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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상담] 상량식은 정신적 여유의 산물


◆문=벽돌이나 콘크리트로 집을 짓는데도 옛날 한옥처럼 상량식(上梁式)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상량식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답=기둥에 대들보와 종(宗)보를 걸고 나서 그 위에 올리는 것을 한옥에서는 마룻대라고 합니다. 이 마룻대를 흔히 상량(上樑)이라고도 하는데, 건축물의 가장 위에 올라앉아 있는 도리라는 뜻이 됩니다. 보통 상량을 올릴 때쯤 되면 건축물의 뼈대가 대부분 완성되어 집의 형태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상량(上樑)이 집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앉아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예로부터 상량을 올릴 때는 고사를 지내왔는데 떡과 돼지고기, 쌀, 과일 그리고 술을 준비하여 목수와 인부들에게 푸짐하게 먹임으로서 집주인은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상량식은 고사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건축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적어놓기도 하였는데, 이것을 상량문(上樑文)이라고 합니다. 이 상량문에는 집 지은 까닭과 집 지으면서 생긴 자초지종을 다 적고, 온가족이 무탈하고 부귀공명을 누리게 해달라는 덕담과 희망 그리고 소원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생각 깊은 집주인은 훗날 후손이 집을 수리할 때 쓸 수 있게 상량문 갈피 속에 금은 보화를 넣어두기도 했다고 합니다.

 


 

상량문은 건축물의 해체나 보수 때에 발견되어 그 건축물의 건립연도나 그 당시의 사회상황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봉정사 극락전이나 부석사 무량수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는 것도 모두 상량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목수의 노고를 위로하는 잔치를 벌이고,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며, 또 후대를 위해서 상량문까지 쓴 것은 그 당시 우리사회가 갖고 있던 정신적인 여유의 산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작아보이는 여유 하나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건축물과 전통건축물의 가장 큰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상철 건축사(삼호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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