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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친일논란, '독자에게 맡긴다'

미당시문학관에 상설 전시된 미당의 친일문학 작품 11점 (desk@jjan.kr)

 

과거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의 큰 물결은 어느 누구도 비켜 갈 수 없다.

 

한국 시문학의 거목 미당 서정주(1915∼2000). '언어의 연금술사' '신라 향가이래 최고의 시인' 등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한국 시문학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민중의 삶을 외면하면서 친일·친독재의 길을 걸었던 친일문학인·반민족문학인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낼 수 없다.

 

미당의 친일작품에 대한 논란은 이제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졌다. 미당시문학관에 미당의 친일문학 작품 11점이 '일제말 암흑기의 친일문학'의 제목으로 1층 한쪽에서 상설 전시되는 것. 24일부터 공개된 친일작품은 지난 6일 미당시문학관 운영위원회(대표이사 박우영)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사회는 "미당의 일제말 친일작품에 대한 논란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 논란을 부정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과 문학인들이 이들 작품을 읽고 미당의 친일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시작품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전북제2지부(회장 손일석·이하 유족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친일작품으로 지목한 작품의 사본. 국립도서관 등에서 찾아 문제가 된 내용을 발췌·복사해 작품해설 없이 원문의 문안만을 전시했다.

 

당초 문학관 운영위는 친일작품 전시 계획이 없었으나 지난해 10월 고창 모양성 앞에서 '미당 서정주의 친일문학 진상전'을 열었던 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문제를 제기, 논란이 되어 왔다. 유족회 손일석 지회장은 "뒤늦게나마 미당의 작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다행”이라며 "전시를 계기로 미당의 친일행적과 작품 속 친일의식이 재조명돼 역사가 바로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시된 서정주의 친일작품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사람/ 인씨의 둘째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귀국대원'(미당의 시 '마쓰이오장 송가'·1944년 12월 9일 '매일신보')

 

서정주의 친일시는 지난 1985년 '실천문학'(여름호)에 소개된 뒤 이광수 최남선 김동인 주요한 박종화 이효석 모윤숙 노천명 등의 작품과 함께 두 권 짜리 '친일문학작품선집'으로 출간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전 임종국씨가 1966년 '친일문학론'(평화출판사)을 펴냈지만,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당시문학관에 전시된 작품은 일제의 강압적 식민통치와 지식인에 대한 회유 협박이 절정에 달했던 1942년부터 1944년까지 2년간 집중적으로 발표된 시 6편과 수필 3편, 단편소설 2편. '시의 이야기'(1942년 7월 매일신보)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1943년 10월 문학춘추) '인보의 정신'(1943년 9월 매일신보) '스무살된 벗에게'(1943년 10월 조광) '항공일에'(1943년 10월 국민문학) '최체부의 군속지원'(1943년 11월 조광) '헌시'(1943년 11월 매일신보) '마쓰이오장 송가'(1944년 12월 매일신보) '경성사단 대연습 종군기'(1943년 11월 춘추) '보도행'(1943년 12월 조광) '무제'(1943년 8월 국민문학) 등이다.

 

서정주의 친일문학을 발굴해 발표하는 등 친일문학에 줄곧 주목해 온 원광대 국문과 김재용 교수는 "서정주의 친일문학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시인을 평가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서정주에서 친일문학을 뺄 수 없고, 서정주 문학은 그 작품이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이 구체화된다면 친일에 대한 의견들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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