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9 04:2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교육공동체 신뢰회복 급하다

 

 

 

우리 학교는 2002 ‘좋은학교 만들기’특색사업 일환으로 『신나라 독서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본 사업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4월 한달 동안에만 흥미롭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좋은 책 1200권이 구입 완료되어 회원들의 도서열을 복돋우고 있는 것이다.

 

 

각 교실은 작은 독서실 되어가고 교장실은 신나라 독서운동 본부가 되었다. 벽면이 새로 나온 책으로 도배 질을 한 모습이다. 이토록 학교 경영이 목표대로 착착 진행되어 일할 때 마다 즐거운 콧노래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란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얼마전이다. 어린이, 어버이날 기념 흥남가족 한마음체육대회를 열기로 했으나 짓궂은 비로 연기되었었다. 그런데 토요일 역시 운동장 사정이 여의치 못해 행사는 학년별로 치르기로 했다.

 

 

체육대회에 참여한는 대부분의 학교사랑 도우미 회원들은 운동대신 1층 복도 유리창을 열심히 닦고 있었고, 나 역시 신나라 독서운동 본부장으로서 도서정비에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다. 그 때 교장실 전화벨이 울렸다.

 

 

“네 흥남초등학교 교장실입니다”

 

 

“그래요, 5학년 학부형인데, 그 학교는 아이들 체벌을 조회대에 올려놓고 하는가요?”

 

 

“예 체벌을”

 

 

작은 가슴이 떨린다.

 

 

“저는 모르는 사실인데 자세히 좀 말씀하시죠”

 

 

“뭐라고, 학교장이 교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른다는 말이 돼요. 학교가 아이를 체벌하는 교도소요. 그리고 학교장은 교도소장…”

 

 

“당신, 흥분만 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 나와서 말씀하시죠”

 

 

“뭐, 당신이라고, 이 사실을 교육부까지 보고…”

 

 

운운하더니 ‘탁’하고 전화기를 놓는 소리가 들렸다.

 

 

‘요즈음 학생체벌에 대해서 그렇게 주의했건만’

 

 

학교장은 5,6학년 담임에 이제 갓 졸업한 신규배치의 문제점을 되 뇌이며 전화내용의 뒤처리에 고심한 후 일단 학부모들과 유대관계가 좋은 윤리부장을 불러 사건의 자초지종과 후속처리를 맡기었다.

 

 

윤리부장님으로부터 해당 선생님과의 면담결과는 한마디로

 

 

“교장선생님, 5학년 1반 채 선생님은 정상적인 교수·학습 활동이었습니다.”

 

 

담임은 운동장에 물이 고여 학생을 위해 조회대에서 벌을 주었으며 마침 학생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았고, 담임선생님이 벌받는 이유를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담임교사를 혼냈단다. 그래도 학생 어머니는 억지쓰는 시어머니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뒤처리를 순서있게 처리하는 윤리주임의 믿음직스러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교육공동체신뢰구축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계획이 수립되고 실천의지가 서 있다 해도 교육동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간에 믿음이 없고서는 교육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결론이다.

 

 

/황현택(군산흥남초등학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