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에 대한 공포·두려움 많지만
아무리 의료 전문가들이 메르스는 결코 두려워 할 질병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다.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으로 성한 사람조차 ‘혹시 나는?’이라는 의구심과 이어지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나 역시 그 두려움의 장본인이다. 처음 서울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전염원이 환자의 기침 비말(飛沫)때문이라고 했을 때만해도 그리 마음에 두지 않았다. 여기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얼마이며 설마 내 주변에서 환자와 접촉한 사람과 부딪칠 일이 있을까 하는 막연한 안도감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웃 순창읍에서 확진 환자가 나오고 마을이 통째로 봉쇄된데 이어서 김제에서도, 전주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는 지경이 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정부의 무능이나 우리나라 최고 병원이라고 자부(?)하는 삼성병원의 오만과 실수를 질책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메르스가 가져온 불신(不信) 사태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이다. ‘낙타와 접촉하지 말고’ ‘낙타의 젖을 먹지 말라’는 식의 보건복지부 초기 ‘메뉴얼’은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코미디로 쳐주자. 최초 환자 발생 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 언제이고 보고후 후속대책을 얼마나 신속히 했는지가 이번 메르스 사태 진압의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사람들은 별로 뾰족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 아닌가. 그러면서 기껏 국민들에게 홍보한답시고 보여준 것이 대통령의 동대문 상가 방문 때 ‘상인들이 열렬히 환영했다’는 동영상 정도였으니 답답하다고 할 수 밖에…. 그러니 네티즌들이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한 ‘그런데 뭐~’할 정도롤 폄훼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격리·봉쇄·진료 과정이 언뜻 지난해 발표된 정유정 작가가 쓴 ‘28’이라는 소설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개와 사람, 사람과 사람끼리 옮기는 광견병의 변형같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 한 중소도시를 덮치고 그 재앙의 중심에서 28일간 사투를 벌이는 수의사·신문기자·소방대원·늑대개와 썰매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극에 달한 인간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이 소설의 주제다. 그런데 메르스는 이미 28일을 훨씬 넘게 버리고도 아직 진행형이니 그 종말의 해답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 세상에 극복 못할 병이 어디 있는가
내가 나가고 있는 복지관에서 오늘부터 정상 운영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우리 복지관에서 직선거리로 200m쯤 되는 아파트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여 그 동안 폐쇄했었는데 그 환자가 완치됐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오픈한다는 것이다. 2주전 메르스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복지관에 매일 출근(?)하던 노인 회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던 모습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은 메르스 두려움으로부터 완전 해방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세상에 극복 못할 병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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