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12:49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건설·부동산
일반기사

[사설]동맥경화증 걸린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도내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며 과열이 된듯 청약 분위기를 띄웠으나, 이는 아파트 건설업체의 바람몰이식 작전이었음이 드러났다.

 

전북도가 지난해 5월 이후 분양했던 학교용지 부담금 부과대상인 도내 3백가구 이상 9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초기 분양 계약률을 조사한 결과, 무려 8개 아파트가 실제보다 부풀려 해당 시군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중 어떤 업체는 초기 분양 계약률을 17배다 부풀려 신고를 했을 정도니, 도내 아파트 분양 시장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가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도내 아파트 분양 시장 뿐만이 아니다. 전국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일부 주요 지방도시에서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10가구 중 9가구가 팔리지 않고, 입주 시작 후 3개월 이내의 초기 입주율 또한 절반을 밑도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파트 초기 계약률이 평균 20∼30%선에 그쳐, 외환위기 당시 계약률인 30∼40%선을 훨씬 못미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천 부평구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는 3순위까지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될 정도다.

 

아파트 분양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분양률 뻥튀기'가 성행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아파트 투기를 잡기위해 고단위 처방을 해놓은데다, 업체는 업체대로 미분양에 대비해 분양가를 턱없이 높여버렸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붙이지만, 수요자들이 대부분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새 아파트 값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택시장이 동맥경화증에 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전세입자가 주택을 사고, 헌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옮기는 순환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10년된 아파트 두 채를 팔아도 새 아파트 한 채 값이 안되는 형편이니 누가 선뜻 새 아파트 사겠다고 덤비겠는가. 부유층 몇%나 투기세력이 아니라면엄두도 못낼 일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왜곡되다 보면 '기존 주택거래 실정→미분양 증가→신규분양 위축→주택공급 급감'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택건설업체들은 '분양률 뻥튀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