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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나과 북의 하나됨을 위하여

역사적인 6·15 남북선언이 있은지 꼭 두 달.

 

지난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한반도는 21세기 최고의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진 무대였다.

 

남과 북, 평양과 서울은 물론 삼천리 방방곡곡서 7천만 겨레가 분단의 아픔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71시간.

 

세계의 이목도 반세기 이별에 종지부를 찍었던 서울의 워커힐 호텔과 평양의 고려호텔에 쏠렸다.

 

서울에 온 북쪽의 시인은 자신을 그리며 편한 눈을 감지 못했던 어머니를 향해 사모곡을 단장의 아픔으로 흐느꼈고, 평양에서는 50년간 서로를 기다리며 기약을 지킨 노부부가 넋을 놓고 말을 잃었다.

 

헤어졌던 아들과 딸, 형과 동생, 누이와 자매끼리 빛 바랜 얼굴을 서로 부비며 “제발 살아 있으라”는 간절한 소망을 “살아 있어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로 감사해 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좋고 기쁜걸 왜 이제서야… 사상이 문제될 것 없었지 않았느냐”며 허공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상봉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던 7백만 이산가족들도 아쉬움을 삭이며 새로운 설레임으로 새처럼 작아진 가슴을 다시 한번 부풀렸다. 7천만 겨레 모두 다 내 가족을 만난양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고 또 훔쳤다.

 

그리고 재촉하듯 3박4일의 시간은 전광석화처럼 줄달음 쳐 갔고 이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만근 같은 발걸음으로 입술을 깨물며 긴 이별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엄연히 존재하는 분단의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평상심으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크고 벅찬 울렁거림이 아직도 심금을 맴돌기만 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뒤 문득 가슴 깊이 솟구쳐 오는 아픈 대목이 있다.

 

바로 東과 西로 높이 쌓여만 가는 지역간의 장벽이다.

 

남과 북의 담장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지금, 사분오열된 남쪽의 지역갈등은 왜 그대로인가.

 

지역갈등을 타파하고자 하는 수없이 많은 외침과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치는 동서간의 불신과 깊어가는 감정의 골들….

 

동서를 서로 보듬는 한겨레 대화합의 날은 언제쯤일까.

 

그 동안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영남과 호남의 잦은 교류가 과연 그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50년의 단절을 한순간에 민족 동질감으로 씻어내 버린 감동의 현장을 보면서 동서로 갈라진 감정의 골도 순식간에 메워질 수 있다는 기대는 착각일까.

 

아니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게 없고 용서 잘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운해 할 속 넓은 겨레가 아니던가.

 

남과 북이 형제라면 동과 서는 부부다. 기나긴 부부 갈등을 이제 끝내야 한다. 東과 西는 철조망도 없고 교류의 장벽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보았다. 언어마저 생경해진 남과 북의 혈육이 이념과 체제를 뒤로 하고 흔연히 하나되는 모습을.

 

하나됨에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다. 7천만 겨레의 핏줄에 고동치는 한민족 한겨레의 거센 박동소리를 눈감고 들어보자. 그리고 벅차 오름을 느끼며 東과 西도 하나가 되자.

 

“… 아, 혈육입니다. 다 같이 한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난 혈육입니다.(중략) 다시는 다시는… 이 수난의 역사, 고통의 역사, 피눈물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맙시다. 또 다시 되풀이 된다면 혈육들의 가슴이 터져 죽습니다. 민족이 죽습니다.…”

 

/ 김완주(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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