히 역대 지도자들이 취하지 못한 혁명적 발상이다. 이번 홍역을 치루고 나면 앞으로는 여느 정권에서든 실세라고 해서 호가호위 함부로 날뛰지 못한다. 지금 겪고 있는 게이트 파문. 이 과도기의 대문만 잘 통과하면 우리의 정치와 사회는 낙관의 서광이 보이게 돼 있다. /군산본부장

  • 오피니언
  • 임경탁
  • 2002.01.12 23:02

[데스크창] 동계五倫 유치전이 남긴 것

전북 강원간 피 튀기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전북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IOC 규정에 주개최지라는 규정은 없지만 주개최지는 개폐회식이 열리는 지역을 의미하고 그 장소가 강원도로 결정된 것이다. 주개최도시는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식전 식후의 각종 문화예술행사 등 화려한 개폐회식 행사를 치르게 되고 세계 각국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때문에 2010년 동계올림픽이 만약 한국에서 열린다면 이 대회는 강원도에서 콩치고 팥치고 좌지우지할 것이다. 종목배분에서도 빙상경기가 배정된 전북은 결코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은 활강인데 활강경기 역시 강원도로 넘어갔다.전북과 강원간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핵심은 주개최지와 종목이었으나 전북은 두 사안에서 모두 빈 껍데기만 거머쥔 꼴이 되고 말았다. KOC위원 임시총회에서 주개최지가 강원도로 결정되자 곤혹스런 듯 머리를 긁적이는 유종근지사의 사진 한장(전북일보 10일자 1면)은 이러한 상황결과를 함축하는 상징성을 띤다.전북의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결말은 마치 골 결정력이 부족한 한국축구를 연상케 한다. 패스도 그럴 듯하게 하면서 힘차게 내치다 문전에 이르면 헛발질을 한다든가, 허둥댄 나머지 엉뚱한 데로 볼을 날려버리는 식이다. 앞만 쳐다보고 온 힘을 다해 드리블을 하다 역시 문전에 이르서는 뒷심 부족으로 피그르 주저 앉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골 결정력은 쉽게 터득되는 게 아니다. 개인기와 팀웍, 슈팅능력과 상황판단 능력 등이 조합돼야 한다.어쨌든 막 내린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전북으로서는 ‘닭 쫒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고 말았지만 성찰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강원의 ‘라스트 스퍼트’가 돋보이는 게임이었다. 전북은 93년 동계올림픽 유치협의회가 창립되고 특별조례를 제정하면서 10여년간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 이에 비해 강원은 2000년 10월 정부가 전북으로 결정하기 하루 전날 유치신청 의사를 표명하면서 1년3개월만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강원이 뒤늦게 유치의사를 밝히게 된 배경에는 강원도 출신 문화관광부 공무원의 애향정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전북이 단독으로 유치신청할 기미를 보이자 강원도에 연락해서 유치의사를 밝히도록 한 주인공이다.다음은 전북도의 외화내빈(外貨內貧)격 추진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내 개최지 결정은 KOC위원들이 키를 쥐고 있는데도 유지사는 IOC위원들 면담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IOC위원 접촉은 훗날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선순위로 따지면 ‘KOC위원 내편 만들기’가 먼저이다. 또하나는 빈약한 로비력이다. 뒤늦게 도 간부들이 1대1로 KOC위원들을 대응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타이밍이 늦은데다 ‘물(物)’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강원도는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접촉하고 기업체들이 나서는 판인데 전북은 고작 순창 고추장 단지를 들고 다니며 로비를 벌이니 될 법이나 하겠는가.이번 유치전은 결과를 떠나 전북과 강원 두 지역이 모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두 지역 공동개최를 결정한 것은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한데 IOC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책적 결정에 두 지역이 놀아난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이경재 (본사 정치부장)

  • 오피니언
  • 이경재
  • 2002.01.11 23:02

[데스크창] 群山 교육부터 살려야한다

지난해 9월 서해안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서 군산시에는 믿기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다. 시의 통계조사에서 예사롭지 않게 수천의 인구가 감소했다. 전출자의 상당수는 인근 전주와 대전시로 생활터전을 옮겼던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감소가 도내 대부분 지역의 공통된 추세라곤 하지만 군산시로선 의외였다. 군산 발전의 원동력으로 학수고대했던 이 고속도로가 개통되자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군산시는 인구 증가 운동에 나섰고 주민등록 전입시 시장의 감사 전화, 기념품 증정 등 여러 고육지책들을 전개했다 . 이 무렵부터 군산의 재력가나 지역 유지들 사이에서 나도는 얘기가 있다.애들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도 이사하고 군산으로 통근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구랍에 서해안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고 몇 달 후면 전주~군산 자동차 전용도로도 테이프를 끊을 예정이다. 불과 수십분이면 전주나 대전서 다닐 수 있어 교육 엑서더스현상은 더욱 기승을 부릴건 뻔하다. 새해 군산시민들은 기업 유치와 경제 재건을 단연 화두로 꼽고 있다.끝 깊은줄 모르게 침체돼 가고 있는 군산시를 염려하는 시민들로서 그런 화제는 당연하다.강근호 시장부터 구랍에 열린 의회 본회의 장에서 '2002년은 기업 유치의 해'로 공식 선언할 정도다. 시민들의 희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새해 군산에는 여러 인프라 사업들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자유무역지역을 포함한 1천만평의 산업단지에서 손님을 맞을 채비를 차리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이어 전주~군산 자동차 전용도로의 개통이 코 앞에 두고 있다. 군장 철도, 군산~장항 도로 신설 등 건설의 소리도 요란하다. 그러나 과연 새해 군산시에는 과거 한국합판, 백화양조, 경성고무 등과 같은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쇄도하고 경제가 재건될 수 있을 것인가.이런 찬물을 끼얹는 질문에 애향 군산시민들은 부인을 못하고 있다. 아니 내심으로 지금 떨고 있다.지역발전 , 인구 유입의 도로가 아니라 지역 낙후, 인구 유출의 지름길이 되고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란한 경제 재건의 목소리와 달리 군산의 교육은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다.군산시 전체 서울의 명문대 합격자 수가 전주의 일개 고교의 숫자에도 못미치는게 작금의 현상이다. 올 군산의 고입 합격선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2백50점 만점에서 전주와는 18점, 라이벌 도시 익산과는 무려 20점 차이를 보이고 있다.자녀들의 교육을 지상 목표로 여기고 있는게 한국의 학부모다. 군산의 학부모라고 예외일 수 없지 않은가. 정든 땅을 탈출하는 그들에게 겲例蒐??없다?며 무턱대고 비난만 할 일 이 아니다.교육 엑서더스를 더 이상 방치한다면 군산 교육은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질게 분명하다. 교육의 질적 하락은 주민의 탈출을 부르고 경제의 유출을 초래한다. 잘 사는 군산 , 옛 영화를 되살리는 군산의 슬로건은 물론 구두선에 그치게 돼 있다.설령 성공적으로 기업을 유치한다 해도 군산에는 공해와 오줌 밖에 남지 않는다. 단 재미는 인근 도시 전주와 대전으로 돌아간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벌어 가듯이. 가장 효과적인 기업유치, 경제발전 대책이야말로 인재 양성 , 교육의 질적 향상임을 군산시와 교육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임경탁
  • 2002.01.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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