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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영화의 거리 '榮華' NG로 머무나

전주 고사동 극장가는 최근 신규영화관들이 속속 개관하면서 매출이 40%까지 감소한 곳이 있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사진은 롯데 시네마에서 티켓을 구하고 있는 관람객들.../이강민기자 이강민(lgm19740@jjan.kr)

 

누가 전주에서 고풍(古風)만을 느낀다고 했던가. 전주의 극장가는 짧은 기간 동안 수없이 잦은 생성과 소멸을 통해 놀랄 만한 변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최첨단 극장가로의 변신. 지난 2001년 말부터 '시설 투자에 둔감하고 노후한 극장'들이 급속하게 변하기 시작한 전주의 극장가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할 무렵 상영장으로 쓰였던 코리아극장·뉴코리아극장·명보극장·피카데리극장·씨네21·대한극장 등이 추억이 됐다. 프리머스·CGV·롯데 등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전국적인 영토확장에 나선 것이 한 원인이다. 그리고 지난 5월 서신동 롯데백화점 전주점에 8개 스크린을 보유한 롯데시네마 극장이 문을 연데 이어 전주시 고사동과 송천동·덕진동 등에도 올 하반기와 내년 개장을 목표로 대형 영화관이 잇따라 신축되고 있어 전주의 극장가는 더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 전주 극장가 관객유치 불꽃전쟁 예고

 

관객들은 즐겁지만, 극장 경영자들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또다른 서비스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크기'로 압도할 것인가, '입지'로 방어할 것인가, '마케팅'으로 승부할 것인가, 고민은 갈수록 커진다.

 

현재 전주는 프리머스, 시네마, CGV전주, 아카데미아트홀, 롯데시네마 등 6개 극장에 33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영화관이 모두 개관하면 9개 극장 54개의 스크린으로 늘어난다.

 

올 9월 중순 개장할 예정인 송천동 메가월드에는 8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CGV송천8이 들어선다. 전북대 신 정문 부근에 신축 중인 쇼핑몰 '코앞'에는 상영관 5개 규모의 영화관이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CGV송천8의 장철회 슈퍼바이저(극장관리자)는 "외곽이긴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고, 인근에 처음 영화관이 생기는 것”이라며 "송천동 뿐 아니라 삼례와 익산에서도 관객이 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단기직원만 80여명을 모집한다”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사동 옛 대한극장 자리에 복합영상관을 짓고 있는 서울 ㈜KTS e&c는 지난 달 29일 전주시에 교통영향평가 신청서를 냈다. 2006년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9층, 건축연면적 8천1백45평으로 극장 건물 규모로 보면 도내에서 가장 크다. 지상 5~8층에 스크린 8개를 설치한다.

 

신규 영화관들이 개관하게 되면 관객을 유인하기 위한 극장들의 경쟁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현재 상권까지 가라앉고 있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있는 기존 영화관들은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개장 이후 주말에는 버틸만 하지만 비수기나 평일 관객동원은 심각할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한 극장관계자는 "인구수도 적은 곳에 스크린의 수가 너무 많다”며 또 다른 극장 탄생을 경계했다. 프리머스 전주극장 유명훈 팀장도 "현재 고사동 극장가는 매출이 40%까지 감소한 곳이 있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극장이 더 늘어나면 경쟁력이 없는 곳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고민도 있다. 스크린 수가 늘어났으면 배급사는 소규모 영화라도 걸 수 있고, 관객은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야 상식. 그러나 멀티플렉스들의 경쟁이 가속화되면 오히려 대형영화사들이 제작한 영화나 메이저 배급사들의 영화만 중복해서 상영되고 있는 다른 도시들의 경우를 보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주독립영화협회 김정석 사무국장은 "멀티플렉스가 스크린 수를 대폭 불리고 있는 현실이 작은 영화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다종다기한 영화들을 볼 수 있다고 선전했던 멀티플렉스의 장밋빛 약속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선두업체가 역풍을 가장 먼저 느끼는 법. 하드웨어 산업의 특성상 고비용을 회수하기도, 지어놓은 극장을 타 용도로 변경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해야 할 리스크는 크다.

 

불과 2∼3년 전 멀티플렉스로 무장하고 제2의 전성기를 외치며 독점적 위상을 자랑했던 '영화의 거리' 극장들은 지금,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 전주 시네마를 가보니... 가격파괴 서비스 '풍성'

 

18일 오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전주시네마. 팝콘냄새가 진동한다. 북적거리는 로비는 아이들 세상. 엄마는 아빠와 혹은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고, 등급 규정으로 상영장 내부의 문턱을 넘지 못한 아이들은 또래들끼리 모여 뜀박질이다.

 

극장 내부는 갖가지 편의·오락시설과 휴게공간으로 가득하다. 전자동 무인발권시스템이 곳곳에 있지만, 매표소 줄도 길다. 영화를 선택하지 못한 이들에게 기계는 적절한 영화를 권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매표소 창구는 창구의 위쪽에서 모니터를 통해 영화를 소개한다.

 

1층 로비의 오른쪽 모퉁이. 다섯 대의 컴퓨터 앞에는 매표소와 다른 줄이 서 있다. 남녀노소가 없는 이 줄에 서면 무료로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로비의 한 중앙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는 중학생들과 이런저런 액세서리들을 고르는 여고생들의 밝은 웃음소리도 들린다. 의자가 빼곡한 곳에는 연인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을 하고 있다. 간혹 '18세 등급가'를 연출하기도 하는 연인들에 영화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무료 메이크업'이란 푯말이 붙은 공간. 각종 화장품과 드라이기 등이 놓여 있다. 남자친구를 기다린다는 한 여학생은 고대기로 머리를 말기 시작한다. 물론 공짜다.

 

각각의 영화가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은 각기 다르다. 영화의 러닝타임에 맞춰 있기 때문. 불과 얼마 전 만해도 영화상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 러닝타임이 조금 긴 시간의 영화는 극장에서 '검열 후 삭제'하기도 했다는 것을 요즘 아이들은 믿을 수 있을까.

 

영화 한 편이 끝났다. 진동체감시스템을 경험한 연인은 놀란 눈이지만 즐겁다. 갖가지 할인으로 반액을 넘게 절약할 수 있었던 한 무리의 '아줌마들'의 표정은 더 즐겁다. 연이어 영화를 보는 이들은 굳이 1층까지 내려올 필요가 없다. 각 층마다 좁지만 휴게공간은 어김없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식의 가격파괴와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갖추고 있는 프리머스와 자체 멤버쉽회원제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아카데미아트홀, 순번발권기와 금요일 요금 패키지 등 이벤트가 잦은 CGV전주 등 전주의 극장들은 대부분 패스트푸드점 등 각 휴게시설은 기본이고 티켓 할인 폭도 크다. 프리머스 극장 매표소 부근 로비 한쪽에 안내된 할인안내판은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전북비자 카드를 비롯해 BC·KTF·ting·UTO·CARA·TTL·리더스카드 등 대부분의 지갑에 있을 법한 카드들이 골고루 적혀있는 것. 할인폭은 1천5백원에서 2천원까지. VIP 카드 소지자는 1년에 6번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공짜영화는 물론이고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봄, 두 번째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을 무렵만 해도 감히 상상도 못했던 전주시내 극장의 풍경이다. 영화관의 수가 더 늘어나는 2∼3년 뒤엔 얼마나 더 풍성한 서비스가 생겨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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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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