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공동체문화 뿌리는 깊고 단단하다. 명절은 그 뿌리를 가장 정통적으로 이어내는 통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에 이르러 공동체 문화의 바탕이 단절되고 훼손되어 그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긴 했지만 고향과 명절로 이어지는 그 절기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끊어질듯 그러나 끊기지 않고 명맥을 이어온 많은 공동체 문화의 현장들을 만난다. 전북에는 아직도 대를 잇는 세시풍속들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더 많은 풍속들은 이농과 도시집중화의 환경속에서 자의타의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아직도 절기를 찾아 마을단위로 행해지는 풍속은 얼마든지 있다. 그중에서도 정월대보름의 세시풍속은 더욱 활발하다. 그 까닭은 정월대보름의 놀이나 제의들이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마을 단위의 공동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실 김성식실장(민속학)은 “팔월 보름이 가족 중심의 명절이라면 정월 보름은 마을 중심의 명절이고, 팔월 보름이 각자의 가을 걷이 수확물로 각자의 집에서 조상께 예를 올린다면 정월 보름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 예축을 위한 대동 단위의 예(禮), 즉 마을굿이다”고 말한다.
명맥은 전에 비해 보잘것 없거나 축소된 예들이지만 피폐한 농촌과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오늘의 현실속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그 맥을 이어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김성식실장은 오늘날처럼 공동체의식이 해체되어가는 현실에서 공동체문화를 살리려면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실장이 그 전형으로 소개하는 정읍시 산외면 정량리의 원정마을의 정월대보름 마을굿. 원정마을도 여늬 마을처럼 이농현상 등으로 마을인구가 적지만 정월대보름이면 어김없이 풍성한 마을굿이 열린다. 그 마을을 떠나있는 출향민들이 이때면 고향으로 모이기 때문. 특시 재경향우회의 경우는 정월보름에 버스를 빌려 마을을 방문한다. 이들은 자금을 마련해 마을 정자를 새로 지었는가하면 당산나무의 주변도 깨끗히 다듬었다고 한다. 고향을 지키고 있거나 떠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마을굿은 따뜻하고 활기가 넘치며 풍성하다. 함께 줄을 꼬고, 음식을 장만하고 굿을 치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이들에게 안겨지는 무엇일까. 삭막한 도시 생활로부터 벗어나 더불어 사는 의미와 서로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이 축제의 자리를 김실장은 우리민족 심성을 되살려내는 소중한 산교육의 현장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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