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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교조 오만에서 벗어나야

 

 

 

이 글의 제목을 보면 전교조와 철천지원수나 되는 사람이 쓴 글로 이해할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사실은 오래 전부터 그들 편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나는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익산에 있는 전라북도교육연수원에서 교장 직무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 당시 교원연수원장이었던 H모씨(후에 전북 교육감을 역임함)는 굉장히 흥분된 자세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떤 학교 교장(후에 중등교장으로 화인 됨)이 수업을 참관하기위해서 어떤 학년 학급의 뒷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간 교장이 조용히 서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것을 본 이 학급의 수업교사는 들고 있던 책을 교탁 위에 '탁!'소리가 나도록 던지듯 내려놓으면서 외치듯 하는 말이 '무슨 일로 교실로 들어 왔습니까!'라고 했다.

 

 

수업을 참관하러 들어 왔다는 교장의 답변을 들은 그 교사는 '수업을 참관하라는 법이 무슨 법 어디 몇조에 있느냐'고 다시 되묻더라는 것이다. 전학급의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서의 이런 상황은 교장도 놀랐지만 지켜본 학생도 당황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H연수원장은 교원노조(당시는 Y교사가 모임)로 인한 교육의 황폐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다가올 교육현장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의 결론은 당해 학교 교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 연수회에서 돌아온 나는 단 한가지 이 이야기를 내가 근무하고 있는 교직원에게 전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교장과 교직원간의 신뢰의 문제다. 교장이 평소에 그 교사를 사랑하고 그리고 그 교사도 교장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장이 자기 교실로 들어와 수업을 참관하는 것이 수업자 자신을 위하는 일이고 그것이 바로 교육을 위하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교장이 평소에 교사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교장이 다른 학급의 수업참관도 평소에 늘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그것이 교사와 교육을 위하는 일인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교장에게 그런 불손한 언행을 했다면 나는 이렇게 묻겠다. '인간생활에서 많은 행동영역은 법에 없는 내용들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친구들에게 신의를 지키라는 것도 법에 써 있더냐. 하루에 세끼 밥을 먹고 밤이면 사랑하는 아내를 안고 자라는 것도 법에 써 있어 하는 것이냐'고 말이다.”

 

 

이 생각은 그로부터 25, 6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하는 일없이 조용히 조직만 관리하는 교총보다는 무엇인가 의견을 내는 전교조를 사랑했고, 바른말하는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지지했던 것이다. 다만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방법이 너무 과격적이어서 위태위태하게 생각해 온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 지난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교장의 자살로 현실로 드러나고 만 것이다. 역사는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이지 일방 통행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그 방법이 공감을 얻지 못하면 대개는 실패하게 마련이다.

 

 

이제 전교조도 반성해야 할 때다. 면장은 면직원이 선출하고 파출소장은 파출소 직원이 뽑아야 한다는 시의 교장선출에 대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런 식이라면 은행지점장은 당해 은행지점의 직원들이 뽑아야 하고 군대의 지휘관도 모두 그 조직원이 뽑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 세상 모든 조직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 운영한다면 나라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더구나 아무리 옳은 생각도 수단이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거늘 자기의 일면만을 보는 독선적인 주장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번의 많은 국민의 반발을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강녕(전 전라북도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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